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련대는 단순 탈북자와 잡범들이 모이는 곳, 임신한 여성은 강제로 유산시켜…

세수, 양치질은 생각할 수도 없고 혼자서는 화장실도 갈 수 없어…

북한주민들은 아프간 전쟁이 난 것은 알지만 탈레반이 패망한 것은 몰라…

아리랑 축전에는 관심 없고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도 모른다.”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탈북자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조-중 국경지대에 가더라도 탈북자들을 만나기가 참 힘들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식량난이 완화된 것도 있고 단속이 강화된 것도 있지만 이제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몰래 도망쳐 나오기보다는 경비병들에게 뇌물을 주고 넘어온다. 따라서 외모만 봐서는 그 사람이 도망쳐 나온 북한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이번에는 탈북자를 만나기는 참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1월말에 넘어온 탈북자를 한 사람 만났다. 이 탈북자는 20대 초반으로 과거에도 탈북한 경험이 있었고 그 때문에 최근까지 노동단련대 - 한국에는 '교양소'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 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노동단련대는 단순폭행이나 절도, 명예훼손, 비법 월경 등으로 2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 가는 곳이다. 탈북자들도 비법 월경이라는 죄목으로 단련대에 보내진다. 단련대는 심한 육체노동을 통한 사상단련을 받는다.

필자는 이 탈북자를 통해서 단련대라는 북한 내에서도 또 하나의 특수한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단련대 안의 풍경을 통해 그 암흑 같은 북한 땅에서도 인권 의식이 서서히 싹트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단련대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 ※ 인터뷰에 응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각종 지명 등 탈북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듯한 정보는 모두 기록하지 않았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단련대의 정식 명칭은 무엇입니까?"

- 단련대는 명칭상 각 지방 인민위원회 노동단련대, 온성을 예를 들자면 <함경북도 온성군 인민위원회 노동단련대>로 되여 있습니다.

"그럼 단련대는 누가 관할하는 것입니까?"

- 단련대는 북한 사회보안성(남한의 경찰) 산하 각 시군 보안성 감찰과 감독 하에 있습니다. 거기다 각 시군 보위부(남한의 국정원) 담당 보안원이 단련대 개당 한 명씩 배치 되여 있습니다. 단련대 대장은 인민위원회(남한의 구청에 해당)에서 파견하고 비서는 당위원회에서 파견합니다. 그리고 현장 감독(거기 말로는 노력 감독원)은 출세하지 못한 특종병 제대군인들이 봅니다.

"단련대는 무슨 죄목으로 들어갔습니까?"

- 무직 건달과 비법 월경, 주요하게는 비법 월경, 즉 탈북했다는 죄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직 건달이라면 직장이 없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에도 단련대에 가둡니까?"

- 예. 북한에서는 인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직장에 일이 있든 없든 무조건 직장을 배정해줍니다. 그런데 그 배정해 준 직장을 나가지 않고 세 달 이상 집에서 놀면 명령 불복종이라고 단련대에 가둡니다. 무직 건달죄로만 걸리면 열흘 정도 구류되어 삽니다.

"그러면 직장에 가도 할 일도 없고 월급도 안 주는데도 무조건 나가야 합니까?"

- 지금 북한에서는 돌아가는 공장이 몇 안되기 때문에 직장에 가도 할 일도 없고 월급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도 배정을 받으면 직장에 출근해야 합니다.

"그 단련대에는 어느 정도의 사람이 수용되어 있었습니까?"

- 제가 있던 단련대엔 사람이 많습니다.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대략 120명 이상은 있습니다.

"여자는 어느 정도 있습니까?"

- 여자도 많기는 한데 절반은 안됩니다. 전엔 여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여자 탈북자가 적어져서 적습니다.

단련대는 단순 탈북자와 잡범들이 모이는 곳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탈북한 사람들입니까?"

- 아닙니다. 각종 범죄자가 다 있습니다.

"어떤 범죄자들이 있습니까?"

- 대체로 잡범(雜犯)들인데 탈북자 외에 무직건달죄가 많고 구타, 교통사고, 비법동거, 강간범 등이 있습니다.

"비법동거란 어떤 경우를 말합니까?"

- 가령 남자가 강제로 여자를 잡아 놓고 동거하는 경우나 가정이 있는 남자 또는 여자가 다른 남자나 여자와 동거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면 미혼의 청춘 남녀가 좋아서 동거하는 경우는 비법동거에 해당되지 않겠군요?"

- 예

"잡범 아닌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습니까?"

- 잡범이 아닌 사람들은 관리소나 교화소에 보냅니다.

"단련대에서 먹을 것은 충분히 줍니까?"

- 먹는 건 옥수수를 가루 낸 것으로 밥을 해주는데 그릇 밑굽이 보일 정도로 적게 줍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보다는 단련대 생활 나아져

"그것만 먹고 어떻게 버팁니까?"

-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거기서 굶어 죽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영양부족에 시달리면 집에 병보석으로 내 보냅니다.

"그럼 그 안에서 죽는 사람은 없습니까?"

-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집이 없어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죽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하나 보았습니다.

"심하게 때리지는 않습니까?"

- 구타는 아직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 때립니까?"

- 처음에는 가볍게 때리지만 그래도 안되면 몽둥이 찜질을 합니다.

"겨울이면 추울 텐데 자는 곳은 어떠합니까?"

- 자는 곳은 그런대로 불을 때기 때문에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단련대 밖의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나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거기서는 천막을 치고 자야하기 때문에 밤에 얼마나 춥던지 낮에 일하는 것 보다 밤에 떠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제가 한 번 갔던 곳은 바닷가이고 임시 반토굴 집에서 잤습니다. 바닷가이고 나무 값도 너무 비싸서 죽을 고생을 한 것입니다.

"거기서는 얼마동안 있었습니까?"

- 한달 보름 정도 있었습니다.

단련대 안에서 세수하고 이빨 닦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단련대에 있을 때 세수하고 이빨 닦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 그건 허락되기는 한데 모두들 힘들다고 안 합니다.

"왜 힘들다고 안 합니까?"

- 그럼 죄진 놈들을 힘들지 말라고 단련대에 보내겠습니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세수하고 이빨 닦을 정도로 한가하면 쓸데없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도루 메우고 합니다.

"그럼 세수하는 것을 허락은 하지만 세수할 시간은 안 준다는 겁니까?"

- 예, 얼마나 일하는 게 힘든지.... 한창 힘들 때는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 기력이 없어집니다.

"목욕할 시간은 당연히 없겠습니다?"

- 외지에 나가서는 근본(당연히) 없지만 본대(本隊)에서는 토요일이면 집단적으로 물을 덮혀서(데워) 목욕을 합니다. 하지만 약자(弱者)들은 물이 모자라서 옷을 벗었다가 다시 입어야 합니다.

돈 없고 빽 없고 주먹도 없으면 단련대에서도 서러워

"약자들은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 그냥 빽도 없고 돈도 없고 주먹도 없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 안에 병든 사람은 많지 않습니까?"

- 열악한 환경에다 개처럼 먹는데다가 일이 힘들어서 누구하나 빼지 않고 병자들이지만 전염병, 허약자, 중상자 내놓고는 병자 축에도 끼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중한 병자들은 대략 몇 퍼센트 정도 됩니까?"

- 약 10%는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한 사람들 중에 집이 있는 사람은 병보석으로 내보냅니다.

"심하게 아픈 사람들은 어쨌거나 풀어주는군요?"

-하지만 임시 석방이지 언젠가 다시 와야 합니다.

"병이 나으면 바로 다시 들어와야 된다는 말입니까?"

- 담당지역 보안원들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몸이 회복되면 다시 단련대로 들어와서 자기 날짜를 채워야 합니다.

"그럼 병이 중해서 1년 이상 집에 있다가도 다시 들어와 채워야 할 날짜를 채워야 한다는 겁니까?"

- 물론 중상당해서 불구가 되거나 장기성 질병, 결핵, 간염 같은 건 그냥 나올 수가 있습니다.

탈북 임신 여성의 아이는 강제 유산시켜

"그럼 임신한 여자는 어떻게 됩니까?"

- 중국 아이를 가졌을 경우에 아이는 바로 유산시키고 산모는 단련대에 그냥 둡니다. 조선 아이를 가졌을 경우는 그냥 내 보냅니다.

"중국 아이가 아니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말입니까?"

- 예

"중국 아이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압니까?"

- 대체로 비법 월경한 임신한 여자들의 아이는 중국 아이로 봅니다.

"비법 월경자 중에서 아이 가진 사람들은 모두 중국 아이를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는 말입니까?"

- 그렇다 할 수 밖에요.

"아이를 유산시키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 그건 병원에 가서 시키는 거라서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유산 당한 여자를 만난 적은 있습니까?"

- 여럿 있기는 하지만 남자는 남자끼리 지내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안에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됩니까?"

- 죽으면 산에 가서 묻어 줍니다.

"가족들한테는 알려줍니까?"

- 예

단련대 안에도 뇌물이 만연해있어

"그 안에서도 뇌물 고이는 일은 종종 있습니까?"

-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단련대를 감독하는 사람들이 단련대장, 보안원, 당비서, 현장 감독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구성이어서 여기에 여러 가지 인간관계가 구성됩니다. 즉 단련대 직원들과 죄수들 사이에 지난날 인간관계가 있습니다. 뇌물은 이런 인간 관계를 통해 발생합니다.

"어떤 구체적인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까?"

- 제가 있을 때 단련대 대장의 옛날 전우가 죄수로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 물론 들어오자마자 대열 반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안면이 있는 자들이 헐하게 단련생활을 하는 반면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 헐하게 단련대 생활을 하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하겠지요. 그들 중에 물질이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 바로 뇌물을 쓰는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 그런데 요즘은 단련대라고 직원들한테 국록(國祿 ; 나라에서 주는 봉급 - 편집자 註)이 더 나오는 게 없습니다. 일반 평민들보다는 식량공급이 잘 되지만 그래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뇌물이 더 만연합니다. 하지만 국가도 뇌물 문제가 제기되어도 엄히 제재를 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어나기 시작한 뇌물 현상은 요즘에 와서는 아주 심하게 되었습니다.

"뇌물을 먹이면 어떤 혜택을 받습니까?"

- 뇌물을 먹인 사람들은 목이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구실로 좀 쉬자고 하면 시비를 걸지 않는 답니다. 눈감아 주는 거지요.

"뇌물이 발각되는 경우도 있습니까?"

- 자주 발각됩니다.

사지가 멀쩡해도 돈 쓰면 병보석으로 석방돼

"발각되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 처벌이 가볍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요즘은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도 돈을 쓰지 않으면 거기서 죽고 사지가 멀쩡해도 돈 쓰면 병보석으로 나갑니다.

"그렇군요."

- 그리고 주목할만한 것은 한번 발각되면 직원들이 또 위에 있는 감독기관에 뇌물을 주는 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뇌물 받은 사람은 처벌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뇌물 준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 만약 사회에서 뇌물 준 사람은 걸려들면 단련대에 끌려와야 합니다. 아주 불공평하지요.

"단련대에서 여자들은 어떻게 대접받습니까?"

- 여자들은 애교를 좀 부리는 여자들은 괜찮습니다. 물론 인물이 있어야...

"인물이 없으면 많이 맞습니까?"

- 인물도 없고 말도 안 들으면 많이 맞지요.

북한에는 침묵의 자유조차 없어

"어떤 경우에 맞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습니까?"

- 예를 들어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는 사상개조 구호를 외치면서 시내를 돕니다. 그때 구호를 외치지 않은 사람, 또 대열 훈련시 "장군님 제일이야" 등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 김정일 명언 학습 때 암기 잘 못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맞습니다. 북한에는 침묵의 자유마저 없는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맞을 때 불만은 없습니까?"

- 왜 없겠습니까? 사실은 저부터 그런 게 제일 싫습니다. 노동은 북한공민의 의무(헌법에 노동은 공민의 의무라 명시)라 할 수 있지만, 노래 부르는 건 헌법에는 없는데(물론 북에는 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탈북자들은 별로 부르고 싶지 않은 멜로디를 말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북한은 탈북자들은 바깥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사상전향이 다 된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죽이지 못하지요. 그래서 단련대에서도 탈북자들을 더 엄하게 다룬 답니다.

혼자서는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못 가

"화장실 사용은 어떻게 합니까?"

- 화장실은 재래식 공동용(북한에 수세식은 거의 없습니다)이 있습니다. 남녀 구분은 하지만 화장실 갈 때는 집체적으로 한 줄로 서서 뛰여갔다 뛰여왔다 합니다.

"그럼 혼자서 화장실 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 혼자서는 가지 못합니다. 최소한 5명 이상일 때 갑니다. 그것도 감시병이 따라갑니다.

"가족이나 친구 면회는 가능합니까?"

- 규정에 의하면 면회는 안되구요, 도시락 날라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물을 먹여야 가능합니다.

"꽃제비들은 많이 있습니까?"

- 예. 요즘 들어 많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있습니까?"

- 제가 보건데, 오는 여름이면 식량 값이 상당히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쌀 1kg에 얼마 합니까?"

- 입쌀 1키로그람에 현재 60원 정도 강냉이가 30원 좌우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식량공급은 좀 하는 형편이지만 시장 유통을 잘라서 말입니다.

(※ 2001년 3월에 평균 쌀값이 1kg에 45원, 2001년 6월에는 60원 정도 했다. 그러니까 2002년 1월 쌀값은 2001년 6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마당을 못하게 한단 말입니까?"

- 아직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제한이 많아졌습니다.

북한 정부는 미국 빌딩 무너진 것은 잘된 일이라고 선전

"미국 테러 이야기는 들어보았습니까?"

- 미국에서 빌딩 무너진 소식 말입니까?

"예, 미국 빌딩 무너진 것에 대해 북한 사람들 반응은 어떠합니까?"

- 북한 사람들이야 정부가 떠드는 대로 따라하니까 잘된 일이라고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일개 개인한테 당한다고 '미국이 그것 밖에 안되나' 하고 실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은 알고 있습니까?"

- 예.

북한 인민은 아프간 정권 붕괴, 한국의 월드컵 소식 몰라

"거기서 아프간 정권이 무너진 것도 알고 있습니까?"

- 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신문에 안 났을 겁니다(아마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북한은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보도하지 않습니까?

"그럼 한국의 월드컵 축구대회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까?"

- 그것에 대해서도 북한은 전혀 알려주지 않지요. 전에 한국에서 올림픽 할 때도 그랬으니까요.

"단련대 안에서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본 적은 없습니까?"

-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비판하는 사람들은 보았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인권 의식이 싹트고 있어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좀 노골적인 놈들은 "98년 무산에서 처형된 성도네(김성도는 안기부에서 돈을 받아 반체제를 했다는 혐의로 무산에서 총살당한 사람 이름 - 편집자 註)가 좀 더 살았어야 하는 건데…" 라는 식으로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까? "

- 그리고 자신들의 인권 상황을 자본주의와 비교하는 경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보위부 스파이 따위는 무서움도 없이 끼리끼리 모여서 소곤소곤 말하기를 "딴 나라들에서는 감옥생활이 북한서 간부하기 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합니다. 또 "다른 나라에는 소학교에서도 컴퓨터를 두드린다는데 우린 아직 대학생들도 컴퓨터 마주 앉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 말이 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말임에도 말입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군요."

- 예, 이런 변화는 바깥 세상을 보고 온 탈북자들의 영향이 큽니다.

"다른 지역의 사정을 들은 것은 있습니까?"

- 평성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는 제 동창생의 말에 의하면 평성에서는 살인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고 합니다. 다른 소리에 의하면 황해북도 사리원에서는 살인수('살인청부업자'를 지칭하는 듯 - 편집자 註)까지 고용한답니다.

"살인 사건이 왜 많이 일어납니까?"

- 지금은 돈을 위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돈을 위해서는 당 간부도 죽일 수 있고 더 나가서는 최고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는군요. 그래도 아직은 김정일 욕하는 사람은 없지요?"

- 예, 내놓고 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리랑 축전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관심 없어

"아리랑 축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별다른 반응은 못 들었습니다. 아리랑인지 뭔지 모두 해마다 하는 짓, 올해는 김정일 생신 60년이라 크게 한다는 얘기 뿐….

"북한 내에서 크게 떠돌고 있는 소식은 없습니까?"

- 내가 국경을 넘기 전에 무슨 어른 한 분이 탈북을 단행했다고 왁짝(여럿이 한데 모여 시끄럽게 떠드는 모양 - 편집자 註) 떠들더라구요.

"탈북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 지금 북한 쪽이 상당히 경계가 엄합니다. 오는 4월 15일 이후로는 탈북자들에 한해서는 무조건 공민권 박탈하고 교화소에 넣을 준비랍니다.

요즘은 탈북자들 도와주는 선교사도 거의 없어

"중국 쪽은 어떻습니까?"

- 여기는 지금 탈북자들을 일체 취급을 안 합니다. 선교사님들이 거의 없어지고 교회 내에 거(居)하는 탈북자가 거의 없답니다.

"잡혀가는 탈북자들은 많이 있습니까?"

- 듣기에 아직도 농촌마을마다 탈북자 한 사람 잡는데 나서는 사람에게 100원씩 선 자리에서 지불한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마다 붐비던 탈북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에 무려 3차씩 잡혔던 (단련대 안에서 만남) 이들도 있습니다.

지난 1월 8일 국제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은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조직적으로 신생아 살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의 윌리 포트레 회장은 '제3회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도 여러 탈북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조작된 모략"이라면서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공화국(북한)에는 강제수용소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판에 박힌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은 이번 증언에서도 새삼 확인되었다.

또한 남쪽에서는 아리랑과 월드컵을 연계한다 하면서 호들갑을 떨지만 실제 북한 주민들은 아리랑에는 관심도 없고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지도 모르고 있다. 미국이 테러를 당한 소식은 알려주어 '제국주의자들의 몰락'을 선전하고 있지만, 독재정권은 결국 패퇴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번의 <인민들은 말한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북한 인민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꿈틀거리는 변혁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바깥 세상을 보고 온 탈북자들이 그러한 의식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김정일 아무리 틀어막아도 여기저기 숭숭 뚫리고 있는 구멍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둑'이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