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북한의 공개처형
세계적인 사형폐지의 흐름

지난 4월 25일 유엔인권위원회(UNHRC)는 <사형(死刑) 일시정지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였다. 사형제도를 완전 폐지하기 전까지 사형을 일시 정지토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 결의안에는 53개 회원국 가운데 27개 회원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한 나라는 18개국으로, 중국을 비롯하여 미국, 쿠바, 르완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일본 등 대부분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한국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제엠네스티의 자료에 의하면 1999년 6월 10일 현재 세계에서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나라는 87개국, 폐지한 나라는 108개국이다. 사형을 폐지한 나라 중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73개국, 잔혹한 반인륜적 범죄 등에 대해서만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3개이며, 사형제도가 존재하긴 하나 실제상 폐지한 국가는 22개나라에 이른다.

엠네스티 자료에만 따른다면, 현재 세계 최대의 사형집행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1999년 한해동안 중국에서 사형 당한 사람의 숫자는 최소 1077명으로,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 다음은 이란으로 최소 165명이 사형 당했고, 콩고민주공화국은 약 100명을 군사재판으로 사형 시켰으며, 인권탄압이 심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는 103명을 사형했다고 하나 역시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의 맹주라고 하는 미국 역시 98명을 사형집행 하였다고 공개했다.

죄를 범한 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인 ‘사형(死刑)’은 인류가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그 문제성이 지적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과연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한 권리가 있는가 하는 의문은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없는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사형폐지론자들의 주요한 논지이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이미 100여 개의 나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였으며 과거 10년간 평균적으로 매년 3개 이상의 국가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해 왔다. 최근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아프리카에서 앙골라,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법적으로 사형 조항을 없앴고,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캐나다, 파라과이, 아시아에서는 홍콩, 네팔이 사형제도 철폐를 선언했다. 유럽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그루지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이 이젠 사형제도가 없는 나라들이고, 사형제도의 완전 폐지를 명시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ICCPR)의 제2 선택의정서>에 가입한 회원국은 총 42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튼 사형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사형폐지운동은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1989년 5월에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가 발족하였고, 특히 종교계를 중심으로 하여 사형폐지 입법 청원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여야의원 98명이 서명한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됐으나 사회의 반대여론 때문에 자동폐기 된 바 있고, 16대 국회에 다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에는 <사형폐지 한국기독교연합회>가 교파를 초월하여 결성되었고, 모든 종교인을 아우른 <(가칭)사형폐지 범종교연합>도 출범할 예정이다.

시시때때로 볼 수 있는 공개처형 장면

사형제도 폐지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반면 이러한 흐름의 그늘 밑에서 역사의 시계를 완전히 반대로 돌려놓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지난 3월에는 버젓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탈북인 유태준씨가 북에 두고 온 부인의 탈북을 권유하러 중국에 갔다가 보위부 체포조에 납치되어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의 공개처형’이 새롭게 외부에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공개처형은 “탈북인치고 북한에서 공개처형 장면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로 그 실상의 일면을 살펴 볼 수 있다. 세상에 사형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아직도 많지만 숱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 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몇 개 아랍국가와 중국, 아프리카의 오지의 미개국가, 그리고 북한뿐이다. 특히 북한의 공개처형에 대한 증언은 그 잔혹함이 중세의 마녀사냥보다 더 끔찍하다. 몇 가지 증언을 통해 살펴보자.

1984년에 13호 관리소 동포지구 운수직장 수리공 27세의 정치범이 경비대 짚차 580131호를 타고 도주하였다. 두만강에 차를 쳐넣고 중국으로 넘어 갔으나 일주일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한에 이관되었다. 악에 바친 관리소장은 김일성의 권위를 훼손시켰다고 쇠줄로 코를 꿰고 발뒤축에 대못을 박아 정치범들을 동원하여 돌로 때려죽이게 했다. (안명철 著, 그들이 울고 있다 中)

일단 공개처형의 죄목을 살펴보면 이 정도의 행위를 갖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강간, 살인 등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지만 위의 경우처럼 짚차를 훔쳐 달아났다든지, 두부콩 2kg을 훔쳤다든지, 강냉이 도적질 3번에 60kg을 훔쳤다든지, 공장 물건을 빼돌렸다든지, 남한 노래를 흥얼거렸다든지 하는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본보기’로 공개처형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수 없이 걸리면 죽는’ 것이다. 1995년 식량난 이후에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하여 매 구역, 군, 로동자구마다 분기에 한번씩 지역주민들을 모아 놓고 주민들을 각성교양 시킨다는 명목 하에 시범 케이스로 사람들을 2∼4명씩 공개처형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계산법에 의하면 북한 전역에 걸쳐 3달에 한번씩 442개 장소에서 평균 1326명이 공개총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1960년대 종파를 숙청한다 하면서 무리로 처형할 때에는 짐승들도 낯을 붉힐 정도로 잔인하게 망치나 도끼로 까 죽였는바 그때 당시 참여했던 한 증언자는 하루 20∼30여 명을 죽였다고 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총살형을 실시했다. 사형수(북한에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사격수를 사형수로 칭함) 3명이 나와 총탄 3발씩 발사한다. 1980년대에 와서는 총살형에서 공개 교수형으로 발전시켰으며, 1980년대 중후반에는 돌사제(돌로 까 죽이는 형)를 강건군사학교 사격장에서 처음으로 실시한바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형식상의 재판도 없이 비공개로 예심기간 중에 사형한다는 것은 보위부나 보안성 내에서는 비밀 아닌 비밀로 되어있다. (NKchosun.com 탈북인과의 대화 게시판 中)

마치 개 두 마리를 달아맨 듯이 두 사람의 목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둘 다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한 명은 이미 죽어버렸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다른 한 명은 아직도 꿈틀거렸다. 그의 바지가랑이 밑으로는 오줌이 지르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현기증이 나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의식과 무의식이 오락가락하면서 노랑물을 토해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 생각이 들었다. “1반 독신자들부터 시작해서 교수대 앞을 통과하여 각기 마을로 돌아간다. 각자 발 밑에 있는 돌을 하나씩 집어 교수대 앞을 지날 때 죽은 놈들에게 던져라.” 소장이 직접 나와 명령을 하였다. (강철환 著, 대왕의 제전 中)

공개처형은 주로 총살로 이루어지지만 교수형, 화형, 그리고 위에서 볼 수 있듯 돌로 쳐죽이는 등 극히 반인륜적인 방식도 동원된다. 정치범의 경우 이미 죽은 사람의 묘를 파헤쳐 시체를 꺼내 다시 한번 죽이는 부관참시도 행해진다.

일반적인 총살은 나무 기둥에 사람을 묶어 놓고 소총으로 쏴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공개처형장에 끌려온 사람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에 김정일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막으려는 것이다. 재갈 물린 입에 돌을 쑤셔박고 머리, 가슴, 다리에 차례대로 총을 쏜다. 머리를 먼저 쏘는 것은 ‘썩은 생각을 날려 버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잔인한 처형장면을 빠르면 어린 시절 어른들 틈에 끼어, 늦어도 성인이 된 이후 의무적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호 Keys에 실렸던 조선노동당 농업담당비서 서관희의 경우 평양의 중심거리인 ‘통일거리’의 한 언덕 위에서 2만∼3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17명과 함께 총살되었고, 70년대 북한 최고의 미녀 영화배우였던 우인희는 재일교포와 간통했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예술인 앞에서 공개처형 되었다.

숱한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가족들을 맨 앞에 앉히고 처형

처음 총살하는 것을 구경하는지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총살현장인 한천동에 있는 시내 기본 장마당 옆 한천강가로 갔다. 정아주머니 말이 이 자리가 김책시의 공개총살장이라며 옛날에도 여러 번 이곳에서 공개총살이 진행되었다고 하였다. 강변 자갈밭에는 이미 나무기둥 4개가 박혀 있었다. 가물어 강바닥이 다 드러나 광장이나 마찬가지인 총살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강바닥과 강뚝을 뒤덮었다.

이윽고 시안전부 쪽에서 수인차(풍친 승리58 화물차)로 실어 온 죄인들을 안전원들이 도살장에 끌고 나가는 돼지처럼 질질 끌고 가서(죄인들이 너무 맞아서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며 입에는 자갈을 물려 말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기둥에다가 다리, 허리, 가슴부위를 묶어놓고 공개재판을 시작하였다. 재판이라는 것이 재판관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죄를 발표하는데 유치원시절부터 아이들을 때리고 사탕 빼앗아 먹은 걸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범한 크고 작은 모든 죄 같지도 않은 죄행을 발표하면서 마감에 자본주의 사상에 물 젖어 사회주의를 허물어뜨리려는 김창호를 시범으로 사형에 처한다라는 식으로 4명의 소위 죄행에 대하여 혼자서 지껄여 대더니 12명의 사격수들에게 사격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첫 총성이 울리자 피가 튕기면서 4명의 죄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떨구었다. 자본주의사상으로 대갈통이 썩었다며 머리를 쏜 것이다. 너무나 처참한 광경에 사방에서 부녀자들의 쇠된 비명소리가 터졌다. 연이어 울린 총성으로 죄수들을 묶었던 가슴, 허리, 다리부위에 매여졌던 밧줄들이 차례로 끊기며 바닥에 깔아 놓았던 가마니 우에 쓰러졌다. 안전원들이 그 시체를 깔아 놓았던 가마니로 둘둘 말아 차에 싣더니 인파 속을 헤가르며 떠나갔다. 맨 앞자리에서 자식들의 처참한 총살과정을 지켜본 부모들과 일가 친척, 친우들 주민들의 가슴속에 무엇이 꿈틀거리는지 모르고…. (NKchosun.com 탈북인과의 대화 게시판 中)

공개처형은 또한 처형당하는 사람의 가족들을 맨 앞에 앉혀 놓고 진행된다. 이러한 행위는 반인륜을 넘어 ‘인간성에 대한 테러’라 할 수 있다. 제 자식의 머리가 총알에 날아가고, 제 부모의 목에 오랏줄이 감기는 것을 두 눈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개처형을 어떻게 하는지 당신들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는 탈북인의 따가운 한마디는, 그러한 체제에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탈북자 증언의 진실성’을 운운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묵직하게 만든다. 개명한 21세기에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들이 소개되니 어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마는, 택시를 타고 5만원이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국제사회의 정당한 검증과 조사를 받아야

최근 월간 신동아 5월호에는 북한이 지난 95년 4월 평양에서 개최된 ‘평양국제체육 및 문화축전’에 대비하여 노동당 간부들에게 배포한 <참고자료>라는 문건이 특종으로 보도되었다. 외국인이 이렇게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하라는 일종의 모범 문답집으로, 이 내용 중엔 다음과 같은 문답이 하나 있다.

문: 북은 남조선의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조선 ‘내정’에 대한 간섭이 아닌가.
답: 남조선의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는 남조선 내정에 대한 간섭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동족인 우리를 적으로, 우리 공화국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과의 그 어떤 접촉이나 통일 론의도 일체 범죄시하는 반통일적, 반민족적 악법이다. … (중략) … 이런 악법을 철폐하는 것이 어떻게 내정간섭으로 되겠는가. 남조선의 상전인 미국까지도 이 악법의 철폐를 공식 주장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은 온 민족과 세계 량심의 더 큰 저주와 규탄을 받기 전에 파쇼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반통일 악법이기 때문에 이의 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는 것이다. 옳다. 그렇다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전 세계의 양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이 지난 99년부터 매해 개최하고 있는 <북한인권 및 난민문제 국제회의>에 대해 북한당국은 “남조선과 같은 가혹한 인권의 무덤 위에서 떠드는 인권타령”이라는 거친 비판을 쏟아 부었다. 또한 작년 4월에 열린 제 54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우리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사무국장이 참석하였을 때는 발표 도중 소리를 지르며 정회(停會)를 요구하고 대표자를 협박하는, 국제회의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비이성적 태도를 보였다.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는 물론 내정간섭이 아니다. 보편적 인권의 견지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 되었든 남한 정부를 향해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할 수 있다. 인권문제에 대한 제기는 자기 나라의 인권수준이 완벽하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와 조건, 국경과 종교, 인종, 모든 것을 초월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하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공개처형의 실상에 대해 진실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지 내정간섭이 아니다. 김정일은 단 1%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의 패륜행위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정당한 조사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언제까지 그러한 폭압 통치가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Keys' tip 유태준씨 공개처형 소식에 부쳐

유태준씨가 북한에 납치되어 공개처형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유태준씨가 납치된 것이 아니라 밀입북 한 것이며 공개처형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하지만, 밀입북이든 강제납치든, 공개처형이든 아니든 간에 한 국민의 실종에 대해 이를 은폐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정부의 태도는 분노의 감정마저 느끼게 한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아직도 그가 공개처형 됐다는 소식이 희대의 오보(誤報)이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고 않고 있지만, 아무튼 그의 실종과 현재 상황이 정확히 공개되기를 정부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 만약 그의 처형소식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생명을 국가정책의 장애물 정도로만 여긴 국민의 정부는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정부는 유태준의 신병확인을 북한에 당연히 요구하여야 하고, 북한은 이를 해명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