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얻어맞고도 또 그냥 퍼주자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6일 오전,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대북 쌀 지원을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쌀지원을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내 쌀 적정 보유량이 72만톤인데 현 정부는 150만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은 물론 농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북 쌀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대북지원을 원한다면 쌀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충분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이 천안함 문제에 대한 사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쌀 배분 투명성이 녹록치 않다.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국내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3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듯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조사에 따르면, 391명(78.2%)이 한국 및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받아본 적이 없다', '받은 경험이 있다는 106명 중에서도 29명(27.4%)은 지원 식량의 전부나 일부를 '반납했다'고 답했다. 또, 외부 지원 식량이 누구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군(73.6%), 당 간부(69%), 정권기관(48.8%), 평양 특권층(38.8%) 순으로 중복 응답했다.

특히 취약 계층인 아동에게 돌아갈 것이란 답변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 지난 해 푸른 바다를 누비던 젊은 영혼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물론, 느닷없이 연평도를 포격해 국민들을 살상하고 공포로 몰아넣었던 집단에게 과연 선심 쓰고 싶은가?

금강산 관광길에 나섰다가 북한군에 피격돼 이승의 사람이 된 故박왕자 씨는 어떤가? 당시 정부는 물론,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입에 침을 튀겨가며 북측을 비난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북측의 불시 공격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피해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북의 공격이 터지고 난 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아픔이 잊혀질 무렵만 되면 항상 대북 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의 대북 주장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때를 기다려 왔다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운명을 달리한 망자(亡者)들과 그의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이같은 '대북 쌀 지원' 요청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