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북한 인권 NGO(2): 북한인권문제 세계화의 기수
북한인권시민연합(www.nkhumanrights.or.kr)

한반도를 비롯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평화와 화해분위기로, 자못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반동’적인 처사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만나서 그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든 간에 아직까지 북한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제 죽을 사람은 다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아사자가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서글픈 얘기를 들어야 하는 작금에도 북한의 인권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니,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인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나 주저앉아 지켜보기에는 북한의 현실은, 아니 구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너무나 다급하고 심각하다. 개선될 줄 모르는 식량난, 무너지는 사회시스템,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고달픈 하루하루의 삶은 북한 주민들을 하루가 다르게 도덕과 인간성의 상실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의 북한 인식은 보통의 국민들에겐 가십거리이고, 정부 혹은 북한관련 학자나 통일운동단체들은 북한정권의 이러저러한 정책에 대해 논하기는 좋아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과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유엔이나 세계의 인권단체들이 북한인권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특히 앞장서야 할 정치인, 민주인사, 인권단체에서 더더욱 침묵하고 있으니 아연실색(啞然失色)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지일관 북한동포돕기와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약칭 북한인권시민연합)이라는 단체가 바로 그 곳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국제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전 한국지부장을 역임한 윤현씨를 대표로 80여 명의 사람이 모여서 지난 96년부터 북한인권운동을 해 온 곳이다. 주로 러시아의 탈북 벌목공,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민, 북한의 강제수용소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언론, UN, 국제사면위원회, 국제인권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알리고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 회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향후 이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틀을 마련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에도 12월에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연대의 틀을 한 단계 높여 나갈 예정이다.

이외의 주요 활동으로는 국내에서 북한인권의 개선을 위해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월 1회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 계간지 [생명과 인권](한·일·영어)을 발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의 경험과 활동의 조직적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돕기대학(원)생 자원봉사단도 활성화되어 있다. 누구나 이 단체의 회원이 되면 이러한 활동과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계간지 [생명과 인권]

[생명과 인권]을 살펴보면 북한의 인권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가 잘 나타나 있다. 인권을 정치적 필요와 이해관계가 아닌 누구나 가져야 할 보편적인 사람의 권리로 파악하고, 그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한 북한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 학자들과 여러 인권단체의 노력을 [생명과 인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 현지의 탈북자들의 근황과 무엇보다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볼 수 있다. 특히 [생명과 인권]은 일어와 영어로 번역되어 북한인권문제에는 관심이 있으나 자료가 부족한 해외의 인권단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생명과 인권]의 꾸준한 발행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있는 세계의 인권단체들에게 귀중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제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의 개최에 큰 기여를 하였다. 물론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홈페이지(http://www.nkhumanrights.or.kr)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의 통일

독일 통일이 벌써 10주년이 되었지만 동서독 주민들의 불신과 갈등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남북한에 비추어 비교적 교류가 활발하고 문화 등의 차이가 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진정으로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기치 아래 먼저 남한에 온 탈북자들과 함께 남북주민 함께 살아가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북한이탈주민들 중, 특히 아동·청소년·청장년을 중심으로 이들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고, 한국 국민으로서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취지로 <북한이탈주민돕기대학(원)생 자원봉사단>을 구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일시대를 살아갈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이 1999년 7월에 개원되어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 등을 맡고 있지만, 남한 내에서 새로운 직업이나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봉사단은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는 주말시간에 컴퓨터·영어를 비롯하여 아동학습지도·직업 및 여성의식 향상프로그램 등으로 교육내용을 보완함과 동시에 인생 및 진로를 상담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가정방문 교육상담팀을 운영하여 매주 1회 이상 직접 방문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겨레 통합교실 운영 등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언제든지 사무실을 찾아와서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면서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이해하고 그들과 생각을 나누며 또한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앞으로 남북한의 통합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들이 제기될 것인데, 누구보다도 북한 주민들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만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활동은 기대되는 바가 많다. 이들의 노력에 큰 공감을 표하며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