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濟州道) 인구의 70프로가 농사(農事)를 짓고 있다. 물고기도 잡으며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남조선(南朝鮮) 괴뢰도당은 국제 관광지(觀光地)로 만들어... 제주도는 자본주의(資本主義)나라 인간(人間)쓰레기들의 유흥지로 변(變)하고 말았다. 제주도 인민들을 비롯한 남조선 인민들도 모두 다 경애하는 김정일(金正日) 원수(元帥)님의 품속에 안겨 행복(幸福)하게 살 조국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투쟁(鬪爭)하여야 한다.』

제주도 사람들이 물고기나 잡으며 겨우 목숨을 잇고, 제주도는 인간쓰레기들의 유흥장이라니.... 제주도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김정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내어야 할 판입니다. 이래저래 김정일은 소송 당할 일이 많아 두렵겠습니다.

■평양방송은 2001년 12월 5일 ‘자본주의 세계 범죄 성행’이라는 보도물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들의 치안문제에 대해 걱정해 주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자본주의 세계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미국에서는 해마다 평균 3천500만건의 각종 범죄행위가 감행되고 있고 600만명이 폭력범죄의 희생물로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일본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일어난 범죄 총건수는 128만8천380여건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9% 늘어난 수치이며,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총 2천 2만 1천 건의 범죄가 기록되었으며 이 기간에 수도 파리에서는 16만330건의 범죄행위가 감행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독일에서는 2000년 경제범죄 건수가 9만700건에 달했으며 영국의 런던에서는 2001년 1월부터 7월까지의 기간에 강탈, 절도 등의 범죄행위가 20% 늘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2002년 1월 2일 새해 첫 국제소식으로 ‘자본주의 나라들, 설움과 불행의 새해 맞이’라는 제목의 보도물을 내보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현상이 날로 심화되는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새해에는 절대 다수 비착취, 피압박 근로자들에게 있어서 설움과 불행의 새해로 되고 있다”고 소개한 이 방송은, 미국에서는 약 400만가구의 가정이 설을 빈궁과 기아속에 보냈으며 실업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실업자들이 직업소개소 밖에 쪼그리고 앉아 새해를 맞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리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의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수많은 나이 어린 정신적 불구자들이 알코올과 마약에 취해 맞이한 것은 희망의 새해가 아니라 비관과 절망의 새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나라 범죄문제와 실업률을 걱정해주는 것은 일단 고맙습니다. 그 인류애깊은 마음 씀씀이에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먼저 그쪽 인민들의 모양새를 돌아보시지요. 그리고 범죄발생율 통계를 발표하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까지 보도할 수 있는 것이 자유세계의 우월성이랍니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의 교수가 공개적으로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인재를 배출해내는 ‘중앙당교’의 왕궤이시우 교수는 ‘중국 당과 정치관료 포럼’이라는 잡지의 논문에서 "국가는 민주화 추세인데 공산당의 민주화는 너무 더디다", “공정 투표권조차 빼앗는 현 지도자 선출제도는 협잡이나 다름없다”고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덩샤오핑(鄧少平) 등 전직 지도자들의 권력은 무소불위(無所不爲)였으며, 인민들에게 자신들의 지시를 따를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면서 “당 지도자가 은퇴 후에도 영구직책을 갖거나, 전인대·정협(政協) 대표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근차근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여기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한 탈북인은 국경을 넘어 중국 땅을 헤매던 당시 기차 안에서 중국 사람들이 큰 소리로 강택민을 욕하는 것을 보고 중국의 변화상을 실감했다 합니다. 만약 김일성종합대학 교수가 공개적으로, 아니 사석에서라도, 아니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라도 김정일을 비판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목이 열 개라도 살아남지 못했겠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화재현장에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화를 옮기다가 화상을 입은 군인 김광혁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2001년 12월 21일 보도했습니다. 중앙방송은 “조선인민경비대 신일남 소속부대 사관(하사관) 김광혁씨가 지난 5월 군사임무 수행 중 화재가 발생한 주민주택에 뛰어들어 김일성 주석과 김 총비서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셔내오는 숭고한 모범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보도를 ‘자랑’이라고 내보낼거요?

■북한은 지난해 각지에 김정일 가계 우상화를 위한 상징물을 건설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월 16일 증산군·대홍군을 시작으로, 황주, 해주, 덕성군 등에 ‘김일성화·김정일화 온실’을 만들었으며, 3월 18일 양강도 삼지연군 백두산 갈림길에는 “만대에 빛나라, 백두영장의 눈보라 행군의 길이여”라고 쓰인 헌시비를 세웠습니다. 또 김철주 포병종합학교, 흥남항, 대천군 운흥협동농장, 김책시 은어수산협동조합 등에 김정일 현지지도사적비를 세웠으며, 12·5 청년광산, 황주군 신상협동농장, 김책선박공장, 교육도서출판사 등에 김정일 혁명사적표식비를 세웠습니다. 혁명사적비는 사적지에 세운 비를, 혁명사적표지비는 사적지에 관한 안내문을 새겨 놓은 비를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북한이 지난 한 해 세운 우상화 상징물은 공개된 것만 5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00년에 세운 80개 보다는 줄어든 숫자이나, 여전히 혁명사적비, 표식비, 김일성·김정일화 온실 등 불필요한 부분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만한 희대의 코미디 같은 논평이 북한에서 또 하나 나왔습니다. 평양에서 발행되는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 ‘통일신보’는 지난해 12월 15일자 지면을 통해 “선군(先軍)정치의 최대 수혜자는 남한 동포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대북퍼주기>론을 평함”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논평은 “남조선의 일부 세력이 ‘대북퍼주기’를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는데, 그들은 북에 ‘퍼준다’고만 떠들 뿐 자기들이 지금까지 북의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아 오고 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조선반도에서는 미국에 의해 제2의 조선전쟁이 터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위험이 한두번만 조성되지 않았”는데 “만일 공화국에 힘이 없었다면 오만한 미국은 벌써 북침전쟁의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논평은 “조선반도에서 평화가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고 물으면서 “북은 천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이세상 가장 크고 값비싼 평화를 남쪽에 선사했다.”는 농담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래서 “진짜 퍼준것은 남이 아니라 북이였다”는 것입니다.

흐하하하하. 먼저 크게 한번 웃어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넙죽 엎드려 김정일 원수님께 감사의 큰 절이라도 드려야 겠습니다. 강철의 영장 김정일 동지, 남조선의 안위를 밤낮으로 지켜주시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당신이 있어 전쟁의 위기를 넘겼다는 그 말씀, 뼈속 깊이 새록새록 새겨듣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하옵는 것은, 당신이 없었다면 그런 위기조차 애당초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옵는지요?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가 아니라, 당신이 없으면 한반도의 위기도 없고, 인민의 비참한 운명도 사라집니다. 빨리 사라져 주세요.

■2001년 11월29일. 조총련 반세기 역사에 처음으로 일본정부가 중앙본부를 압수 수색하고 주요 간부들을 구속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朝銀(조긴)사건」이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는 조총련 은행인 조긴이 불법적인 과잉융자를 거듭하다 결국은 거의 모든 지부가 파산하고, 예금자 보호의 자원에서 일본 정부가 6000억엔 이상을 투자하며 조긴 살리기에 나섰지만 투입되는 공적자금 마저 자꾸 외부로 유출된다는 정보가 포착되면서 그동안 곪고 곪은 상처가 터지듯 드러났습니다. 그 ‘외부’라는 곳이 북한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입니다.

조총련계 재일동포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긴은 한때 38개의 지점을 두고 번창하기도 하였으나 방만한 자금운용과 일본경제의 장기적 침체로 지금은 거의 모든 조합이 파산, 양도되고 일본정부의 관리 하에 들어갔습니다. 조긴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평양청년학생축전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이부은 것이 치명타였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주머니에 각종 충성헌금을 경쟁적으로 갖다 바치면서 부정대출을 일삼은 것도 재정 부실의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일본정부의 공적자금마저 북한으로 가져가려 했으니 정말 간이 크기도 합니다.

조총련은 이 문제를 '민족차별과 박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각종 궐기대회를 통해 조총련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남한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는 조총련 탄압은 일본의 반북책동이라는 내용의 신문광고를 게재하며 이제는 앞 뒤 안가리고 부정부패까지 덮어주려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장 든든한 돈지갑중 하나인 조총련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달러 맛이 그리워, 이제는 매스게임까지 상품화하며 외국인들의 주머니 돈이라도 털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그의 모습이 요새는 너무 가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