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는 북한인권문제를 국내외에 끊임없이 제기해 온 북한인권 NGO들의 헌신적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의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어떠한 관점과 입장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하는지 알려온 운동가들의 공도 컸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그동안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회원 및 관계자들이 집필한 논문 및 기사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내용을 요약하였지만 간혹 집필자들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여 요약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집필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또한 북한문제와 관련된 다른 단체와 연구자들의 좋은 글들이 많지만 본 단체 관계자들의 글, 그중에서도 ‘북한민주화운동’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글만을 정리하였음을 밝혀둔다. 여기에 소개된 논문의 대부분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홈페이지(http://www.nknet.org) 및 IwithAll 사이트(http://www.zeitgeist.co.kr)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 강철 김영환의 북경서신 “북한의 수령론은 완전한 허구이자 거대한 사기극”

- 월간 「말」 1998년 5월호 / 김영환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김영환씨가 북한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글. ‘주체사상의 대부’라 불리던 그가 북한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자 당시 운동권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는 이 글에서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까지는 그래도 북한의 여러 정책과 주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① 남한의 운동권을 조금도 고려 않는 북한의 태도(예를 들어 범민련의 독단으로 인한 남한 통일운동권의 분열 초래) ② 탈북자들의 증언을 비롯한 생생한 북한 정보 ③ 주체사상과 북한 실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한은 주체사상의 기본 원리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 나라이며 주체사상은 수령독재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글은 전반적으로 위 세 가지 ‘북한정권과의 결별 계기’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의 수령론에 대한 비판이다. 필자는 수령론이 제대로 빛을 보려면 ▲ 수령이 대중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허위가 있어서는 안되고 ▲ 대중이 수령에게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데 장애가 있어서는 안되며 ▲ 수령이 대중에 대해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의 원칙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극심한 통제와 공포정치 아래에서 존중받는 수령은 수령이라 말할 수 없으며, 완전한 허구이자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수령론이 2천만 북한인민을 엄청난 고통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글에서 -

이성이 없는 곳에 운동은 없다. 이성이 약해지면 우상이 발호하고, 우상이 발호하면 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우상은 지식인의 적이며 민중의 적이다. 우상은 인간의 창조성과 자주성을 약화시키며 의식발전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주체사상을 주장한다는 사람들이 이성을 배척하고 우상을 숭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북한 문제에 대한 ‘말’지 비판기사에 대한 나의 의견

- 회보 「푸른사람들」1998년 7·8월호 / 김영환

앞에 소개한 “북한의 수령론은 완전한 허구이자 거대한 사기극”이 「말」지에 실리자 다음 달에 곧 이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렸다. 「말」지 신준영 기자는 “북한은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라는 제목아래 ‘김영환식 주체사상 비판의 열가지 오류’라는 부제를 달고 김영환씨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 글은 신준영 씨의 기사에 대한 재비판의 성격을 띄고 있다. 원래「말」지에 싣고자 했으나 잡지사 측에서 거절하여 김영환씨가 소속되어 있던 청년단체인 ‘푸른사람들’의 회보에 실렸다.

필자는 먼저 신준영씨의 기사의 제목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은 주체사상 그 자체를 비판한 적이 없는데 ‘김영환식 주체사상 비판의 오류’라고 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말지는 김영환씨의 글을 소개한 98년 5월호의 표지에 “나는 왜 주체사상과 결별했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글에서 필자는 주체사상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주체사상의 철학적 성과에 대해 높이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필자는 자신은 주체사상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현실에서 전혀 실천하지 않고 1인독재체제의 유지도구로 전락시킨 김정일 정권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자신은 주체사상과 결별한 것이 아니라 이를 악용한 정권과 결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글은 크게 12가지의 소제목으로 답변을 싣고 있다.

① 첫째로 “북한이 함께 떠안고 나아가야 할 반쪽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라는 제목을 통해 필자는, “만약 북한이 콩고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나라라면 북한의 체제나 정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할 필요나 의의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영토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고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의 체제와 정권이기 때문에 강력한 사명감, 열의, 적극성을 갖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북한, 혹은 북한인민은 필연적으로 우리와 함께 가야 할 반쪽”이지만 “북한체제나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 과거 유신체제나 5공체제,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을 타도대상으로 삼고 투쟁해온 사람들이 북한체제나 김정일정권에 대해서만 특별대우를 해주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② 둘째로 필자는 “북한체제와 북한정권은 절대악”인가라는 제목을 통해, ‘절대악’이라는 표현이 타당치 않지만 절대악이 ‘극히 악하다’를 뜻하는 것이라면 북한정권은 절대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로써 필자는 주로 만민평등의 사회주의, 인간중심의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생활을 하고 인민들을 가혹하게 통치하는 수령의 위선과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글에서 그는 "‘절대악’이라는 표현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 체제를 표현하기에 너무도 추상적인 표현이라서 불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③ “북한에서는 교시도 고치는가”라는 제목을 통해 필자는 일반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책 변화를 위해 지도자들의 강연 내용 등을 일부 수정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북한은 수령의 무오류성을 주장하기 위해 교시든 강의든 무엇이든 바꾼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사회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경직된 사회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④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홈리스들에게 한국사회상을 조사할 것인가" ⑤ "공안당국이 탈북자들을 일관되게 통제하고 있는가" ⑥ "'1인 증언'이라고 해서 자료가치가 없는가" ⑦ "이한영과 이순옥의 증언의 진실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등의 소제목으로 필자는 탈북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탈북자들은 한국의 노숙자처럼 일부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북한의 표준인, 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 그리고 수백 수 천명의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증언을 공안당국이 일관되게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정보기관에서 탈북자들에게 북한에 관한 좋지 않은 증언을 하라고 강요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탈북자나, 김정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탈북자들의 증언이 충격적이고 혼자만의 증언이기는 하나, 내용이 충격적이라고 덮어놓고 믿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그럴수록 더욱 깊이 알아보려 노력해야 하고, 1인 증언 역시 자세히 분석하면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8번과 9번은 “북한에는 북한나름의 사회운영원리와 사상이 있는데 김영환은 이를 무시하고 서구 인권의 잣대로 북한을 비난한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다. ⑧”나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의 잣대로 북한을 평가하는가”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필자는, 자신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의 잣대로 북한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주체사상의 입장에서 북한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주체사상의 입장에서 본다면 응당 주인의 지위에 있어야 할 인민이 주인의 위치에 있지 않는 북한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⑨ “시공을 초월한 인권의 보편성이라 있을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인권의 기준이란 근본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며 이를 부인하는 다원주의적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필자는 북한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꾸 기준이나 관점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실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년사를 외우지 못해 맞아 죽고 애들을 걱정하며 울었다고 총살당하는 사회를 그 어떤 기준이나 관점에서 인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필자는 일갈한다.

⑩ “북한에 언론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는가”에서 필자는 북한정권이 주민들에게 각종 회의와 총화활동을 통해 국내외 중요사건을 알려주고 그에 대한 당의 방침을 교양한다는 신준영 기자의 기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알려주는 것이 어떻게 언론이며, 또한 그것이 주체사상의 핵심인 인민을 주인으로 보는 태도에 합당한지 묻는다. 필자는 “북한에서는 인민을 주인으로 보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 정보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⑪ “그런 공포체제가 어떻게 50년간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필자는 가혹한 통치가 계속되는 북한에 왜 폭동이나 항쟁이 일어나지 않는지, 그리고 지금껏 유지되어 올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 필자는 북한문제를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김정일 체제가 정립되기 시작한 70년대 중반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살펴봐야 하고, 또한 90년대 이전과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처음부터 그러한 폭압정권이 시종일관 지속되었던 것이 아니라 점차 억압과 통제의 강도가 높아져 가면서 지금의 체제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체제유지의 문제와 관련해 “좋은 체제=장기적 지속, 나쁜 체제=조기붕괴라는 등식을 항상 적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필자는 자신은 북한체제의 조기붕괴론을 주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관되게 그것을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북한체제는 절대 조기에 붕괴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자칫 이중적, 기회주의적으로 들리는 주장이지만 그만큼 현재의 북한체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필자는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⑫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냉전적인 북한인식에 젖어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남한의 일반인들을 만나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설마 그곳도 사람사는 곳인데 그럴 리가 있나”하고 믿지 않는다면서, 냉전적 북한관의 잔재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체제의 부정적 측면(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글의 끝에서 “북한에서 자주 쓰는 말의 형식을 빈다면 현 단계의 혁명과제는 바로 <전국적 범위에서 민주주의혁명을 실현하고 북한 인민을 해방시키는 것>”이라면서 “이 긴박한 혁명과제가 남북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정의감을 부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김정일 정권 타도를 위한 좌우 대합작을 제안한다. 좌파일수록 김정일 타도에 앞장서야.”

- 「월간조선」 1999년 6월호 / 김영환 인터뷰

이 글은 북한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김영환씨의 전향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북한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는 북한체제를 하나의 국가, 특히 근대국가로 인정하는지 여부,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언제부터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 문제를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여기에 대해 김영환씨는 “나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의 정통성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편”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사람일수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 이념과 건국 정신을 깡그리 짓밟아 버리고, 국가를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시키고, 인민을 굶겨 죽이고 인민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탄압을 일삼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적개심으로 타올라야 하며 김정일 정권 타도투쟁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김정일 정권이 타도되지 않고서는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긴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북한 인민이 처한 실태”라고 강조한다.

- 글에서 -

2천만 북한 인민의 끔찍한 현실을 보고도 더 중요한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와 눈물이 메마른 사람이요 무엇이 선(先)이고 무엇이 후(後)인지 잘 분간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 북한 위기의 실상과 북한 정권의 선택

- 「시대정신」1998년 11-12월호 / 이숭규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실장인 이숭규씨가 <시대정신> 창간호에 발표한 글.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북한 주민의 실태가 어떠하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향후 북한정권은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면서 북한정권의 개혁개방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필자는 우선 북한에 과연 극심한 식량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상반된 두 견해 -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인권단체 및 탈북자들의 주장과 이를 부정하면서 식량난은 없으며 체제도 안정적이라는 친북잡지의 보도내용을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정황과 증언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며 이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필자는 북한의 식량난은 수해나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물론 그것이 상황을 치명적으로 악화시키기는 했지만), 북한 경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침체의 길을 걸어왔으며,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남북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는 이제 더 이상 좁혀질 수 없을 만큼 커졌으며, 북한 정권의 위기의식은 이러한 ‘남한의 존재’에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섣불리 체제의 문을 열었다가는 ‘남한’이라는 동족의 존재 때문에 급격히 붕괴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개혁개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북한이 98년 9월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국가주석제를 폐지하고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에 대해 국가 전체를 ‘군사체제’로 만들려는 시도이며, 광명성 1호의 발사와 강성대국론 주창도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 위협을 통해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북한의 전략기조는 앞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으며, 남측에서 기대하는 바와 같은 정책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앞으로 북한당국을 상대로 한 정부간의 대북정책과는 별도로 남북한 민간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며, 이러한 운동에는 “기아상태에 처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동포돕기 운동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권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 기존 통일운동론에 대한 몇 가지 문제의식

- 「시대정신」1999년 1-2월호 / 이숭규

크게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논문은 제 1장과 2장은 ▲ 북한정권은 통일을 바라고 있고, 남한과 외세는 반통일세력이라는 생각에 입각한 기존의 통일운동론, ▲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시 남한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북한정권과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입각한 통일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제 3장은 “통일문제를 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아래 통일문제를 보는 기본관점을 ▲ 북한정권이 아니라 북한민중의 요구와 처지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남북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글에서 -

이제 우리는 통일문제를 볼 때 남한의 주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 주민들의 처지를 주요하게 고려해야 하며,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남북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상상도 못할 정치적 억압과 굶주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북한 현실의 절박성에 대한 인식 없이,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식 없이 통일을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과 사회 진보를 목표로 하는 진보운동의 기본 대의에 관한 문제이다.

■ 왜 북한민주화운동이 절박하게 요구되는가

- 「시대정신」1999년 9-10월호 / 이숭규

1999년 9월경은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논란으로 과거 운동권과 북한민주화운동가들 사이의 논쟁이 뜨거웠다. 이 시기에 과거 운동권들은 북한민주화운동가들을 도덕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아서 당시 격월간 <시대정신> 게시판은 갑론을박의 난투장이 되었다. 이숭규 실장의 이 논문은 당시 진행되던 논쟁에 대한 개인의 입장으로 ▲ 북한민주화운동의 필요성, ▲ 북한사회의 참상, ▲ 북한민주화운동에 제기되는 오해에 대한 해명 등을 담고 있다. 내용이 길어 목차와 핵심내용만을 소개한다.

1. 왜 ‘북한민주화’인가.

김정일이 사회발전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그 종말이 너무도 뻔한 수령절대주의 일인독재와 집산주의 경제제도에 매달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북한 사회가 개혁개방될 때 인민들의 봉기를 피할 길이 없으며 이는 곧 자신의 죽음으로 귀착되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는 분명히 위기극복의 확실한 방도가 될 개혁개방노선을 오로지 자기 일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채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 정권의 타도 없이는 북한 인민의 처지개선이 불가능하게 되는 근본이유이다.

2. 북한사회의 참상

● 경제생활에서의 인권유린

● 정치생활에서의 인권유린

● 극도로 만연한 관료주의와 부패

● 봉건적 신분제와 연좌제

● 사상문화생황에서의 인권유린

● 수령절대주의와 사상적 노예화

3. 북한민주화론에 대한 오해에 대한 해명

1) 남북한 사회는 각기 독자적인 사회이고 독자적인 발전논리가 있는데 남한이나 서구의 인권개념으로 북한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2) 탈북자 등 북한사회를 버린 사람들의 증언을 어떻게 믿고 그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가.

3) 북한의 체제 위기는 남한과 미국의 봉쇄정책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한 고립화 때문이지 북한 사회 자체의 내부모순 때문이 아니다.

4) 북한인민들을 고통에서 구출하는 길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과 변화를 유도하고 경제개건을 돕는데 있지 김정일 정권 타도에 있지 않다.

● 개혁개방은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다.

● 김정일 정권이 지속되는 한 남북화해나 북한 인권상태의 개선은 불가능하다.

● 김정일 정권과의 협조정책(유화정책)은 잘못된 전제에 기초해 있다.

● 유화정책은 대량파괴무기 개발의 의미와 의도를 무시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 유화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저해한다.

●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남북의 화해와 민족의 번영은 불가능하다.

5) 북한 민주화가 왜 남한 진보운동의 전략적 과제인가? 남한 사회의 진보세력은 남한 사회의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것이 옳으며 북한 사회의 민주화는 북한 인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6)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는 문제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인권이고 평화고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위험성을 고취하는 김정일 타도투쟁은 옳지 않다.

7) 북한민주화운동은 남한의 극우세력을 강화시키고 소멸하는 냉전을 부활시켜 남북 대결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8) 현실적으로 남한에서의 운동이 북한 민주화에 도움이 안 된다.

■ 수령절대주의 해체는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첫걸음

- 「시대정신」 1999년 11월-12월호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당시 창립을 준비하고 있던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은 김정일 타도운동”이며 “북한문제는 수령절대주의로부터 시작되었고, 수령절대주의해체가 북한문제를 푸는 가장 정확한 길”임을 천명한 논문. 논문은 서두에서 이 글의 목적에 대해 북한인권문제가 ▲ 북한민주화→개혁개방→한반도평화정착→통일로 가는 관계에 있고 ▲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해체 및 김정일 정권의 타도와는 어떤 관계에 있으며 ▲ 대북정책의 전략적 과제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진보세력 내에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 혼란이 있는 만큼, ‘김정일의 북한’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좀 더 정확한 대북인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쓰여진 글이라고 주장한다.

■ 북한민주화운동 26 문답

- 소책자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대회에 즈음하여 제작된 소책자이다.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의문을 문답식으로 풀었다. 제기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을 담고 있다. 1999년 즈음의 상황에 제기되었던 질문이 많기 때문에 향후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추가하여 수정판을 발간할 예정이다. 주요 질문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김정일 정권의 억압이 그렇게 심하다면 북한체제가 저렇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 언론보도를 보면 김정일이 당과 군을 완전히 장악해 확고하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데 북한 사회의 변화가 가능할까?

● 한 사회의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그런데 왜 남한에 사는 우리가 북한민주화운동에 나서야 하나?

● 모든 권력이 김정일 일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 사회에 엄청난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 북한민주화운동은 북한의 비둘기파를 어렵게 하고 매파를 강화시켜 민주화를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닐까? 냉전구조의 해체에 먼저 힘을 집중하면 자연히 북한 내부에서 온건파가 강화돼 민주화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북한주민의 절박한 처지를 생각한다면 북한민주화운동 같은 대북압박이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동포돕기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민주화운동은 통일운동인가?

●남한과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적극적으로 돕고 안심시키면 인권상태도 개선되지 않을까?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자위적인 정책이 아닐까?

■ 남북화해와 북한민주화운동은 병행해 나가야 한다.

- 「신동아」 2000년 8월호 / 김영환

남북정상회담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던 2000년 8월, 김영환 씨가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과 향후 진로를 전망한 글. 필자는 먼저 ‘남북문제’와 ‘북한문제’를 거론하며, 이 둘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그 차원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문제가 겹쳐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문제'란 남한과 북한이 화해하고 평화롭게 지내며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고 지원하고 더 나아가 통일하는 문제"이고 ‘북한문제’란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경제적으로는 굶주림과 궁핍에서 벗어나 유복한 삶을 누리게 되고 정치적으로는 보다 많은 권리를 향유하는 문제”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아래 "'남북문제'는 평화적이고 상호존중적이고 협력적인 관점과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면 되고 남북정상회담 역시 그러한 취지에서 “정당하고도 정확한 일”이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렇게 ‘남북문제’만 있다면 그렇게 복잡할 것이 없지만 문제는 ‘북한문제’에 있다”는 것이 이어지는 주장이다.

필자는 "'북한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꼭 대한민국 정부나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며, 있다고 해도 좋고 없다고 해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민간단체나 개인이 할 일은 정부의 역할과는 다르며, 정부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맡아서 하는 단체나 개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 글에서 필자가 내놓는 핵심적인 주장이다. 즉 “한국 정부가 ‘북한민주화’와 관련된 주장을 편다면 이는 화해와 교류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 정세 속에서는 적절하지 않지만 민간단체나 개인은 정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북한민주화’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民)과 관(官)의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아가 필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남북문제’의 해결보다는 ‘북한문제’의 해결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곧 중국식 개혁과정에 나설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필자는 중국이 등소평을 중심으로 개혁개방의 길에 나서던 1978년의 상황과 지금의 북한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북한에서 개혁과 개방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그냥 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인민을 더욱 비참한 상황에 빠뜨리는 길이고 체제가 붕괴되고 난 후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개방정책을 추진하다가 체제가 붕괴되었을 때에는 그래도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김정일에게 권고한다.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했던 해빙무드가 김정일 정권이 그동안의 학정을 조금이나마 용서받고 개혁개방의 길로 선회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끝에서 필자는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하며 “우리는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조건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통일비용'이라는 말은 뭔가 내키지 않지만 할 수 없이 돈을 낸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깔려 있어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북한이 민주화된 이후 재건의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들것이고 남한 주민의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건 없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서독 통일의 예를 들면서 “돈을 많이 내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사랑하고 존중하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북한 사람, 북한 말, 북한의 풍습 등을 진심으로 존중하도록 학생들을 교육하고 탈북자나 북한의 식량난민 등을 진심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도와주려는 운동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마침표를 찍는다.

■ 북한, 북한민주화, 통일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 「시대정신」2000년 9-10월호 / 김영환

앞서 소개한 <북한민주화운동 26 문답>에서 다루지 못한, 또는 2000년 9월의 상황에서 특별히 제기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 ▲ 북한은 남한과 사회발전단계가 다르고 사회체제가 다른데 남한의 기준에 입각해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 ▲ 북한 정부가 정말 개방할 의사가 있는가 ▲ 북한체제는 조기에 붕괴할 것인가 ▲ 김정일을 적대하는 것은 곧 김정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다수의 북한 인민과 적대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닌가 ▲ 현재의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세력이 없는 조건에서 혼란만 가중될 뿐이지 않나 ▲ ‘북한민주화’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반대한다는 뜻인가 ▲ ‘북한민주화운동’은 북한 인민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일뿐 외부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 ‘김정일 정권 타도’ 주장은 남북화해에 필요한 관용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 우리는 흡수통일을 지지하는가 ▲ 남측이 주장하는 국가연합제 통일방안과 북측이 제기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은 어떤 통일방안인가 ▲ 반공주의와 반북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등 11가지 질문과 쟁점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왜 남한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북한인권에 무관심한가?

- 「시대정신」 2001년 1-2월호 / 이숭규

분석적인 글이라기보다는 북한문제에 남한의 지식인 - 특히 ‘진보’임을 자처하는 식자(識者)들이 북한 인권문제에는 무관심한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필자의 견해와, 북한민주화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하는 글. 영문판 Keys에 번역되어 세계 인권운동가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필자는 남한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로 ▲ 극우반공주의의 부정적 영향 ▲ 사회주의에 호의적인 진보지식인들의 지적 경향 ▲ 남한 진보주의 지식인들의 민족주의적 성향 등으로 분류하면서 이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의 칼날을 대고 있다.

- 글에서 -

과거 냉전시대에 남한의 극우파들은 같은 우파의 인권만 인정하고 좌파의 인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늘날에 와서 남한의 좌파가 좌파 아닌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극우파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가? 참다운 진보주의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잣대는 ‘우리편’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인간존엄의 보편성에 대한 신념이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좌우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들에게서는 안타깝게도 이런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 기타 읽어볼 만한 논문》

■ 인권과 정치 현안 - 북한인권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정부의 입장

- 「시대정신」1999년 9-10월호 / 신율(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남북관계, 북미관계 집중분석

- 「시대정신」2001년 7-8월호 / 홍진표(시대정신 편집위원)

■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 「시대정신」2001년 3-4월호 / 손광주(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인권문제의 국제화 방안

- 「시대정신」1999년 9-10월호 / 박흥순(선문대학교 국제UN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