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2535세대들은 자라오면서,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나고 붉은 털이 달린 짐승들, 혹은 커다란 쇠공이 달린 족쇄가 항상 채워져 있어 도망갈 수도 없는 사람들, 기관총을 매고 채찍을 든 인민군이 지켜선 농장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북한사람들에 대해 이러한 상상력을 키워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촉매 중 하나가 바로 이 ‘똘이장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만화영화의 대부(大父)격인 김청기 감독 - ‘로보트 태권 브이’로 유명한 분이죠 - 이 만든 이 영화는 시리즈로 제작되었는데, 1편은 ‘똘이장군 제3 땅굴편’이고, 2편은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간첩 잡는 똘이장군’입니다. 대표적인 반공만화영화로 꼽히는 이 두 편의 영화에서 김일성 김정일은 붉은 가면을 뒤집어 쓴 돼지로, 당 간부나 인민군 병사는 늑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 2편에 등장하는 남파간첩 두목은 평상시엔 아름다운 여인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대목에선 하얀 소복을 입은 표독스러운 불여우로 변신하여 자신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이렇듯 이 영화에서 북한의 지배계층은 돼지, 늑대, 여우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순진하고 착한 어린이였던 우리는 이것을 곧이 곧대로 믿었습니다. 사실 필자의 경우도 국민학교(당시의 명칭으로) 때에는 북한의 당간부나 인민군들은 정말 돼지나 늑대, 여우이고, 북한 동포들은 이런 짐승들의 통치아래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우리 민족의 반쪽은 짐승의 지배를 받게 됐나 통탄하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지요. 북한의 당간부들도 사람이고, 북한은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된 때는 아마도, 산타클로스라는 분은 우리 아빠의 다른 이름임을 알게 된 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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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장군 1편 ‘제 3땅굴’은 북한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북한 소녀 숙이는 수령의 생일에 선물로 바칠 산삼을 캐오라는 명령을 받고 금강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갑니다. 높은 곳의 약초를 캐다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숙이를 똘이와 동물 친구들이 구해줍니다. 똘이는 인간 세상의 존재를 모른 채 산 속에서 곰, 노루, 토끼, 다람쥐들과 함께 사는 소년입니다. 똘이는 숙이를 통해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되는데, 사실 똘이는 북한을 탈출하려던 부모가 잡혀가면서 산 속에 남겨진 아이였습니다. 울고 있는 갓난아이 똘이를 동물 친구들이 데려다 키워 준 것이지요. 이 부분은 당시 유행였던 외화(外畵) ‘타잔’을 표절(?)한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똘이는 자신의 출생비밀과 북한 인민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듣고 이들을 구출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의 붉은 무리들은 수령의 생일을 앞두고 “빨리 땅굴을 파라”, “산삼을 캐오라”로 인민들을 닦달하지요. 의분에 찬 똘이는 동물친구들을 데리고 세상으로 내려와 붉은 무리들을 무찌르고 흉악한 가면을 쓴 붉은 수령을 무릎 꿇립니다. 동물 친구들이 힘을 합쳐 익살스럽고 흥겹게 늑대들을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 똘이장군 앞서간다 겁날 것 없다 / 덤벼라 덤벼라 붉은 무리 악한 자들아..." 하는 주제가가 흘러가는데 어찌나 통쾌하던지…. 발을 동동 구르고 박수를 치며 신나 하던 기억이 떠오르실 겁니다. 특히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던 붉은 수령의 가면이 벗겨지자 그 안에서 조그만 돼지가 튀어나오던 장면이 저는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포착하여 선과 악의 경계선을 명확히 가르면서 투철한 반공의지를 심어주었던 ‘똘이장군 제3땅굴편’은 몇 년 뒤 후속탄 ‘간첩 잡는 똘이장군’으로 이어집니다. ‘간첩 잡는 똘이장군’은 똘이가 남한에서 겪은 것을 담은 내용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모순이지요? 1탄에서 이미 붉은 수령을 물리쳤는데 2탄에서는 간첩을 잡는다니?)

2탄은 아버지가 납북되고 어머니마저 앓아 누운 구식이가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이 구식이 앞에 아버지 친구라며 한 아저씨가 나타납니다. 구식이는 이 사람을 따라 서울로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 똘이와 숙이를 만나게 되는데, 똘이와 숙이는 구식이가 좀 수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식이는 아버지 친구라는 사람의 꾀임에 속아 간첩활동을 해왔던 것인데, 간첩단 두목인 ‘제1공작원 불여우 동무’와 접선하던 중 똘이에게 현장을 급습 당합니다. 정체가 밝혀진 간첩들은 숙이의 삼촌인 한국의 유명한 과학자를 북으로 납치하려 하고, 똘이와 동물친구들이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옆에 앉은 내 친구, 간첩인지 다시 보자!" 이런 식의 교훈을 주기 위한 영화였겠죠. 이 영화에도 재밌는 삽입곡이 하나 있습니다. 제목은 "간첩 신고는 113". 생각해보니 간첩신고 전화번호가 '113'이라는 것도 이젠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군요. "일일삼 일일삼 다이얼을 돌려요 / 붉은간첩 만났을땐 일일삼을 돌려요 / 헷갈리면 안돼요 겁을내도 안돼요 / 무장간첩 나타나면 쏜살같이 달려가 / 일일삼 일일삼 다이얼을 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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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편집자의 편지>를 통해 느닷없이 '똘이장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똘이장군’은 시대와 함께 퇴출되어야 할 저급한 만화영화인가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 때문입니다. 또한 ‘똘이장군’은 과연 북한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 때문입니다.

탈북인 몇 분에게 이 ‘똘이장군’ 영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한국에는 과거 이러한 영화가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북한 영화에서는 남조선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똘이장군’을 직접 보여주고 나서 소감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제 설명을 들은 한 탈북인은 “북한사회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한 정말 잘 만든 영화인 것 같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다른 탈북인은 “북한 영화에서 소개되는 남조선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표적 장편영화인 ‘민족과 운명’에서 한국은, 아직도 미군 쓰레기를 주워 먹기 위해 아이들이 싸우고, 거리에는 거지들이 넘실대고, 피둥피둥 살찐 부자들이 삐쩍 마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쳐다보는 그런 사회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이렇게 선전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는 우둔한 주장을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다만 똘이장군이 쓰레기통에나 들어가야 할 반공만화영화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북한사회가 실제 그렇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어린이 만화영화인 까닭에 돼지나 늑대에 빗대어 우화(寓話)적으로 표현한 것뿐이지, 실제 북한 주민들의 눈에 김정일이나 당 관료들이 설마 돼지나 늑대로 밖에 안보이겠습니까? 아마 악마도 그런 악마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똘이장군 영화가 잘못된 지점은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의도하지 않게 북한 주민 전체를 늑대나 짐승, 뿔난 도깨비로 여기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인민들을 지극히 나약한 사람들로만 묘사하여, 그들 스스로 봉기해 붉은 수령을 때려 눕히는 것은 불가능하고 외부의 도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암암리에 풍기고 있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고 주민들의 삶이라든지, 김일성 김정일의 본질에 대해서는 실제 현실과 별반 다른 점이 없어 보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제의 핵심은 ‘똘이장군’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뒤를 잇는 ‘북한 교육’이 부재한데 있다”는 사실입니다.

똘이장군 영화를 보고자란 2535세대는 아마도 반공교육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를 부르며 신나 하고,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반공포스터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고, 반공웅변대회 준비하면서 목이 쉬던, 삐라를 주어 신고하면 머리 쓰다듬어 주며 노트와 연필을 상품으로 받던 그런 세대 였습니다.

이 세대는 또한 ‘학력고사’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합니다. 무조건 밑줄 긋고 외우는 교육에 익숙했던 2535 세대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에 ‘북한’이라는 존재는 도덕이나 윤리 시험에 덧붙는 하나의 암기대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배운 북한이란 뭔지도 모르고 외웠던 "4대 군사노선은 전 군의 간부화, 전 지역의 요새화, 전 장비의 현대화, 전 인민의 무장화", "노력동원 운동에는 천리마 작업반운동,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이 있다..." 뭐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똘이장군 이후 북한에 대한 사고가 단절되어 버린 2535들이 대학문에 들어서 선배에게 새로 들은 ‘북한’은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과거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이기도 했고, 그동안 믿고 따라왔던 모든 가치관에 대한 배신감마저 갖게 했지요. 그러니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에도 뭔가 대단한 게 있는 듯 감동을 받곤 했지요. '80년대 학생운동권에 어떻게 해서 그런 친북적인 분위기가 급속하게 번져 갈 수 있었나'를 묻는다면 저는 우선 이런 이야기를 꺼내며 변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줍잖은 반공교육의 역편향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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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2535 세대들이 자라나 지금 교직(敎職)에 있습니다. 최근에 교육계가 말이 많지만,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북한 교육의 실종’ 입니다. 물론 예전보다 세상이 좋아져,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탈북인들에게 북한사회의 이모저모를 직접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고, 숙제를 도와달라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 이메일을 보내오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질문 수준과 교사들이 학교에서 지도하는 내용을 보면, ‘과연 이렇게 가르쳐도 되는 것인가’하는 우려가 밀려옵니다.

‘똘이장군’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이젠 아예 북한교육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반공교육’에서 '통일교육', ‘민족화해교육’으로의 전환은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사라진 엉뚱한 ‘통일’교육을 한다는 그 교과서를 뒤적거리다 보면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누구와 통일하자는 통일교육인지.... 더구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한답시고 만든 어떤 책을 보면 이런 거짓말 나열장을 뻔뻔스럽게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는 생각에 분노마저 치밀어 오릅니다. 하긴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 청년을 휩쓸고 갔던 80년대와 그것이 심어주고 간 눈먼 민족주의 - 정확히 표현하자면 민족주의로 포장된 북한 ‘잘못 알기’ - 에 있겠죠.

어떤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맹목적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다가 맹목적 북한추종으로 간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 너희는 그 맹목적 북한추종을 비판하면서 다시 맹목으로 치우친 것 같다." 이것을 ‘사상적 널뛰기’라고 표현한 분도 계셨죠. 그 분에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의 과거를 두고 어떠한 비난을 퍼부어도 좋다. 우리가 변화한 모든 지점에 대해 ‘또 다른 맹목’이라 말해도 좋다. 하지만 당신이 비판한 수 십, 수 백 가지를 수긍한다 하여도 단 한가지만은 인정할 수 없다. ‘북한’, 북한에 대한 부분만은 절대 ‘또 다른 맹목’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달리던 자리에서 왼쪽으로 10미터를 튕겨 나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10미터를 이동하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이것을 ‘중간’이고 ‘중립’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다가, 혹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과거의 반공교육을 부정했다가 ‘젊은 날의 치기(稚氣)’라 반성하며 어느 정도 오른쪽으로 달려와 “이제 나는 온전하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만한 자기 포장일 뿐이며 책상머리에서 앉아 자족(自足)하기 좋아하는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적어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렇습니다.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리어, 북한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면 ‘수구 보수 냉전’이라고 흥분하며 삿대질을 합니다. 그럴때면 잠시나마 친북적인 학생운동에 동조하였던 과거를 통렬히 반성합니다. 어쩌면 그 때의 씨앗들이 지금 저렇게 엉키고 설켜, 중립을 가장하여 대한민국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머지 않은 훗날 땅을 치고 통곡할 날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제발 새해에는 북한을 제대로 알리는 서적이 많이 출판되고, 그러한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많이 늘어나길 기원합니다. 제발 새해에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통해 북한을 알고 배우며 실천하는 사람들이 부쩍 부쩍 늘어나길 간곡히 기원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까지 감정적 반감을 심어주고 대책 없이 흘러갔던 똘이장군식 북한 교육은 분명히 지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북한 인민의 현실과 북정권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는 교육은 한껏 살아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똘이장군의 시대’를 넘어서는 길이며 진보를 사랑하는 인류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ps

눈치채고 보신 분들이 많지 않겠지만 우리가 80년대에 보았던 만화영화 중에는 똘이장군 이외에도 반공영화가 많았습니다. 『로보트 왕 썬샤크』,『해저탐험대 마린 엑스』,『우주전사 홍길동』,『수퍼타이탄15』은 모두가 ‘붉은 군단’을 물리친다든지, ‘혹부리 대왕’을 처단하는 내용입니다. 심지어는 나쁜 놈 -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했죠 - 들의 대사가 북한 사투리인 만화영화도 있었습니다. 당시 군사정권이 이러한 영화만들기를 강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소재의 다양성이 제한되어있던 7·8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적 정서와도 부합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앞다투어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른바 ‘반공상업주의’가 어린이들에게도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 『해돌이 대모험』이라는 영화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마도 납북자 문제를 다룬 유일무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안보교육협회에서 후원하여 제작된 이 영화는 포스터에 올림픽 마크까지 찍혀 있습니다. 포스터 상단에 보면 “공산당은 무엇인가”라고 크게 쓰여 있고, “왜 나쁜가, 북한의 사회생활은 어떤가, 이 영화는 자유가 없는 북녘땅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해돌이 대모험』은 강화도 인근에서 조업중 북으로 납치된 아버지를 찾아나선 해돌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명을 받고 내려온 예삐가 해돌이를 따라다니며 도와주는데, 위급한 순간에 해돌이가 초록색 헐크로 변해 미그기와 탱크를 엿가락처럼 주무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귀순자가 제작에 참여하여 북한실상을 자문하였고, 똘이장군에서 당간부들을 늑대나 여우로 표현한 것과는 달리 온전한 사람으로 표현한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이 영화도 TV를 통해 몇 차례 방영되었지요. 『해돌이 대모험』중 이런 삽입곡이 있습니다. “공산당아 눈을 뜨고 이 참상을 보아라 / 벌거벗은 동포의 모습을 / 공산당아 귀를 열고 이 소리를 들어라 / 굶주림에 지친 소리를 / 어린이들에게 총을 메게 하고서 / 무슨 공부 하란 말인가 / 허기진 몸으로 노동 초과달성 / 무슨 수로 하란 말인가 / 이 세상에 이런 곳이 그 어디에 또 있겠소 / 불쌍할사 이북 동포들 / 비참할사 이북 동포들”

-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관련 상(賞)중 ‘대종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1966년부터 1987년까지 대종상 시상식에는 ‘반공영화상’이라는 부문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화사들이 이 반공영화상을 받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다는데 그 이유는 반공영화상에 따라붙는 ‘외국영화수입권’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외국영화수입이 제한되어 있던 시절이라, 외국영화수입권을 따내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죠. 참 미끼도 다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추억을 더듬어 보자면, 80년대에 유행했던 주사위 놀이중에 ‘뱀 주사위 놀이’도 있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1부터 100까지 올라가는 놀이인데, 좋은 일을 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계단을 올라가고, 나쁜 일을 하면 뱀을 타고 미끄러져 우리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단계를 상승하는 ‘좋은 일’은 간첩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고, 가장 많은 단계를 하강하는 ‘나쁜 일’은 친구를 벼랑에서 밀어 뜨린 일이었습니다. 고속도로로 가는 좋은 일 중엔 산에 나무를 심는 일, 열심히 공부하기, 노인의 짐을 들어 준 일 등이었고, 뱀을 만나는 나쁜 일엔 불장난, 나무를 올라타는 짓, 위험물질을 갖고 노는 행동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통해 '바른생활' 교육을 자연스레 익혔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 아이들에게 이걸 보여주면 유치하다고 깔깔깔 웃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