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의 ‘대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남한 사회에도 적지 않은 후학(後學)을 남겼다.

인간 본위의 주체사상이 수령 개인을 찬양하는 사상으로 왜곡된 북한의 현실을 개탄하던 황 전 비서의 사상은 그의 뜻을 기억하고 전파하려는 ‘시대정신’ 그룹 등 남한 내 일부 모임과 탈북자 단체들을 통해 이어질 전망이다.

황 전 비서의 사망 소식과 관련,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화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북한 동포들이 자유와 인권을 맛보기 전에 돌아가셔서 애석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황 선생님이 남한에서 출판한 20권의 저서 중 18권이 시대정신 출판사에서 나왔다”면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열정을 바탕으로 철학이나 북한 민주화와 관련된 이론 서적들에 대한 저작활동을 열심히 하셨다”고 회고했다.

한 대표는 이어 “황 선생님 아래 철학을 공부하던 분들이 있고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후학들이 있는 만큼 ‘황장엽철학연구회’와 같은 모임이 발족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황 선생님은 97년 남한으로 망명한 이후 북한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면서 “북핵문제도 군사적 타협의 대상이 아닌 북한 민주화가 북핵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황 전 비서를 “옆에서 본 황 선생님은 철학적이면서도 전략전술 면에서 높은 수준을 가진 분”이라며 “자기절제가 몸에 배인 분으로 사심 없이 북한 인권운동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우정을 베푼 따뜻한 분”으로 기억했다.

‘강철서신’의 저자이자 황 전 비서 망명 이전 남한 내 주사파 대부로 알려진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가족이나 친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내려와서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열정적으로 사시다가 가신 분”이라며 “대단히 높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황 전 비서의 활동이 제약됐던 사실과 관련, 김 위원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나 협조적 차원에서도 의견을 개진했지만 정부에서 그런 것에 대해 무심한 현상들이 지속되면서 굉장히 답답해했다”면서 “아직 못다한 일이 많고, 북한에서 올바른 정부가 세워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셔서 안타깝다”며 심경을 표현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탈북자들의 아버지이자 스승과 지도자 같은 분이셨다”며 황 전 비서를 기억했다.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 박 대표는 “황 선생님의 장례 절차가 끝난 다음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