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0년대 들어 '우리식' 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우리식대로 살자' '우리식 사회주의가 지상의 최고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아간다' 등의 슬로건을 전 사회적으로 내걸게 되었다. 이는 다분히 1990년대 들어 무너진 구(舊)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다르고, 자본주의적 개혁개방 노선을 전사회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중국과도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망해버린 사회주의와 변질된 사회주의와는 다른 '우리식 사회주의'는 과학적 사회주의이고 우리식대로 살면은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다는 확신을 북한 인민들에게 심어주려 했다.

혹자는 '우리식' 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김정일 시대에 접어든 북한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이념적 지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맞지 않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이념이라기보다는 국내외 정세의 변화 속에서 북한이라는 아주 독특한(?) 체제를 이끄는 김정일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우리'라는 표현은 지난 시기에 인민들을 경제 및 국방건설에 동원하거나 수령과 당과 인민은 삼위일체라는 거짓선전을 위해서 많이 사용한 표현이다. "수령과 당과 인민은 '우리' 라는 테두리 안에 하나이고 수령에 충실하고 헌신하는 것은 '우리'인 당과 인민에게 충성하는 것"이라는 궤변을 김정일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말로 어떻게든 합리화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 봉건왕조에서 '왕과 백성은 하나이고 왕은 백성의 어버이임으로 왕에게 충효를 다해야하는 것이 백성의 의무이다'는 지배논리를 21세기인 오늘에까지 끌어오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 또는 북한식 사회주의

북한에서 '우리식' 이라는 말이 쓰인 것은 오래되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1978년 12월에 김정일이 당중앙위원회 책임간부협의회에서 한 '당의 전투력을 높여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 라는 연설에서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 당이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전략적 구호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식' 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앞서 지적했듯 1990년대에 국제 환경이 변화해 가면서 부터다. 이 당시는 세계 사회주의권이 동반 몰락하고 있었고 사회주의권의 몰락에 따라 북한도 붕괴할 것이라는 체제 위기감이 강하게 유포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권과는 다르다는 차별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고, 북한만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것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우리식 사회주의가 이론적 구성을 갖추게 된 것은 김정일이 1991년 5월 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의 담화에서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 라고 주장하면서부터이다.

김정일의 담화에서 '우리식 사회주의' 의 내용을 보자면 △ 사회주의 제도인 일당제, △ 중앙집권적 지도, △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우월성, △ 주체사상, △ 수령-당-대중의 일심 단결하는 제도를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하였다. 즉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가속되는 시점에서 기존의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재차 확인시키면서, 또 한편으로 기존 사회주의 국가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를 고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졌다는 시대 인식 하에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통해서 세 가지의 목적을 얻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주체사상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근거한 수령-당-대중의 결속력을 높여서 사회구성원들이 체제 내에서 딴 마음 품는 것을 방지한다. 수령을 중심으로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오직 수령만을 바라보게 하면서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재무장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기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중앙집권적인 지도, 다원주의에 대한 경계, 개인주의 자유주의 등 자본주의 사회 운영방식의 부적절성을 강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바람을 막고 기존 사회주의 틀을 고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북한인민들에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상에 대한 신심(信心)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세계 사회주의권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켜나가는 북한은 "자주국가로서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이며 "우리식 사회주의를 견결히 지켜나가는 것은 사회주의의 종국적 승리를 이루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우리식 사회주의의 주장이다.

결국 우리식 사회주의는 어떻게든 단 하루라도 자신의 권력을 연장해 보려는 김정일의 최후 몸부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내적으로 이완된 결속력을 다져서 체제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식 사회주의의 주 내용인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는 결코 성공적이지 않았다. 우리식 사회주의 이론의 중심인 '인민대중'은 식량난으로 인해서 이미 많은 수가 죽었고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 또한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는 '죽음의 사회주의', '내리막길 사회주의'로 되어버렸다.

'우리식 사회주의' 의 본질은

'우리식 사회주의' 의 내용은 경제와 정치사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에서는 기존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에 비하여 우월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적 사유경제, 시장경제의 우월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자본주의-사회주의 경쟁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승패가 확실해졌다. 구시대적인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고수하는 국가는 이제 전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또 설령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의 우월성을 '우리식 사회주의'로 강조한다해도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제도라고 볼 수도 없다. 사회주의 경제의 기본은 '집단적 소유'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이다. 집단적 소유를 통해서 개인의 이기심이 아닌 집단적 일체감으로 공동 생산 공동 분배를 실현하고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통해서 경제를 전체 인민의 필요에 맞게 구축하고 국가의 통제를 통해 남겨진 이익이 전 인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주의 경제의 기본 철학이 가진 오류성을 차지하고라도 북한은 이러한 사회주의경제의 틀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의 경제는 전인민적 소유가 아닌 '개인'의 소유경제이고 집단적 집체적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 '일인'에 의해서 움직인다. 즉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의 한 마디의 말에 의해서 경제의 모든 부분이 움직이고 조정되며 모든 경제주체와 실무자는 단지 그의 수족(手足)만도 못한 처지가 되어 있다.

결국 '우리식 사회주의' 를 통한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의 우월성 강조는 개인의 경제가 우월하다는 것이며 수령이라는 개인을 통한 경제가 전 인민의 이익에도 일치한다는 궤변을 합리화시키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경제의 모든 주체는 수령의 이익에 맞게 움직이며 수령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은 전 인민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다는 것이 '우리식 경제제도' 또는 '북한식 경제제도' 이며,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제도라는 이름을 붙여서도 안 되는 일인(一人) 경제제도이다.

'우리식 사회주의'의 정치사상은 주체사상에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의 핵심논리인 '혁명적 수령관'과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에 근거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백전백승의 위대한 사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은 수령과 당과 인민을 동일체로 본다. 이러한 동일체에서 영생불멸의 정치적 생명을 주는 수령은 사회에서 어버이 같은 존재로 어버이 같은 존재인 수령에 대하여 비판을 해서는 안되며 충효와 혁명적 의리를 다하여 수령을 충심으로 모셔야 하고, 이를 배신하는 사람은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식 사회주의' 는 결국 수령을 위한 총폭탄이 되어 수령을 결사옹위하고 수령을 배신하는 행위는 반혁명적 행위(?) 임으로 수령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서 살아가자고 주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도, 수령 개인 경제로 인하여 경제난이 심화되어도, 수령은 비판받아서도 안되고 수령을 배신하는 행위는 새로운 생명을 준 수령의 은혜를 저버리는 '천하의 몹쓸 놈' 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인민을 굶겨 죽이고 압제하는 수령은 수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저버리는 어버이를 누가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결국 '천하의 몹쓸놈'은 먹을 것을 찾아서 수령의 품(?)을 떠난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인민을 비참한 수렁으로 몰아넣은 수령인 셈이다. 이렇듯 '우리식 사회주의'는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과 탐욕을 위해서 전 인민에게 자신을 배신하지 말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도록 강요하는 수령독재주의의 현란한 선전도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