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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일 체제가 군사를 우선 시 하는 것을 가리켜 ‘김정일의 선군정치’라고 부르며 이를 찬양하고 있다. 북한은 1일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의 정치분야에서 ‘붉은기 노선을 다그치는데 있어서 기본은 선군혁명 노선을 튼튼히 틀어쥐는 것’이라며 김정일 시대의 정치이념인 ‘붉은기 사상’과 ‘선군정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였다. 붉은기 노선이라는 것은 주체사상에 ‘사회주의에 대한 필승의 신념’과 ‘수령 결사옹위’라는 구호를 덮어씌워 만든 통치구호에 불과한 것이지만, '선군정치' 구호는 김정일 시대의 특유의 정치체제라는 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할만 한 것이다.

신년사에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승리와 국제적 위상강화를 선군영도의 결과라 칭송하며 그 정당성을 확인시켰다. 또한 선군정치야 말로 우리 시대의 영원한 전략적 노선이며 사회주의 건설의 만능의 보검으로 강조하고, 그의 정치적 치적을 모두 선군정치의 결과로 선전하고 그 위상을 제고하였다. 북한의 언론들은 ‘선군정치는 영도자 김정일 동지 특유의 정치방식이며 김정일동지의 정치는 선군정치로 특징지어지고 있다’면서 선군정치란 말 그대로 ‘군대를 중시하고 그를 강화하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군정치는 광폭정치(廣幅政治 : 폭이 넒은 정치), 인덕정치(人德政治 : 인민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기반한 정치)와 같이 김정일의 사업 폭과 인간적 면모를 미화시키는 단순한 통치 스타일이 아닌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특징적인 통치방식으로 보여진다.

이 ‘선군’이라는 용어는 『노동신문』이 김일성 사망 3주기에 즈음하여 발표한 기념논설(97년 7월)에서 ‘선군후로(先軍後勞)’라는 용어로 최초 사용된 것으로, 이후 군 중시 통치가 군사국가체계로 자리 잡으면서 '선군정치', '선군혁명 영도체제' 등으로 변형되어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선군정치에 대해 ‘선군정치 방식은 군사선행의 원칙에서 혁명과 건설에 나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 사회주의 위업전반을 밀고 나가는 영도방식으로 혁명의 미래를 담보하는 정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군을 앞세운 정치라는 선군정치는 인민군대를 권력의 핵심으로 배치하여 충성심을 유도하고 정권의 안정을 노리면서 군을 통한 주민 통제와 동원을 더욱 강화하는 통치방식이라 규정할 수 있으며, 이것은 유일 자원인 군대를 통해 대외적 위상제고와 경제적 실리추구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은 지난 93년 4월9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군 통수권자인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으며, 98년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국가 최고위 직책으로 권한이 강화된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 됐다. 김정일은 94년 김일성 주석 사후에 핵심계층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하여 군부핵심 실세의 당 서열을 10위 권의 상위서열로 부상시켰으며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국방위원 전원을 권력서열 20위 내에 포진시켰다.

98년 7월 26일 실시된 제 10기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총 687명의 대의원 중 군부인물이 107명을 차지했는데 이는 제 9기의 57명에 비해 약 2배 증가된 숫자이다. 김정일은 이러한 군 우대를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군의 사기진작과 충성심을 유도하고, 군부는 김정일의 총대이자 열렬한 충성분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할 것이다.

군대가 김정일의 군대로서 정치·군사뿐 아니라 경제, 농업, 철도, 치안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군 자체적으로 방대한 규모의 제2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징적인 조치로 신년사 공동사설에서 정부기관지인 『민주조선』이 빠지고 군사 신문인 『조선인민군보』가 참여하였고, 주민감시조직을 예전의 국가보위부 중심에서 인민군 보위사령부로 옮겨오면서 군 우대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북한의 선전대로 사회주의 필승의 만능 보검으로 작용할까? 군대라는 것이 외부세계로부터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개혁개방이라는 생존카드를 선택해 경제건설을 선도하기에는 마인드와 능력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사회주의 재건에서 그 한계가 자명한 북한의 선군정치가 북한정권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완화될 것인지, 위기관리체제로서의 군에 의한 국가관리가 지속될 것인지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처럼 다변적인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