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s는 지금까지 “인민들은 말한다” 코너를 통해 재중(在中)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실어왔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최근 북한의 실정과 인민들의 살아가는 모습,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였습니다. 이번 호에는 탈북인의 주장 글을 싣습니다. 글을 쓰신 유순금 님은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독자들 중에는 1997년 ‘핑퐁사건’을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 13인의 탈북자를 중국 정부와 베트남 대사관이 서로 받지 않겠다고 탁구공처럼 몇 번을 떠넘겼던 사건입니다. 중국으로도, 베트남으로도 가지 못했던 탈북자들은 결국 국경지대의 지뢰밭을 헤매며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다행히 국제 사회의 여론에 의해 이중 10명이 한국에 입국하였습니다. 유순금 님은 이때 한국에 오지 못한 3명중 한 분이십니다. 중국과 북한에서 고생하다 극적으로 탈출하여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 글은 유순금 님의 경험 속에 우러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직접 방문하여 소중한 글을 맡겨 주셨습니다. 유순금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편집자 註

탈북자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의 열쇠를 쥔 사람은, 다름 아닌 탈북자를 만들어내는 인민의 지도자 - 김정일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모르는 나라가 거의 없다. 탈북자는 극심한 식량난과 여러 가지 불합리한 조건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본토에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가장 처절한 악조건에서 탈북을 시도하여 정든 고향 산천을 떠나 인접국인 러시아, 중국, 그 밖의 나라들에 피난하여 추위와 굶주림, 체포위기를 당하면서 타국의 도시와 마을을 유랑하고 있다.

그나마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교회나 간혹 인정 어린 사람들의 동정으로 숨어 지내고 또는 남의 집에서 아무런 보수도 없이 잡일을 해주며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런 방법은 그들에게 있어서 이후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장구한 계획이 못된다. 탈북자가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은 그 어디에도 없다. 국적도 없이 오랜 세월을 피난민으로 숨어산다는 것은 무의미한 고통일 뿐이다.

지금 탈북자가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곳은 지구 위에 단 한 곳 대한민국뿐이다. 비록 낮선 땅이지만 한국은 한 조상의 혈통이 흐르는 민족의 땅이므로 탈북자가 갈 곳은 그 곳밖에 없다. 그렇지만 탈북자가 한국으로 가려면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며 또 그 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탈북자의 행로는 서로 상이하며 거의 모두가 사지판을 헤맸거나 그 중에는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다.
수 만가지 어려움이 탈북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그들을 도울 그 어떤 대책이 없는 조건에서 출로가 없는 탈북자의 운명은 매우 막연하다. 하지만 탈북자의 소망은 그래도 될 수 있으면 한국으로 가고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을 안내할 사람도 정해져 있지 않고 오랜 세월 탈북자 탈출을 돕던 해외선교단체나 개인들이 개척한 많은 루트가 발각되어 현재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의 감옥에 있거나 북한과 중국의 합동단속으로 한국으로 오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됐다. 심양, 연길, 북경에 있던 조선족과 함께 일하는 루트의 여러 명이 중국 공안의 추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하여 탈북자들은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마지막 방법인 중국내 해외공관에까지 진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이 할 수 없이 선택한 최후의 길이라는 것을 어느 누가 모르랴!

다른 나라 영사관과 대사관에 진입하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 우리는 이미 일본대사관 대사라는 자가 탈북자를 쫓아내라고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도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이미 스페인 대사관이나 미국, 일본, 캐나다, 이제 또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탈북자 진입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나라 대사관에서도 관심이 커가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 주거한 해외 공관들의 철조망으로 둘러싸고 경비인력을 증가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고 해외공관에게도 반갑지 않는 손님들의 진입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닌 부담일 것이다. 그래서 외국공관 진입을 통한 한국행 역시 합리적인 대안이 못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탈북자 문제를 과연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가? 한번씩 탈북자 문제가 세상을 떠들썩할 때마다 우리는 한민족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한다. 일본 대사관 문턱에서 붙잡힌 여인들이 절규하는 그 비통한 모습을 우리는 이대로 그저 스쳐 지내고 말 것인가? 생각해보자! 북한은 지금까지 굶어죽거나 탈북한 숫자가 사실상 500만을 넘어선다는 것을 1998년 신분증 교부과정과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알게되었다. 그중 현재 중국,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일대나 몽골지역에 널려있는 숫자가 수십만에 달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확실한 안식처가 없다.

동강이나 퉁유일대를 벗어나면 내몽고지역에 속하고 이 지역은 치안이 허술한 탓으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 힘든 지역으로 수많은 인신매매업자들과 사기꾼들의 알선에 의하여 많은 탈북자들이 이 지역에서 굴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불리한 조건에 처하여 있으면서도 다시 북송되는 것이 두려워 숨어살고 있으니 참으로 기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이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이 없는 이상 이미 해온 방법으로 그들 개개인이 중국 주재 해외공관을 이용한다면 과연 수십만의 탈북자가 매번 이런 방법으로 한국 행을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외 공관을 중국 측이 철저한 경비로 접근을 막는다고 대책 없는 그들 삶에 대해서는 외면 할 것인가?

우리는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한민족이며 동포이고 형제인 우리가 힘없고 속수무책인 그들을 도와준다는 원칙 하에 그들이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탈북자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의 열쇠를 쥔 사람은 다름 아닌 탈북자를 만들어내는 인민의 지도자 - 김정일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하여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탈북자에 대한 처리가 매우 가혹하여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없다.

말로는 “북한으로 돌아오면 잘 대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잡아서 모질게 고문한다
지금 북한은 체포조원을 여행자로 가장시켜 중국에 보내어 중국의 공안기관과 협력하여 탈북자를 북송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선 체포된 사람을 깡쇠(강철)로 팔목을 꿰거나 밧줄로 여러 사람을 줄줄이 매달고 북한에 가서는 지역구류장에서 정치범과 경제범을 구별하는 색출작업을 한다. 그들은 심문과정에 모진 박해를 가하며 가혹한 고문을 한다.

그러면 경제범과 정치범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경제범은 조선(북한) 본토에서 약간의 물건(이면수, 명태 등 물고기, 약초 등)을 사서 배낭에 넣어 가지고 두만강을 건너가서 쌀이나 피복으로 바꾸어 가지고 오는 것과 친척의 도움으로 식량을 얻어 가지고 오는 것을 말한다. 이런 때는 매만 맞고 요행히 석방될 수 있다.
반대로 정치범의 경우는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났거나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물론이며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전도를 받았거나 본인이 교회를 인정할 때 - 이것은 북한을 자극하는 가장 큰 문제로써 심문 받는 과정에 이런 사실이 드러날 때 그는 정치범 판정을 받으며 모진 고문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일어나고 있으며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로 조국 통일을 위하여 협상하고 타협하자고 외치는 지도자가 자국민이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을 정치범으로 취급하고 종신 징역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가둔다면, 과연 한국인을 만난 것이 죄가 된다면 통일은 누구와 하려는가? 또한 기독교가 자기 나라 안에 있다고 하며 세계 기독교 연맹가입을 신청한 북한이 해외에서 자국민이 기독교인을 만나 전도를 받았다고 하여 총살하고 정치범으로 몰아가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자기들 땅에 기독교가 있다고 소리치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속이기 위한 것인가?
북한의 이런 입장을 국제사회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평양에 있는 건국동 봉수교회는 북한에 기독교가 있다고 선전하는 ‘장식품’이다. 교회에 출석하는 연기자를 제외하고는 평양사람들도 평양에 교회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실제로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는 외국인이 참석할 시간에만 문을 열고 평시에는 문을 열지조차 않으며 50세 이상의 형식적인 교인을 선발하여 평상시에 훈련시켜 외국인이 참석할 때 모양새만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수 백가지 교묘한 악법을 만들어 자신과 세상을 속이며 지탱하고 있는 북한은 오늘도 많은 북송된 탈북자를 보위부 감방에서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하여 2000년 이전에는 심문과정에 죽은 사람이 많았고 설사 살았다해도 불구자로 되었고 대다수는 길주, 오로, 수송, 화성, 평북도 철산, 11호 교양소, 그 밖의 지역 노동단련대에서 노동단련과 고역으로 견디지 못하여 그 곳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지역들의 처참한 상황은 그곳에서 다행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 땅에는 각 도, 시, 군, 리까지 이런 노동단련대가 많으며 대다수가 죄 아닌 죄로 끌려들어온 사람들이며 노동단련대는 마치 나치스의 포로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2000년 초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의 인권 유린문제가 거론되면서 북한은 중국의 전지역에 공포하기를 “본국으로 돌아오면 살려주고 집도 직장도 식량도 차별 없이 대하여 주려고 하니 본국으로 모두 돌아오라”고 했다. 이 포고는 중국의 일부 보따리 장사를 통하여 중국내륙의 전 지역에 알려졌다. 중국의 조선족 보따리 장사꾼 속에는 북한 국경지역의 변방 보위부에서 임무를 받고 넘어오는 사람도 있으며 개중에는 직업적인 특수 임무를 수행하면서 두만강을 제집 문턱처럼 넘어 다니는 첩자들도 있다. 북한으로 보따리 장사를 가서 특혜로 밀수거래나 세관면제를 허용 받는 조건으로 보위부 임무를 받는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통하여 중국의 전지역에 소문을 퍼뜨렸던 것이다.

그 시기 그 말을 듣고 자진하여 북한으로 돌아간 숫자는 많지 않으나 일부 사람들은 이 선전을 믿었고 자발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들이 두만강을 넘어서자 수갑을 채워 감방에 넣고 중국에 가서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했으며 어떤 임무를 받고 왔느냐고 재우지 않고 가혹한 고문을 했다. 그때 자진하여 북에 돌아갔다가 감방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 장춘에서 약 3달간 체류했다가 정착지를 잡지 못하고 떠다니던 무산군 백철용 부부가 있는데 그들은 감방에서 모진 매를 맞고 밖에 나와 집으로 돌아가서 일주일만에 남편은 죽고 여인은 다시 중국으로 들어와 어느 지역 교회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던 중 또 다시 북송되었는데 그 후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2001년부터 감옥의 형편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조사과정에 때리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감옥에서 태어난 아이는 비닐을 얼굴에 붙여 질식시켜 죽인다
현재도 감옥은 간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작년 12월 황해남도 재령군 재령읍에 있는 리한수 노인은 온 가족이 굶주림으로 누워있게 되자 중국의 친척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왔다. 노인은 친척이 주는 얼마 안 되는 식량을 가지고 북한으로 가족을 찾아 다시 돌아갔다. 얼마 안 있어 군 보위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보위부는 그를 감방에 넣었다.

그는 감옥에서 갖은 고통을 다 겪어야 했다. 심한 구타와 폭행을 당했으며 죄 같지 않은 죄로 무조건 잡아 가두다 보니 감옥은 늘 사람이 초만원이다. 노인이 들어간 대형호실에는 많은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보위원은 죄수들을 두 줄로 마주 앉히고는 서로 상대편 얼굴 때리기를 시켰고 무릎꿇고 앉히기를 시켰는데 노인이 너무 다리가 아파 몸을 조금 움직였다고 하여 창살 사이로 팔을 펴게 하고는 족쇄로 내리쳤다. 그리고도 모자라 그 날 그 앞에 배당된 한 덩어리 콩밥마저 곁에 사람을 시켜 요강으로 쓰는 양동이에 넣게 하였다. 상상해보라!! 모진 매를 맞은 죄수가 자신에게 차려진 한 덩어리 콩밥마저 보는 면전에서 오줌통에 넣을 때 죄수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를.

이렇게 체포된 사람들에게는 정해진 변소가 따로 없다. 죄수들이 앉은 방안에 변기용 양동이를 하나 놓아두게 하고 거기다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지옥에서 석방된 노인은 출옥 후 다시 그 땅을 떠나 두만강을 넘어 오늘 중국 요녕성 어느 교회에서 교인들의 도움으로 숨어 지내고 있으나 후유증을 치료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온성읍에 있는 한씨 여인은 중국에 와서 먼 친척의 도움으로 조선족 청년과 결혼하여 임신 10개월된 해산달에 북송된 것이다. 한씨 여성은 감방에서 해산을 하게 되었다. 아이 울음소리가 나자 보안원이 달려와 시끄럽다하며 비닐조각을 들고 와서 철창 사이로 던져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비닐을 물에 적시여 아이 얼굴에 붙여 놓아라. 시킨 대로 해!” 하고는 다른 사람을 시켜 그릇에 물을 담아 왔다. 여인은 할 수 없이 비닐 조각을 주워 물에 적시여 불쌍한 어린 태아의 얼굴에 갖다 붙이자 아이는 한 동안 태질을 하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해외에 숨어사는 적당한 방법의 하나가 결혼이므로 임신한 채 북한에 끌려가 감방에서 해산된 일은 비단 한씨 여인만이 아니다. 어느 지역이나 감방에서 낳은 아이는 절대로 살아 남을 수 없으며 다 이런 식으로 처리되었다.

무산군 주초구 아파트에서 살던 제대군인 당원 김씨 여인은 네 아이 어머니다. 그녀는 고달픈 삶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아이들을 데리고 탈북을 하였는데 몇 달 후 북송되어 무산군 보위부 심문실에서 너무 혹독한 매를 맞아 일어나지 못하게 되자 석방됐다. 친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회복되자 몇 달 후 그녀는 다시 재탈북하여 현재 산서성의 어느 한 교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과연 국제사회는 두고만 볼 것인가? 언제까지 이 비참한 참상을 묻어두어야 하는가?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가장한 사람들을 중국에 보내 살인·방화 등을 저지르고 있다
소련 연해주에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소가 있는데 이 지역에서 붙잡힌 탈북자는 북송을 거부하면 가차없이 현장에서 처리되고 만다. 1999년 5월, 사할린 근교에서 여기저기 숨어있던 탈북자 10명이 체포되었다. 그들이 거기서 완강히 저항하자 6명이 현지에서 사살되고 5명이 북송됐는데 그들 속에는 9살 난 딸애를 데리고 탈북했던 전 해병부대 경리장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딸애와 함께 수송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몇 달간 하다 너무도 지쳐 반주검이 되었는데 석방된 후에 딸애를 데리고 그 사선을 또 다시 넘어 훈춘에 와서 한 조선족의 도움으로 북경에 갈 수 있었다. 그는 북경에서 한국계에 속하는 미국국적을 가진 해외 선교사의 주선으로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자의 행렬에 들어섰다.

그들은 조선족 청년인 김성근의 집에 하숙을 정하고 얼마간 휴식을 하였다. 그 당시 여기에 비슷한 처지의 탈북자가 여러 명 함께 있었는데 그 속에 김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가짜 이름일지 모른다. 한국인이 김평을 데리고 들어온 그 날 저녁 해군부대 경리장이 김평과 인사를 나누면서 어디선가 낮이 익다고 말하였다.

다음날 새벽, 이상한 소리에 놀라 모두가 깨여 났을 때는 갑자기 김평이 경리장의 가슴에 칼을 박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을 보았다. 잠에서 깨여난 어린 딸애가 피에 젖은 아버지를 부르며 슬피 울었다. 그러나 이 참변 앞에서 모두가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탈북자들은 신분상으로 해명을 요청할 수도 없었으며 그들을 주관하던 한국인은 비행기로 본국으로 돌아갔고 다만 그날 오후 주인인 조선족 김종근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로부터 사태의 진상을 알게 된 중국경찰은 종근이를 석방했으며 얼마간의 벌금을 물게 했다.
그곳은 북경시 淸河南店新村 철교 근처의 아파트 반지하로, 종근이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평은 과연 누구이며 오늘도 어디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 후 종근의 부인 심계술은 9살 짜리 경리장의 딸을 한 달간 데리고 있다가 어느 한인교회로 보냈는데 그 애는 지금 그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제 그가 자라면 파란만장한 이민족의 비극을 이야기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에는 탈북자가 중국 대륙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 밑에 현지인들이 탈북자를 배척하고 몰아내도록 하기 위해 북한 내에서 공작원을 따로 물색하여 간단한 임무를 준다. 변방지대의 남의 집과 창고 도둑질하는 일 - 가축도적질, 살인방화 등의 온갖 못된 일을 저지르게 만들고는 여론을 몰아 그 모든 일이 예외 없이 탈북자 소행으로 만들어지도록 한다.

이미 이런 음모 아래 중국 국경군인까지 사살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과연 북한이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계획적인 북한의 탈북자 정책 하에 발생한 사건은 대동촌, 아동, 화룡, 노가향, 고성리, 도문, 즙안현 일대에서 수없이 빚어졌으며 그 사건의 주모자는 예외 없이 애매한 탈북자가 뒤집어쓰고 있어서 탈북자의 발붙일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내 현지인들의 신고체계가 제도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황에 대해서는 변방지대의 중국공안이 북한 변방 보위부의 사업방법과 수법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고 한다. 허나 이와 같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 통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물을 건너 온 탈북자가 한끼 식사도 마음놓고 할 수 없으며 현지인들이 탈북자에게 밥을 주거나 재워주게 되면 벌금, 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벌금 낼 돈이 없을 때는 공안이 직접 마당에 세워놓은 소까지 끌어가 버리는 사건이 무수하다. 이로부터 현지인들은 탈북자에 대하여 관심을 꺼려 할뿐만 아니라 신고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까지 공안의 습격을 받게되고 길림성 지대의 탈북자 안식처가 사라져 가고 있다. 본토에서 견딜 수 없는 기아로 강을 건너온 탈북자에게 설자리조차 없게 만든다면 탈북자들은 또 어디에 희망을 가져 보겠는가?

북한이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체제구조를 개변하는 것뿐이다
지금 북한은 “밥 먹는 자는 다 나오라” 하면서 농촌 돕기 운동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나라의 모든 사람이 다 농장 밭에 나가 모내기, 퇴비 나르기, 김매기, 물주기, 학교와 가두, 공장, 기업소가 부산을 피우지만 해마다 식량사정은 더 악화되어 기근이 심화되고 있지 않는가? 과연 하늘 탓인가? 사람 탓인가?
세계 어느 나라가 백성을 이렇게 들볶아대며 파철 줍기, 퇴비줍기, 농촌돕기, 길닦기, 집짓기, 온갖 나라 일을 도맡아 하도록 부리고는 일전 한푼도 주지 않으며 당과 수령을 위해 당연히 해야하는 충성심의 표현이니 영예로 생각하라고 하는 나라가 있던가? 이렇게 경제정책을 계급의 몽둥이로 사상적으로 다스리면서 엉터리로 밀고 온 반세기가 넘는 지금, 백성의 삶은 궁지에 몰렸고 수백만 명의 귀중한 생명은 허무하게 죽었고 나라는 결국 폐허가 되고 말았다.

현재 크고 작은 기업소가 모두 가동을 멈추고 대신 도처에 수많은 감옥과 집결소, 노동단련대(지역), 교양소, 정치범수용소가 생겨서 나라는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다. 굶주리고 지친 인생으로 살아온 불행한 이 나라 백성들은 세상을 떠돌고 수백만 명의 어린 생명이 빈궁에 시들고 있으니 현재는 물론 미래를 멍들게 하는 이 현실을 어찌 탄식만 할 수 있으랴!

온 가족이, 친지가, 이웃이, 죽어 가는 현실 앞에서 살아 남기 위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떠돌다 북송되어 그 마저 사상범이 되어 옥중에서 죽다니…. 한 생을 고달픈 삶에서 헤매이던 그들을 사상범이라고 종신감옥에 집어넣거나 총살해 버리는 동족의 양심 마저 찾아볼 수 없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권력 지도층을 위하여 백성은 육탄이 되고 방패가 되어야 하고 그 길은 살아도 영광, 죽어도 영광이라고 하다니….
처참한 불모의 폐허가 된 북한! 5천년 민족사에 봉건사회에서도, 식민지 세상에서도, 자기 백성을 이렇게 잔인하게 학대하는 이 같은 악법은 없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달이 차면 기울고 어두운 밤은 아무리 길어도 밝아오는 새 날 속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달리 사상운동의 산물로써 인민이 받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막 위에 신기루일 것이다. 이제 북한인민은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세계와 격리된 때와는 다르다. 그들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살아온 자신의 고향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일생을 두고 몸과 마음으로 설계하고 만들어 가던 人生이 허무한 현실 속에서 여지없이 무너져가고 있음을 체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고 있다. 모순에 찬 현실 속에서 외치는 수많은 구호가 그 체제의 비명소리라는 것을…. 어떤 사람의 심장도 울릴 수 없는 빈 구호…, 이제 그것은 더 소용없을 것이다. 대세는 기울어져 가고 있다. 이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조선의 현실은 아무도 잘 모른다. 오직 조선, 북한이라는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볼 수 있고 이해하고 예언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권력층들은 말한다. “우리세상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끝나는 날에는 그저 물려 앉을 판인데 그때 살아 남자면 딸라가 있어야 한다”라고. 이런 생각을 하며 해외와 손을 잡은 수많은 관료들로 인해 북한이 무너지는 현실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굶주린 백성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뭔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제 살고 있던 집이 - 나라의 기둥이 썩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피난을 다니는 탈북자들이 타국의 자유의 문턱에서 몸부림 칠 때 본토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아리랑 축제라니, 가관이다. 김정일은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라는 백성의 것이지 통치자의 것이 아니다.

조선을 모르는 사람은 북한에는 이중적인 세력이 있다고 말한다. 현실의 변화를 갈망하여 김정일의 의견과 반대되는 강력한 군부의 세력 때문에 조선의 개혁 개방이 늦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조선의 정치구조를 너무도 모르는 자본주의 언론인의 예감일 뿐이다. 북한은 이중구조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면 이미 북한은 그토록 기울지 않았을 것이며 그토록 험악한 사태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에는 오직 유일독재 - 김정일의 완벽한 개인독재 정치가 지배할 뿐이다. 최고 집권자의 뜻에 배신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보위 계층의 인권탄압은 개개인의 의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도체제의 성격을 떠난 그 어떤 사소한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 권력층의 사업과 방법은 유일독재체제의 산물이다. 지금 기울어져 가는 초가집을 장식하기 위하여 풍악소리를 내고 향연을 베풀고 있지만 그 만찬은 대세의 흐름 속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북한이 벌려 놓은 아리랑 축전의 목적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안팎으로 무너진 제도의 위상을 예술적으로 추켜세우고, 물밑작전의 방법으로 세계에 친북세력을 확대하고 권력우상과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며 국제연대를 통해서 지지자와 동정하는 사람을 얻어내자는 목적에서 그 방안이 구상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출판물을 통하여 여러 번 반영되었지만 세계의 관심을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부터 북한 아리랑 축제로 유도하기 위한 맞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리랑 축제에 참관한 사람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어 북한을 두둔하고 지지하게 만들어 고립된 북한을 도와 이롭게 편을 들어줄 지지자의 역할을 해 주길 바라지만 그 면에서 성공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순된 북한현실에 부딪히고 보면 늘어나는 탈북자, 350만명의 죽음, 외국의 지원에 의지해 사는 북한 경제, 당장 눈앞에 둔 640만명의 영양실조에 든 어린이들, 이 현실 앞에 무슨 수로 그들이 북한을 대변하며 몰락하는 북한의 현실과 체제를 두고 외부인의 지지와 동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미 기울어져 가는 심각한 내부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일어서기를 원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등장하고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현 체제구조를 개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