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networking: 제네바 제 56차 유엔인권위원회 NGO 토론회

"ASIANS AGAINST IMPUNITY" 참관기


북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소식 못 들었나
NKnet: 인권문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제기해야

배낭여행식 제네바 탐방

NKnet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6차 유엔인권위원회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홍보팀장과 사무국장, 영어에 능숙한 회원 한 사람이 릴레이식으로 참석해서 국제캠페인을 위한 기반 조성작업에 들어갔다. 쌀과 김치에 각종 반찬까지 싸들고 값싼 유스호스텔에서 묵으면서 강행군한 배낭여행식 북한인권실상 알리기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제네바를 기반으로 한 유수한 NGO그룹과의 교류, 중국의 왕단, 말레이시아 부통령 안와르의 딸 등을 비롯한 아시아 인권운동가들과의 만남, 북한의 NGO참가자를 자칭하는 인사와의 언쟁까지 NKnet의 20일간의 제네바 여행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여기서는 4월 11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유엔회의장 내에서 있었던 아시아 인권 운동가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토론회 전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회의의 공식 명칭은 [독재자 불처벌에 반대하는 아시아인들(Asians against impunity)] 이다.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Human Rights League:FIDH)과 베트남인권위원회(Vietnam Committee on Human Rights)가 주도해서 연 이 회의에는 중국, 미얀마, 홍콩, 북한, 티벳, 베트남의 문제에 대하여 연사들이 초청되었고, 한국의 NKNET에서는 오종식 사무국장이 참석하여 북한인권문제를 주제로 연설하였다. 참가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Patrick Baudouin(President, International Federation of Human Rights, (Fidh))
·T.C. Tethong (Foreign Minister, Tibetan Government in Exile)
·Vo Van AI (President, Vietnam Committee on Human Rights & Fidh Vice-president)
·Law You-kai (Director, Hong Kong Human Rights Monitor)
·Khin Ohmar (Women's league of Burma)
·Oh Jong-shik (Secretary General, Network for North Korean Democracy and Human Rights)
·Marie Holzman (Sinologist,Board member of Human Rights in China)
·Penelope Faulkner (Moderator: Vice-President, Vietnam Committee on Human Rights)

우리는 이 회의를 준비하기 위하여 이틀전부터 연설문 작성과 발표 연습에 들어갔다. 처음해보는 국제 토론회 영어 연설이었기 때문에 수 차례에 걸쳐 연설 연습을 해야 했다. 녹음기에 자신의 발음을 녹음하고 어색한 부분은 스스로 교정하는 노력을 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통역은 우리 단체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 프랑스 유학생이 하기로 하였다. 그 학생도 국제 회의 통역이 처음이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발표 때는 통역을 쓰지 않고 질의, 응답 시간에만 통역을 쓰기로 하였다. 그리고 예상 질문을 선정해 이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예상 질문은 세 가지였는데 첫째, 우리 발표 내용의 진실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이고, 둘째는 정상회담과 인권 문제와의 관련성에 대한 것, 셋째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것이었다. 뒤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놀랍게도 예상 질문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실제 토론회장에서 제기되어 통역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답변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통역을 맡은 유학생은 우리가 과거 대입 시험 찍기 세대여서 역시 예상 문제는 잘 찍는다고 농담같은 칭찬을 했다.

평양시 소문동 인권연구소의 NGO운동가?

북한 대표단은 우리의 토론회 참여와 연설을 토론회 4일 전인 4월 7일(금요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 토론회를 알리는 공식 포스터가 붙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요일 오후부터는 본회의장에는 가지 않고 기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기자실 중심으로 움직였다. 기자실은 본회의장과는 꽤 떨어져 있다. 기자실 주변에서 화요일 토론회를 주관하는 Penelope Faulkner여사를 만났다. Faulkner 여사는 북한 대표 한 사람이 찾아와 우리의 발표를 중지시켜 달라는 부탁을 공식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여태까지 유엔회의에 참석하면서 그런 부탁은 처음 들어본다면서 그 북한 대표의 영어로 된 명함을 보여주었다. 주소는 북한 평양 중앙구역(Central district) 소문동 1번지(Somundong 1) 인권연구소(Institute for the research of human rights)로 되어 있었다.
토론회가 있는 화요일 오전에는 북한 대표단들이 우리를 찾기 위해 총출동되었다고 한다.

마침 그날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한국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오전부터 북한 대표들이 우리의 연설을 저지하기 위하여 유엔회의장 전체를 샅샅이 뒤지며 다녔다고 한다. 회의 주최측인 베트남 인권 단체의 한 간부에게도 토론회가 있기 몇 시간 전 다시 찾아와 우리를 빨리 만나게 해달라면서 ‘만약 그 연설이 있게 되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을 하고 갔다고 한다.

우리는 북한 대표단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토론회가 있는 날 오전에는 본회의장 근처에 가지 않았다.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론회 시작 직전에 세미나장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참사관이라는 사람과 자칭 NGO 운동가라는 북한인 두 사람은 연설을 하는 오종식 사무국장을 찾았고 오 사무국장에게 다가가서 영어로 “오늘 발표하는 오종식 선생이 아니냐”고 물어 왔다. 다음은 오사무국장과 자칭 북한 NGO 참가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오선생. 어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죠?”

“물론 들었습니다. 우리도 바라던 바였습니다”

“근데 인권 얘기 같은 것 하면 됩니까?”

“우리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합니다.”

“선생이 잘못 얘기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시죠? 역사적 지탄을 받을 것이고, 그 후과는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상부 얘기는 제발 마시오”

60명 정도의 사람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북한 참사관과 자칭 NGO 참가자(항상 참사관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등 북한 대표 2명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회의는 한 발표자마다 짧게는 6분, 길게는 12분 정도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오사무국장이 마지막으로 발표하게 되어 있었는데, 다른 발표자가 발표하는 사이 북한의 두 사람은 미리 배포된 NKnet의 연설문을 체크하고 토론하면서 반박 연설문을 만드는 것이 보였다. 각 나라 대표들의 발언이 끝나고 드디어 NKNET 오종식 사무국장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발표하는 동안 청중들의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대표단들은 그 내용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듣고 있었다. 물론 북한 대표들은 익히 아는 내용이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었다.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총살형, 교수형, 심지어 화형의 구체적 사례와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었으니까 말이다.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 대표들은 항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북한의 참사관이 벌떡 일어나 "hold on, hold on”하면서 정회를 요청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훨씬 충격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별 강한 내용이 아닌데 정회를 요청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로서는 그게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를 오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발표 후반쯤에 들어서서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이 거명되자마자 흥분하고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보는 Mrs. Faulkner 여사는 일언지하에 북한 대표의 정회 요청을 거절했다.
할 얘기가 있으면 토론시간에 하라는 것이다. 일순간 회의장은 그 북한 사람들에게는 의혹과 불만의 시선을, 반대로 NKnet 발표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었다. 오사무국장의 연설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엔인권위 회의에 2주 동안 있으면서 다양한 회의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처럼 큰 박수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깜짝 놀란 우리들도 덩달아 신나게 박수를 쳤다. 아마 이렇게 큰 박수가 나온 데는 북한 대표단의 몰상식한 행동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 같았다.

줄기차게 질문을 요청하는 북한측 참가자에게는 딱 한번 마지막으로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들은 질문 대신 토론회 중 내내 준비했던 반박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일장 연설은 두 문장도 채 끝나기 전에 주최측의 제지를 받았다. 결국 간단한 질문 한가지만 허용되었다. 북한 대표부의 질문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옮겨보자.

북한 : 남한이 일정한 민주주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는데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NKnet :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가 공개적으로 토론된다. 과연 북한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가. 중요한 것은 우리 한국인들은 정부와 대통령의 잘못에 공개적으로 저항해 왔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는가. 당신네 정부와 소위 위대한 지도자 동지에게 말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이렇게 회의는 끝났다. 많은 참석자들이 우리에게 박수로써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인권운동가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 대표들이 우리 발언 내용에서 트집잡은 것은 오직 김일성, 김정일 비판에 대한 것 밖에 없고, 우리가 밝힌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적극적 부인을 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의 주장이 구체적이어서 반박할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나중에 찾아온 북한측 인사가 “제발 상부(김정일)는 언급하지 마시오" 라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지고 갔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부 몇몇 나라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유럽권에서 온 참석자들은 더더욱 그랬다. 따라서, 이날 우리의 연설은 그들에게 깊은 충격을 던져준 듯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인권문제의 심각성은 그 자체의 심각성보다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데에도 있지 않을까. 희망적인 것은 북한의 상황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확대시켜나가는 작업일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