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접근법..백가쟁명식 조언.충고
| 기사입력 2010-10-15 18:50 | 최종수정 2010-10-16 07:47


(속초=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통일은 지금 못 타면 다음에 곧바로 탈 수 있는 버스가 아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코리아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15일 강원도 속초에서 개최된 `통일비용'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백가쟁명' 식 조언과 충고, 비판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통일문제를 `결혼', `버스'에 빗대어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점진적·단계적인 통일에 대비하면서도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준비 필요성도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일비용과 통일논의가 대북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으로 이어져 제2의 `세종시 문제'로 비화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통일비용을 비용 측면에서 강조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통일이 가져올 편익 측면에서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남북협력기금 활용 등 통일재원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결혼 시 결혼식 및 살림집 정도의 최소한 비용만 얘기하지, 아이들 교육비까지 미리 준비하고 결혼하지는 않는다"며 통일세 부담에 대한 지나친 의식을 경계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통일비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민에게 매우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국민에게 통일 담론을 제시하려면 비용보다는 통일혜택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일 시 일자리 창출, 경제적 시너지효과 등 통일에 따른 혜택과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고,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 북한 경제가 정상화되도록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재원 조달에 대해서도 "초기부터 통일비용을 모든 국민에게 부과하기보다는 통일에 따른 기대수익 계층에 먼저 부과해야 한다"며 남북경협기업이나 통일 후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건설.물류.금융 업종 기업 등을 선(先) 세금부과 대상 예로 제시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상임고문은 "통일 이전에는 남북협력기금에다 민간의 자발적 기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통일 가시화나 통일 이후에는 세금 등을 통해 한반도 발전기금 형태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점진적 통일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급진적 통일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통일 초기에 3~4년간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보고, 그 이후에는 일정기간 북한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가는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 중요성도 제기됐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통일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버스가 아니다"며 "북한의 급변사태가 생기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비용과 통일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통일논의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통일비용 문제가 통일의 원론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비관적으로 본다면 `세종시 논란'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수 민주당 정책위 통일심의위원도 "최근 통일세 문제는 통일논의가 활성화되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면서도 "점진적, 단계적 통일보다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통일비용 최소화와 편익 극대화는 남북협력과 주변국과의 협력이 균형을 이룰때 가능하다"며 "현재의 남북 대결상황과 미중 긴장상황에서 통일비용을 언급하는 것은 평화통일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