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참혹한 북한 인민의 현실

지금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우리와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바로 그 북한에서는 매우 비참한 인권유린과 극단적인 독재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참상은 우리 남한 사람이나 서구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사람을 짐승보다 못하게 마구 때리는 일이 매일같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고 재판의 절차도 없이 사람을 마구 죽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수인(囚人)의 집 바닥에는 나무껍질을 깔고 문은 거적으로 만들어놓았으며 옷은 누더기를 입고 다니는데 누더기조차 해져서 없어지면 마대를 뒤집어쓰고 지내며 극단적인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기 때문에 소똥에 박힌 옥수수 알을 발견하거나 쥐를 잡아먹을 수 있는 날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젊은 여성들은 관리자나 경비병들의 성적 노예로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인권탄압이 정치범수용소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범수용소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북한 인민의 대부분은 많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거의 노예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전혀 없어서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야 하기 때문에 반벙어리처럼 살아야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이야기나 북한체제에 대한 이야기나 노동당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맹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칭찬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없고 단체를 만들거나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없습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도 없고 마음대로 여행을 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가 죽어도 뇌물을 쓰지 않으면 여행증을 끊어주지 않아 여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도 없습니다. 몇 년 전 비밀리에 종교모임을 갖던 기독교인들이 잡혀 처형을 당하는데 집행관이 말하길 “우리 머리 속에는 김일성 수령님이 있는데 너희들 머리 속에는 무엇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는지 한 번 보자” 면서 머리를 드릴로 뚫어서 죽인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생활과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인권이 철저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북한이야말로 세계에서 민주화운동이 가장 필요한 나라

우리는 지난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까지 '민주주의'란 가치를 내걸고 한국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했고 실제로 80년대 중반까지 한국 정부는 정권 유지를 위해 반체제 인사들을 늘 감시하고 정치범에 대해 심한 고문을 하고 많은 정치적 반대자들과 사상이 다른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란 가치와 기준이 서구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비민주적 한국 정부를 반대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정권타도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러한 강력한 투쟁의 결과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급속히 발전하여 지금은 서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성과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세계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보편적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지난 7, 80년대의 한국의 인권상황이나 민주주의 수준도 현재의 북한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투쟁했고 지금도 그러한 투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민주화투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현재의 북한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운동이 필요한 나라요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민주화운동이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독재가 있는 곳에 민주화투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그 동안 민주화운동이 약했던 것은 그만큼 북한정권이 3중, 4중의 철저한 감시를 하고 조그마한 움직임이나 사소한 말까지도 아주 잔인하게 탄압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탄압과 감시체계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세계 모든 나라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내부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김정일 체제

이제 북한은 체제의 모든 영역에서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보다 낫다’는 말만하더라도 잡아가곤 했는데 지금은 이 정도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억제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고 있으며 남한이 북한보다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통제를 하기는 하지만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로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뇌물수수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잔혹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뇌물수수 행태는 점점 늘어나 지금은 뇌물을 받지 않는 관리가 없을 정도로 되어 버렸고 뇌물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뇌물만 있으며 모든 것이 다 가능한 사회로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감옥에 갇힌 사람까지도 뇌물만 주면 빼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관리들이 법이 금지한, 그리고 김정일이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언한 뇌물을 받는다는 것은 북한 관리들 중에 정직하게 체제에 충성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졌으며 자신과 가족의 보신을 위해 체제에 충성하는 척할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하루만 무단결근해도 비판회다 뭐다 해서 강력하게 다그쳤지만 식량난 이후 무단결근이 워낙 광범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거의 마비되어 한 때 거의 방치 상태에 빠진 적도 있었고 기업의 기계부품이나 설비, 기물 등을 직원들이 몰래 빼내서 팔아버리는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감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보위부원들도 체제 보위에 대한 사명감은 거의 없고 엉뚱한 사람에게 덫을 놓아 실적을 올리거나 협잡을 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체제는 서로 늘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이것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굶어죽는 사람이 무더기로 나올 때에도 ‘함께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는 빈부격차가 아주 극심한 상태로 되었습니다. 일반 노동자의 월급이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옥수수도 충분히 사먹기 힘든 조건에 있는 데 비해 암거래나 뇌물이나 횡령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은 수만 달러 혹은 수십만 달러를 축적해놓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사회는 남한보다 훨씬 빈부격차가 심하며 배금주의가 팽배하여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사회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체제는 조금씩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인민들도 외부 세계의 실상과 북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 자체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부정부패의 만연과 극심한 빈부격차에 대해서는 점차 불만이 고조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민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여야

이제 북한 인민에 의한 민주화운동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 눈 앞에 바로 놓여 있는 현실의 일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 혹은 북한혁명은 당연히 북한 인민이 주인이며 북한 인민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핑계로 우리의 이웃이, 우리의 형제들이 그런 비참한 상태에 있는 것을 손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우리나라의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수 천명의 탈북인들의 일관된 증언에 의해 너무나 명백해진 북한의 현실에 대해 ‘현실을 잘 알 수 없다’느니 ‘북한 문제에 개입하면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느니 ‘혁명수출’이라느니 온갖 핑계를 대면서 극단적 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인민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들은 누가 몇 평 짜리 빌라에 산다느니 누구 아들이 몇 등석 비행기를 탄다느니 하는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크게 문제삼으면서 정작 이 극단적으로 비참한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인민의 생활개선이나 민주화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인류는 빠른 속도로 세계화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인류 발전은 국가를 단위로 하기보다는 세계를 단위로 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난 9.11테러는 저개발국을 방치하고 선진국끼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예였습니다. 우리는 더더욱 북한을 저대로 방치하고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북한을 방치한 데 대한 후과는 몇 배로 되어 우리를 타격할 것이며, 그러한 후과를 두려워하기 이전에 인류애나 동포애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니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감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북한 동포를 위한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 나서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인민의 민주화운동을 돕는 데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가들과 함께 생사를 함께 하며 같이 운동할 수도 있고,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는 운동조직에 돈을 지원할 수도 있고, 국제적 연대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일을 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지만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승리를 확신하며 끝까지 가자!

북한민주화운동은 북한에서 하든 남한에서 하든 제 3국에서 하든 매우 어려운 운동이며 그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가시밭길입니다. 자기 희생을 하면서 사회의 박수갈채를 기대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박수갈채를 기대하는 희생은 진정한 희생이 아닙니다. 북한민주화운동은 앞으로 상당 기간 남한에서든 북한에서든 박수갈채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공포심과 고립감과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헌신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뚜렷한 성과가 예정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뿌연 안개 속과 같은 것이 북한민주화운동의 전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안개를 헤치고 가시밭길의 북한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것은 이것이 정의의 명령이며 인류애와 동포애의 요구이며 도덕과 양심의 요구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북한 인민의 저 애절한 절규에 답해 나서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북한 인민을 도울 수 있는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저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결코 마르지 않을 정의의 물줄기 속에 우리를 던져버립시다. 북한민주화운동의 절박한 시대적 요구에 답해 나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