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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가시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청년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독일에서도 시위에 자주 참여했으며 그러다가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인권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북한주민에 대한 구호활동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에는 1998년 7월에 독일긴급의사회(German Emergency Doctors) 소속으로 파견되어 의료활동을 하다가 북한 당국에 의해 비자연장이 거부돼 작년 12월 30일 북한을 떠났습니다. 그 전에 이미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고 특히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평양 방문시 서방기자들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가 독일 정부의 항의로 추방을 면한 일도 있어서 저는 비자연장 거부를 북한 당국의 추방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며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이 받아준다면 다시 북한에 가서 일할 생각입니다.

북한당국이 선생님을 추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 판문점 시위의 동기는?

- 처음 북한에 갔을 때는 좋은 관계였습니다. 해주에서 어떤 북한 주민이 크게 화상을 입어 피부이식 수술을 할 때 나와 한 프랑스인이 피부를 제공한 적이 있는데 이 일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로부터 친선메달을 받았고 이로 인해 제지를 받지 않고 북한의 광범한 지역을 다니며 실상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현실이 너무나 비참한 것을 보고 인권문제를 거론하게 되었는데 서방측 기자들을 안내해 실상을 알리려 했습니다. 북에 있을 때 인권상황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나로서는 북한의 친구로서 내가 보고 느낀 바를 솔직히 얘기해 줌으로써 나치수용소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한 민간인 의사로서의 내 입장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폴러첸씨는 '카프 아나무르 위원회 북한주재사무소 책임자 폴러첸씨와 이 사무소 성원 프랑소아 라르게씨에게 친선메달을 수여한다'는 내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된 99년 8월 13일자 수여장과 친선메달을 보여주었다. 함께 보여준 북한잡지 {조선}에는 친선메달 수여 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양형섭과 두 사람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관련기사가 수록되어 있었다.)

가보신 지역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 평양을 비롯해서 해주, 회령, 신의주, 남포, 개성, 묘향산 등을 방문했으며 금강산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동북쪽 국경지대와 서해안 해변지대도 통제가 심해 가보지 못했습니다. 주중에는 황해도 해주 등지에서 주로 일했고 주말에는 평양에 가 있었습니다. 여러 지역을 이동해 다니면서 의료활동을 했는데 청진에 갔을 때는 그곳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프랑스 의사들을 만났으며 그 후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해 그곳 상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들한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곳에서 폭동이 일어나 무자비하게 진압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이라서 나는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아졌다는 보도도 있는데?

- 평양에 사는 고위관리들의 생활은 확실히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민층 사이에서는 기아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전기는 평양에만 들어오고 그것도 가끔 정전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지역에는 전기도 수도물도 석탄도 공급이 안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외국인들이 묵고있는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공장들은 거의 서있는데 함흥에 갔을 때 보니 가동되는 공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의 구호단체에는 어떤 단체들이 있습니까?

- 우선 UNICEF를 들 수 있고 그밖에 OXFAM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NGO를 합해 모두 8개 단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 의한 활동제약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북한 당국에는 외국의 NGO를 상대하는 위원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NGO활동을 통제하는데 외부에서 온 구호물자도 그들이 받아서 분배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10여 군데 병원에서 일했는데 작은 병원의 경우는 우리들이 스스로 일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큰 병원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지역을 방문할 때는 보통 1주일 전에 신고하고 가는데 가보면 북한 당국에서 미리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은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억압이나 감시정도는 어떻다고 느끼셨습니까?

- 편지나 전화는 모두 감시받고 있으며 사람들은 항상 겁먹은 표정이었습니다. 대화도 할 수 없고 어디를 가면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억압의 정도가 과거 동독의 독재체제보다 훨씬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1년 반 동안 머물면서 김정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으며 존경의 표현은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존경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며, 공포심에서 그런 식의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평소에 주변의 감시를 너무나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요. 북한 주민들은 두 살 때부터 체제선전교육을 받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성'에 대해서 배웁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정일을 비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 안내원이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제하고 또 당국에서 실상을 은폐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병원이나 고아원 등에 갔을 때 북한 주민들이 겁에 질려있는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구호활동을 하러간 나로서는 이런 조건에서 그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고 단지 추측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징후는 못 느끼셨습니까?

- 정상회담 당시 외국인으로선 유일하게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평양시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물론 친선메달 덕분이었는데, 거리에는 합의문 내용과 김대통령, 김위원장의 사진이 굉장히 많이 나붙어 있었습니다. 환영행사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말 정상회담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주민들 표정이 전에 없이 밝았습니다. 추측컨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내부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기뻐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혹시 남한의 경제지원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일까요?

- 경제지원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테지만 그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구호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정치적 성격의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북한 사회는 너무나 억압과 부정의가 심한 사회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번은 길가에 군인이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서보니 맞은 상처가 많아 고문을 받아 죽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인을 조사하려 했더니 당국에서 막았습니다. 사진도 물론 찍을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인권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친선메달 덕분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아 신분이 많이 보장된 상태였고 그래서 솔직하게 지적하면 나의 비판이 조금은 수용이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친구'로서 내 당연한 도리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북한 당국을 어렵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비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북한에 영향을 미칠 외부 요소로는 국제사회의 각국 정부, 남한 정부, 민간의 인도주의 단체 등이 있겠지요. 나는 북한에 들어가서 일하는 구호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체들은 북한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외교적인 처신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충분히 이해돼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경제지원과 교류·왕래 등을 통해 북한의 내부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서방국가들은 북한 당국에 인권상태 개선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함께 보조를 맞춰 인권상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에 어떤 활동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 현재 BBC, CNN, SBS, KBS, 워싱턴타임스 등 국내외의 많은 언론과 인터뷰가 예정돼 있습니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 동안에 이렇게 언론을 통해 북한의 실정을 알리고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구호품과 돈을 모아 북한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보내는 것이 첫째 목표이고, 그 다음으로는 북한 당국에 인권개선의 압력을 넣으려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 장기적으로는 물론 한반도가 통일이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하겠지요. 저는 반드시 통일이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북한 주민의 인권상태의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에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과 인권운동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르포를 쓸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을 위해 힘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