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을 지탱해온 ‘주체사상’에 기반한 이념 통치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북한은 돈을 원하지만, 군사제일의 선군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회의에서 김영환(사진)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북한은 외부적으로는 일견 강건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약화되고 사상적으로 허물어져가는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대학가 이념운동의 교본이기도 했던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 편집위원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때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북한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표시한다든지, 혹은 북한이 붕괴됐을 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를 질문해오는 북한 간부들도 있었다”며 최근 만난 북한 무역회사 고위 간부나 북한 외교관의 발언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북한 고위층의 태도는 그가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느겼던 고위 간부들의 체제와 이념에 대한 충성심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라는 의미다.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운명은 5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5년 이내에 사망하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약할수록 3대 세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ㆍ미 양국은 3대 세습이 성공할 경우, 지배 엘리트의 분열 등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3대 세습이 실패할 경우의 위기대응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북한의 불확실성과 이에 접근하는 한ㆍ미 당국의 신중한 자세의 중요성은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북한 권력승계와 동북아시아’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은 “북한은 핵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국가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인도 식’ 딜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이를 제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비로소 원하는 체제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