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과연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대개 김정일의 발언, 대외에 발표된 성명 등을 근거로 이런저런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인민들의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간과되고 있는 측면이 많습니다. 아직도 김정일 정권이 외부 언론과 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것을 극력 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최근의 북한 상황, 특히 북한 인민들의 삶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NKnet이 재중 사업가 김영준(가명)씨에게 부탁하여 마련한 면담록입니다. 김영준씨는 수년간 중국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며 많은 탈북인들을 면담한 바 있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에 김영준씨가 면담한 북한 청년은 약 한 달 전(2001년 3월)에 조-중 국경을 넘었으며, 청진에 거주하였습니다. 당부드릴 말씀은, 청진은 북한 내에서도 상당히 '특수한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김정일이 개방특구로 지정할 계획이 있는 곳으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실험장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청진의 상황을 북한 전체의 상황으로 등치시키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오히려 특혜 지역인 청진의 상황이 이 정도면 다른 지역은 어느 정도일까 가늠하는 잣대로 삼을 만 하며, 김정일이 특구형 개방정책 실시를 염두에 두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본문의 내용은 김영준씨가 보내온 원고를 소제목까지 그대로 실었으며, 독자들이 궁금해할 몇 가지 용어나 사실에 대해서만 편집진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앞으로도 NKnet은 북한 인민들의 정확한 현실적 삶을 전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사업상 바쁜 중에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NKnet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주신 김영준 님께 감사드리며, 사실을 전해준 청진 청년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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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청진 인민의 생활

작년 한 해 남북 관계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그리고 정상회담. 연이은 이산 가족의 만남, 북한의 개성 개방 발표,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신의주 개방 검토 등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의 개방을 알리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한편 남한에서는 북한이 진심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개방의 길로 나아가는지에 대해 치열한 격론이 오고 갔다. 김정일의 개방 제스처는 기만이냐 진심이냐를 두고 완전히 여론이 갈리었다. 그리고 이 격론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과연 북한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얻기 위해 조-중 변경 지방으로 가 가장 최근에 넘어온 탈북자를 찾았다. 간신히 2001년 3월 21일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남, 30)를 만나 최근 북한의 생활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청진 출신이라 청진의 사정을 중심으로 함경도 일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함경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인민들의 생활상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이 증언은 북한 사회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증언을 통해 북한의 실체적 진실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배급은 잘 안나오지만 굶어죽는 사람은 없어

먼저 그 동안 북한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식량과 에너지 문제부터 물어보았다.

"요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배급은 잘 나옵니까?"

- 그렇게 잘 나오는 편은 아닙니다. 직장에 따라 배급량이 다른데 한 달에 5일 내지 10일분을 줍니다. 배급은 입쌀(현미), 강냉이, 콩을 주로 줍니다.

"어떤 직장이 배급을 많이 줍니까?"

- 국가에서 특별히 중시하는 기업소에 많이 줍니다. 예를 들어 무산 광산, 청진 제철소, 군수품 생산공장 등입니다.

"그럼 직장이 없어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배급이 없습니까?"

- 예. 없습니다.

"배급을 그것 밖에 주지 않으면 나머지 식량은 어떻게 해결합니까?"

- 각 직장에서는 강연회를 통해 식량을 직장 단위로 자체 해결할 것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직장을 중심으로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곳은 사실상 없고 장마당을 통해서 해결합니다.

"장마당에서 장사하고 거래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됩니까?"

- 아닙니다. 통제가 심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통제가 심해도 장사는 이루어진다는 말입니까?"

- 예, 안전부나 보위부에서 장사하는 것을 통제하러 오면 작은 규모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싸서 다른 데로 달아납니다. 그리고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뇌물을 고여서 장사를 합니다.

"아무튼 통제가 심해도 장마당에서의 거래는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진다는 말이군요?"

- 예, 그렇습니다. 또 과거와 달리 국가에서 운영하는 상점, 식당 등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물건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민들은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물건은 고춧가루, 된장, 마늘 등의 식품, 자전거, 테레비, 녹음기, 냉동기, 세탁기 등도 있습니다.

"장마당 물건은 중국산이 많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 예, 식량을 제외하고 공업품을 이야기하자면 대략적으로 장마당 물건 중 98%가 중국산, 북조선 자체 산물이 1%, 나머지 1%가 일본산입니다.

유엔, 미국에서 들어온 식량도 장마당에 많이 돌아

"식량도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 많죠?"

- 중국에서 들어온 식량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마 작지는 않을 겁니다. 강냉이는 유엔에서 들어온 것이 많습니다. 대략 전체 강냉이 중 50%는 유엔에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쌀이 중국에서 얼마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가격은 북한 쌀이 비싸고 중국에서 들어온 쌀은 쌉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쌀이 질이 좀 떨어지거든요.

"유엔에서 강냉이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어떻게 압니까?"

- 강냉이 마대 위에 유엔이란 글자가 조선글로 크게 적혀 있습니다. 유엔 강냉이는 낱알이 크고 질이 북조선 것보다 좋습니다. 그래서 더 비싸고 인기도 좋습니다. 미국에서 온 쌀도 있습니다. 마대 위에 큰 글자로 "미국에서 온 선물"이란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마대 위에 십자가가 새겨져있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는 미국에서도 쌀을 보내준다는 것을 알고 과거에 비해 미국에 대한 반감이 약해졌습니다.

"배급을 안주거나 적게 주기 때문에 굶어죽는 사람은 없습니까?"

- 예, 없습니다. 과거에 사람들이 너무나 먹는 문제에 시달려와서 이제는 면역이 되었기 때문에 장마당을 통하든 어떻게든 먹고는 삽니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굉장히 어려운 2∼3% 정도의 사람은 죽을 먹고, 20% 정도는 이밥을 먹으며 나머지는 강냉이밥을 먹습니다.

"그러면 배급을 주지는 않더라도 돈만 있으면 구할 식량은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군요?"

- 예, 외부에서 식량이 많이 들어와 식량은 많습니다. 사실 식량 값이 많이 떨어져 농촌사람들이 살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농촌사람들은 돈이 없어 아이들 교복을 사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과거 식량 사정이 힘들 때는 식량 값이 비쌌기 때문에 농촌이 도시보다 살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도시가 훨씬 살기 좋습니다.

"식량 값은 얼마 정도 합니까?"

- 장마당에서 파는 강냉이는 1kg에 20∼25원 정도하고 쌀 1kg에 북한 돈으로 45원 정도 합니다.(참고로 2001년 3월 현재 중국 돈 1원이 북한 돈 26-27원 정도, 이는 한국 돈 1.4원. 중국에서 쌀 1kg은 쌀의 질에 따라 값이 다르지만 평균 중국 돈 1원 60전 정도 한다. 이는 북한 돈 45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Keys tip 북한 장마당 주요 물품의 지난 시세는 다음과 같다.

<2000년 9월 30일 회령 지방> 출처 : 조선일보 NK리포트
● 쌀 1kg 120원 ● 옥수수 1kg 45∼55원 ● 중국담배 한 갑(별, 장백산) 35∼45원 ● 술 한병(중국산 백주) 90∼100원 ● 사탕 10알 10원 ● 내의(중국산 하품) 180원 ● 점퍼 350원 ● 신발 70∼130원 ● 연필 5원 공책 20∼30원

<1997년 지방은 알 수 없음> 출처 : 북한이야기(정토출판) ● 쌀 1kg 70∼80원 ● 옥수수 1kg 50∼60원 ● 수수 1kg 40원 ● 감자 1kg 15∼25원

※ 식량난 이전 북한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월급 수준은 80∼100원이었다.

"한국에서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다 군대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까?"

- 물론 군대로 가는 것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지원 식량 중 많은 양이 사회로 빠져 나오기 때문에 결국은 인민들도 먹게 됩니다.

"사람들이 해산물이나 고기를 먹는 일은 있습니까?"

- 해산물이나 고기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해산물이나 고기값이 너무 비싸 일반 사람들은 먹을 엄두를 못 냅니다. 명태 한 마리에 130원, 이면수 한 손(두 마리)에 160원, 돼지고기는 1kg에 160원 정도하기 때문에 부자가 아니면 못 먹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너무 많이 잡아내어 해산물이 고갈되고 있다고 정부에서는 일반인들이 해산물 잡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지한다고 안 잡는 것은 아닙니다. 몰래 또는 뇌물로 다 잡고 있습니다. 돼지를 키우는 집도 많습니다. 그런데 돼지를 밖에 내다 키우면 군인들이 와서 뺏어가기 때문에 집안에서 키웁니다. 그래서 그런 집에 들어가면 돼지우리 냄새로 참기가 힘듭니다. 밤에 잠을 잘 때는 빈대나 바퀴가 얼마나 많은지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됩니까?"

- 정확히는 말할 수 없지만 느낌으로는 10%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꽃제비들이 많이 있습니까?"

- 청진이나 회령을 보면 꽃제비는 이제 많이 없습니다. 부모없는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키웁니다. 고아원에서 애를 돌보는 사람이 부족하여 옷은 제대로 못 빨아줍니다. 그래서 애들 몸에서 냄새는 많이 나지만 먹을 것은 제대로 주는 편입니다.

정전보다는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더 많아

"겨울에 난방은 잘 되는 편입니까?"

- 그 전보다는 낫습니다. 석탄이 부족하여 정부에서 집집마다 방에 흑연을 깔고 거기에 전기선을 놓는 방식의 새로운 난방 장치를 설치하라는 조치가 떨어졌습니다. 일종의 전기장판식입니다. 그리고 방에는 과거에는 장판이 없어서 종이를 깔았지만 지금은 장판을 주로 까는데 전기만 들어오면 난방이 잘됩니다.

"전기는 자주 들어옵니까?"

- 안 들어올 때도 종종 있지만 청진만 보면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안 들어오는 시간보다는 많은 편입니다.

위와 같이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의 증언을 통해 필자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는 사람들에게 배급이 안되더라도 그것이 곧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악착같아졌기 때문에 어쨌든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배급 체계를 통해 전달되는 식량 양보다 장마당과 같이 비공식적으로 도는 식량의 양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식량이 많이 들어오고 또 UN이나 미국에서 원조한 식량이 사회 내에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이나 외국에서 원조한 식량이 모두 군대로 전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 원조한 식량의 일부가 사회 내로 들어와 사람들의 기아 문제 해결에 결국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식량 사정이 좋아지고 식량 가격이 하락하면서 북한의 사회 구조가 농촌 중심에서 도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에너지 문제도 과거에 비해서는 좋아졌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수가 4년 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

다음은 사람들의 이동과 교통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식량 배급이 적어서 사람들이 장사를 통해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려면 잦은 이동이 필요할 텐데 교통 상황은 어떻습니까?"

- 인민들의 40% 정도가 열차를 이용합니다. 나머지 60%는 열차를 타고 싶어도 타지 못합니다. 열차가 정상 운행을 못하기 때문에 열차에는 항상 승객이 넘쳐 터지기 때문입니다. 열차에는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이 다 탑니다만 그래도 타려는 사람의 60% 이상은 헛걸음합니다. 그리고 열차도 전기로 가는데 정전 때문에 빨리 가지 못하고 자주 섭니다.

"그럼 나머지 60%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합니까?"

-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고 아주 먼 거리는 자동차를 이용합니다.

"북한에는 자동차가 많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 아닙니다. 4년 전쯤에 비해 자동차의 대수가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니는 차의 60% 이상이 승용차이고 짐차는 잘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차들은 대부분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입니다. 국가 차는 별로 없습니다.

"차가 어디서 이렇게 많이 들어왔습니까?"

- 일본에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청진은 일본과 바로 통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관문입니다. 그래서 청진에 차가 많습니다. 일본차를 들여와 장사하는 사람은 돈을 굉장히 많이 벌었습니다. 차를 거래하는 사람 중에 자기 집 앞에 10여 대의 차를 세워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차를 살 정도의 부자들이 많이 있습니까?"

- 예, 부자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기름 값이 비싼데도 기름을 직접 사서 차를 몰고 다닙니다.

"기름 장사는 누가 합니까?"

- 개인들이 국가의 허락 없이 몰래몰래 기름 장사를 합니다.

"기름 값은 얼마 정도 합니까?"

- 저는 기름을 살 일이 없어 정확한 가격은 말못하겠는데 중국보다는 싸다고 합니다. (참고로 중국의 기름 가격은 1리터에 중국 돈 4-5원(북한 돈 105-130원, 한국 돈 600-700원) 정도다.)

"그러니까 개인차들 중에서 사람들을 태워주고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 예, 자동차를 타는 정거장과 같은 지역이 있는데 양 도로 편으로 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100m 이상씩 늘어서 있습니다.

"자동차로 영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은 없습니까?"

- 단속도 심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뇌물을 주고 영업을 합니다. 뇌물은 돈보다는 술이나 담배 등 물건을 줍니다. 왜냐하면 사회안전부나 군대에 대한 검열이 심한데 술이나 담배를 받으면 검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 가진 사람들은 돈 많이 벌겠습니다?"

- 예.

"그럼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과거에 비해 증가했습니까?"

- 식량난이 심하던 4년 전쯤과 비교할 때 증가한 것 같지는 않은데 대신 장사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가령 몇 년 전에 강냉이 한 마대 들고 장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10마대를 들고 장사하러 다닙니다.

청진에는 집집마다 자전거 거의 다 가지고 있어

"청진 시내에서는 어떻게 움직입니까?"

- 이제는 청진 시내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집집마다 거의 다 자전거가 있을 겁니다. 집에 다른 물건은 없어도 자전거는 꼭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국가에서도 자전거는 기름이 안 들기 때문에 이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가격은 어느 정도 합니까?"

- 좋은 일본 자전거는 북조선 돈 10,000원(중국 돈 400-500원, 한국 돈 60,000원 정도), 중국 자전거는 6000-7000원(중국 돈 200-300원 정도, 한국 돈 30,000)합니다.

"북한의 경제 수준을 감안할 때 자전거 한 개 가격이 꽤 비싼데도 자전거를 반드시 살려고 합니까?"

- 예, 엔간히 좋은 자전거는 보통 집 값의 1/3정도 되는데도 자전거는 꼭 사야 된다고 아우성입니다.

"왜 그렇게 자전거를 사려고 합니까?"

- 왜냐하면 거기에서는 100-200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짐도 자전거에 싣고 다니기 때문에 지금 자전거는 사람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럼 자전거 장사하는 사람도 돈을 잘 벌겠습니다.?"

- 예, 물론이죠.

"이처럼 수입품을 통해 돈을 많이 번다면 수입품을 자주 만질 수 있는 항구에는 취직하기가 어렵겠습니다. "

- 예, 그렇습니다. 단순 항구노동자로 취직하기도 쉽지 않고 만약 취직했다면 주변의 부러움을 많이 삽니다.

이러한 청진의 교통 상황을 들으면서 청진이 아주 빨리 변하고 있음을 절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자전거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전거는 집집마다 다 있고 자동차도 4년 전에 비해서 3배 이상 증가했다니 그 변화 속도가 실로 놀랍다. 또 그 만큼 경제 규모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제 규모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장사치들의 장사 규모 증가를 가져왔다. 경제 규모 증가의 주원인은 일본과 중국을 통한 수입이고 교통 수단은 주로 일본을 통한 수입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과 외부와의 교류가 식량난 이후에 상당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방된다는 소문에 집값 대폭 상승

그 다음에는 북한의 개방과 개혁의 전망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다.

"북한이 개방한다는 이야기가 떠도는지요?"

- 예, 신의주, 남포, 청진이 개방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청진은 지금 함북도 소재지인데 이를 경성으로 옮기고 청진을 개방 구역으로 만든다고 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진이 개방된다는 소문 때문에 작년 말부터 집값이 굉장히 상승하여 4년 전과 비교할 때 5-6배 상승했습니다. 그 전에는 먹을 게 없어서 집 한 채를 빵과 바꿀 정도였던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입니다. 또 지금은 인민들의 생활 수평이 올라가 집값도 자꾸 올라가고 있습니다.

"집값은 어느 정도 하는지요?"

- 나남구역의 집값이 비교적 눅은데(싼데) 40평방미터가 조선 돈으로 3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항구주변으로 가면 10만원 이상합니다.

"집은 사고 팔 수 있습니까?"

- 예.

서양 풍조 받아들인다고 애완견 기르는 유행 돌아

"개방하기 위해서는 서양식 문화에 대해서 배타적이지 않아야 할텐데 요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요즘은 개방 풍조를 허용하는 듯한 조짐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정일 방침에 의해 애완견을 기르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애완견 기르는 것이 서양의 퇴폐적 문화라 하여 금지되어 왔는데 요즘은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문명한 삶이라고 선전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애완견을 사려고 합니다.

"애완견은 한 마리 당 얼마 합니까?"

- 새끼 한 마리 당 조선 돈 10,000원 정도 합니다. 거의 고급 자전거 한 대 값입니다. 그래도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애완견은 잘 팔리는 편입니다.

"그럼 중국에서 개를 사서 북한에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습니다?"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개장사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Keys tip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청진에만 해당된 것인지 일반적인 현상인지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지금껏 북한에서는, 평양에선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전반적으로는 애완견을 기르고 치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썩어빠진 자본주의 문화'라고 선전함으로써 '애완용'으로 개를 기를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김정일이 "우리 여성들이 목걸이, 귀걸이 하는 것과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 일시적으로 허용된 것은 있으나 이렇듯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처음 접수된 증언이다. 북한은 개 기르는 것도 지시에 따라야 하는 나라이다.

"다른 문화적 변화는 없습니까?"

- 젊은이들이 황색 비디오(포르노)를 많이 봅니다. 이런 영화를 보다가 붙잡히면 감옥에 가고 심하면 교화소에도 가는데 그래도 젊은애들은 봅니다. 사실 젊은애들의 이런 욕구를 통제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저도 이번에 중국에 간다고 하니까 친한 친구들이 황색 비디오 좀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영화도 많이 봅니다. 주로 싸우는 내용입니다. 한국 것도 있습니다.

상대적 빈부격차 한국보다 훨씬 심해

"조금 전에 청진에 부자들이 꽤 많다고 하는 데 어느 정도 됩니까?"

- 조선 돈으로 100만원(한국 돈 600-700만원 정도) 이상 가지고 있으면 부자라고 하는데 청진에서 100만원 돌파한 사람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한 6-7% 정도는 100만원 이상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또 1000만원 이상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어떻게 아느냐 하면 전자피아노가 50만원 이상 하는데 100만원 대의 부자가 이를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적어도 1000만원 대는 되니까 이런 비싼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부자들은 조선 돈보다는 달러나 엔을 선호합니다. 조선 돈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의 집은 아주 화려하게 꾸며놓습니까?"

- 그건 아닙니다. 화려하게 꾸며놓다가는 검열 나와서 다 몰수당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잘 살아도 수수하게 꾸며놓고 사는 편입니다.

"그럼 못사는 사람들은 재산 수준이 어떻습니까?"

- 못사는 사람들은 집에 쌀도 한 움큼밖에 없고 간장도 없어서 소금물로 간을 맞추는 실정입니다.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집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집 값 2-3만원 정도가 총재산이라고 할 수 있죠.

"그처럼 집밖에 없는 사람들의 숫자는 어느 정도 됩니까?"

- 100명 중 약 50명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개혁 움직임, 가령 텃밭을 더 확대한다든지 하는 조치들은 없습니까?"

- 텃밭은 1인당 평균 40 평방미터 정도는 허용하는 데 그 이상은 잘 안줍니다. 오히려 과거에 식량난이 심할 때는 산을 개간하여 만든 소토지를 허용했는데 지금은 나무를 심는다하여 몰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산림보호원에게 뇌물을 주어 소토지를 지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산림보호원 권세가 아주 세어져서 군당 지도원보다 산림보호원이 더 좋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북한에서의 개혁, 개방은 현재 남한사회의 집중적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이다. 이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서 보면 북한에서 개방은 식량난 이후 중국을 필두로 한 외국의 물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일종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동시에 북한 정부도 아주 코미디 같기는 하지만 애완용 개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 문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몇 가지 정책을 집행하면서 그 결과를 검토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외국과의 교류가 과거보다 많아지면서 부의 불평등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청진 인구의 50% 정도가 집밖에 없는 생활 수준이고 6-7%는 100만원 이상의 재산가라고 하면 상대적 빈부격차는 한국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그래도 북한 정부는 부의 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종종 검열을 나와 불법으로 축재를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사회개혁 분야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의 개간 땅을 몰수하고 장마당을 통제하는 것에서 나타나듯이 사뭇 반개혁쪽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군대와 사회안전부의 세도 많이 꺾여

다음에는 식량난 기간동안 격심했던 권력 기관들의 폭압에 대해 물어보았다.

"과거 먹는 사정이 어려울 때 군대가 깡패들처럼 인민들을 괴롭혔었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 아닙니다.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군대가 과거처럼 큰소리치는 세상은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고 하니 칠보산에 공병 7총국 25려단(약 2만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려단 소속 군인들이 유엔 조사단이 들어왔을 때 그들이 탄 차를 돌로 상하게 하고 급기야 외국인을 차에서 내리게 하여 때린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직보받은 김정일이 이 사건은 조선의 인권문제를 외국에 잘못 알리는 사건이라 하여 아주 엄중하게 다루었습니다. 전 부대원들의 계급장을 다 뜯고 군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이 일 이후로 군대가 민간인을 괴롭혔을 때 민간인이 이를 제기하여 그 범인이 색출되면 그 관련 군대가 다 해산 당한다는 방침이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군대의 세도가 약화된 것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군대에 대해 과거와 같이 무섭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안전부들의 세도는 어떻습니까?"

- 사회안전부도 과거와 같이 세도를 누리지는 못합니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회령시 새천탄광(중봉, 22호 관리소 옆) 부근에 사는 한 아주마이가 중국을 자주 왔다갔다하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한 안전부원이 이를 알고 그 여자의 돈을 좀 뺏어먹자고 하였으나 여자가 말을 잘 안 들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안전원이 그 여자의 집에 숨어 들어가 집을 뒤졌더니 중국에서 가져온 중국 옷이 잔뜩 발견되었습니다. 그 안전원은 그 사람을 붙들고 그 옷은 안전부 사무실 앞에서 불로 태워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옷 사이에 과거 그 여인이 결혼식 때 입던 옷이 있었는데 그 옷에 김일성 초상휘장이 있는 달려있었던 것입니다. 안전원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 여인은 자기도 잘못이 있지만 어떻게 김일성 초상휘장을 불태울 수 있냐며 그 안전원을 몰아세웠습니다. 이 때문에 그 안전원은 해임출당철직 당했습니다. 감옥행은 겨우 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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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안전부
사회안전부의 공식명칭은 공식 명칭은 인민보안성이지만(2000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3차회의에서 개칭)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사회안전부라고 부르고 있다. 남한의 경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권한은 비할 데 없이 막강하다. 법적인 임무는 다음과 같다. ▲ 반국가 행위의 감시와 적발, 처벌 ▲ 반혁명 행위의 감시와 적발, 처벌 ▲ 회색분자, 불평분자, 종파분자, 지방주의자 등 일체의 불건전 요소 적발, 제거 ▲ 배경 및 신원조회 ▲ 출입국자 신원조사 ▲ 외국방문객의 감시 ▲ 지방치안유지 ▲ 각종 범죄단속 ▲ 국가기관 고위간부의 경비 및 지역경비 담당 ▲ 교통질서 및 방화대책 ▲ 인구조사(유동인구, 실종자 파악) ▲ 감시인 사찰 ▲ 신분등록사업(출생, 사망, 결혼신고, 거주이동업무) ▲ 비밀문서 보관, 관리 ▲ 교화소 및 노동 교양소 운영 관리 ▲ 철도경비 ▲ 국가 및 공동재산, 개인재산 보호 ▲ 선박 출입관리 ▲ 반항공조직 운영

□ 국가보위부
국가보위부의 공식 명칭은 국가안전보위부로 원래는 사회안전부 정치보위국이었다가 1973년 분리됐으며 1993년 지금으로 이름으로 개칭되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에 비교할 수 있겠는데, 주로 하는 일은 대내외 정보수집 및 공작, 김정일 호위, 주민 사상동향 파악, 간첩 색출 등이며, 북한의 모든 정치범 수용소는 국가보위부 7국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적발, 검거도 국가보위부가 주로 하는 일이다.

"그것은 사회안전부의 한 안전원 이야기이지 사회안전부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 예,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과거 반체제 혐의로 총살당한 서관희를 좋은 사람으로 재평가하고 서관희를 잡았던 당시 사회안전부장은 나쁜 사람으로 재규정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관희는 다시 열사릉으로 보내지고 사회안전부는 검열 대상이 되어 완전히 숙청되고 있습니다. 인민들을 괴롭힌 사회안전부를 김정일이 심판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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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희(사망 당시 71세)는 조선노동당 농업담당비서를 지냈던 사람으로 노동당 서열 26위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1997년 9월 평양시 중심가인 통일거리 주변에서 평양 시민 수 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총살 되었는데, 죄목은 '미 제국주의자와 남조선의 괴뢰로 북한의 농업을 체계적으로 파괴해온 간첩'이라고 한다. 농정정책 실패에 대한 김정일의 책임전가라는 추측, 당시 망명한 황장엽 사상담당비서와 친분이 있어 숙청하였다는 추측 등이 있다. 당시 서관희와 함께 이병서 은별무역회사 총사장, 함운건 사회안전부 부국장, 최현덕 청년동맹 비서 등 고위간부 10여명이 함께 총살당했다. 또한 주체농법 창시자로 서관희를 당에 추천했으며 전 정무원 부총리 겸 농업상을 지낸 뒤 1984년 11월 사망한 김만금에 대해서는, 무덤을 파헤쳐 시체에 총질을 하는 이른바 '부관총시'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서관희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증언이다.

"서관희의 재평가 소식은 무척 의외로군요. 왜 서관희가 재평가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 죄송합니다. 그 이유는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서관희 죽을 때 같이 반혁명 혐의로 죽은 김농금이란 사람은 재평가되지 않고 여전히 나쁜 사람으로 되어있는 데 서관희만 애국자로 재평가되었다는 것입니다.

"국가보위부의 세도는 여전합니까?"

- 예, 그 사람들의 세도는 여전합니다.

"남쪽에 대한 비방은 어떻습니까?"

- 안기부에 대한 비방이 많습니다. 아직도 국경지역에 안기부 사람들이 반체제 삐라를 많이 띄운다고 합니다. 또 제가 만난 한 양강도 사람은 온 몸에 끔찍한 피부병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슨 중국산 약을 몸에 발랐는데 그 약 안에 안기부가 몰래 독약을 썩어서 북조선으로 들여보냈다는 것입니다. 그 양강도 사람은 끔찍한 피부병에 걸린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안기부가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일반 사람들은 안기부가 그런 나쁜 짓을 했다고 믿습니까?"

- 대부분은 믿는 편입니다. 그리고 안기부에 대해서는 상당히 경계합니다. 아마 북한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말이 안기부라는 말일 것입니다.

올 해들어 군사훈련 심해짐

"군사 훈련은 심하지 않습니까?"

- 올 해 미국의 부시 취임이후 미국의 전쟁책동이 강화되었다고 선전하며 군사훈련 동원을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군부들은 모두 전투태세를 완료하고 노농적위대는 훈련을 강화하고 일반 인민들도 반항공훈련을 종종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군대에 대한 사기독려 차원에서 김정일이 대대장급 정치지도원에게 베이징에서 만든 지프차를 선물로 주고 각 국경 중대마다 세 바퀴 짜리 전투용 오토바이 한 대씩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반항공훈련이란 것은 무엇입니까?"

- 적 비행기가 날아 들어오는 것을 가상하고 밤에 사이렌이 울리면 집안의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전쟁대비훈련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합니까?"

- 너무나 오랫동안 전쟁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사람들이 거의 형식적으로 참여합니다. 하지만 반항공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기선을 잘라 버리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또 노농적위대 훈련에 빠지면 노동단련대에 가서 강제 노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힘있는 사람 아니면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훈련은 형식적입니다. 그저 나무 목총 하나 메고 훈련합니다.

"남북한 협상에 대비하여 군대를 축소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까?"

- 자세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공병 부대를 축소하고 민간 건설로 돌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북남 군비축소협상과 구체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공병부대를 축소해 민간 건설로 돌린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좋은 편입니다. 군대 공사를 줄이고 민간 건설이 늘어나면 사람들의 생활도 조금은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탈북하였다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사람이 있었다는데 그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 예, 있습니다. 그 사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약 두 달 전 온성 우산 공장 지배인이 북조선을 탈북하여 한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사람은 한국서 사업하다가 사업이 잘 안되어 조국이 더 살기가 좋다하며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가지고 온 달러가 그 전에 세계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정성옥이 받은 돈 보다 1배 반이나 많다하여 크게 떠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을 내세워 한국에 갔다온 사람도 용서해주는데 중국에 간 탈북자는 당연히 용서해주지 않겠냐며 탈북자들은 빨리 자수하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사람이 원래 대남연락소 출신인데 대남연락 업무 수행하느라 한국 갔다가 왔다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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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넘어간 탈북인은 남수(43)씨로 1996년 탈북하여 한국에 입국한 후 2000년 7월 중국을 통해 북한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현재 북한의 각종 방송매체에 등장하여 북한체제를 홍보하고 남한체제를 비난하는 연설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 과거에 비해 충성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겉으로만 보면 여전히 강합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습니까?"

-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생일 직전에는 일, 이주일 정도 잡아두고 풀어주었는데 요즘은 한 달 정도는 잡아두고 풀어줍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이 완화되었다는 말은 그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또 김정일이 군대와 사회안전부를 강하게 통제하는 것은 아마 이들이 식량난 시절에 크게 행패를 부려 민심을 이반하게 한 때문인 것 같다. 김정일 나름대로의 민심 추스르기 정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서관희에 대한 재평가는 어떤 연유인지 그 내력이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한편 북한이 미국의 부시 정부가 들어선 데 대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일반 인민들은 전쟁동원훈련에 이제는 물릴 데로 물려 별 긴장감도 없이 형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긴장고조를 통해 인민들을 통치하는 고전적인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01년 3월 현재의 북한은 과거의 식량난 시절과는 많은 면에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된다. 중요한 사실들만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제는 굶어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공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상업 활동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에서의 지원도 일반 인민들의 식량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둘째, 상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빈부격차도 커지고 이는 북한 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

셋째, 김정일이 적어도 말로만 개방을 떠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방을 준비하면서 청진처럼 개방 예상 도시는 여러 가지 조치들을 시험해보는 것 같다. 그러나 농지문제 등 내부 체제개혁에 있어서는 별 적극적인 조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넷째, 김정일은 인민들의 민심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사회안전부나 군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검열도 잦다. 이러한 조치들은 김정일이 인민들의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식량난을 통해 수백만이 굶어죽고 인민의 대다수가 아직 혹독한 경제난을 겪고 있음에도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수령 충성심 교육을 얼마나 잘해왔는지 입증하고 있다.

북한 인민들의 김정일에 대한 충섬심이 여전히 강하다 하더라도 올해 북한(청진)의 모습은 몇 년 전 모습과 너무나 달라져있다. 북한의 변화 속도가 그 만큼 빠른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또 몇 년이 지났을 때 북한이 얼마나 변해 있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도 급격히 변할지도 모른다. 물론 충성심이 여전히 강할 수는 있어도 아무도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