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년 전에 북한을 떠나왔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에 와서 본 잡지 중에 북한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친구는 Keys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그렇다고 답하는 이가 있을런지 몰라도 그곳에서 40년 간 살아본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듯 싶어진다.

정말이지 Keys는 어느 한 호도 나의 기대를 배반한 적이 없다. 매호마다 이채로운 편집 형식들, 매호마다 새로운 북한 소식들, 북한에 대한 남한 사회의 인식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듯한 시원시원한 정의들, 활자가 아니라 뚝뚝 뛰는 핏방울 같은, 말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은 매 호의 글줄들은 아, 남한에도 북한을 올바로 보고자 하는 얼들이, 시선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는데 대한 안도감을 고독한 나에게 인식시켜주기에 충분하였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 공부를 하느라 부쳐오는 몇 개의 잡지들은 제목만 훑어보기에도 바쁜 형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Keys만은 토하나 놓칠세라 받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군 하는 나는, 설사 졸업 시험이 코앞에 닥쳐왔다 해도 받아놓은 Keys를 못 읽으면 시험공부가 머리 속에 안 들어 올 것 같을 정도로 지금 Keys에 홀딱 빠져버렸다. 내가 잊어버릴 뻔한 북한에서의 기억들을 내가 받아보는 Keys들이 때때로 되살려 주는 적도 적지 않으니 이러한 Keys를 내가 어찌 절친한 친구 마냥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Keys가 올 때 됨직한 데 오지 않으면 편집부에 전화를 걸어보고, Keys를 읽다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전화 걸어 해명을 얻고야 넘어가는 것이 하나의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그런 중에도 간혹 Keys가 지나치게 열정을 앞세우다 글의 생명인 객관성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하고 우려가 되군 하는 것은 Keys가 앞으로도 독자들의 가슴과 머리에 신선한 공기를 부어주는 좋은 친구로 남아있길 바라는 간곡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글이 다 된 듯 한데 그래도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Keys의 매 글들에서 소수자의 입장을 좀 더 깊이 있게 헤아려 줄 것과, 북한 소수자에 의한 북한을 이해하기, 북한사회 및 북한인들이 지니고 있는 2중적 사고구조를 원리적으로 분석해주는 역할을 새롭게 맡는 것이 어떠한가하는 것을 제의 드리고 싶은 뜻이 일어서이다.

지금까지 매체들에서 진행되어 온 북한 권력자에 의한 북한 이해는 북한에 대한 남한민중의 불신임만을 야기시킬 따름이었고, 북한사회와 북한인들이 지닐 수밖에 없었던 2중적 사고구조에 대한 정확한 연구물이 없는 남한의 현 실정은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인식에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연속 빚어내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모든 매체들은 구태의연한 북한 알리기 방법에서 아직까지 탈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더욱이 북한사회와 북한인들의 2중적 사고구조에 대한 연구는 시도조차 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 있다.
나는 Keys가 이러한 부담들을 새로 떠 안고 일어선다면 좀 더 성숙한 친구로 성장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홀로 말없이 가져본다.

▷ 최진이(전 조선작가동맹 소속 시인) 씨는 1959년 평양에서 태어났으며 김형직사범대학 작가반을 졸업하고 조선작가동맹 소속 시인으로 활동하였습니다. 99년 11월 입국하였고 현재는 이화여대 여성학대학원 석사과정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