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 dream we were conceived in will reveal a joyful face / And the world we once believed in will shine again in grace / Then, why do we keep strangling life, wound this earth, crucify its soul / Though it's plain to see this world, this heavenly be God's glow..." (... 그럼 우리가 간직해온 꿈들이 기쁨의 얼굴을 내비칠 거에요 / 그리고 우리가 믿어온 세상이 은총으로 빛날 거에요 / 그런데 우리는 이 세상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빛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 왜 삶을 억압하고 세상을 상처 입히고 영혼을 괴롭히나요 ...)

이 노래는 마이클 잭슨 4집 <Dangerous>에 수록된 노래 「Heal the world」 중 한 소절이다. 혹시 이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도 'For you and for me...'라는 후렴부를 들으면 어디서 한번은 들은 적이 있는 노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We are the world」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이 노래는 제목과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세계의 평화와 기아해결, 민주주의와 인권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마이클 잭슨을 사회 참여적, 혹은 저항적인 뮤지션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슈퍼볼 하프타임에 수만 관중이 카드섹션을 벌이며 감동했던 이 노래는 제 3세계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불어 일으켰으며, 힐더월드 평화재단을 만들어내는 산파 역할을 하였다.

통키타로 노래한 자유와 평화

우리나라가 기나긴 군사정권의 암흑으로 들어서던 1960년대, 미국에서는 민권운동의 바람이 북미 전역을 휩쓸고 있었다. 백악관에서는 존 F 케네디가 뉴프론티어를 제창하고, 거리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백 평등의 깃발을 흔들며 ‘I have a dream’을 외치고 있던 때,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하나가 있다. 밥 딜런(Bob Dylan). 그는 통키타 하나를 들쳐 멘 채 무대 위에 올라 반전, 반핵, 인권 등 사회적 메시지가 물씬 담긴 노래들을 쏟아 놓으며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평화의 이상을 심어 주었고, 저항적 히피문화의 전위투사임을 자처했다.

'포탄이 영원히 추방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전장을 날라야 하나.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하나. 그 대답은, 친구여,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

국내에서도 꽤 많이 불려졌던 이 곡에는 소외된 이들의 눈물과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딜런의 저항정신이 드러나 있다. 동시에 바람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어 있다. 딜런은 이외에도 「Master Of War」, 「A Hard Rain's Gonna Fall」 등의 노래를 통해 전쟁을 부추기는 위정자들과 핵전쟁의 공포를 그렸다. 이것은 그의 심경일 뿐만 아니라 당시 젊은이들의 가장 일반적인 정서이기도 했다.

샹송의 앙가주망

우리는 흔히 샹송이라고 하면 혀가 굴러가는 프랑스어로 된 감미로운 사랑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샹송의 뿌리 깊은 전통 중의 하나가 ‘앙가주망(사회참여)’이다.

“대통령 각하,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오 / 만약 당신이 시간이 있다면 읽을지도 모를 / 나는 징집 영장을 받았소 / 수요일까지 전쟁으로 떠나라는 / ... / 나는 불쌍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 태어난 것이 아니오 / 당신을 화나게 하고 싶지는 않소 / 하지만 나의 결정은 단호하오 / 나는 탈영할 것이오 / ... / 브르타뉴에서 프로방스까지 / 프랑스 전국의 도로에서 / 나는 사람들에게 외칠 것이오 /명령을 거부하라 / 전쟁에 나가지 말라 / 징집을 거부하라 / ...”

이 글은 시위대가 뿌린 선언문도 아니고 반전주의자의 항의 서한도 아니다.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와르와 함께 전후 지식인의 거리로 알려진 ‘생 제르맹 데프레’를 주름잡던 작가 보리스 비앙의 ‘탈영병’이라는 제목에 붙은 시다. 그리고 이 시는 그 자신이 직접 불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대중적 저항 가요이기도 하다. 샹송의 앙가주망을 이야기할 때 '빨치산의 노래'(1943)와 함께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되는 이 노래는 54년 식민지 베트남에서의 항불 전쟁이 마감되고 알제리에서 독립 기운이 들끓기 시작하던 시기, 식민지를 지키고자 하던 드골 정권을 강타한 폭탄이었다. 결국 이 노래의 대의는 엄청난 음반 판매량이 증명하듯이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이내 가장 대중적인 국민 가요 중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중을 움직이는 노래의 힘

발해학을 전공하는 어느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다음 학기 자신의 과목을 수강신청한 학생들이 예년의 몇 배에 이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원래 발해학이 별반 역사상 사료도 없어 이른바 ‘개척기’에 있는 학문인 관계로 역사학과 학생 이외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비(非)인기과목이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일순간 ‘인기과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행정상의 무슨 착오가 있나 싶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알아보니 바로 '서태지' 때문이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댄스그룹이 부른 ‘발해를 꿈꾸며’라는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덩달아 발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그 교수는 ‘대중가요의 위력을 실감했다’며 갑자기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행복한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대중을 움직이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대중 가요의 힘인 것이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우리에겐 70년대의 김민기가, 80∼90년대의 그토록 많은 노동 가요가 있었다. 학교 뒤편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서럽게 불러대던 「아침이슬」은 80년대 대학가를 대변했던 노래였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님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 마음의 부채였던 「광주」를 생각하게 하는 노래였으며, 흩어지고 흔들리면 죽는다는 「총파업가」는 지금도 노동자들의 쟁의 현장에서 애창곡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독재정권을 뒤흔드는 멜로디가 되자

불의가 있고 저항이 있는 곳이 있다면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워 억눌린 자들의 비참한 삶을 노래했던 뮤지션들, 그들은 음악을 무기로 아프리카 난민과 함께 했고,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함께 했고, 식민지 나라들의 독립 운동과 함께 했다. 그런데 눈길을 돌려 북한을 보자. 90년대 초반부터 수백만의 북한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에 쓰러져 갈 때 그 많은 뮤지션들은 무엇을 노래했나. 지구상, 인류역사상 어느 시기에도 찾아볼 수 없는 독재정권이 수백만의 무고한 인간을 학살하고 있을 때, 이 땅 저항의 마음들, 사랑의 마음들은 어디에 가 있었나. 행여 우리는 조그만 악(惡)에는 심각하게 분노하면서 너무 커다란 악에는 주눅들고 용인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간절한 인류애적 메시지가 지구상에 메아리칠 21세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