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학생>은 이번 호 Keys부터 고정란으로 운영됩니다.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실현을 위한 대학생들의 목소리,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아낼 것입니다. 이 공간은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Keys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대학생들의 중국 답사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고려대, 충남대, 전북대, 전남대, 신라대 등에서 새로운 통일운동을 고민하는 대학생 13명이 지난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6박 7일간 중국 국경지역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이 보고 느낀 추억들이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실현, 통일을 위한 한 걸음으로 커나갔으면 합니다. - 편집자 註

--------------------------------------------------------------------------------

중국현장답사를 다녀와서

임흥순 (원광대 92학번, 중국현장답사단장)


겨울평화캠프 워크숍에 즈음하여 추진된 이번 중국현장답사는 참가자들의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여행길이었다. 생전 처음 한국 땅을 떠난다는 것, 매스컴을 통해서만 전해듣던 사회주의 종주국 땅에 들어간다는 것, 학생시절 통일운동을 하며 머리 속에서만 감상하던 북녘 땅을 멀리서나마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현실로써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날 밤, 서울에서 중국으로 출발하기까지 이 프로그램을 살펴주시던 김선생과 YUN(청년통일네트워크) 동지들은 우리 참가자들의 중국현장답사 복장을 걱정하며 출국 전날을 함께 보내주었다. 당시 중국 겨울 현지기온은 영하 35∼36도를 오르내렸으니, 평소 멋부리기 좋아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헐렁한 옷차림에 걱정의 눈길을 보내기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현장답사 첫째 날, 설마 했던 답사 참가자들의 추위걱정은 중국 심양공항에 내리자마자 매섭게 몰아치는 만주벌판의 칼바람 앞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체감온도 영하 40도를 능가하는 강추위 속에서 답사참가자들은 현지 프로그램 가이드 문선생과 함께 심양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고궁을 둘러보고 다음날 있을 답사지인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위해 장장 14시간에 걸친 안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새벽어둠이 가시기도 전 졸린 눈을 비비며 목적지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중국의 아침 찬으로 죽 한 사발을 마시고 난 후, 현지 가이드 이선생이 우리의 알량한 여행복을 걱정하여 대신 준비해온 무장 방한복(알록달록한 스키복)을 챙겨 입고 꿈에도 그리던 백두산(중국명칭은 장백산이라고 함) 산행길에 올랐다. 대여한 버스를 4∼5시간 타고 이동한 우리는,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산의 장대하고도 웅장한 모습에 영하 30도의 추위도 잊은 채 장관을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대하게 펼쳐진 백두의 산자락으로 흐르는 온천수와도 같은 천지폭포는 그 무엇으로 형언할 수 없으리 만치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눈으로 뒤덮인 백두산 자락의 빼어난 용모에 감탄과 찬사, 그리고 만주벌판 독립혁명가들이 민족의 운명을 두 어깨에 걸머지고 올랐을 이 혁명의 성산에 올라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린 다음 목적지인 중국 화룡시를 향했다. 참가자들의 오락과 재치를 벗삼아 우리의 중국 현장답사 둘째 날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중국현장답사 셋째 날, 우리가 이른 아침부터 식사도 거른 채 새벽공기를 가르고 도착한 곳은 두만강변 상류지역. 화룡시 조선족 마을 로과진과 불과 20여 미터의 개울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세관교역을 한다는, 북녘 땅 대흥단 신전리가 보이는 숭선진이라는 곳이었다. 눈 덮인 산자락을 돌고 돌아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북녘 땅 무산시와 작은 마을!!!

이미 바닥난 동포들의 식량과 희망을 보듯 모든 산은 나무 한 그루 없었고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즐비하게 늘어선 이름 모를 수백 수천의 아사자들의 무덤이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었고, 온기가 돌아야 할 이른 아침 가정집들의 굴뚝은 살을 파고드는 냉기가 에워싸고 있었다. 처참한 광경에 쓰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뒤돌아 설 즈음,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한 곳은 아사자들의 공동묘지 바로 밑, 좌우로 300평방미터 울창한 나무가 빼곡히 드러선 곳에 새겨진 구호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세'였다. 이 무슨 빌어먹을 소리란 말인가...

참담한 북녘의 현실에 대한 감정을 애써 짓누르기 위해 아침 찬으로 준비한 중국 쓴 소주에 잠시 잠깐 쓰린 속을 달래며 북녘 탈북 난민들이 식량을 찾아 헤매었을 산과 골짜기를 굽이굽이 지나 청산리 전투터를 돌아보았다. 해질 무렵에는 망국의 한을 씻기 위해 일생을 바친 대종교 3인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중국현장답사의 3일째를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중심도시 연길에서 마무리하였다.

중국현장답사 넷째 날, 우리 참가자들은 연길을 벗어나 용정시 외각에 위치한 민족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용두산 자락 일송정에 올라 만주대륙을 호령하던 발해의 젖줄 해란강을 배경 삼아 망국의 슬픔을 달래던 조선인들의 애환을 느끼며 두만강변 중류지역을 향해 바쁜 하루 답사여정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답사한 곳은 두만강변 북녘 땅 유선과 회령시, 그리고 남양이라는 곳이었다. 이곳 붘녘의 마을들과 도시들은 우리가 이미 답사한 어느 도시나 마을처럼 이미 사람들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된 상황으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우리의 답사여정은 많은 만감의 교차를 뒤로한 채 넷째 날을 마지막으로 마치게 되었고 나머지 이틀동안은 그리운(?) 사람들과의 나누기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참석한 우리는 그 동안 오감을 통해 보고 느낀 북녘 땅의 현실을 더더욱 자신의 것으로 담아 가는 시간이 되었고 참가자들의 열띤 자기표현의 장으로 만들어갔다.

온몸의 온기를 빨아들일 듯한 중국연변 만주벌판의 차디찬 냉기는 6박7일간 현장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북녘 땅을 흐르는 애환의 강 두만강 물줄기처럼 내 몸을 휘감아 도는 듯 아직도 감각이 살아남아 있다. 이번 중국현장답사 길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다시 한번 난 북녘 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저 별들 사이로 죽은 자들의 원혼도 스며있지 않을까.

--------------------------------------------------------------------------------

진실과 사실의 중간엔 무엇이 있을까?

김인철 (전남대 01학번)


어렸을 때부터,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머리에 피가 고이기(?) 시작한 순간 진실과 사실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글자 하나뿐인 차이지만 한자의 의미를 보면 眞實의 眞은 '변하지 아니하다'이고 事實의 事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말한다. 물론 전제는 현재이다. 그렇기에 '眞實'이란 영구적인 것이며, '事實'이란 시기적인 것일 것이다. 진실과 사실이란 서로간에 어디에서 종속되지 않는 것 같다. 이유는 그 자체의 의미가 있으며, 그 자체적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문이 이번 중국답사 기간 내내 나에게 답을 요구하는 듯 하였다. 그 의문의 한가지는 변화된 사회주의의 사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하는 것과, 다음으로 직접 느낄 수 없는 북한의 현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북한의 현 상황 또한 진실과 사실이라는 양 축을 함께 고민하면서 말이다. 둘의 차이는 중국은 개방적 사회주의 - 엄밀한 의미에서 사유재산을 인정함으로 이미 사회주의가 아니지만 - 로 접어들었고, 북한은 아직도 폐쇄적 사회주의로 남아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과연 둘의 진실과 사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는 중국의 사실이 개방적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주의를 포기했다면, 북한의 사실은 여전히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폐쇄적 사회주의를 변치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진실이 예전의 사회주의처럼 국가에 종속되지 않은 채 개인의 자유가 보다 확대된 것이라면, 북한의 진실은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체제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사실이 사회주의를 포기하면서 자본적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질서 개념이 사라져 가는 사회라는 점이라면(물론 이는 어떤 특정한 지역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지 모르나, 한 지역적 의미가 전체 지역적 의미를 함께 내포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사실은 국가적 통제에 의해 사회 질서(?)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진실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진실이 개개인의 자유는 확대되었지만, 그 속에서 개인은 다시 자본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면, 북한의 진실은 오히려 식량난을 겪으면서 두 가지 축으로 다시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축은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시범적 개념으로의 처벌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며, 또 다른 축은 개개인의 인간관계에서도 자본적 종속개념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식량난의 위기 속에서 당장 굶어죽지 않기 위해 사회적 질서를 무시하고 다양한 형태의 비합법적 행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정책의 잘못된 편향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두 가지의 차이 속에서 진실과 사실은 사회적 변화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지 모르나 본인이 볼 때는 사회주의를 포기한 중국이나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나 개인의 자유는 또 다른 종속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태를 본다면 북한이 훨씬 더 하다는 점이다.

답사기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중국을 바라보면서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발언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필요성에 대한 제기가 아닌 국가적 종속을 극복하고 북한 주민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의 고민이 먼저 되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이든, 아니면 북한만의 독자적(?) 개혁개방이든 그 답은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또한 사회 리더로서의 원칙이 '주민을 위한, 주민을 의한 사회운영'이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또 다른 종속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방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라면, 개혁은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일 것이다. 북한 지도층이 부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유지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사회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성적 사고를 회복하여 진실과 사실의 중간을 찾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진실과 사실의 중간엔 '인간의 행복'이 놓여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