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incentive). 사전적 의미로 인센티브는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행하는 자극”을 뜻한다. 여기에 “특히, 종업원의 근로 의욕이나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높이는 각종 포상이나 혜택 따위를 이름”이라는 부연 설명이 되어있다. 경쟁을 촉진하려면 인센티브가 빠질 수 없다. 이 일을 열심히 하면 무엇이 주어진다는 ‘동기(動機)’가 없다면, 특별히 일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일을 마침으로서 주어지는 무엇 - 그것은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개인에게만 귀속되는 것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것 일수도 있다.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에는 인센티브가 있게 마련이다. 어쩜 사람의 삶이란 스스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것이 달성되면 또 다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긴 여정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 사회에도 인센티브가 있다. 올해 7월에 들어서면서 각 언론매체들에서는 북한의 배급제 페지, 임금(생활비) 인상, 국영토지 판매, 세금 징수 등 갖가지 개혁 조치를 앞다퉈 보도하였다. 이런 조치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두고봐야겠지만, 일종의 ‘경제적 인센티브’로 북한 당국이 내 놓은 것 같다.
실제 북한 사회처럼 인센티브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라는 것이 본성적으로 사적 소유를 인정되지 않으나 노동동기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재촉해야 한다. 목표 생산량을 제시한다든지, 목표 달성자를 영웅으로 추켜세워 그를 표본으로 삼는다든지 하는 것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써먹던 방법이다. 그런데 북한 사회도 이러한 사회주의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은 철저히 ‘김일성·김정일 체제유지를 중심으로’인센티브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노력영웅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잘나서 영웅이 아니라 “수령의 지시가 옳았고 그것을 믿고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영웅이라는 식이다. 오늘 살펴볼 ‘정치적 인센티브’가 주로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북한 사회의 특성상 외부로 표출되기가 어렵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정치적 인센티브만으로는 체제유지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살아남은 북한주민들은 철두철미 김정일의 지시에 복종하여 온 사람들이 아니다. 정말 당에 충실하고 고지식하게 지조를 지킨 사람들은 식량난을 거치면서 다 죽었다. 지금 북한 주민 중 간부계층이라는 사람도 예전처럼 김정일에게 무한히 충성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오직 먹고살기 위해 충성하고 있다. 김정일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점점 정치적 인센티브 이외의 경제적, 정신적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정치적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테지만 말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정치적 인센티브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 노력영웅 칭호 받고 입당하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훨씬 빠른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 이것을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고 김정일에 대한 온갖 우상화 신비화 수법을 동원하더라도, ‘깨달은 사람’들의 대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개혁, 개방 만큼 좋은 인센티브가 없다. 바깥 나라 살아가는 모습을 확 보는 것만으로도 북한 인민들은 대단한 자극을 받을 것이다. 그 좋은 인센티브를 놔두고 왜 기어이 죽을 길을 찾나. 김정일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1. 정치적 인센티브
북한에서 정치적 인센티브는 사상적·물질적·정신적 인센티브의 종합체이다. 가장 앞서는 인센티브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1) 각종 훈장과 표창, 칭호를 수여하는 형식, 2) 노동당 입당을 전제로 하는 형식, 3) 노력혁신자 추천 환영의 형식으로 갈라 볼 수 있다.

1) 각종 훈장과 표창, 칭호를 수여하는 형식

■ 각종 훈장과 표창, 칭호의 대표적 종류

북한에서 대표적인 △ 훈장은 김일성훈장, 국기훈장 1급·2급·3급, 노력훈장, 3대혁명붉은기훈장, 영예붉은기훈장과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 및 경축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기념훈장 등이 있다. △ 표창은 김일성 표창과 청년동맹표창(중앙 표창, 도 표창, 군 표창)등 조직별 표창이 있다. △ 칭호에는 공화국영웅칭호, 노력영웅칭호, 분야별로 인민칭호(인민배우, 인민체육인, 인민교원 등), 공훈칭호(공훈배우, 공훈체육인, 공훈운전사 등)가 있고 기타 개별적 집단 및 단체들에 수여하는 모범칭호가 있다. △ 상장으로는 김일성상, 조국통일상, 과학상, 김일성청년영예상, 김일성소년영예상 등이 있다. 이외 공로메달, 군공(軍功)메달, 부상으로 수영되는 금별메달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서 가장 무게 있고 특전이 주어지는 것은 김일성 훈장, 공화국영웅, 노력영웅이며 각 훈장, 표창, 칭호마다 혜택의 급수가 정해져 있다.

(※ 여기에서 표창과 상장을 따로 구분하였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년영웅도로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표창을 줄 때 중앙에서 함북대대에 청년동맹 표창을 내리면 그중 한 명이 받게 된다. 이것이 표창이다. 반면 상장은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이 눈에 띄어 상을 주게 되는 경우 상장이라 한다. 즉 표창은 조직적으로 계획성 있게 주는 것이고 상장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우에 주는 것이다. 예전에 북한에는 이러한 표창이나 상장을 받으면 집에 걸어 놓는 등 소중히 다루었으나 지금은 너무도 많아 별로 관심도 갖지 않는다.)

■ 포상(褒賞) 형식

포상은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등 각 부문의 과업수행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자, 또는 단체에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칭호, 표창, 훈장, 상장들은 가치에 따라 중복되기도 한다. 공화국영웅칭호, 노력영웅칭호를 수여 받았을 때 표창장과 국기훈장 1급, 금별 메달이 중복되고 때에 따라서는 인민칭호까지도 함께 받는 경우가 있다.

▶ 공화국 영웅칭호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칭호’로 1950년 6월 30일 제정되었다. 공화국영웅칭호는 대남 첩보활동을 비롯한 군사훈련의 특수상황과 국제관계부문에서 북한 체제 수호를 위해 특출한 공훈을 세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주로 군인들이 공화국영웅칭호의 대상이 된다. 칭호를 받은 자에게는 표창장과 함께 국기훈장 1급과 금별 메달을 준다.

예를 들어 병사의 실수로 막사(병실)에 떨어진 폭발직전의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다른 병사들을 구원고 전사 후 영웅칭호 받은 김광철 소위나, 2000년 6월 서해교전에서 죽은 100여명에게 내부적으로 영웅칭호를 수여하였다고하며, 1970년 중순경 서해 앞 바다에서 어선침몰시 김일성의 초상화를 몸으로 껴 않고 수몰된 박영덕 선장이 영웅칭호를 받았다. 또 1999년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7회 세계체육상 선수권대회 마라톤경기에서 우승한 정성옥 선수도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았다.

공화국 영웅칭호는 대남공작원들에게 많이 수여된다. 남파 되여 대남 활동을 한 거의 모든 사람들(죽은 사람이든 산사람이든)은 북한의 주민들 모르게 내부적으로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보위하며 죽은 사람들도 영웅칭호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북한은 이렇게 세계적으로 ‘무명의 영웅’이 많은 나라이다.

영웅칭호를 수여 받은 자에게는 김정일의 명의로 금시계, 고급 승용차, 고급 주택, 기타 등 물질적인 혜택을 준다. 대상자가 죽었을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사회적 혜택을 준다. 물론 영웅칭호를 받았다고 하여 금시계, 고급주택, 고급승용차를 일률적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영웅 중에서도 영웅만이 받는다. 일반 영웅은 핵심계충(가장 좋은 성분의 계층)의 부류에 속하게 돼, 자녀들에게 사회적 출세의 길을 열어 줄뿐이다. 따라서 일부 세뇌된 북한의 주민들은 극단적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후대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草芥)와 같이 바쳐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이 점점 변해 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너무도 많은 공화국 영웅들을 바라보며 “죽어서 영웅은 살아서 영웅만 못하다”고 공공연히 개탄하고 있다.

주민들을 나라의 영웅으로 키우는 것은 길이 찬양 할만하다. 그러나 김정일은 영웅칭호를 통하여 국가와
인민을 위해 바쳐진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자기 개인을 위한 것으로, 총폭탄 정신의 표본으로 악용하고 있다. 여기서 웃기는 것은, 김일성은 3중 공화국영웅칭호를 (1953년 7월, 1972년 4월, 1982년 4월), 김정일은 2중 공화국영웅칭호를 (1975년 2월, 1982년 2월) 받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민주사회라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100명만 굶어죽었더라도 대통령을 바꿔치워야 한다고 떠들썩했을 텐데 말이다.

▶ 노력영웅칭호

노력영웅 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력영웅)는 1951년 7월 17일 제정되었다. 노력영웅칭호는 과학, 기술, 문화예술 등 경제건설 분야에서 특출한 노력과 위훈을 세운 자에게 수여한다. 수여자에게는 표창과 함께 국기훈장 1급과 금메달(마치와 낫)을 준다.

예를 들어 1979년 말 노처녀가 될 때까지 온갖 시련 끝에 기름골(식물 이름) 생산성을 높이는데 성공한 농업과학원 식물학 연구사 백설희, 열공학부문에서 폐열(廢熱)을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김일성의 교시와 함께 ‘숨은영웅’으로 추켜세워진 박영철(1985년경 농촌에서 가족도급제를 주장한 죄로 좌천 되였다), 4·25예술영화 촬영소 시나리오 작가로 2중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이춘구 등이 있다.
노력영웅칭호를 수여 받았을 경우 역시 사회적 혜택이 주어진다. 명절이면 김정일의 선물지함(식품류, 의류)을 받는가 하면 일반주민들과는 별도로 생활필수품을 공급받는다. 또 핵심계충에 속하여 당으로부터 자녀들의 출세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노력영웅칭호는 그 수여 대상를 선정하는데 창조적인 노력 성과 이외에도 출신성분이 좌우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국가경제 건설에 특출한 기여를 하였다 해도 출신성분이 불결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 인민칭호 및 공훈칭호

인민칭호와 공훈칭호는 1952년 6월 4일 제정되었다. 인민칭호와 공훈칭호는 사회의 일정한 전문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뛰어난 공헌을 한 자들에게 수여한다. 주로 예술인, 체육인, 교원들을 위주로 선정되며 그 외 사회 전 분야에 확대하고 있다.

실례로 인민배우 유경애(남한출신의 영화배우로써 많은 인기를 받았다. 특히 중앙방송 장편소설 프로에 출현하여 노인, 중년, 청년의 목소리를 넘나드는 특출한 능력으로 각광을 받았다), 인민체육인 계순희(아틀란타 올림픽 여자유도 금메달 수상자)를 들 수 있다.

북한에서 인민칭호와 공훈칭호을 받은 사람들은 예술인과 체육인의 경우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외 인민교원, 인민의사, 인민설계가, 인민의사, 인민기자, 인민과학자, 인민사서를 수여 받은 사람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칭호 대상자들도 생활필수품 우대 품목에 따라 일반주민들과는 다르게 우선적으로 배급을 받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전문분야에서 20년∼30년을 일하며 특출한 공로를 세웠다 하여도 출신성분이 불결하면 수여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켜 버린다..

▶ 김일성상, 김일성 청년영예상, 김일성 소년영예상, 과학상, 조국통일상

·김일성상 : 특정 분야의 발전에 특출한 기여를 한 자, 김일성의 교시와 당 정책의 철저한 옹호 관철자, 어떤 사업에서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공훈을 세운 자들에게 주는 최고 영예 상이다. 주로 과학자, 문인들에게 수여한다.

·김일성 청년영예상: 경제건설에서 특출한 모범을 보인 청년동맹 조직과 청년 및 그 간부들에게 수여하는 청년들의 최고 영예 상이다. 주로 발전전망이 있는 청년들에게 주는데 철저한 신분조사를 거친다.
·김일성 소년영예상 : 학습과 조직생활에서 모범을 보인 소년단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대부분 간부자녀들이 받는다.

·과학상 : 당의 정책을 깊이 있게 해설한 무게 있는 과학적 저작이나 뛰어난 발명과 연구성과로 경제발전과 과학기술발전에 특출한 공훈을 세운 자에게 준다. 역시 출신성분이 기본으로 된다.
·조국통일상 : 김일성의 통일정책 옹호자와 그 의도에 맞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자에게 준다. 주로 재외(在外) 인사들에게 주는 대외용이다.

▲ 기타 훈장, 메달

일반훈장, 메달도 체제 옹위나 경제건설에서 위훈을 세운 사람을 선정하여 수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특별한 출신성분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각종 칭호와 표창이 출신성분 등을 고려하여 간부로의 발전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인센티브였다면, 기타훈장과 메달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인센티브로 활용한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국기훈장 2급·3급 정도는 거의 받은 상태이고 메달은 더 말할 여지도 안 된다.

예를 들어 보자. 북한 주민들은 군공(軍功)메달을 ‘바가지 메달’이라고 한다. 바가지 메달은 남포갑문(서해갑문)건설 시기에 유래한 말이다. 서해갑문은 1981년 5월에 착공을 시작하여 1984년 5월까지, 3년 내에 완공한다는 목표 하에 3개 사단 규모의 인민군 병력과 각 지방에서 동원된 청년돌격대가 동원됐다. 그러나 공사규모가 엄청난데다 공사조건이 불리해 완공기간을 연기하여 1986년 6월 24일에 완공했다. 준공식을 치르면서 2중 노력영웅 1명을 비롯하여 5만 9844명이 각종 훈장, 메달을 수여 받았다. 이때 군인들과 청년돌격대원들에게 군공메달을 바가지로 퍼서 나누어주었다고 하여 사람들이 ‘바가지 메달’이라 불렀다. 꼭 건강달리기 대회 같은 것을 하면 참가자 누구에게나 메달 하나씩 달아주는 격이다.

메달을 받은 사람이 받는 혜택을 보면, 국기훈장 2급에 공로메달 및 군공메달 몇 개면 퇴직 후 하루식량 600g, 한달 생활비 60원을 준다고, 그렇게 말은 한다. 그러나 북한주민이라면 이 정도의 수훈은 대부분 다 가지고 있다. 이에 현혹 되여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죽기 살기로 일하여 왔지만, 지금은 특수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또한 수훈자들에게는 형벌 시 감면 조치를 적용한다고 규정 되였지만 생활형 범죄가 득실거리는 현 상태에서는 감면은 고사하고 수훈자체가 인신공격의 일환으로 되고 있다.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이 너절하게 먹을 것 때문에 도둑질을 하는가”하고 말이다.

2) 노동당 입당을 전제로 하는 형식
입당을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것은 김정일에게는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우선 입당과정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고 자발적인 경쟁 의식을 고취시키며, 입당 이후에도 당원을 통해 일반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북한주민들은 왜 노동당원이 되려고 하는가?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도 북한에서는 대단한 인센티브다. 물론 지금은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했다. 잘 먹고 살수만 있다면 굳이 입당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당원이 되어야 분조장 자리라도 꿰찰 수 있고, 자식들이 학교에 가더라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입당은 출세와 성분유지의 필수조건으로 통한다.

주체사상에 따르면 사람은 두 개의 생명이 있는데 하나는 육체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정치적 생명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은 “사람이 자주적, 창조적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정치생활과정에 가지게 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생명”이라고 이론적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는 수령-당-대중으로 한 몸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서 당은 수령과 대중을 잇는 전위부대이다. 그래서 수령의 당에 들어가는 것은 순결한 사회정치적 생명을 얻는 것으로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북한에는 이러한 이론을 곧이곧대로 믿고 당의 투쟁목표와 원칙에 따르는 충실한 당원이 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권력형 사회로 변질된 요즈음에는 일정한 한도 안에서 관료로써 권세도 부릴 수 있고 사회적 우월감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당원이 되려 한다. 아버지가 당원이 아니면 자식의 출세에도 지장이 있고, 간부로의 승진은 당원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입당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입당하지 못하면 생활에서 발언이 무시되고 체면이 안 선다.

■ 입당 대상

입당대상은 “김일성주의 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당 정책 관철에서 선봉투사로서의 역할을 담당 수행할 수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50년, 60년대에 당원이 된 사람들을 보면 - 하긴 그 당시 사람 중에는 당원이 아닌 사람이 거의 없다 - 대부분 고지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입당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열심히 일하면 잘 살 날이 온다는 신념이 넘쳐있었고, 그 심리적인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당의 세도와 월권행위가 심해지고 입당이 개인의 발전을 좌우하는 사활적인 문제로 자리잡아 갔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사회진출의 첫 목표를 입당으로 설정하였다. 물론 입당조건에서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성분’이기 때문에 성분이 안 좋은 사람은 아예 입당을 포기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분이 좋아 입당 대상인 사람들은 지역·기업소 단위로 입당 TO(table of organization ; 인원 편성표)가 내려오면 서로 경쟁 대상이 된다.

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입당을 하려면 군대에 가야한다”는 것이 인식이 정착됐다. 7∼8년 군사복무를 하고 제대되면 거의 모두 다 입당시켰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군사중시 사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성분이 나빠도 군 복무만 하면 당원이 될 수 있느냐. 아니다. 북한의 군복무는 한국과 달리 출신성분이 불순하면 군대에도 가지 못한다. 그러니 애당초 입당이 차단된다.

1980년대 초순경부터는 남포갑문을 비롯한 순천 비날론공장 건설, 사리원 카리(potash)비료공장 건설, 광복거리 건설, 평양-원산간 고속도로 건설, 통일거리 건설 등 대상건설(당 대회 등에서 건설을 결의한 대규모 건설)을 위한 건설부대가 생겨나면서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마구 입대시켰다. 그런데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건설부대에 보내고 출신성분이 좋은 자만 호위국을 비롯한 군대 맛이 나는 병종(전투부대 등)으로 배치하였다. 건설부대에 배치 받은 사람들도 입당을 바라보며 죽기 살기로 일했다. 하지만 역시 입당대상은 출신성분이 기본이었다. 사람들은 북한에서 말하는 정치적생명이란 결국 ‘출신성분’이며, 이것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이 좋고 열심히 일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80년 말에는 김정일이 “당 대열의 질적 강화”를 외치면서 군대와 3대혁명 소조원들에 대한 입당 정원을 대폭 축소 시켰다. 주민들의 말없는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이제는 군대에 가봤자 별 필요가 없으니 군대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는가 하면 탈영자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입당대상에서 밀려나자 무기를 탈취하여 탈영하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가까운 실례로 올해 2월 8·15훈련소 제 727여단(황해북도 봉산군 오봉리 소재) 무기고 탈취사건을 들 수 있다. 2명의 상사(하사관)가 수백 개의 수류탄, 수백 발의 탄약과 AK 자동소총을 갖고 탈영했다. 당 간부를 하던 부모들이 과오를 범하여 추방되어 본인들의 입당이 부결되자 그에 대한 반발심에 무장탈영을 감행한 것이다. 당시 평양은 아리랑 축전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혹시 행사장에 폭탄이라도 집어 던질까봐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온 인민군대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사회 기관 기업소에서도 입당을 위한 갖가지 요령이 있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 죽기 내기로 일만해서는 안된다. 입당대상 선정의 실권자인 기업소 초급당비서를 푹 삶아내면 된다. 초급당비서에게 코밑치레(식사대접)도 한번 하지 않은 채 경쟁자들을 물리친답시고 모든 생활 면에서 팔방미인 격으로 돌아다니다가는 단번에 뇌진탕(사상투쟁과 대논쟁의 비판대상이 되여 주눅이든다는 표현)을 먹게된다. 초당적인 소영웅주의를 갖고 있고 당에 대해 교만하다는 식의 비판을 받게 된다. 미모와 애교가 뛰어난 여성들의 경우 간부들에게 접근하여 환심을 사고 입당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고위층 간부의 자녀들은 당원이란 무엇인지도 모르고 청년동맹에 가맹하듯 의무적으로 입당한다. 부모가 간부이기 때문에 자식들도 간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혁명은 대를 이어 계속 되여야 한다, 혁명은 간부가 한다”는 김정일의 내부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일 후계체계가 공식화되던 1980년대에 입당하는 숫자는 최고를 기록하였다. 1980년 10월 당원 322만 명으로부터 1990년 사이에 약400만 명으로 78만 명이나 늘어났다. 이는 조선노동당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 입당절차

기관 기업소, 군부대 단위로 중앙당에서는 입당 대상자 TO를 내려보낸다. 생산현장에는 거의 100 대 1의 비율로 내려오고, 군부대는 구분대의 주요 임무에 따라 1/2 또는 1/3의 비율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초급 당에서는 사전에 입당대상자에 대한 출신성분 및 신원조회를 실시한다. 조사가 끝나면 입당보증인을 선정한다. 입당보증인은 당원 3명 이상이 원칙인데 청년동맹이나 직맹(사회주의 직업 총동맹)과 같은 당 외곽단체에서 보증하여, 당원 한사람과 단체의 보증으로 간소화하고 있다.

신원조회에서 합격하면 개별적으로 지시를 주어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 당원의 권리와 의무, 규약, 주체사상 원리를 학습시킨다. 그러한 학습내용을 가지고 형식적인 자격심사에 들어간다. 본인이 가담하고 있는 근로단체(청년동맹, 직맹, 농근맹, 여맹)의 심의로부터 세포, 초급당, 시당 및 군당위원회 비서처(책임비서, 조직비서, 선전비서, 근로단체비서 등의 협의회)의 심사를 거친다. 이미 내부적으로 입당이 확정된 것이나 같기 때문에 심사과정은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한다.

심사가 끝나면 얼마 후 시·군당 책임비서로부터 후보당원증을 수여 받는다. 후보당원 생활은 1년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정치 경제적 과오를 범하면 1년 연기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 기간에 신입당원이라고 하여 년 1∼2차례 시·군의 신입당원들을 모여놓고 강습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만 1년이 되면 세포총회와 시·군당 비서처에서 후보당원 기간을 총화검토하고 정당원으로 결정한다. 그 후 당기 앞에서 김일성, 김정일에게 충성을 선서하며 정식 당원증을 수여 받는다.

당생활이 시작되면 비(非)당원들보다 행동과 생활에서 뭔가 좀 달라야 하므로 애써 노력한다. 실무능력에 있어서는 당원은 비당원의 차이가 거의 있을 수 없다. 실무능력이 뛰어나서 당원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따라서 당원의 자격으로 월권행위를 시도한다. 대부분의 당원들은 당원증을 받자마자 거드름을 피운다. 현장에서 슬슬 눈치를 보며 비당원들에게 의도적으로 힘든 일을 맡기고 자기는 헐하게 일하려는 습관을 키운다. 비당원은 불만이 가득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당 조직내에서 원칙적으로는 투쟁대상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주성을 억누르는 것이 유행으로 되어있는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는 당원이라고 겸손을 떠는 것이 오히려 조직 사회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취급받는다.

3) 노력혁신자 추천 환영의 형식
‘노력혁신자 천 환영’이라는 말이 남한 독자들에게는 곧장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대개 알고 있는 북한 가요 중에 ‘휘파람’이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 3절에는 “혁신자의 꽃다발 안고서 휘파람 불면은 복순이도 내 마음 알리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기서 ‘혁신자의 꽃다발’은 기업소의 모범일꾼을 혁신자라 칭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환영식을 열어줄 때 들고 있는 꽃다발을 이르는 표현이다.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여인 앞에 혁신자 칭호 얻어 당당하게 마음을 드러내 놓겠다는 뜻으로, 동원된 사람들은 귀찮겠지만 환영받는 사람은 그 이상의 뿌듯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개별적, 집단 간 경쟁의식을 주입시켜 주민들의 노동의욕을 최대한 동원시킨다.

■ 출퇴근길 환영 행사

출퇴근길 환영식은 고등중학교 학생들, 인민학교 학생들, 가두 인민반 여성들, 기업소 선전대 등 비생산부문의 인력을 동원하여 출퇴근길의 기업소 혁신자들을 환영하는 의식이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의 탄생일을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라는 당중앙위원회의 구호에 따라 주로 1, 2급 기업소나 탄광, 광산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소에서 진행한다.
기업소 당위원회에서는 학교들과 가두인민반, 비생산단위들에 꽃목걸이, 꽃다발, 꽃보라(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할 때에 뿌리는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종이 조각), 각종 색깔의 테이프 등을 준비시킨다. 생산현장에서는 비교적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 노동자들을 지명하여 출퇴근대열의 앞장에 세운다. (실제로는 일을 잘하는 노동자보다 처세술에 능한 행정 및 무급 당 간부들이 앞장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전대는 기업소 또는 갱 입구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영 곡을 울린다.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대열을 지어 기업소, 갱 입구를 통과하며 학생들로부터 축복을 받는다. 이때 맨 앞에선 1등 혁신자는 꽃 목걸이를, 그 뒤의 2등 혁신자는 꽃다발을, 다음 노동자들은 꽃보라를 뒤집어쓴다. 환영객은 대부분 노동자의 자녀들이나 아내들이다. 따라서 혁신자로 선정된 사람의 자녀와 아내는 자부심을 갖고 본인은 모범가장의 긍지를 가지게 된다.

■ 사회주의 경쟁을 통한 혁신자 추대

이 방법은 각 기관, 기업소에서 독자적으로 정치적 자극과 물질적 자극을 결합하여 개인별, 단체간의 노동의욕을 이끌어낼 때 사용된다. 주로 국가적 명절이나, 의미 있는 대상건설을 진행하면서 경쟁을 벌이도록 한다. 경쟁 주체 측에서는 경쟁의 목적과 대상, 경쟁기준사항을 작성 발표한다. 우승자에게는 등급에 따라 정치적 평가와 지정된 상품을 준다고 선포한다.

작은 규모로 경쟁을 조직할 때는, 정치적 평가는 조직별 표창(청년동맹표창, 직맹,여맹, 농근맹) 같은 것을 주고 상품은 양복지나 의류를 준다. 큰 규모로 할 때는, 정치적 평가는 노동당 입당, 국기훈장 등을 수여하고 상품으로는 TV를 비롯한 생활 필수품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 입당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입당이 목표가 되고 당원에게는 상품이 목표가 된다.

기업단체들은 5호관리부 등 외화벌이 기관으로부터 외화벌이 과제를 받는다. 이 과제를 수행하면 상품이 지급되는데, 기업소에는 이것을 경쟁상품으로 활용한다. 즉 노동자들에게 충성의 외화벌이 품목(금, 은, 송이버섯, 약초, 수산물)을 당 조직에 바치도록 하고 그 결과로 지급된 상품을 사회주의 경쟁상품으로 활용한다. 식량 배급량이 부족한 주민들은 열심히 일하여 혁신자 추천을 받아 상품이 배정되면 장마당에 비싼 가격으로 팔아 노동의 가치를 보상받기도 했다.

이상과 같은 영웅들의 특권과 성인 1/3분에 해당하는 당원들의 득세, 너도나도 수여 받은 각종 수훈과 훈장 등으로 50여 년 간의 정치적 인센티브는 이제 북한 사회에서 포화상태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절대 다수의 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말로만 하는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물질적 보상이다.

2. 경제적 인센티브

북한에서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일한 만큼 번 것만큼 분배하는 사회주의 분배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해 왔다. 기업소 경영활동의 독립채산제와 농업부문에서 분조관리제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 독립채산제 개념

독립채산제는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왔다. 1962년에 국영기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해 오다가 1970년대에는 지방산업공장을 비롯한 공업부문, 농업부문, 상업부분으로 확대하였으며 1980년도에는 비생산부문의 기관이나 기업소로 확대하였다.

실제 운영되는 현실은 제쳐놓고 독립채산제를 이론적으로 먼저 그 원리만을 소개해보자. 북한에서 말하는 독립채산제는 기업은 국가로부터 생산에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받아 생산을 진행하되 생산에 지출하는 노력, 설비, 자재 등은 자체의 힘으로 해결한다. 즉 국가 계획에 따른 중앙집권적 지도와 통제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영활동의 상대적 독자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생산결과 기업에 발생한 이익은 기업 자체로 해결한다. 임금은 기업 자율적으로 노동자들의 성과에 따라 지급하여도 되고, △ 목표량이 초과 달성되어 남겨된 이익을 상여금 형태로 지급할 수도 있다.

확실히 해 둘 것은 독립채산제라 하더라도 국가가 생산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기본 원리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원리의 본질적 적용을 배척하면서, 국가가 생산계획을 주고 기업 간의 연계를 이어주는 등 국가 자체가 시장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물도 상품이 아니라 ‘상품적 형태’로 표현한다.

■ 공장 기업소 독립채산제의 부적절한 메커니즘

그럼 이제 현실로 들어가 보자. 현실적으로 기업소의 독자적인 경영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초과 달성량을 재분배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독립채산제는 껍데기뿐이지 전혀 돌아가지 않고, 북한 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애초에 국가에서 생산계획을 과도하게 내려주기 때문이다.

공장, 기업소의 생산계획은 4단계를 거쳐 작성된다.
① 제 1단계로 각 기업소에서 다음 회계년도 개시 반년전에 다음 해의 생산 가능성에 대한 ‘예비숫자’를 작성한다. 이때 기업소의 노동정량원(작업현장에서 작업시간, 노동 투하량 등을 측정하여 기록해두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작업능력을 관찰하고 생산자들과 합의하여 일별, 월별, 분기별 계획을 지표별로 작성한다. 노동정량원은 대개 당에 대한 충실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노동자들이 최대한도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계획 수치를 작성한다.
② 제 2단계는 국가계획위원회가 ‘통제숫자’를 작성하는 단계이다. 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가 별도로 제시한 정책방향과 기본목표에 기초하여 통제숫자를 작성하고, 당중앙위원회의 비준을 거쳐 다시 지구계획위원회와 지방행정위원회 계획 부서를 통하여 기관, 기업소에 하달한다. 이렇게 해서 ‘계획숫자’가 작성되는데 대개 현장에서 올라온 예비숫자와 국가의 통제숫자의 평균치를 내려보낸다. 그렇더라도 애초부터 부풀리기 된 1단계의 예비숫자보다 항상 높은 숫자가 된다.
③ 제 3단계는 하달된 통제숫자를 근거로 공장, 기업소에서 ‘계획서 초안’을 작성하여 지구 계획위원회와 지방행정위원회에 다시 제출한다.
④ 제 4단계에서는 당중앙위원회의 최고 검토와 최고인민회의 승인을 받아 공장, 기업소에 하달된다. 이때부터 ‘계획지표’는 법적 강제력을 갖게 되어 공장, 기업소가 이를 무조건 관철하여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1단계에서 4단계에 이르기까지 당 간부들이 충실성만을 강조하면서 지표별 계획숫자를 잔뜩 높여 놓았기 때문에 공장, 기업소의 생산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계획지표를 받아 안게 된다. 이것을 다시 공장, 기업소의 각 직장들과 작업반들에 일별, 월별, 분기별로 세분화하여 할당하고 또 노동자들에게 도급제의 형식으로 할당한다. 결국 노동자들에게 할당된 생산량은 현실적으로 초과 수행하기에 역부족인 수치이다.

둘째로, △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생산물의 가격을 규정하고 있고, △ 기업소에 독자적인 유통권을 주지 않고 있으며, △ 만약 유통권을 갖는다 해도 정상적인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독립채산제가 의미가 없다.
기업소에서 생산한 물품은 전량 국가에서 ‘국정가격에’접수해 간다. 국정가격은 원가나 다름없다. 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는 국가에서 보장해 준다지만 설비·자재를 사용하면서 드는 감가상각비(減價償却費)는 공장·기업소에서 자체로 해결하여야 한다. 남한과 같이 현대적 설비를 갖춘 공장의 입장에서 보면 기계 마모 등으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얼마나 들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북한은 거의 모든 설비가 60, 7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쉽게 마모되고 어렵게 완비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갹출된다.

예를 들어 운수직장(수송직장 ; 차량운행을 맡는 직장)에서 화물자동차를 운행하려면 국가에서 기름을 비롯한 필요한 부속을 받아야 한다. 기름과 부속은 연유공급소와 자재 상사를 통해 공급받는다. 그러나 이런 물자 공급이 국가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급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기업소 자체로는 합법적인 유통망이 없어 불법거래를 해야한다. 불법거래를 할 수 없는 기업소는 개별 일꾼에게 지시한다. 개별 일꾼은 기업소의 자금을 유통시키거나 운전기사가 스스로 해결할 것을 강요한다. 어떤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며칠동안 자유시간을 주는 대가로 수단껏 필요한 기름과 자재를 구해 올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각 기업에서 초과 달성된 물량만이라도 자율적인 처분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거대한 유통시장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업들 사이의 거래라도 공식적으로 가능해진다면 어느 정도 공장이 가동될 수 있을 텐데 이것마저도 금지하고 있다. 공장은 돌려야겠는데 자재는 없고, 불법이 불법을 낳는 악순환이 계획된다. 결국 독립채산제는 경영활동에 필요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기현상을 낳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획된 목표는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임금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꼴이 되었다.

독립채산제는 셋째로, 원자재 공급을 담당한 기업소의 원자재 보장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생산활동과 관련한 노동시간도 불규칙하게 변칙 운영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공장, 기업소는 대부분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기업소에 자재가 들어오지 않으니 당연히 생산이 중단된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다른 일을 찾아보도록 보장해줘야 할 것인데, 그러한 자유마저 없는 북한이다 보니 실제 생산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도로 닦기, 생산시설 청소, 학습·강연 등 생산활동과 상관없는 사회동원에 말이다. 따라서 독립채산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불필요한 통제를 없애고 경제활동 전반에서 자율성을 더욱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현재 북한에서는 ‘아무리 애써 일한다해도 기업소에 받는 임금은 높아질 수 없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소는 독립채산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도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없으니 낮은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엄격한 배급제를 의도적으로 실시해 왔다. 결국 노동자들은 기업소의 임금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소의 자재를 갈취하여 자체로 유통거래를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를 들어 기계공장에서 선반공은 공공재산인 소재(원자재)를 입수하여 자동차의 필수 부속품인 변속치차(변속기어의 톱니바퀴)를 깎아 개별적으로 자동차기사와 물물 교환을 한다. 북한의 자동차 운전사들은 기업소 자동차 가동에 필요한 부속품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거의 의무화되어 있다. 자동차 부품을 구입 할 수 있는 상점도 없거니와 작은 부속하나를 받기 위해 국가계획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도 힘들고 벅찬 일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암거래를 하는 것이다. 변속치차 하나에 술 5 리터 또는 현금 500원에 거래한다. 자동차운전사는 술 또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업소의 경영과는 관계되지 않는 운행을 하여 주민들로부터 자금을 걷어 들인다. 현금 500원이면 일반 노동자의 5개월 임금에 해당된다.

악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소 간부들 역시 기업소의 관리 운영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믿을 만한 기능공과 결합하여 기업소의 계획과는 별도의 생산품을 암암리에 만들어 유통한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재부족, 에너지부족으로 거의 모든 기업소의 가동이 멈춰 있기 때문에 국가계획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사람들은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외부노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실리적인 외부 노동은 ‘기업소 부업’이다. 북한에는 이른바 ‘8·3제품’이라는 것이 있다. 1984년 8월 3일 김정일이 평양에서 열린 ‘전국경공업제품전시장’을 시찰하면서 각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에 조직된 가내작업반에서 부산물이나 폐산물을 이용해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수공업으로 생산한 경공업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각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생필품직장’, ‘생필품작업반’을 조직하여 생산계획을 수행하는 것과 별도로 8·3제품을 생산한다. 생산된 상품은 장마당 가격과 같은 값으로 직매점(8·3제품을 싼값에 접수하여 판매하는 상점)을 통하여 시중에 유통된다. 198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중국산 상품이 장마당에 대거 흘러들었다. 그러면서 8·3제품은 채화품(재고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각 공장 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도급노동을 시키면서 얼마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 농장 독립채산제의 부적절한 메커니즘

국영농장이나 협동농장에서도 독립채산제가 적용되면서 영농준비로부터 시작하여 분배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
계획지령은 기업소와 같이 계획작성 4단계를 거쳐 국가계획을 받게된다. 역시 계획량은 최대한의 숫자이다. 최근 북한에서 현실조건에 맞게 계획량을 하향(下向) 조종하였다고 하지만 토양의 질과 영농물자공급량에 비하면 역시 방대한 계획량이 아닐 수 없다. 종자, 비료, 농약, 밭갈이용 농기구 기름, 비닐박막, 농쟁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나오는 공급량은 제한 되어있으니 부족한 자재는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역시 △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합법적인 유통시장이 없으며 △ 이 자재들은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수입자재라는 것이다. 비닐박막(얇은 비닐)을 보더라도 북한에서 생산되는 것은 질이 낮아 사용하지 못한다. 또 기름과 같은 것은 평양시 주변의 특정단위들에만 얼마간 공급하고 지방단위는 공급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밭갈이를 하지 못하여 형식적인 농사를 짓게 된다.

이러한 부족량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하여 적용한 것이’분조관리제’이다.분조관리제란 △ 협동농장의 각 분조(分組)에 일정한 면적의 부침 땅을 주고 △ 농기구, 부림소(役牛), 생산도구 등을 할당한 다음 △ 이들에게 국가생산계획에 준하여 수확 계획과 노력일 투하 계획을 설정해 주어 △ 계획수행 정도에 의거해 노력일수를 평가하고 △ 그에 따라 분배를 실시하는 운영방법이다. 즉 땅과 농기구를 주고 목표량만 설정해 주고 거기에 투여된 노동량을 계산하여 나중에 성과에 따라 분배해주는 것이다.

분조관리제는 현실에서 어떻게 운영되었는가. 농장에서는 개별 농장원들에게 일일 도급제를 주고 노동량을 ‘공수’로 평가한다. (노력공수 - 협동농장에서 생산을 하는데 들인 품과 노동량을 표시한 단위) 예를 들어 일일과제로 200평을 김매기 하도록 하고 이것을 ‘1공수’로 평가한다. 과제수행도 자율적이 아니라 강압적이다. 평가된 공수는 생산수확고가 확정된 연말에 재평가하여 임금으로 지급받는다. 그런데 본인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으로 저축시킨다. 1980년 중순부터 북한의 은행에는 자금이 없어 저축한 돈 1000원 이상의 현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1년이 걸릴 정도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국가 은행에 입금한 돈을 떼먹힌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찌되었든 분배받은 임금이 한 가정에 보통 년 1000원∼2000원 수준이다. 이 정도의 임금은 생활에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한다.

또 생산계획과는 별도의 작물을 지적된 면적에서 생산하여 분조원들이 처분하도록 하였다. 분조가 할당받은 논의 논두렁에 콩을 재배하여 개별 농장원들에게 분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도 영농자재 확보를 위해 투자한 자금을 떼고 나면 농장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거의 없다. 결국 농장원들은 국가계획에 의하여 움직이는 농장의 분조보다 가장 실리적인 텃밭과 뙈기밭 농사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3. 정신적 인센티브

세계적으로 쉬는 날을 싫어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남한에서는 최근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어 레저산업이 부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러한 북한 사람들의 휴가를 여느 나라 사람들의 그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휴가를 받았다고 배낭 싸서 가까운 산이나 바다로 놀러 가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쉬는 날 사람들은 부업을 한다든지 집수리를 하면서 바쁘게 낸다. 어쨌든 형식적으로는 정신적 인센티브로 유급휴가, 요양제도가 갖춰져 있다.

1) 유급휴가

▶ 정기휴가.

정기휴가는 사회주의 노동법에 따라 노동자, 사무원, 협동농장원들에게 매년 14일의 정기휴가를 준다. 보통 정기휴가는 봄, 가을에 받는다. 봄철에는 텃밭 또는 뙈기밭 농사를 위하여, 가을철에는 연탄을 빚던가(만들던지) 아니면 겨울철 땔나무 장만 또는 가정집 수리로 보내게 된다. 연탄이나 땔나무는 기업소, 협동농장의 후방(물품지원 ; 후생) 부서에서 국가의 공급규정에 따라 석탄 2.5t에 50∼60원의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어 있다. 현재는 특정 간부들에게도 보장하지 못하여 탄광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석탄이 2000∼3000원의 가격에 거래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사는 집은 국가 또는 기업소의 소유이니 하자가 있을 시에는 국가나 기업소에서 맡아 수리해 줘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노동자들이 시멘트 벽돌 등 필수 자재를 알아서 장만하여 휴가기간에 자신의 노동력으로 수리한다. 시멘트나 벽돌은 개인이 찍어낼 수 없으니 건설현장에서 도둑질 하는 방법 밖에 없다.

▶ 보충 휴가.

보충 휴가는 직종에 따라 다르다. 사무원인 경우 7일, 유해(有害)노동을 하는 노동자인 경우 21일을 받을 수 있다. 가정에 불상사가 생겼을 때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런 휴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충휴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북한 주민들이 많다.

▶ 산전·산후(출산) 휴가

산전, 산후휴가는 1980년 말 기존 77일에서 120일로 늘어났다. 산전 20일 산후 100일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편의상 산전에 휴가를 챙기지 않고 산후휴가에 합산하여 휴식을 취한다. 휴가에 들어갈 때에는 진료소의 확인 진단서를 기업소에 제출한다.
그러나 북한의 여성들은 결혼한 후에도 기업소 종업원으로 종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업소에서는 여성이 결혼하면 사직시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사직되면 ‘부양인’으로 등록되어 남편의 기업소로부터 하루 300g의 식량만 공급받게 된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여성들이 대부분 결혼 이후에도 아이를 탁아소 등에 맡기고 일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는 그러한 경우가 별로 없다. 노동력이 남아도니 대개 사직시킨다.)

2) 요양제도

▲ 정양소(靜養所)

남한의 공장이나 대학에서 수련원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듯 북한에서는 ‘정양소’를 운영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기업소에 해당 정양소가 정해져 있지만 현실은 2급 기업소 이상의 노동자들만 혜택을 받는다. 2급 이상의 기업소들은 경치 좋은 곳에 정양소를 꾸려놓고 있다. 정양소는 대상자들을 받아 일정 기간 쉬게 한다. 경노동과 문화휴식을 통해 피로도 풀고 치료도 하면서 건강을 돌보게 되어 있다.

정양소 추천대상은 기업소 직업총동맹에서 정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초급당위원회의 비준을 받아 대상을 선정한다. 한 직장에서 분기마다 1∼2명씩 직장생활에 모범적이라 평가되는 노동자들을 선정한다. 이들은 정양소에서 지정한 생활 일과표에 따라 규칙적인 집단생활을 진행한다. 일과생활에는 정양소의 부업 밭에서 간단한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정양소 생활과정에는 대부분의 정양생들이 남녀 청춘들이므로 휴식보다도 연애생활에 더 흥미를 가진다고 한다.

▲ 휴양소

휴양소는 정양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에서는 명승지, 온천, 약수터 등지에 인민들을 위한 휴양소와 휴양지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 등 휴식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마련해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한 휴양소로는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휴양소, 평안북도의 묘향산 휴양소, 황해남도 봉산군 서흥 휴양소, 강원도 금강산 온정리의 김정숙 휴양소 등 150여개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체로 핵심계충에 속하는 고위 간부출신, 영예군인들이 대상이 된다. 이들은 이 곳에서 휴식을 즐기면서 병 치료를 비롯해 건강을 회복한다. 따라서 일반 주민들은 휴양지에 가보는 것이 희망일 뿐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