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에 성난 근로자들이 이 희대의 도망자를 잡겠다고 스스로 수배전단을 만들어 세계 방방곡곡에 붙이고 있어 또 한번 화제다.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은 8개 국어로 된 김우중 수배전단을 제작 배포하였고, 인터넷을 통해 김우중 현상수배 배너광고를 다는 'WANTED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김우중 체포결사대' 라는 것까지 만들어 유럽에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인터폴에서도 김우중씨를 공식적으로 국제수배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르지오 사비오 인터폴 대변인은 한국 사법당국이 김우중씨의 소재파악을 위한 수사공조를 요청할 경우 인터폴이 발동하는 5단계 수배유형(청, 녹, 황, 흑, 적색) 중 가장 강력한 단계인 '적색수배(red notice)'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인터폴의 이 조치가 내려질 경우 수배자가 2년 안에 붙잡힐 확률은 약 50%라고 한다.(인터폴은 3월 8일 김우중씨를 177개국에 공식 수배했다 - 편집자 註)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면 세상에서 가장 가슴 뜨끔해 할 사람이 하나 있다. 역시 이런 자리에 빠질 턱이 없는 우리의 스타 김정일씨. 남한 방송을 보다 보면 지금 김우중씨가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훤히 알고 계실텐데, 이런 소식들 들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뛰고 한숨만 나올까.

대우자동차노동조합에서 발행한 김우중 수배전단에 나와있는 김우중씨의 죄목(罪目)은 이렇다. 『뇌물공여, 20조 공급횡령, 가정파괴, 생존권 위협, 국가경제마비, 부실경영, 정경유착』

자, 이러한 죄목들로부터 김정일씨는 과연 자유로울까? 구태여 국제법이나 인권협약 같은 것을 따지지 말고, 우리는 그저 순수하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만을 놓고 김정일씨의 죄목을 살펴보자

먼저 뇌물공여. 여기에 대해 김정일씨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뇌물을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공여(供與 ; 제공하여 줌)는 아니더라도 수뢰(受賂 ; 뇌물을 받음)는 하늘의 별처럼 많으리라. 해마다 김정일씨 생일이 되면 각 부분, 기관별로 선물 바치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조직되는데,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뇌물주기 경연대회가 아닌가.

<사회주의 형법 제 130조 : 뇌물을 대량 또는 강요하여 받았거나 책임적 지위에 있는 자가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4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뇌물로 받는 돈과 물건은 몰수한다. >

김정일씨, 수용소에서 4년 간 일할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뇌물로 받은 돈과 물건을 다 내놓을 준비도 함께. 그런데 여기서 퀴즈 하나! 김정일씨가 받은 가장 큰 뇌물은? 답은 Keys 6호 (2000년 10월호) 김정일 시리즈를 다시 살펴보시라. 그리고 바로 '그 뇌물'을 인민들에게 돌려주시라.

두 번째로 공금횡령. 우선 '공금(公金)'이라는 개념이 김정일씨에게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 같다. 국가재산을 자기 맘대로 만들었다 부쉈다 하고, 자기 맘에 들면 엄청난 선물을 통크게 내놓는 김정일씨의 행태는 우리가 한두 번 지켜본 것이 아니다. 김정일씨는 이것을 인덕정치, 광폭정치로 착각하셨지만 이것이야말로 공금 유용(流用 ; 남의 것이나 딴 데 쓰기로 된 것을 돌려서 씀)이 아니고 무엇인가.

< 사회주의 형법 제 74조 : 많은 원료, 자재, 자금 또는 특히 중요한 설비 같은 것을 유용, 낭비, 사장하여 인민경제의 정상적인 관리운영에 큰 지장을 주었거나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에 엄중한 손해를 준 자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

그리고 횡령의 부분. 아직 김정일씨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한영의 증언으로 볼 때 스위스 은행 등에 가명계좌로 엄청난 돈을 꼬불쳐 두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여기에 대한 조사는 수사관들에게 맡기고, 일단 김정일씨가 횡령을 했다는 심증(心證)아래 사회주의 형법을 살펴보자.

< 사회주의 형법 제 59조 : 국가기관, 기업소 및 사회협동단체의 위임에 따라 일정한 의무를 실행하는 자 혹은 관리일군이 직무상 또는 의무실행상 자기가 보관 관리하고 있는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을 횡령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대량 또는 중요한 재산을 횡령한 경우에는 3년 이상, 8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

김정일씨, 이번에는 좀 쎄다. 3년 이상 8년 이하란다.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이 김우중씨를 수배하면서 내건 죄목 중의 하나인 가정파괴와 생존권 위협. 기업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의 분노와 원망이 서려있는 부분이다. 대우자동자 근로자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되지만, 가정파괴 범죄 등은 실질적 위해(危害)가 가해지지 않는 한 도덕적 지탄의 대상은 되지만 법적 책임은 묻기 애매하다. 그러나 김정일씨는 이러한 법망을 피해가기가 힘들 것 같다. 특히 김정일씨의 지시아래 파괴된 가정이 어디 한 두 가정이며, 생존권의 위협을 넘어서 '박탈'당한 사람은 수백만에 이른다. 혹시 김정일씨는 이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하여간 김정일씨에게 피해를 본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달라 들어 민·형사상 소송을 걸면 김정일씨는 재판정에 출두하는 데만 수천 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김정일씨는 사회주의 형법 중 이러한 조항에 해당될 것이다.

< 사회주의 형법 제 141조 : 탐욕, 질투, 그 밖의 비열한 동기에서 또는 다른 중한 범죄를 감출 목적에서 또는 잔인하게 혹은 여러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거나 부양간호해야 할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을 죽인 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

김정일씨,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경제마비, 부실경영, 정경유착 부분. '대우'라는 굴지의 기업을 잘못 경영하여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으니 김우중씨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한다는 항간의 뼈있는 농담도 있다. 그럼 이런 일개 기업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한 국가를 잘못 경영하여, 마비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말아먹은 김정일씨는 도대체 무슨 법으로 단죄해야 할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에 철저히 따르기로 했으니, 인민들의 뜻에 따라 다시 형법 조항을 뒤져본다.

아무래도 김정일씨에게는 <제3장 반국가범죄 제1절 국가 주권을 반대하는 범죄>를 적용해야 할 것 같다. 김정일씨는 지난 수십 년 간 수령의 지시는 법이나 어떠한 국가명령보다 우선한다고 입에 닿도록 이야기해 왔느니, 이것이야말로 국가주권을 반대하는 범죄가 아니고 무엇인가. 형법 46조는 <공화국을 전복, 문란, 약화시키거나 그 밖의 반국가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도록 선전선동한자는 7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정일씨는 수령절대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반국가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선전선동이라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