“개성공단이 외려 남북 경색시키는 장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 ‘개성공단과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포럼
“정치적 이유로 지속돼…북한도 손해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2009-05-13 08:37:20


개성공단을 국제공단화함으로써 남북경협사업이 북한의 대남 압박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성공단 계약문제와 관련해 당국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개성공단이 당초 의도와 달리 ‘몽니’가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북한이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개성공단 내 한국 직원이 장기간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개성공단 직원에 대한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를 조기 지불 등 ‘제도적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운영을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가 서울 4.19기념도서관에서 주최한 ‘개성공단 문제와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경제 논리를 강조, 북한의 약속 불이행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 공단의 폐쇄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선임연구원은 “남북경협사업이 북한의 대남 압박수단이 되지 않게 하려면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사업이 국제협력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특히 남북경협 및 투자가 권위있고 개혁개방의 힘있는 수단이 되려면 단기적으로는 대기업, 공기업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로선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철수 외에 별로 존재하지 않지만, 정부로서는 상징적 사업이라는 정치적 올가미에 매달려 선뜻 철수를 추진하지 못하는 데다, 공단의 대부분이 영세기업이나 사양산업기업들이라 자발철수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는 남북경협사업에서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에 대비하는 수단을 만들어야 함을 각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약속 불이행 관행 외에도 경영현장관리의 비효율, 사업주체와 관리주체간 협력의 비효율, 정치적 조건으로 산생되는 제도보장의 미흡 등 다양한 비효율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따라서 남북경협이 민족적 감성보다는 철저한 효율을 지향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남북경협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삶 개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북한이 싫어하면 경협을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정치적이고 실효적인 장치들을 만드는 것을 미뤄와 실효성이 적었다는 게 조 연구원의 진단이다.

특히 남한은 자본과 시설, 기술 및 경영노하우를 투자하고도 합당한 권리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남북경협사업의 전반적 실태를 점검하고 유용한 구조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지보상비 증액, 토지사용료 계약 변경, 임금인상 등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북한의 특혜 조치가 철회되면 부도라는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나아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외국 바이어들의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지만 북한 역시 외화벌이가 줄어들고 개성공단이 외국인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사례로 평가되는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연구원은 “우리기업이 북한에 투자한 시설은 남한기업 외에는 운영할 나라나 기업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손실은 크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경협이 북한의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유인해야 할 것”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자금력이 있어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 철수 등 대담하게 맞설 수 있는 대기업,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여러 국가들과 공동으로 북한에 진출하는 등 개성공단을 국제공단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수석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남북간 화해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며 “북한은 유사시 공단폐쇄도 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준 만큼,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해서 대화 국면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통행의 보장과 안정적 수송로 확보 등 인원과 물자출입의 자유조치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그런 사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한국기업의 손실분을 일정 부분 보상할 수 있는 준비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북한으로선 개성공단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북한 내부의 공장과 기업소가 없기 때문에 현금수입만 없어질 뿐 구조적인 피해는 별로 없다”며 “향후 개성공단 사업여건을 조성할 때 공단 철수시 북한도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은 민간 차원의 경협으로 시작했으나 어느덧 민관합동 사업으로 탈바꿈했다”고 전제한 뒤 “정경분리 원칙 아래, 사업추진 체계상 남북한 정부가 각각 사업의 사실상 당사자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경제특구로서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개성공단에 ‘무임금 무노동’ 원칙을 적용하여 근로자들의 월급 지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제주해협을 지나가는 북한측 상선의 통행을 금지하는 금전적․비금전적 편의를 철회하는 방안도 있으나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야와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에 쌓인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임금과 토지사용료 문제는 기존 합의의 번복인 만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피하되, 대신 근로자 숙소 건립 문제 등에서 우리가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