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

북한의 암살 책동에 직면한 황장엽씨가 “이전에도 이런 징후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면서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을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그간 북한에 안이하게 대했던 한국이 큰 교훈을 얻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핵 도박, 인권 탄압 등과 마주하고도 걸핏하면 ‘남남갈등’이나 빚는 참담한 세태를 씁쓸히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더없이 안이한 대북 자세도 새삼 곱씹게 된다.

북한 권력 집단이 황씨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 존재감과 발언이 ‘김일성 왕조’ 유지와 세습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저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중 동맹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 10주년 행사에선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교포 80만명을 북한에 들여보내면 북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인권문제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짚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처방에도 귀담아들을 대목이 많다. 황씨는 국제 진상조사에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켜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주변 국가들이 북한을 지지 또는 지원하지 않기 위한 명분을 쌓을 수 있도록 북한이 한 일의 실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경계했다. 북한 의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 그림자에 숨어 있다면 그 통렬한 진단과 처방에 비명이 나올 것이다.

황씨는 1997년 귀순 전에 조선노동당 비서를 지냈다. 주민 고난은 안중에 없이 호의호식하는 정권 수뇌부와 더불어 남부럽잖게 여생을 누릴 수 있었던 입장이다. 그런데도 귀순을 결행했다. 한반도와 한민족을 걱정하는 충정과 정의감을 빼놓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대목이다.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황씨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 나아가 북한 정권 정체와 속성에 정통한 황씨 육성에서 뭘 배우고 느낄 것인지 진정으로 고민할 시기다.


기사입력 2010.04.22 (목) 19:08, 최종수정 2010.04.22 (목)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