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리즈를 연재한 지 스무 번째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편집자의 착오로 한 번 누락된 것을 제외하고 매호 Keys를 통해 김정일 시리즈를 연재하였습니다. 김정일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김정일씨의 고향, 별명, 식성, 취미, 병역관계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8호 “카피라이터 김정일씨”를 통해서는 남한 언론사 대표단의 방북시 김정일씨가 했던 말을 중심으로 그의 모순에 찬 말들을 살펴보았고, 10호 “김정일씨를 위한 추천드라마 ‘태조왕건’”을 통해서는 궁예의 최후를 이야기하면서 김정일씨에게 경고성 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12호와 13호에 연재되었던 “긴급수배 김정일”을 통해 북한이 민주화된 이후 김정일씨가 북한의 법정에서 어떠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17호 “과연 김정일!!”에서는 올해 7월에서 8월에 걸친 김정일씨의 러시아 방문을 행선지를 추적하여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봄으로써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김정일 시리즈를 통해 탐구하고 소개할 것이 많지만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20회에 걸치는 동안 김정일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는 참 연구가치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그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정일학(金正日學)’이 생겨날 것이라 확실합니다.

사람들은 김정일씨에 대해 이러저러한 편향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를 굉장히 형편없는 망나니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입니다. 물론 그가 ‘굉장히 형편없는’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인류 역사상 있어왔던 모든 욕설을 갖다 대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입니다. 3백만의 인민들을 굶겨 죽인 지도자에게 도대체 어떠한 변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도 방문객들을 만나 자신의 취향을 자랑한답시고 “포도주는 프랑스 산이 좋다”느니 “당나귀 고기가 먹을 만하다”느니 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역겨웠는지 모릅니다. 또 인민들에게는 어떠한 외부의 정보도 차단하고 우물 안에 가둬 둔 채 ‘자본주의에 대한 모기장을 쳐야한다’고 불호령을 내리는 사람이, 한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했던 첫 번째 인사말이 “서울을 출발하시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다 저도 출발했습니다”라니…, 참 더러워도 지독히 더러운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사 방북단을 만났을 때는 “NHK는 광고가 없어서 좋다”라고 했다지요? 이런 말들을 그냥 외교적 수사(修辭)로 받아 들일 수도 있지만, 미운 아이 웃는 것도 밉게 보인다고, 그의 이중성에 설레설레 고개가 저어지는 것은 비단 필자의 마음만은 아닐 것입니다.

김정일의 딜레마

이렇게 그가 모순에 찬 사람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래서 단순히 그를 ‘망나니’로만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젊은 시절 그가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너무 이것만을 강조하여 지금에 비춰보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의 나이, 내년이면 육십입니다. 물론 아직도 힘이 넘치고 남아 주색(酒色)을 즐기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황색 저널리즘적으로 그의 이런 면만을 호기심 삼아 바라보는 것은 북한민주화운동나 대북 전략을 수립하는데 참고사항은 되어도 중요한 변수는 되지 못합니다.

그는 현실적으로 북한을 이끌고 있으며, 김일성 사후 곧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던 북한체제를 지난 6년간 외적으로 볼 때 별 문제없이 유지시켜 왔습니다. “독재를 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한다면 김정일은 대단히 기술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는 꽤나 뛰어난 전략가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주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대처하여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데는 ‘동물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러시아도 이에 뒤쳐지지 않으려 하는 흐름을 일찌감치 알아챈 김정일은 바로 거기에 가 붙어버렸습니다. 이것은 그의 아버지 김일성에게 마치 유전적으로 이어 받은 감각인 듯 합니다. 그것도 북-중-러 동맹에 단순히 가담하여 빌붙는 정도가 아니라 교묘히 정세와 여론을 흔들면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주도해 나가는 대담함과 치밀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주변국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의사당에서 서로 싸움박질 하기에만 바쁜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측면에서 그에게 한 수 배워야 합니다.

김정일씨에 대한 다른 하나의 편향은, 이러한 그의 전략가적 기질을 너무 크게 보면서 자가당착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입니다. 한편으로 전략적이지만 또 한편으로 김정일씨는 굉장히 전략적이지 못합니다. 김정일씨가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주객관적 사정이 있습니다. 먼저 김정일씨는 분명히 다혈질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거대한 국가사(國家事)를 매번 감정 때문에 그르칠 리는 없지만 가끔씩 그런 조절능력을 상실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그를 제어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북에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성은 더 커집니다.

또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도 김정일씨가 전략적이면서도 전략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외부 세계로 어느 정도 문을 열어놓고 (최소한 외부 서적이나 방송의 일부라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있었다면 모르겠으되, 철저하게 바깥 정보를 폐쇄하였던 그로서는 굳건히 외부와 벽을 쌓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습니다. 또 자기 이외의 어떤 정치세력도 인정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더욱 철저히 자신에게 권력이 집중되도록 하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수 십 년 동안 완벽한 독재를 구사해왔던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돌변하여 개혁자를 자처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울 것입니다.

결국 개인적 성격에, 선택의 폭이 좁다는 객관적 상황이 맞물려 그의 전략적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이 측면을 잘 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잘 이해하면 김정일의 이후 행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그가 지금 어떠한 고민에 쌓여 있을지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김정일을 자꾸 남한식, 혹은 ‘보통 사람식’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가 상해를 돌아봤다든지, 신의주를 방문했다든지, 혹은 몇 달간 공식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 개혁 개방으로 선회할 것이다, IT 산업을 육성할 것이다, 무언가에 대한 메시지다 하는 식으로 상상 섞인 해석을 내놓게 됩니다.

김정일스럽다 - 깊이 생각하지 말 것, 그러나 단순하지도 말 것

김정일 시리즈를 연재하고 김정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내린 재밌는 결론 중의 하나는 “우리가 김정일을 예측할 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서도 너무 단순하게도 생각해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그는 굉장히 감정적이지만 어떤 부분에는 철저히 냉철하게 이성적이고, 형식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반면에 또 어떤 부분에는 그렇지 않고, 상당히 통 큰 스타일을 갖고 있는 반면 어떤 부분에는 쩨쩨하리만큼 옹졸하기도 합니다. 그의 이런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스개 소리지만, 김정일학과 함께 ‘김정일스럽다’는 형용사도 새로 생겨나야 할 것 같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쌓였던 김정일 시리즈를 마감하며 사진과 이력서를 통해 김정일씨를 ‘총정리’합니다. 김정일씨는 좋겠습니다. 그 열 받던 김정일 시리즈가 끝나버려서. 그러나 김정일 시리즈는 마감하지만 김정일씨에 대한 우리의 추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기회를 통해 김정일씨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북한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동안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헤어스타일 : 곱슬한 머리, 줄곧 이 상태를 유지
●시력 : 알 수 없음. 안경 착용 (20대 사진 중 안경이 없는 모습도 있음. 그와 생활한 사람들의 증언으로 보아 그리 나쁜 시력은 아닌 듯.)
●좋아하는 색 : 붉은 색 (북한 주장)
●좋아하는 계절 : 겨울 (북한 주장)
●좋아하는 음식 : 미식가임. 일식을 좋아한다는 설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깔끔한 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임.
●즐겨입는 복장 : 인민복 (단 한번 양복을 입었다는 증언도 있음)
●취미 : 영화감상, 사격, 승마 등 (본인 스스로는 “인민들 속에
지내는 것”이라 주장, 러시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키 : 165cm (짧은 다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고 함)
●몸무게 : 85kg (추정, 한때 다이어트 했음)

이 력 서

성 명 김 정 일 ( 金正日, KIM JONG IL ) 주 민 등 록 번 호 - 없음-
생년월일 서기 1942년 2월 16일생 (만 59세)
출 생 지 양강도 삼지연군 소백수골 (북한 주장, 일명 '백두산 밀영') 또는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인근 (舊 소련 자료)
주 소 평양시 중구역 동상동 15호 (기타 여러 개의 관저와 특각이 있음)

가족관계 - 부 : 김일성 (1994년 7월 8일 사망)
- 모 : 김정숙 (1949년 9월 22일 사망)
- 처 :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등
- 자녀 : 정남(1971년생), 설송 (1974년생), 정철(1981년생) 등

학 력 및 경 력 사 항 발령청

이하 학력사항입니다.

1948 ∼ 1950 남산유치원
1950 ∼ 1952 중국 길림학원 수학 (북한에서는 자강도 장자산 피신 주장)
1952 ∼ 1953 만경대혁명학원 (인민반) 수학
1953 ∼ 1954 삼석인민학교, 평양 제4인민학교 졸업 (12세)
1954 ∼ 1957 평양제1중학교 졸업 (15세)
1957 ∼ 1960 남산고급중학교 졸업 (18세), 재학시 학교민청위원장 역임
1960 ∼ 1964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학과 졸업 (22세)
- 대학 졸업논문 : 《사회주의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
- 재학시 주요논문 :《삼국통일문제를 다시 검토할데 대하여》,
《현대수정주의의 발생에 대하여》,·《인문주의문학과 쉑스피어의
극문학에 대하여》, 《미의 기준은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이다》,
《현대제국주의의 특징과 침략적 본성에 대하여》,《대안의 사업
체계는 독창적인 사회주의 경제관리체계》

※ 기타 세계 각 대학에서 명예 학위 받은 바 있음

학 력 및 경 력 사 항 발령청
이하 경력사항입니다. 너무 많아 주요사항만 적습니다.

1961 조선노동당 입당 (대학 재학시)
1964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지도원 (22세)
1967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문화예술지도과 과장 (25세)
1970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28세)
1973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 및 선전담당 비서 (31세)
1974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위원회 위원 (32세)
※ 특기사항 : 이때부터 ‘친애하는 지도자’ ‘당중앙’으로 불림
1975 ‘공화국 영웅’ 칭호 (33세)
1980 당 중앙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군사위원 (38세)
1990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48세)
1991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49세)
1992 공화국 원수 칭호 (50세)
199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51세)
1997 조선노동당 총비서 (55세)
199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재추대 (56세)
현 직 조선노동당 총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