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이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비용으로 북한에 지불한 돈은 월 1200만 달러였다. 연간 약 1억 4천만 달러이다. 이렇게 보면 금강산 관광으로 인한 수입이 북한의 1년 예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1/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북한의 이중적 환율구조를 계산하지 못한 함정이 있다.

달러당 2.18원이라는 북한의 환율은 말 그대로 공식환율일 뿐으로 실물경제에서는 전혀 다르다. 북한에서는 달러를 그대로 통용하는 경우는 없고(일부 외국인 상점에서 통용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외화바꾼돈표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 바꾼돈은 환율대로 2원 20전 정도이다. 그런데 이 바꾼돈은 실생활에서는 50∼100배로 거래된다. 곧 실제 1달러는 북한 돈 100원에서 200원 정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50원까지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참고로 북한 노동자들의 한달 임금은 70~100원 정도이다.)

그래서 실질환율로 계산해보면 금강산 관광료는 북한 돈으로 최소 140억에서 최대 350억 원에 이른다. 평균치로 타산해보아도 북한의 일년 예산을 넘는 액수이다. 정말 엄청난 돈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연간 국내 총생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998년 말 현재 1인당 국민총생산액(GNP)을 573달러로 추정하는 자료가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근거로 하였고 어떤 환율을 적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을 역추산해보면 국내총생산은 약 120억 달러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북한의 공식환율을 적용한 것이라면 금강산 관광수입은 북한의 국내총생산과도 맞먹는다.

여기서 우리가 금강산 관광비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금강산 관광을 중단해야 한다든지 자금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하는 의미에서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의 일년예산과 맞먹는 막대한 지원금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계산대로라면 북한의 1년 예산이 두 배는 성장하고 인민의 경제적 수준이 확연히 달라져야 하는데, 북한을 드나드는 어떠한 단체나 개인에게서도 그러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된 북한의 총예산은 말 그대로 ‘행정예산’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당(黨) 예산이 빠져 있다. 그리고 군수경제인 이른바 ‘제2경제’도 빠져있다. 금강산 관광비용이 전투기 사고 미사일 개발하는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남한 내 일부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북한은 인민경제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민은 여전히 굶고 있는데 “총대에는 총대로 맞서야 한다”는 사설이나 쓰고 있으니, 이런 나라에 누가 맘 편하게 지원하고 투자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