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후 중국 심양의 일본 총영사관과 미국 총영사관에 탈북자 7명이 진입을 시도하였다. 이 중 미국 총영사관을 택한 2명은 진입에 성공하였으나 일본 총영사관으로 간 5명은 진입에 실패하여 현재 중국공안당국에 체포되어있다. 체포된 사람들은 지난해 베이징 주재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을 통해 한국으로 온 길수가족 중 합류하지 못한 5명으로 두 살배기 어린아이까지 포함되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중 2명은 영사관 진입에 성공하였으나 중국공안이 영사관 안까지 진입하여 끌고 나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사관측의 양해와 묵인이 있었는지, 중국공안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과 중국, 일본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2.

이번 사건은 탈북자 25명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에 이어 잇따른 ‘재중 외국공관을 통한 망명시도’의 하나로, 중국정부가 이에 대비해 외국공관에 철조망까지 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동북아의 주요 3국으로 평화롭고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해 가야할 한·중·일의 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탈북자가 자꾸 발생하고 이들이 제3국의 외국공관에까지 진입하여 망명을 주장하게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정권’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의 실정·학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때문에 주변 국가들의 관계가 어색해져서야 되겠는가. 결국 모든 문제는 북한을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만든 김정일 정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 정권이 물러나면 문제는 간단하게 풀린다.

3.

우리는 이번 체포 사건이 만약 일본영사관측의 양해아래 이루어진 일이라면 일본정부에 엄중히 항의한다. 주재국의 범법자라 하더라도 일단 치외법권지역에 들어오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체포해 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진입한 지 단 20분만에 중국공안이 들어와 '안나가겠다고 발버둥치는' 탈북자들을 끌고 나간 것은 일본의 주권이 짓밟힌 것이요, 이것을 일본측이 묵인했다면 스스로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정부는 사건 발생 후 중국정부에 항의 의사를 전하였다고는 하나 만약 자국 국민이 그런 경우를 당하여도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까? 일본정부는 장길수 군의 어머니가 이미 체포되어 현재 북한에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현재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으며, 이번에 체포된 5명도 북한으로 송환된다면 이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일본정부는 이 5명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4.

아울러 우리는 중국 내 외국공관에 철조망을 치고 있는 중국당국에 대해서도 충고의 말을 건넨다. 자국 내에 위치한 외국공관을 보호해야겠다는 중국당국의 의지는 이해가 되지만 탈북자들이 무슨 총을 든 무장괴한도 아니지 않은가. 탈북자들은 이미 죽음의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이다. 두 겹 세 겹으로 철조망을 치고 담장을 수 십 미터 높이로 쌓는다 하여도 자유와 생존을 향한 탈북자들의 결연한 의지를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궁지에 몰릴수록 오히려 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며 그럴수록 중국정부는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국정부에, 탈북자들에 대해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국제법에 의거한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으로 선회해 줄 것을 요구한다. 자국으로 돌아간다면 탄압 받고 처벌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탈북자들은 엄연히 ‘정치적 박해로 인한’ 국제법상 난민이다. 중국정부는 체포와 송환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중국 전역의 30여만 탈북자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하여 그들이 중국 내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던지, 원하는 나라로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대책을 되풀이한다면 제 2, 제 3의 길수가족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