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도높은 반미기조
이번 공동사설은 매우 강한 반미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부시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북미대화가 중단되고 장외에서 상호 비난전이 격화된 만큼, 반미 기조는 충분히 예상가능 했으나, 그 강도는 예상 밖이다.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감히 불질을 한다면..." 등 미국과 군사적인 대결을 가상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며, 협상의 여지를 암시하는 외교적 언사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와 맞물려 '군대제일주의' 내지는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강도 높은 반미기조는 기존 북미관계의 교착과 아울러 미국의 반테러 전쟁 노선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흥미 있는 사실은 아직 미국이 반테러 전쟁의 차원에서 북한을 명확하게 그 대상으로 지목하거나, 구체적인 압박조치들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부시대통령이 반테러와 연관되어 북한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식이었다. 즉 물어보니까 이야기한다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북한은 먼저 앞서 가는 행보를 해버린 걸까?

우선, 북한은 미국의 반테러 전쟁의 지속을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반테러 전쟁이 탈레반 정권의 붕괴라는 성과를 낳았고, 탄저균 테러가 발생하면서 화생방 무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한 미사일, 핵무기 등이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이런 주제들은 모두 북한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더구나 북미간에 기존의 쟁점들 또한 미사일과 핵무기다. 결국 북미 현안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반테러 문제와 연결될 수 있게된다.

북한은 기선제압을 통해 미국의 예상되는 공세를 약화시켜 보려는 선택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자신들을 쉽게 보고 덤비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선제적인 유화조치나, 관망 등에 비해 이런 강공책은 다소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아직 북한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걸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른바 '벼랑끝 전술'이라는 이런 선택에 익숙해져 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군사교리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에 대해서는 예상이 쉽지 않다. 북한의 의도대로 부시행정부가 북한을 건드려 보아야 양보를 얻어낼 것도 없고, 그렇다고 군사적 선택을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의 강수(强手)를 계기로 더 자존심을 세워서 북한 압박을 시작할 수도 있다.

2) 북미대화 전망
지난해 북미관계에 대해 추적해보면서 올해의 현안들과 전망을 살펴보자. 부시행정부 등장과 더불어 북미대화가 중단된 데는 대화의 출발점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북한은 클린턴 임기 말에 조명록 특사가 방미하여 합의한 '북미공동코뮈니케'에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북한은 핵, 미사일문제의 큰 줄기는 이미 논의가 끝났다고 본다. 특히 미사일문제는 2003년까지 발사를 유예하고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제3국의 지원을 받는다고 합의하였으며 그 대가로 미사일 개발계획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약속한바 있다. 북한은 이 합의로 이미 충분한 양보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검증과정'이 불철저했다는 평가 하에 원점에서 출발하기를 원한다.
한때 북한은 미국이 공동코뮈니케를 모두 승계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적대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히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선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있어서 먼저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일관되게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면서 대신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의 몇 가지 의제를 제시하여 자신들의 관심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관계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각각의 분야에서 선언적인 차원을 넘어선 구체적인 검증조치들을 끌어내는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있는 것 같다.

북미간에 당면 현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문제이다. 1994년 북미제네바 합의는 핵개발 의혹 규명은 뒤로 미루고, 일단 핵개발 중단을 위한 경수로 지원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에 따라 경수로의 핵심부품이 인도되기 전(2004년)에 북한은 핵사찰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그 기간을 2년 이상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 등은 올 6월정도에는 핵사찰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태도로 보아 일단 버티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명분 없이 핵사찰을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것보다는 이를 쟁점으로 삼아 다른 양보나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고 대가없는 핵사찰을 요구할 경우에는 긴장은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은 핵사찰 등이 추진되지 않으면 경수로 건설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경수로 건설 중단 자체는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효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압박수단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북미간에 새로운 쟁점은 북한의 화학무기 금지협약(CWC) 가입문제이다. 물론 미국내의 탄저균 테러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생산·비축 시설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폐기하며, 국제적인 사찰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추진을 의미한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협약에 당장 가입하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성의표시를 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체면상 무언가 압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관계에서 미국의 원칙론적인 접근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그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반테러전쟁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북한의 선택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의 논조에 의하면 일단 북한은 강경노선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몇가지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한국의 존재 때문에 미국의 압박에는 한계가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은 국제적인 경제관계를 아주 제한적으로 맺고 있기 때문에 경제제재와 같은 非군사적인 압박은 거의 의미가 없다. 결국 효과적인 대북압력이란 군사적 수단의 동원인데, 한국정부는 물론 한국의 여론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의 동의 없는 미국의 대북군사작전이란 성립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는 북·중·러 대미연대전선의 구축이다. 미국의 9.11테러 사태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MD추진이 본격화되면 이 북방 3각동맹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여기서 북한은 미국과의 최전선에서 직접 공방을 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몸이 무거운 중국, 러시아가 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중국 등은 경제원조는 물론이고, 김정일위원장 체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큰 선물을 주고 있다. 즉 북한정권의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의 지지와 지원에 상응한 반미전선 형성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북러정상회담에서 예기치 않게 주한미군철수라는 공동선언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 남북관계

1) 북미관계 연동
북한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남북대화를 중단시킨 명분은 결국 '미국'문제였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9.11테러로 인한 한국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삼았지만 결국은 한미공조체제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번 신년사에서 6.15공동선언중에서도 유독 '자주적 통일'만을 언급하고 '민족공조 실현'을 강조한 것은, 지난해의 이런 기조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민족공조 주장은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중심으로 하고 남북대화는 유보시킨다는 통미봉남 정책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나온 북한의 대남정책은 '한미간에 대북정책을 놓고 적극적으로 갈등을 유발시킨다'는데 그 목적이 두어져 있다. 즉 미국 문제를 내걸고 남북대화를 중단시키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한국정부가 미국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국내여론이 미국 때문에 남북관계가 방해받는다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북미관계에서 북한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북한의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는 작업은 중국의 관심과도 통한다. 중국은 대미관계에서 한국의 중립화에 큰 관심이 있다. 미중 간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동북아의 지역적인 구도에서 한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MD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하튼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반미기조와 동시에 민족공조 노선을 분명히 한만큼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공조에 대해 아주 민감하고 빈번하게 문제제기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북미관계가 긴장되면 남한을 보호막으로 삼기 위한 적극적인 대화추진의 가능성도 열어놓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에 대해 '미국이냐 북한이냐'는 식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식으로 나가게 되면 한국정부는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2) 정치 쟁점의 제기
주적론 철회와 보안법 철폐의 제기는 과거 북한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번 쟁점들이 비록 과거와 같이 남북대화를 피하기 위해 내걸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이 사안들을 신년사에서만 언급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은 틀림없다. 6.15정상회담이후 남북대화는 이산가족 교류, 철도연결, 개성공단 조성, 전력지원 등 주로 비정치적인 차원의 남북교류나 대북지원이 주제가 되었다. 우리측의 구도와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을 바라는 북한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의 정치쟁점 제기는 기존 남북대화구도 자체를 흔드는 복병의 출현일 수도 있다.

북한이 이 쟁점들을 남북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지루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북한 또한 남한의 정세를 모르는바 아닌 만큼 이런 주제들이 관철되리라 보는 건 아니다. 다만 남한 내에서 이 주제들이 "논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특히 보안법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인권문제를 적극 거론하며 정치적 압박전술을 쓸 가능성에 대해 미리 맞불을 놓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만약 북한이 주적이나 보안법문제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올려놓는다면 이는 이른바 대북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에 대한 관심으로 간주 할 수 있다. 아울러 남북대화의 필요에 따른 중단 내지는 조절의 수단을 확보하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두차례의 북한의 남북대화 중단은 사실상 명분이 매우 취약하였다. 미국문제를 가지고 남북대화를 중단시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치쟁점 제기는 남북대화를 조절하는 명분으로 삼는데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3) 경제적 지원
북한이 개방정책을 모색하면서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이때문에 남북대화에 관심이 높다는 해석은 이제 재검토 해야 할 것 같다. 현재는 북한정권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관심이 거의 없어졌다. 경의선 철도 복원이나 금강산 육로관광을 비롯하여 개성특구 추진 등 모두 아무런 진전이 없는 만큼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본래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북한이 적당히 하려고 했다고 볼 수는 없고 당시엔 분명히 남한에 의존한 개방 구상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어느 정도 심각한 위기는 넘겼다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개방에 대한 불안감(남한의 지원능력에 대한 의구심, 개방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 등) 때문인지 여하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개방과 연계된 사업은 유보했다 하여도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지원에는 여전히 관심은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외부로부터의 인도적인 지원은 계속된다'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올해 2월말부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옥수수 10만 톤을 지원할 계획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해 북한과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25만 톤의 식량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추가로 10만5천 톤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 2002 회계연도 예산에도 중유 제공을 위해 사상 최고액인 9000만 달러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미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은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는 당근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은 4대제일주의 중에 '우리 제도'를 언급하였다. 의례적인 언급일 수도 있으나 개방유보에 따른 입장정리의 결과일 수도 있다. 즉 그냥 기존방식대로 살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개방구상에 입각한 남북관계 추진'이라는 맥락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을 해석하는 틀은 당분간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미관계, 남남갈등과 같은 정치적인 고려가 북한의 남북대화의 핵심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4)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은 거의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의 발전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언급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서울 답방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렸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내심 오고 싶어한다고 보여진다. 다만 성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줄 수 있는 보따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금강산관광이나 전력지원등 경제적인 성과에 관심이 있다고 관측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관심은 정치적인 성과에 있을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MD추진 반대,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북미공동코뮈니케 인정 등)와 같은 남북공동선언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기조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맥락에서 김위원장의 서울답방은 매우 어려워 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북미긴장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올해 김정일의 답방이 이 문제를 비껴 가는 식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답방 성사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지난 94년 북미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된 상황을 다시 고려해볼 수는 있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북한은 다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으로 와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김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갈 수 있을까?

5) 민간전략
지난 1월 2일 평양방송은 '투쟁의 선봉대는 우리 청년들이다'는 보도물에서 '반미자주화는 남한 청년학생들이 앞장에서 실현해야 할 민족사적 과제'라고 지적하고 '미제의 남조선 강점을 끝장내고 조국통일의 과업을 실현하자면 북과 남 해외의 청년학생들이 연대연합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난해 북한은 평양축전 파동 등 지속적으로 한국내의 민간세력에 대한 연대사업을 강화해왔다. 그 주된 목적은 반미 여론의 확산에 두어졌다. 올해도 그 양상은 지속될 것이다.

이미 발빠르게 '설맞이 민족공동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매스게임 '아리랑'을 4월 29일부터 6월 26일까지 능라도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오는 4월15일은 김일성 90회생일 축하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물론 8.15행사도 다시 추진될 것이다. 북한은 이런 저런 계기를 통해 남한의 친북세력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과 교류를 강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남한내의 반미분위기 조성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3. 몇가지 결론

△ 북미관계는 상당기간 교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와는 달리 핵사찰 등의 현안이 있기 때문에, 근접 몸싸움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협상국면이 열릴 수도 있으나 북한은 일단 강경기조를 고수할 것이며, 이 기조가 뚜렷한 성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화정책으로의 전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한국의 입장 때문에 미국이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극한 긴장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는 전략을 쓸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지난해와 보다 정치적인 쟁점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 결과 이산가족교류와 같은 인도적인 문제들은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 한국정부는 북미쟁점에 대한 입장정리와 태도 설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한미공조를 취하면 북한은 즉각적으로 반발해 나설 것이며, 남한내의 반미분위기가 점차 강화되는 상황에서 내적인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문제를 둘러싼 북한과의 줄다리기가 매우 지루하게 진행될 것 같다.

△ 북한의 개방과 연계된 철도 연결 등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유보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도적인 차원의 대북지원이 계속되는 정도의 상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