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6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며 조선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일의 60회 생일을 맞는 날이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孔子)는 일생을 회고하면서 나이 60살을 ‘이순(耳順)’이라 하였다. 예순살 즈음에는 무슨 소리를 들어도 귀에 걸림이 없었다는 말씀이다. 김정일을 향해 쓴 소리를 하면 마치 커다란 불경죄라도 저지르는 듯 놀라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제 이순의 나이도 되었고 하니 오늘만큼은 무슨 말을 해도 진노(震怒)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바른 말을 하고자 한다. 만(滿)으로 예순살 생일은,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합쳐서 60갑자(甲子)가 되므로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 뜻하는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부른다. 김정일 씨도 이제 인생의 순환곡선을 한바퀴는 돌아온 셈이다. 이쯤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김정일 당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든, 그곳의 귀틀집과 정일봉 꼭대기의 고도차(高度差)가 216미터이든, 백두산의 산봉우리가 216개라고 우기든 그것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당신이 조선의 정치일선에 등장한 것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지도원이 된 1964년이고, 중앙당 정치위원으로 '친애하는 지도자’, ‘당중앙’ 호칭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4년의 일이다. 75년부터 당신의 생일은 임시 휴무일로 지정되었고 82년부터 공휴일이 되었다. 86년부터는 당신의 생일을 이틀 연휴로 만들어 놓았다. 아무튼 짧게 보아도 20년, 길게 보면 30년 이상을 당신은 조선의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왔다. 그 치세(治世)의 기간동안 인민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미 수백만이 굶어 죽었다. 나이 어린 아이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비명 지를 힘도 없이 맥을 놓고 죽어갈 때 당신은 한끼라도 굶어 본 적 있는가. 인민들은 죽어 썩어 가는 송장을 수습할 관(棺)이 없이 거적대기로 둘러싸 맨 땅에 묻을 때 당신은 그 잘난 아비의 송장이 썩지 않게 하려고 거액을 들여 해외전문가들을 불러오고 묘소에 에스컬레이터를 깔고 금칠을 해댔다. 인민의 생명이 중요한가 수령의 묘소가 중요한가. 그리고도 자신의 실정(失政)을 외세의 탓으로 돌리려는가. 도대체 무슨 미련이 남아 있어 여전히 선군(先軍), 옹군(擁軍), 총대우선을 외치며 권력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아무튼 이제 당신도 예순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엊그제 백두산 정상에서 2160발의 축포를 쏘며 불꽃놀이를 벌였다는 소식도 들었다. 인민들이 바라는 건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과 청소년들을 혹사시켜 보여주는 매스게임이 아니다. 당신의 생일날 선심 쓰듯 내놓은 쌀 몇 알, 고기 몇 그램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이제 세상의 이치를 알았으면, 마지막 양심의 한 가닥을 놓치지 말고 권력을 내놓아라.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인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임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