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5개 단체 참가, 정치범 수용소 폐지 등 7개항 결의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주최하는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지난 2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되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국제회의는, 올해는 북한 인권문제를 보다 국제화하고 세계적인 연대의 틀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일본측 실행위원회와 함께 준비하여 일본 도쿄 재일본 한국 YMCA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먼저 2월 8일 오후 3시 도쿄 주재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으로 시작하였다. 기자회견은 김정일 호위병 출신의 탈북자 이영국 씨, 중국에 인신매매 되었다 탈출한 정춘화 씨, 서해상에서 조업중 납북되었다 탈출한 이재근

씨의 증언과, 이들이 국제회의에 바라는 점을 듣고,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영국 씨는 "1988년 6월부터 남한의 사회교육방송을 청취하면서 바깥 세상의 소식을 알게되었다"면서 1994년 10월 연변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한국 대사관으로 안내해준다는 말에 속아 북한 대사관으로 가게 되었다가 송환되어 겪은 고초에 대해 증언하였다. 그는 요덕수용소에 끌려갔는데 그곳의 실정을 외신기자들에게 설명하였다. 정춘화 씨는 “북한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일 것”이라면서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북한 여성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재근씨는 “지구상에 이런 나라(북한)가 있다는게 억이 막힌다. 북한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통일도 요원하다. 세계에서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떠들면 인권탄압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은 요미우리, 타임 등 신문·잡지 기자들과 질문과 CNN, 미국의 소리 등 방송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으로 열기를 띄었다.

국제회의는 하루에 2개의 세션씩 총 4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2월 9일은 북한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제2차 정기보고서의 내용과 진실, 북한 난민의 실상이 주제로 다루어졌고, 2월 10일은 피랍·억류·귀국자의 인권 상황, 그리고 향후의 활동방향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2월 9일은 각 세션의 중간에 두 개의 비디오가 상영되었다. 하나는 지난 2000년 1월 모스크바의 UNHCR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도 중국으로 추방되었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7인의 탈북자'에 대한 영상물, 다른 하나는 일본의 북한민주화운동 단체인 RENK에서 촬영한 재중 탈북자들의 실태에 대한 영상물이었다. 한 세션을 마치고 다음 세션으로 넘어가면서 비디오가 상영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숨을 죽이고 재중 탈북자들의 참혹한 실정을 지켜보았다. 첫날 행사가 마치고 저녁에는 참가자들의 리셉션이 있었다. 리셉션에 앞서 6·25 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회장 이미일)와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본부장 문국한)의 활동소개가 있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길수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2월 10일 오전에는 납북자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먼저 피해자 및 가족들의 증언이 있었는데, 남북어부 출신의 이재근 씨, 지난 95년 중국 선교활동중 북한으로 납치된 안승운 목사의 아들 안상엽 씨의 증언이 있었으며, 일본에서 납치되어 현재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요코다 메구미의 아버지와 마수모토 루미코의 남동생의 증언이 있었다. 마수모토 테루아키 씨는 “전세계인들이 북한 김정일 정권을 비난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도 후세들에게 ‘왜 당신은 그때 침묵했는가' ‘왜 그때 보고만 있었는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제4세션인 ‘향후의 활동방향’은 세계 각국의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단상에 자리를 하고 앉아 토론하며 결의를 내오는, 국제회의의 집중점 이었다. 15개 단체 20여명이 차례대로 자기 단체의 활동 내용과 웹사이트, 이메일 서비스 등을 소개하였고,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7개항의 결의문에 동의하였다.

이번 국제회의는 그 무대를 도쿄로 옮겨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화하는데 외형적 무게를 더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한국내 단체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한국의 한 대학생은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청년들을 더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었다”라고 폐막식 행사도중 소감을 밝혀 참가자들에게 의미있는 웃음을 던졌다. 모든 행사는 “제4회 국제회의는 파리에서 만나자!”라는 환호와 기립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행사에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한기홍 대표 등 4명이 참관하였으며, 16명의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오사카-도쿄간 600km의 자전거 행진을 마치고 참가하여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