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북 삐라 살포 제재, 정부가 발 벗고 나설 일 아니다.

정부가 통일부, 경찰청 등 외교안보 유관부처 국장급 회의를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삐라 살포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법’적인 범위 내에서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궁색한 ‘법’적인 근거까지 들추며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제재 하려는 처사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더 나아가 바람직한 남북관계 재정립과 일관된 대북정책 구사 차원에서도 옳은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자신들에게도 가장 절실한 ‘개성공단 폐쇄’ 협박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외부정보에 취약한 자신들의 체제불안에 대한 두려움과 한국 정부의 못 마땅한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의 건강이상에 대한 소문이 주민들에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북한 정권이 삐라 살포를 막아 체제불안 요소도 제거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틀을 바꿔 놓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국 정부가 이를 잘 안다면 북한의 의도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 당국에 큰소리는 못 칠지언정 오히려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북한의 장단에 발 맞춰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고, 당신들은 왜 남한 대통령에 대해 ‘역도’라느니 갖가지 험악한 표현을 쓰며 비방하냐고, 왜 애꿎은 개성공단 폐쇄 협박을 들고 나오냐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정부가 압박한다고 해서 민간단체들이 삐라 살포를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법적인 처벌근거가 궁색한 조건에서 정부의 일련의 행보는 오히려 민간단체의 반발만 키울 뿐이며, 우리 사회 내 여론갈등만 조장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남남갈등을 바라는 북한정권의 ‘대한민국 정부 길들이기’에 굳이 맞장구 쳐줄 이유는 없지 않는가. 진정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전념 하겠다면 민간단체에 자제를 권고하는 정도이면 되지 법적 처벌 운운하는 것은 빗나간 처사이다. 정부는 민간단체 활동의 제재에 나서기 이전에 북한정권을 설득하는 게 선행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2008년 11월 20일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