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삼지연군 주민들과 백두산 혁명전적지 건설에 참가한 돌격대원들은 백두산 쪽에서 함박눈을 헤가르며 날아온 희귀한 새 세 마리가 삼지연 연못가에 있는 김일성 동상 주위를 돌고 돌다가 ‘태양절’인 15일 낮 1시에 백두산 밀영의 ‘정일봉’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하고 이 새이름을 ‘백두산새’로 정해 주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신비로운(?) 자연현상의 특징은 주로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 초상화 등 우상화 기념물과 북한에서 주장하는 그들의 출생지와 활동지역 등에서 나타난다는 것. 이는 조선시대에 새로운 왕조의 탄생이나 영명한 군주의 탄생, 나라의 길흉화복, 군주의 덕과 부덕 등을 하늘에서 일러주기 위해서 왕릉 주변에 신비로운 현상이 나타나거나 지상에는 볼 수 없는 영물(靈物)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았다는 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조선시대의 왕들은 다양한 신비로운 현상에 대하여 나라의 길흉화복을 알려주는 하늘의 가르침으로 알고 항상 경계하고 스스로 조심하였다는 것이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자신들에게 내리는 하늘의 축복이라는 점을 인민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우상화 작업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자신들의 우상화를 위해 다양한 기제를 이용한다. 전 교육과정에 자신들의 혁명역사라는 과목을 만들어서 부풀려진 그들의 혁명역사를 암송하게 하고 이것과 아울러서 영화, 연극, 노래, 시, 조각 등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우상화는 거의 신(神)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세계 역사의 수많은 역사적 사례 속에서도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 수준을 따라가는 왕이나 영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다양한 우상화 기제 중에서 동상(銅像)의 측면에서 그들의 우상화에 대한 노력을 알아보도록 하자.

독재의 그림자 - 김일성의 동상

최초의 김일성 동상은 북한 정권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그의 부인인 김정숙이 제의하여 만경대혁명학원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 동상은 1949년께 평양 창전인민학교에 김일성이 중학생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세워졌다. 이후 김일성 동상은 별로 세워지지 않았으나 196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많은 수의 동상들이 건립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김일성이 국내적으로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위협하는 세력의 숙청을 완료하여 일인지배체제를 강화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소련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주노선을 주장하면서 개인의 우상화를 심화시키기 시작한 때이다. 특히 1970년대 김정일이 당 내부에서 후계자로 공인되면서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를 맡게되면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우상화를 사회 전 분야에서 강력하게 실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김일성의 동상은 꾸준히 숫자가 증가하여 현재 북한 전역에 70여 개가 건립되어 있고 김일성 모습의 석고 흉상은 전역에 3만 여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일성 동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김일성 60회 생일을 기념해 72년 4월에 건립된 평양 만수대언덕의 조선혁명박물관 앞에 세운 동상으로, 기단 3m를 포함해 높이가 23m에 달한다. 동상 왼쪽에는 30년대 청년공산주의자와 조선인민군 119명을 조각한 항일혁명투쟁탑이, 오른쪽에는 50년대 영웅 학생소년 등 109명의 군상을 형상한 사회주의혁명탑이 있다. 이 만수대 언덕의 동상은 김일성의 동상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주변의 조형물들과 함께 ‘만수대 대 기념비’라고 불리운다. 지난 김일성 사망 시 수많은 시민들이 그 동상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남한 방송에 나오면서 가장 많이 알려진 동상이다.

이밖에도 김일성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의 중앙홀에 있는 대형 입상과 최근에 건립된 것으로는 1996년 10월 김일성정치대학에 세워진 '대원수' 복장의 동상이 있으며, '대원수' 복장의 동상으로는 이 동상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1997년 10월과 12월에도 남포시에 있는 청산협동농장과 김정숙종합군관학교에 김일성 동상이 건립되었고 1998년 9월 정권수립 50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 김일성 동상을 건립했는데 이 동상도 '대원수' 복장을 한 김일성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1년여에 걸쳐 300여톤의 화강석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주체문예이론과 김일성 동상의 제작, 관리

북한은 지난 1970년대 주체사상을 문예창작 방면에까지 확대시켜서 ‘주체문예이론’이라는 것을 만들었으며 이 이론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방법 보다 우위에 서는 창작이론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 이론은 “문학예술에서 주체확립의 본질적 내용은 자기 인민의 정서와 감정에 맞게 예술을 창조하여 자기나라 혁명과 인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문학예술을 건설한다”는 것으로 예술의 형상성은 '민족적인 정서와 감정에 맞는' 민족적인 문학예술의 형식을 통해 추구한다는 것이다. 민족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적 내용을 지니게 한다는 것인데, 민족적 형식은 김일성에 의해 일제 식민시대에 지도 창작됐다는 혁명적인 문예형식이고 사회주의적 내용은 당의 유일사상으로 숭상되고 있는 김일성의 혁명사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주체문예이론과 종자론등 모든 문예창작활동에서 지침으로 삼는 것은 결국 김일성 및 그 가계의 우상화이며, 이에 따라 우상화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체문예이론을 구현하는 문예단체 중에서 김일성 부자를 형상화한 미술작품을 제작 배포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은 만수대창작사, 4·15문학창작단과 각도(직할시)별로 1개씩의 미술창작사 등이 있다. 이 중 만수대창작사에는 공예 창작단, 산업미술 창작단, 조각미술 창작단, 영화예술 창작단, 동상 및 석고상 창작단, 조선화 창작단 등 분야별 창작단을 두어 김일성부자 우상화 상징물 제작을 하고 있다.

김일성 부자의 형상작품은 각 도 미술창작사 및 만수대창작사의 '1호작품과'에서 전담 제작하는데 여기서 1호작품이라 함은 김일성 부자 초상화 동상·석고상 배지 및 각종 출판물의 형상을 말한다. 이런 1호 작품은 1호 작품과 소속의 1호 작품 미술가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제작할 수 없으며 이 미술가들은 연 1회의 실기시험을 통과한 후 만수대창작사 심의위원으로부터 당성 및 기량을 평가받아 선발되어 별도의 증명서를 발급한 자들이다.

이렇게 제작된 동상은 살아있는 수령과 다름없이 간주되어 건립장소까지 운반되는 동안 현지지도 때와 마찬가지로 보위부, 당위원회, 인민보안성에서 나와 차량 및 보행자를 단속하게 되고 모든 차량은 일체 움직일 수 없으며, 보행자는 형상물에 경의를 표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동상 관리는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일몰 후부터 저녁 10시까지와 새벽 4시부터 일출 시까지 점등하고 매일 새벽 주민들로 하여금 동상과 그 주변을 청소하도록 하고 있다.

1993년초에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전쟁 발발 시 김일성부자와 그의 생모 김정숙 동상, 석고상, 초상화를 대피시킬 수 있는 지하 보관고(保管庫) 건설공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어 완성되었다. 지하 보관고는 지하에 갱도를 뚫고 약 15∼20평의 공간을 마련한 후 여기에다 수령관, 지도자관(김정일), 어머니관(김정숙) 등의 3개의 방을 설치한 것으로 '1호 모심실'이라 부른다. 1호 모심실은 방마다 카펫과 호화스런 벽지로 치장되어 있으며 유사시에 김일성 부자의 동상과 석고 고상을 철제 상자에 넣어 포장한 후 갱도로 이송하게 되어있다.

죽은 수령이 산 인민을 죽이는…

1999년에 북한은 ‘비행사 길영조’라는 영화를 만들어서 영웅주의를 고취시키게 한다. 그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길영조가 속한 연대는 군창건 60돌 경축열병식에 참가하게 되어 비행훈련에 열심이다. 중대장인 길영조는 연대훈련판정에서 1등을 하는 등 열심히 대원들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길영조는 영해를 침범한 적 잠수함과의 치열한 격전으로 심한 부상을 입게 되고, 고대하던 열병식에 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김정일 장군이 이 소식을 듣고 꼭 군분대를 찾아 길영조 비행사를 만나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말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어느날 훈련에 나갔던 길영조 중대장은 기관 고장으로 불이 붙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불타는 비행기 동체에서 탈출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나, 그는 항구의 김일성 동상을 보고는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비행기의 기수를 바다로 돌려 최후를 맞는다.” 인민을 하늘같이 사랑한다는 수령의 동상을 위해서 한 인민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정권은 인민들을 압제하는 정권임으로 인민들과 정권은 분리해야 한다”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말에 대하여 북한은 “최고 수뇌부(김정일)에 대한 망발이며, 우리는 최고 수뇌부와 인민들이 일심동체이고 최고수뇌부는 인민들을 가슴깊이 사랑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대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죽어가는 인민들을 두고 죽은 수령 묘를 치장하는 정권을 ‘인민들을 사랑하는 정권’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인민의 적인 정권이라고 칭해야 옳을 것이다.

이런 비이성적인 정권은 역사적으로 아무 선례가 없는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자주 표현하는 방식으로 전인미답(?)의 길일 것이다. 북한정권이 건립한 동상의 층층마다 인민들의 고통과 한숨소리가 쌓여있고 괴로움에 찬 원망의 소리가 울려나고 있는 것이다. 제갈공명이 자신이 죽은 후에 목상을 만들어 사마중달을 놀래게 한 삼국지의 일화를 인용하자면, 죽은 수령의 동상이 산 인민들의 숨통을 끊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상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독재의 긴 그림자는 인민들의 가슴을 더욱더 짓누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