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 보도를 통해 1987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이재환씨가 정치범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는 먼저 차가운 수용소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을 이재환씨와 그의 부음에 가슴아파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이재환씨는 미국 MIT에서 유학하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유럽배낭여행을 하다 납북되었다. 북한은 해방이후 50년 동안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 위에서 3700여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을 납치하였다. 납치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풀려났으나 아직도 487명(2000년 통일부 추산)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 일본인과 동남아인, 그밖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합치면 실제로 북에 납치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북한의 체제홍보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리고 홍보용으로 이용되었던 사람들도 가치가 떨어지면 수용소로 보내졌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등에 의하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연수 중 여권분실을 신고하러 한국대사관을 찾던 중 택시기사의 착오로 북한대사관에 들어갔다가 북한 공관원에 의하여 강제 납북된 고상문씨, 택시기사로 휴전선 부근에서 북한군에 의해서 강제 납북된 김보겸씨, 1981년 국제회의 참석 차 일본에 출장 갔다가 조총련 조직에 의해 납치되어 강제 납북된 염규환씨, 1991년 7월 유학도중 납치된 정락호씨 등은 지금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이른바 '특별독재구역'이라고 하여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집단 거주시키는 곳으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한 채 일체의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말살하는 인권제로구역이다. 최근 몇 년간 탈북인들의 증언에 의해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의 현실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 이러한 정치범수용소는 현재 위치가 확인된 곳만도 12개 수용소에 20여만 명 이상이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북한이 최근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B규약)에 제출한 2차 이행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마치 생명권과 단결권, 재판권과 출판·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에 진정으로 그러한 자유가 보장되어있다면 어찌하여 방북자들의 주민접촉을 극구 차단하고, 북한 내에서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외국인들을 일방적으로 추방하며, 국제사회가 계속하여 공개를 요구하는 특별독재구역을 이유 없이 숨기려고 하는가. 우리는 북한이 진정으로 인권이 보장되어 있는 나라임을 증명하려면 평안남도 개천 수용소(14호, 18호), 함경남도 요덕 수용소(15호), 함경북도 회령(22호), 청진(25호) 수용소 등을 모두 공개하고, 일체의 독재구역(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덧붙여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납북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국민들이 인정해 주고 있는 것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민의 정부가 될 것을 소망한다.

2001년 2월 16일
(사) 북한민주화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