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개혁과 관련된 소식

7월 11일자 교도통신 베이징발 뉴스를 시작으로 북한의 경제개혁 뉴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평양을 방문한 인사들, 단동-신의주를 오가는 무역일꾼들과 관리들의 증언도 계속되면서 북한이 경제개혁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특히 임동원 특보의 확인 발언과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경제개혁 확인기사가 나오면서 북한의 경제개혁조치는 7월 1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위의 소식통들을 통해서 나온 것을 종합해 보면 김정일은 2001년 10월 당과 내각의 경제관리들에게 <사회주의 원칙 고수>와 <실리보장>이라는 요지의 지침을 내렸다. 이어서 2002년 3월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5차 회의에서 보고를 한 홍성남 내각총리는 《우리 당과 국가에서는 지난해에 사회주의의 본성적 요구에 맞게 경제관리를 개선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획기적인 조치에서 명시된 경제관리개선의 기본방향은 사회주의원칙을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경제관리방법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기된 북한 경제개혁 조치의 핵심적인 내용은 첫째 국정가격의 현실화, 둘째 임금의 대폭적인 인상, 셋째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넷째 경제계획의 부분적 분권화 등으로 파악된다.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간추려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쌀의 국정가격이 종전의 8전에서 44원으로 550배 인상되고 옥수수 가격도 24원으로 인상 되었다.
- 평양의 시내버스 가격이 종전 10전에서 1원, 지하철 가격은 2원으로 각각 10배 인상되었고 평남 평성∼함북 남양 구간의 침대칸이 종전 5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되었다.
- 주택사용료로 지금까지 한 채에 5-10원 정도를 냈으나 이제는 평당 7-15원으로 웬만한 집은 몇 백 원을 내야하며 가전제품에도 10-50원의 세금이 붙기 시작했다.
- 생산직 노동자의 월급이 11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되고 대외무역 기업소에서 근무하는 과장급 월급이 15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되었으며 광산노동자의 경우 6000원까지 인상하기로 하였다.
- 임금은 직업별 기업소별 지역별 그리고 성과급에 따라서 차등이 두어지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식량배급제와 관련된 소식은 식량배급제를 폐지했다는 주장과 아직은 식량을 배급하고 있으며 폐지했다기 보다는 배급가격을 대폭인상 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현재로썬 후자의 견해가 타당해 보인다. (이와 관련한 조선신보의 보도 - “식량을 전민에게 고루고루 나누기 위하여 배급표를 발급하고 쌀을 구입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에게 로임을 보장한다. 인민들의 립장에서는 8전으로 구입한 것을 44원으로 구입하게 되였을 따름이다.”)
- 외화의 바꾼 돈표는 폐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환율도 1:2.2이던 대 달러 환율을 1:200이상으로 현실화했거나(나진-선봉지구는 이미 이렇게 시행되고 있으며 암달러 환율도 이런 정도임) 해 나가기로 했다.
- 김정일의 지시내용과 조선신보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기업에 자율권과 책임을 부여하고 기업과 노동자에 인센티브를 적용해서 기왕에 실시하기로 한 독립채산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 김정일은 계획의 분권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국가계획위원회는 전략적·국가적인 중요 지표들을 계획화하고, 소소한 지표들과 세부 규격지표들은 해당 기관·기업소에서 계획화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공업에서 생산한 소비상품의 가격·규격 등은 국가적으로 재정 원칙과 기준을 정해주고 상급기관 감독 하에 공장 자체로 제정해 생산·판매토록 해야 한다.”

2. 경제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그 성격

현재 북한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경제개혁 조치와 관련하여 두 가지의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이번 조치가 북한경제의 시장경제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중국식의 개혁·개방으로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 경제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시장경제로의 개혁이 아닌 현실적 운영이 어려워진 계획경제 시스템의 보완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과 유사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이번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중국이 1984년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12기 3차 전체회의에서 ‘경제체제의 개혁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발표하여 상공업의 생산책임제 실시, 기업의 자주권 확대, 시장경제 원리 도입, 교통 및 가격제도의 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의 대 도약을 시도했던 그런 조치와 유사성이 많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로의 개혁의 출발점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는 첫째 중국은 78년 당에서 노선전환을 공식화 한데 기초해서 추진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 둘째 중국은 국정가격과 시장가격 등 4가지 가격제도를 융통성 있게 운영했다면 북한은 국정가격만 있고 시장가격은 없다는 것이고 국정가격의 인상이 가격의 현실화이지 생산과 공급에 의해 정해지는 가격자유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셋째 협동농장 등의 소유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것은 중국이 인민공사를 해체하면서 농업개혁을 실시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는 점등을 들고 있다.

북한은 90년대 들어서 경제가 급격히 나빠졌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인민들이 대량으로 아사하는 등 경제가 사실상 붕괴상태에 처하게 되었고 이때 배급체계도 무너지게 되었으며 인민들의 이동과 불법행위에 대한 통제도 사실상 손을 놓게 되었다. 권력만 유지되고 있는 사실상의 무정부상태와도 같았다고 볼 수 있다. 인민들은 국가가 더 이상 자신들의 생활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엄청난 희생과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되면서 자구책을 강구하게 된 것이 바로 장마당의 활성화, 장사, 뙈기밭 그리고 국경을 넘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자구책과 외부의 대대적인 지원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북한당국은 고난의 행군은 끝났다는 선언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북한당국은 엉망이 된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호구정리와 직장에 나올 것을 독려하면서 모든 조직생활의 복구를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서 이미 인민들의 생존방식으로 자리잡은 장마당과 무용지물이 된 월급을 현실화하고 거의 붕괴되고 마비된 공장을 재가동해서 생산과 공급을 하지 않으면 외부소식에 점차로 눈떠가고 있는 인민들을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운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이번 경제개혁조치의 현실적 배경을 이룬다고 보인다. 아울러 북한당국은 이번 경제개혁조치를 대외적으로 조선신보를 통해서 보도함으로써 자신들이 개혁의지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지원과 원조를 이끌어 내며 나아가서 부시행정부의 강경책을 희석화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표명과 남북대화와 교류 추진, 미국에 특사회담 요청, 일본에 대해서 요도호 납치범의 추방 및 조건 없는 대화의지 표명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3. 북한 개혁조치의 전망

올 2002년 상반기에 탈북한 탈북자 몇 명에게서 들은 바로는 북한의 공장 가동률이 체감적으로 10%미만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들 표현 그대로 하자면 자연 채취경제란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것이다. 이런 증언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산업기반이 거의 붕괴되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혁조치 성패 여부는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는 사실은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자본과 자재, 연료와 전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산과 공급을 보장할 것인가? 그것은 보다 적극적인 시장 경제적 개혁과 과감한 개방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번 조치가 북한인민들에게 일시적으로 환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외자유치에 실패하고 공급부족의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고 권력을 배경으로 한 광범위한 부정부패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빈부격차는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가져와 인민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빠져들면서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더 큰 혼란과 저항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과감한 개혁과 개방조치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이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데(북한당국은 전면적인 개방이 전면적인 체제위기로 전환되는 것을 두려워 해 왔음) 현재의 북한개혁조치의 불투명함이 있는 것이다.

‘실리중시’의 모토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번 경제개혁 조치는 돈을 벌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넘어 이걸 중시하는 공공연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내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던 사회와 인민들의 사상적 이념적 해체과정에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90년대 후반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인민들에 대한 철통같은 통제력의 누수현상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위와 같이 예견되는 대략적인 상황은 이번 경제개혁조치가 현실타개책으로써 부분적인 개혁과 제한적인 개방을 통해서 체제를 수습하고 권력의 안정화를 바라면서 내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북한의 상황은 그러한 미봉책으론 수습이 어렵다는 점으로부터 이제 북한당국은 본의 아니게 승부수를 던진 상황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