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바리봉에 글자당 높이 30m, 깊이 2m로 ‘천출명장 김정일’을 새겨 넣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른바 구호바위, 자연바위 글발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자연훼손 행위는 북한 땅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글은 묘향산과 금강산에 각각 글자당 3m, 8m의 크기로 새겨져 있고, 백두산 향도봉에는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는 김정일의 글씨가 산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로 양각(陽刻)되어 있다. 금강산 옥녀봉 정상에는 “금강산은 조선의 기상입니다”라는 김정일의 말이, 만수봉에는 “주체의 향도성 김정일”이, 세존봉에는 “금강산은 철하절승, 김정일”이 새겨져 있다. 구월산에는 “서해명승 구월산 김정일”이, 칠보산에는 “김정일 장군의 노래”가 새겨져 있다. 이밖에도 헤아릴 수 없는 낙서(落書)들이 금수강산을 우상화의 도구로 만들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러한 글발을 새기는 데도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 △ 글의 내용이 세상에 발표된 날짜를 새겨 넣고 △ 크기와 필체를 대규모로 하고 △ 글씨체는 청봉체로 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 주위의 색깔을 고려해 새기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의아스럽다. 환경단체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온 몸을 내던져 생태 파괴의 위험성을 주장하고 모든 문제를 환경보존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던 그 많던 환경운동가들은 왜 이러한 문제에는 침묵하는가. 북한의 자연훼손 행위는 나중에 지적해도 될 일인가. 다 부셔지고 다 망쳐놓은 다음에? 수 천 년 비바람 이겨온 바위에 2m 깊이로 글자를 새기는 것은 회복할 수도 없는 행위이며,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이다.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주범인 김정일을 세계 환경단체에 고발할 의향은 없는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막지 못한다면, 후손들은 훗날 이 우상화 글발들을 보며 오늘을 살았던 우리의 무능과 비겁을 비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