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는 방법 중 하나로 이런 게 있다고 한다. ‘친구’라는 영화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너무 심한 분류법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8백만 명이 넘게 주머니를 털어 이 영화를 봤으니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는 ‘친구’에 놀아난(?) 셈이다.

그리고 이 영화 개봉이후 이른바 ‘친구신드롬’이 일어나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남자들간의 진정한 우정이 뭐냐’는 해묵은 논쟁을 끄집어내 토론하게 만들고, 부산사투리와 욕설을 유행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영화배우 출신의 한 의원이 “차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욕설과 잔인한 폭력장면으로 얼룩져 있는 이 영화에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사회심리학적 배경에 전율을 느낀다”고 이야기해 지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어느 시민단체는 핸드폰 요금을 인하하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커다란 걸개그림을 건물 벽면에 내걸었는데, 영화 친구의 포스터 사진을 패러디하고 그 위에 ‘안내리면 쳐들어간다’는 재미있는 구호를 써놓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런 유행에는 ‘친구’를 직접보지 않은 사람은 영화 같은 리얼리티를 동원해 끼어들 수 없기 때문에, 유행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극장을 찾아가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번 호 『Keys』의 〈김정일 시리즈〉 또한 ‘친구’를 통해 김정일씨의 베일을 벗기려고 하니 이 영화의 파급력은 이제 북한민주화운동에까지 미치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여태 안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바란다.

각설하고, 우리는 여기서 영화 ‘친구’에 나오는 상곤이란 놈에 주목하고자 한다. 깡패 축에도 끼지 못하는 양아치…. 상곤이는 북쪽의 ‘누구’와 왜 그리 닮았을까? 어느 사회를 가나 이런 부류의 인간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생각에 인간사회가 참 서글프기까지도 하다.

상곤이는 깡패 아이다. 그 놈은 양아치다.

친구의 두 주인공은 장동건(극중 ‘동수’분)과 유오성(극중 ‘준석’분)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유오성이 열연한 극중 준석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극중 준석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준석은 깡패의 정도(正道)를 갔다는 것이다. 그렇다. 준석은 의리와 자존심을 지키는 멋있는 건달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동수에게는 서른 두 번 찔려서 아프겠다는 동정심 정도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동수를 그렇게 만든 상곤이파 두목 상곤이한테는 속된 말로 ‘양아치’라는 느낌 그대로다.

깡패나 양아치나 똑같은 범법자인데 특별히 미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킬 것은 지킨다’는 나름의 지론이 있어야 관객이 고개를 끄덕이는 거고, 상곤이 같은 녀석은 그냥 ‘양아치’로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깡패와 양아치의 차이를 통해 진정한 깡패의 길을 역설(?)한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 장소 : 아버지 상을 치르고 있는 준석이네 집
# 설정 : 마약이나 팔아먹는 양아치 조직 상곤이파로 들어가려는 동수를 만류하는 준석

동수 : 나 내일부터 상곤이 형님 밑으로 간다.
준석 : 뭐라꼬? 상곤이는 깡패 아이다. 그 놈은 양아치다. 그거 아나? 꼬마들한테도 약파는거. 너 상곤이 따라다니믄….
동수 : 장의사보다 낫다 아이가.

준석은 장의사에 한이 맺혀 있는 동수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둘은 헤어진다. 그 이후 동수는 마약 파는 양아치가 되고 준석은 지킬 것은 지켜가는 깡패의 길을 간다.

‘백도라지 영웅’을 아십니까?

우리는 여기서 이 영화에 끼어들어 ‘친구’의 한 부분을 북한판으로 만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영화 구성이야 어쨌든, 재미가 있던 없던간에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영화에 끼여들어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준석이에게 한마디 묻고 싶다.

Keys : 그라믄, 국제적으로 마약 팔아서 달러 벌어들이고 사람 빙신 만드는 어떤 아저씨도 양아치 맞제?
준석 : 거 상곤이 보다 더 한 놈 아이가?
Keys : 외화벌이 한답시고 대규모로 마약생산해서 외교관, 벌목공, 임업성 직원, 사회안전성 요원을 동원해 마약 밀매한 그 머시기는 그럼 ‘국제 양아치’라고 하자 마.

21세기의 위대한 수령이 마약을 대규모 생산해 중국, 러시아 등을 통해 해외에 팔아 넘기면서 수많은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을 파괴시키는 지저분한 양아치의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의 마약밀매 실태를 살펴보자.

“북한은 70년대 말부터 정권차원에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함경도, 양강도, 황해도에서 양귀비와 아편을 재배해 오고 있다. 80년대 말부터는 동구권 붕괴와 식량난으로 경제가 더욱 망해가자 영변, 평양, 개성 등지까지도 양귀비 재배면적을 대폭 확대하는 등 마약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북한은 이렇게 생산된 마약, 아편을 ‘중앙당 39호실’ 주관 하에 산하 무역회사인 대성총국, 장생, 매봉, 단풍상사 등 무역상사와 해외공관을 통해 합법적인 교역물품, 의약품 등으로 위장하여 공공연히 밀수출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이 92년 8월 양귀비 재배사업을 ‘백도라지 사업’으로, 또 100만 달러 이상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백도라지 영웅’ 칭호를 부여하면서 ‘외화획득을 위해 아편을 대대적으로 수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내각,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인민무력성 등 국가기관이 총 동원되어 양귀비 재배를 관리 독려, 양귀비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아편생산량도 급증하였다.

최근에는 일본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범죄조직과 연계하고 있는 한편 중국 북경의 신흥 폭력조직에게 자금을 지원, 육성하여 마약밀매 하부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료출처 : 코리아스코프 (www.koreascope.org)

독재자여, 정도(正道)만 가라!

세상에서 미제(美帝)를 제일 싫어한다면서 달러는 가장 좋아하는, 그래서 달러가 되는 일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김정일씨. ‘외화벌이’라는 명목하에 마약밀매에 재미 붙인 김정일씨는 곳곳에서 꼬리가 잡혀도 그칠 줄을 모른다. 1996년 11월에는 러시아-북한 접경인 하산 국경검문소에서 80만 달러 어치의 생아편을 밀수하려던 북한 임업부 소속 연락원을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연해주 국경수비대는 체포된 사람이 북한의 공식연락원이란 점을 중시, 마약밀매의 배후를 철저히 캐내려 했으나 그는 이튿날 유치장에서 수건으로 목을 매 자살했다.

또 위조달러를 찍어내는 것에도 열심이다. 홍콩에서 북한상사들이 위조지폐를 찍다 적발돼 추방당하기도 했고, 1994년에는 23만 8천 달러 상당의 미달러화 위폐를 마카오의 아시아 델타은행을 통해 세탁하다 들통이 났다. 1996년 초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진 2명이 베트남에서 3백만 달러의 위폐를 소지한 채로 적발된 적이 있으며, 그 해 3월에는 요도호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했던 다나카 요시조가 위조달러를 갖고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베트남으로 가려다 체포되었다. 당시 그는 북한외교관들과 같은 차량에 탄 상태였고, 북한외교관 여권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태국 국경지대의 아지트에서 2천만 달러나 되는 위폐를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씨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달러 맛을 톡톡히 본 모양이다. 이제는 무역상이나 외교관도 부족해 폭력조직을 키워 마약밀매를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북한 내 폭력조직과 마약조직이 중국으로 침투하여 활개를 치고 있어 골치를 앓는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관리들에게 달러를 뇌물로 바치면서 조-중 국경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너무도 슬픈 일이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중국 정부가 탈북자 색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바람에 굶주린 탈북자들만 애꿎게 잡혀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

김정일씨에게 한가지 권고하고 싶다. 나중에 세계사를 공부하는 지구상의 후대들에게 이렇게 기록되고 싶은가?

“희대의 전체주의 독재자 김정일씨는 그 시대 인민들 몇 백만을 굶어 죽이고 인권유린과 … (중략) … 더욱 가관인 것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약을 대규모 생산, 밀매하여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양아치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건 김정일씨 한 인간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과 한 시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독재자여! 정도의 길만 가라. 그것으로도 죄질은 최악이다.

북한의 국제 마약거래 주요 적발사례

▼ 95.7 북한 사회안전성 요원, 중국 연길에서 헤로인 500g을 밀반입타 적발
▼ 96.11 북한 임업성 직원, 아편 22kg을 기차편으로 러시아 핫산에 밀반입 기도타 적발
▼ 97.5 북한인 국경 무역상, 중국 단동에서 필로폰 900g을 밀매타 적발
▼ 97.7 북한인 벌목공,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아편 5kg을 밀매 기도타 적발
▼ 98.1 멕시코 주재 북한 대사관원 2명 코카인 35kg을 러시아로 밀반입 기도타 적발
▼ 98.7 시리아 주재 북한 외교관 2명, 아프리카 카이로에서 향정신성 의약품 50만정을 밀반입 기도타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