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북한(조선)은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실시했다. 그 배경과 향후 전개 가능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어느 신문은 방북단(訪北團)에 끼어간 사람들의 견문을 현지르포로 전달하기도 했고, 직접 특파원을 파견한 언론기관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통제·조작된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 증언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북-중을 넘나드는 북한사람들에게 직접 듣는 것이다.

그래서 ‘인민에게 직접 들은’ 내용을 기록하는 코너인 <인민들은 말한다>는 7월 1일 조치 이후 비합법적 혹은 준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북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인터뷰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무역업자 권재현(가명)씨에게 부탁하였다. 그 결과 8월 중하순에 걸쳐 중국으로 건너온 장사꾼 3명을 각각 인터뷰했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지역은 무산, 청진, 명천이었다. 모두가 함경북도 출신이라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7월 1일 이후 북한의 변화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였다.

그중 명천군 출신의 증언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무산과 청진 출신 장사꾼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증언이 대개 비슷하지만 무산 출신은 7월 1일 조치를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고 청진 출신은 부정적인 측면에 기울어있다. 권재현 씨가 보내온 녹취록을 Keys 편집위원회에서 정리하였음을 밝혀둔다. 자료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무산출신의 30대 장사꾼. 국경을 넘나들면서 밀무역을 하고 있다. 물론 기업소에서 나름대로 직책도 있다. 이름은 변재철(가명)이라 부르기로 하자. 8월 23일 국경을 넘어온 그에게서 경제관리조치 이후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그는 함경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지라 다른 지역의 상황과 소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먼저 경제관리조치 이전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 사람들은 언제 많이 굶어 죽었나?
“제일 많이 굶어 죽은 것은 96년부터 98년 사이다.”
- 그럼 1999년 이후에는 상황이 어떤가?
“나진 개방하면서 무역일꾼들이 중국에서 쌀을 많이 가져왔다. 목재도 많이 가고 파철도 많이 사갔다. 수산물도 중국으로 많이 가져와서 다 쌀로 바꾸었다. 이런 쌀들이 장마당에 나가면서 백성들이 사먹으니까 사정이 어느 정도 좋아졌다. 집값의 경우 배급이 안될 때는 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30,000원 한다. 어쨌든 생활이 좋아졌기 때문에 중국으로 가지(탈출하지) 않고 조선에서 집을 산다. 그리고 생활이 안정되어 현재는 강냉이 밥이라도 먹는다. 생활이 좋은 사람들은 이밥(쌀밥)에 반찬이랑 잘 먹고, 보통 생활수준의 사람들 즉 중간층은 아침에는 밥 먹고 점심에는 아침에 해놓은 밥 먹고 저녁에는 국수를 먹는다. 아예 못사는 사람은 강냉이 밥(옥수수밥)을 먹고….”
- 외국에서 사온 것은 다 누가 먹는가?
“외화벌이에서 들어온 것은 다 장마당에 나간다. 외화벌이 부문에서는 그 돈을 굴려서 사업을 운영한다.”
- 그런 것을 공짜로 주면 안 되는가?
“그걸 공짜로 풀면 외화벌이회사에서는 무엇으로 운영하나?”
- 외화벌이 부문말고 국제적으로 지원 해주는 것을 주민들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되는가?
“그런 것은 (국제 지원 식량) 배급소로 나간다. 특수기관, 예를 들면 제철소나 무산광산 같은 우리나라에서 유지되지 않으면 안될 특급공장기업소들에게 먼저 간다. 배급정량이 700 그램이라면 ‘30일×700그램=28킬로그램’, 이렇게 28킬로를 준다. 태국이나 유엔에서 받은 쌀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소들은 줄 처지가 못된다. 이런데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능력에 맞게 장사를 잘하면 먹고 살수 있으나 반면 법에 의해서 통제를 강화했다. 통제에 걸리면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했으니까 회수해 양정사업소에 넣어준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던 쌀을 뺏기면 양정사업소에 넘어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탈북자들에 의하면 빼앗긴 쌀은 꽃제비 수용소(927 수용소)에 넣던가 보안원(안전원), 규찰대가 챙긴다고 한다.

- 외화벌이 사업소에서는 그 쌀을 장마당에 파는 것인가?
“그것은(외화벌이 사업소가 가진 쌀은) 국가에서 지원해준 것이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꾸려서 모은 돈을 가지고 중국에다 약초나 금속 같은 것을 승인을 받아서 교두(세관)를 통해 무역을 하는데 그런 것도 중국세관에서 받지 않으면 밀수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쌀을 국가에다 그냥 바치면 자기들의 공짜돈이 나가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장마당에 내다 팔아 이익을 남긴다.”
-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는 어떠한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나진을 개방한 것 보니까 어쨌든 이익이 좀 있다. 이제는 무산도 개방하고 청진도 개방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러면 외국사람들을 많이 접촉하게 된다. 그러나 외국사람들이 우리 땅에 와서 장사를 해가야 하는데 해갈게 없으니까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나진을 개방한 것도 늦게 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한국도 들어오고 일본도 들어오고 해야하는데 나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손님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들어왔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장사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7월 1일 이후의 변화상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앞에서 변재철씨는 “그래도 들어왔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경제무역지대를 만들고 특구를 조성하는 등의 개방조치가 비록 제한적이고 외국 자본의 투자메리트를 형성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어쨌든 개방보다도 개혁을 해야한다. 개혁이라면 경제개혁을 말한다. 개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7월 1일부터 경제조치를 실시했는데 국가에서 일단 시작을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려 하지만 국가에 돈이 없다. 왜냐면 돈이 개인들에게 다 쏠려있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실시하긴 했는데 노임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
- 화폐개혁도 했는가?
“7월 말에 화폐교환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저축을 조금씩 했다. 현재까지 화폐교환을 한다는 소문은 많았지만 비밀이 너무 많이 새서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강연자료에 ‘올해에 화폐교환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백성들이 주로 듣는 것은 강연인데 거기서 그렇게 말해놓고 화폐교환을 하면 백성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원망을 많이 할 것이다). 강연에서는 ‘화폐교환을 한다는 것은 일반장사꾼들이 퍼뜨린 소문이다’고 했다. 8월 1일까지 교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 하긴 할 것이다.”

북한은 건국이래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화페개혁을 했다. 이러한 화폐개혁이 북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가장 최근의 화폐개혁은 1992년이었다. 이때 구권을 신권으로 바꿔주면서 1인당 바꿀 수 있는 한도를 350원으로 한정지었다. 결국 350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종잇조각을 움켜쥔 꼴이 된 것이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화폐개혁을 제일 싫어한다. 간간이 화폐개혁을 한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저축을 해봤자 언제 화폐개혁을 ‘당할지’ 모르니 북한 사람들은 저축도 하지 않는다. 이번 7·1 조치와 함께 북한에 전면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다는 소식은 없다. 고액권으로 1,000원 권을 만들기는 하였지만 화폐의 전면적인 개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변재철씨는 “돈 많은 사람들은 달러와 인민폐(중국화폐)로 다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 그러면 사람들은 조선(북한) 돈은 믿지 않는가?
“조선돈은 믿지 않는다. 현재 장마당에서는 화폐교환 한다는 말도 있고 경제개혁을 한다는 말도 떠돈다. 우리가 살아보니까 개혁을 해야 국가에 이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련이 개혁을 할 때 경제가 많이 풀렸다. 우리는 개인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 분명한 것은 개혁을 해야만 나라가 허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혁을 하면은 백성들이 뒤숭숭해 한다. ‘왜 개혁을 해서 이미 있는 돈을 이렇게 만드는가, 자기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벌은 돈인데’라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 7월 1일에는 어떤 조치가 있었는가? 임금을 몇 십 배로 올려주고 세금을 받는다는데, 그럼 배급은 어떻게 되었나?
“경제개혁은 했다. 법을 통해 개개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대신 월급을 올려놓았다. 일례를 들면 ‘평균 노동자 가정’(식구 3명으로 아이 하나있는 가정)에서 노임을 타는 것이 식구에 관계된다. 즉 식구가 적으면 적게 타고 많으면은 많이 탄다. 자기가 일한 것만큼 타는데 일은 한 달 평균 대략 24-27일 일한다. 100% 출근해서 계획목표를 다 수행하면 더 주고 계획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덜 준다. 즉 일한 것만큼 주는데 출근을 안 하면 안 한 만큼 준다. 평균적으로 자기 계획목표를 완수하면 노동자 수입이 2,500원쯤 된다.”
- 무산에서는 월급을 얼마씩 받는가?
“각각 다르다. 일급기업소 같은 곳은 많이 주고 힘든 노동을 하는 곳에는 더 많이 준다.”
- 본인은 얼마나 받고 있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계획목표를 완수했을 때 2,300-2,500원을 받게 되어있는데, 일을 더 많이 하면 조금 더 올라간다. 그런데 고정노임이 있다. 안전원(보안원), 대학생, 교원(이러한 직업을 ‘비생산단위’라 부른다)들은 최고급으로 올려서 고정시켰다. 자기 혼자 타는 것이 2,000원정도 이다. 그래서 집에 부인까지 일하면 한 3,000원 이상 된다. 현재까지 경제조치가 취해진 이후 노임을 타본지가 두 달째 됐는데 4,000원까지 탄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돈은 화폐가치가 없어서 옷 한 벌을 사자면 4,000원 이상이다. 그리고 장마당에 나가면 다 중국상품만 있다. 자기 옷을 한 벌 살려면 1,400-1,500원인데 흥정해서 400원까지 낮출 수 있다. 쌀값도 그 만큼 더 올라갔다.”
- 그러면 경제조치 이전에는 노임이 얼마였는가?
“그전에는 잘 주지 않았는데 대략 500원정도 였다. 경제조치 이전에는 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고 월급도 주지 않아서 거의 100%가 장마당에 나가서 자기 하루 끼니 벌이를 했다. 배급도 안주고 노임도 안 주었다. 국가 내에는 그 누구나 할 것 없이 설사 간부네 집을 가도 입쌀을 먹는 집이 없었다. 간혹 중국사람들이 장사를 하러 와서 조선사람 집에서 숙식을 하는데 혼자서 입쌀을 먹기 미안해서 그 집 식구들과 같이 쌀밥을 먹었다. 이런 집들은 그런 대로 괜찮게 살았다.”

변재철씨는 경제조치 이전 자신의 월급이 500원 정도였다고 하지만 이것은 과장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은 경제조치 이전 노동자의 월급이 80-150원정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 월급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규정에는 500원을 주도록 되어있었다는 말인가?
“원래 줘야하는데 국가에 돈도 없으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월급이 500원이라면 거기서 제하는 것이 너무 많다. 노력동원을 나가라면 일도 힘들게 하고 돈도 안 주기 때문에 잘 나가지 않았다.”
- 배급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제 배급은 주지 않는다. 자기 노임이 2,000원이라면 쌀값은 국정가격이 44원이니까 사먹게 되었다. 옛날에는 배급표에 따라서 주었는데 지금은 사먹게 됐다.”
- 그럼 배급카드는 없는가?
“배급카드는 있는데 거기다가 몇 월 몇 일에 쌀을 샀다고 적어놓는다.”
- 쌀가격은 얼마나 하나?
“쌀값이 장마당에서 90-100원이다. 국정가격은 44원이지만 쌀이 없다보니 별 수 없이 장마당에 나가서 사먹고 있다.”
- 국정가격은 조선 그 어디를 가나 똑같은가?
“똑같다. 입쌀이 44원, 강냉이가 25-30원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돼지고기는 150원 정도인데….”
- 국정가격은 원래 장마당에서 팔았던 가격하고 비슷하게 맞춘 것인가?
“(국정가격을) 장마당 가격에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북조선에서 일률적으로 장마당 쌀값이 다 올랐다. 원래 쌀 한킬로에 65-70원 했는데 화폐교환을 한다는 소문이 도니까 개인들이 쌀을 다 사들였다. 왜냐면 화폐교환을 해도 쌀은 다시 내다 팔면 그에 따르는 돈 가치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여론에 의하면 2-3년은 고생해야 한다고 한다. 이웃나라 경우를 볼 때 경제개혁은 3년은 해야 제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 국정가격으로 쌀을 파는 상점은 개인이 운영하는가?
“양정과(시군 행정위원회 산하 부서)에서 운영하는데 이 관리들이 쌀을 빼돌린다. 그래서 양정과 쌀의 입출고 문건을 검찰기관(안전기관)에서 특별하게 검열을 많이 한다. 검열은 ‘탕진을 하지 않았는가’ ‘뇌물행위를 하지 않았는가’ 등을 검열한다.”
- 그러면 상점에는 물건이 있나?
“함경북도에서 제일 큰 장마당이 수남(청진시 수남구역) 장마당인데 정부에서 장마당에서는 남새(채소)만 팔게 하고 장마당에서 팔던 물건들은 모두 상점에서 팔도록 했다. 개인이 팔 수 있는 공업품이 있다면 상점에 갖다 준다. 그러나 돈을 바로 받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것에 따라서 나중에 개인에게 돈을 준다. 식료품 상점에도 남새가 가득한데 장마당에 가도 남새 값은 상점과 똑같다. 남새의 경우 식료품상점에도 가득하고 개인(장마당 장사꾼)들도 가진 것을 팔아야 하다보니 (남새가 변질되기 전에 팔아야 하니까) 장마당에서 국정가격보다 더 싸게 팔게되고 상점보다 장마당 것이 더 빨리 팔리게 된다.”

이건 참 재밌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마당을 폐쇄하고 국영상점 영업만 허용하니까 장마당 가격이 껑충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할 때에는 물론 그렇다. 그러나 공급이 과포화인 경우 앞에서와 같이 장마당 가격이 더 싼 기현상(?)이 나타난다.
가격이 고정된 국영상점은 공급량이 늘어난다 해도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없으니 늘 그 상태이지만 장마당 장사꾼들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국영상점보다 훨씬 치열하게 호객행위를 하고 물건을 사면 더 얹어주는 등 우리네 재래시장에서와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 않겠는가. 특히 장사꾼들의 경우 일단 자금을 회수하여야 하기 때문에 과감히 원가보다 낮게 파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강조했듯이 이것은 ‘공급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다. 공급이 부족한 쌀값은 폭등하고 있다는 증언을 우리는 이미 들을 수 있었다. 경제학의 ABC가 지금 북한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 상점에 물건은 다양하게 있는가?
“쌀만은 없다. 원래 양정사업소에서 상점에 쌀을 공급하는데 쌀이 없다. 일전에는 개인들이 앞(황해도, 평안남도 등 ‘곡창지대’를 이르는 말)에서 100킬로 정도를 기차로 싣고 와서 장마당에 팔았다. 지금 배급소에서 공급하는 쌀은 국가에서 주는 것이지 개인이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 바치면 쌀값이 똥값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장마당에서 몰래몰래 판다. 국가에서 장마당을 통제하면서 이런 것을 빼앗아서 양정사업소에 넘긴다.”
- 통제가 더 심해진 것인가?
“대단히 심하다. 이번에 개혁을 하면서 장마당을 통제하기 위해 담당 법일꾼을(안전기관원) 내왔다. 검찰소, 안전부, 규찰대 까지 다 나와서 단속을 해야만 이것을 유지하지…. 나 같아도 장마당에 나가서 국정가격대로 쌀을 44원에 팔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들어온 신발과 옷 등이 많은데 장마당에서 사려니까 통제가 너무 심해서 살 수 없고 그러니까 별 수 없이 상점에 가게 됐다. 그런데 장마당 장사꾼들은 상점에다 물건을 넣으면 바로 맞돈을 받지 못하고 (물건거래시 현찰을 바로 받지 못하고) 그러니까 현찰을 빨리 쥐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어 장마당에서 판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시 장마당으로 가게 된다.) 쌀의 경우는 현재 외화벌이 기관들에서 쌀을 들여오는 것은 없고 국제지원기관들에서 쌀이 들어오는데 특급기업소나 군부대 단위들에게 먼저 공급하니 상점에는 쌀이 없다.

앞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장마당을 엄격히 통제하니 기존의 장사꾼들이 다만 얼마라도 건지기 위해 장마당에 물건을 아주 싸게 내놓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볼 일이다.

- 일반 노동자들한테 돌아가게끔 쌀을 풀자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1,500만 톤이면 일년 먹고도 전쟁물자까지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비료도 없어서 잘 안된다. 지금부터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하기 시작한다. 일 나가는 것만큼 노임을 주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봐도 출근하는 것만큼 돈을 주기 때문에 매일 출근한다. 예전에는 출근해도 안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것을 정상화시킨다면 허리를 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독자들이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부분을 짚어보자. 변재철씨는 “우리나라에서 1,500만 톤이면 일년 먹고도 전쟁물자까지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해 알곡생산 목표량은 70년대 초반에 800만톤, 70년대 중반에 1,000만톤,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1,500만톤 생산을 내걸었다. 변씨가 말한 1,500만톤은 이러한 기준에서 나온 수치인 듯 싶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곡식 총량은 연간 어느 정도일까?
북한에서 일반 성인의 1일 배급량은 700그램 정도이다. 과거 배급이 나오던 시기에 말이다. 여기에 북한 인구를 대강 2천만 명으로 추산해 곱하고, 거기에 다시 365일을 곱하면 연간 필요량이 산출될 것이다. <2,000만 × 0.7㎏ × 365일 ≒ 511만톤>
그러나 이 계산법에는 두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 배급량을 모두 성인기준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인민학교 학생들은 400그램, 유아는 100그램, 고등중학교 학생은 500그램 등으로 차이가 있다. 둘째로 배급량의 10%(월 3일분)를 전쟁비축미로 뜯어가니 실제 성인들의 경우에도 700그램을 온전하게 받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인민들은 그보다 500만톤보다 훨씬 적은 양을 먹고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성인 배급량 하루 700그램’이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되는 양인지 남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딱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배급이 나오던 시기에 보름분의 배급을 받으면 ‘일주일을 먹으면 적당한 양’이었다고 한다. 한참 자랄 때의 청소년들의 경우 하루 700그램은 성장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정도의 식량도 80년대 후반부터 띄엄띄엄 나오다가 90년대 중반이 되자 완전히 끊겨버렸다는 데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이미 80년에 1,500만톤의 알곡생산을 목표로 제시했다면 1년에 5백만톤씩 배급하고도 상당한 양의 쌀을 비축해 두었을 텐데, 어떻게 해서 90년대에 그렇게 무리 죽음을 당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답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군량미를 비축해두는 ‘2호창고’까지 완전히 텅텅 비어 그야말로 빈사(瀕死)의 상태에 빠져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가는 데도 독재자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창고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前者)라면 지금껏 북한 정부는 알곡 생산량을 전부 허위로 발표해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한 해에 몇 백만톤씩 남는 그 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8월 발표한 “북한의 곡물 및 식량 공급 평가단 특별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356만6천톤으로 추정하였다. 보고서에는 또한 내년 북한의 곡물 필요량을 495만7천톤으로 보고 있다. 생산에 비해 필요량이 130만1천톤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유엔에서 설정한 ‘곡물 필요량 495만7천톤’도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치라 보여진다. 그깟 쌀 130만톤이 없어 인민을 굶겨 죽이고 이 나라 저 나라에 손을 벌리는 주제에, 그러면서도 ‘강성대국’이요 ‘우리식대로 산다’고 큰 소리를 뻥뻥 치는 것이 김정일의 가련한 현주소이다. 중국 상하이(上海)를 둘러보고 “우리도 IT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도대체 이 인간이 정신이 제대로 들어있는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김정일 타도 없이 기아문제는 절대 풀릴 수 없다. 다시 변재철 씨와의 인터뷰로 돌아가 보자.

- 임금을 대폭 올리고 그것으로 알아서 쌀을 사먹으라는 말인데, 그렇게 해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쌀을 보장할 수 있는가?
“힘들다. 노임을 높여주면 쌀값이 떨어지던가 해야하는데 (장마당 가격이) 또 올라간다. 내 생각에는 노임을 6,000-7,000원을 주면 먹고 살수 있다고 본다.”
- 당신의 생활비(월급)로는 며칠을 살 수 있는가?
“쌀은 현재 장마당 가격이 국정가격보다 2배 높다. 쌀이 많다면 배급소에 가서 장마당에서 보다 곱으로 살 수 있겠는데 쌀이 없다. 국가에서는 현물이 없으니 장마당에서 가서 구입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내 생활비 2,300원 가지고는 이밥을 못 먹는다. 대신 잡곡밥은 먹어야 되겠고 땔감도 장만해야 하고 그러자면 많이 어렵다. 자기가 장사도 좀 하고 농사도 좀 하고 해야 (생활이) 충족된다.”

이번 경제관리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금인상이다. 그런데 이것이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한’ 임금인상이 되려면 물가를 확실히 안정시켜놓고 - 장마당 가격과 국정가격을 똑같이 만들고, 덧붙여 국영상점의 물건을 충분히 갖추어 놓고 - ‘임금만’ 올려야 하는데 장마당 가격이 오르고 온갖 세금을 뜯어내니 실지로 인민 생활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꼴이 되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장마당을 소멸시키고 국가통제를 더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아무렴 좋다. 통제를 강하게 하더라도 제대로 먹고살게만 해 준다면야 인민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원망할게 없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되는 게 없으니 문제인 것이다. 변재철씨는 “일단 월급을 주니까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면서 “좀더 두고보자”는 식의 관망파(觀望派)라고 볼 수 있다.

- 이번 경제조치는 국정가격과 장마당 가격을 일치시켜 장마당(사경제)을 궁극적으로 없애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장마당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장마당 가격과 국정가격을) 같게 하려면 쌀 농사가 잘되는 함경남도나 황해도에서 쌀농사가 안되는 함경북도로 쌀이 올라오게 해야 하는데 이 마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국가에서 쌀을 골고루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긴 하다. 일례로 남포로 알량미(타이산 쌀)쌀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엔 그것이 함경북도로 가게 했다. 이번 해에 함경북도에 곡식이 영 안됐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조치가 (어떻게 될지) 지금까지는 알 수 없다. 한 열 달쯤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 경제조치에 대해서 일반 백성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 대단한 혼란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7월 1일 경에 화폐교환 한다는 소문이 났으니까 모든 가격이 한꺼번에 올랐다. 장마당에서 쌀을 사먹자니까 (값이 너무 올라) 아찔하지… 법적으로 (장마당에서는) 팔지 못하게 하지 배급소에는 쌀이 없지 … 그러니까 지금은 두고봐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여 앉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불안 속에 있다. 나도 쌀을 사먹자니까 110원까지 올랐는데 너무 기가 막히는 일이다. 무산 같은 경우에 이제부터는 앞(쌀농사가 잘되는 평안남도 황해도 등을 말함)에서 쌀이 들어오지 못한다 하니까 쌀값이 올랐다.
돈 많은 사람들은 화폐교환을 한다니까 쌀을 많이 사들이고 쌀 장사꾼들은 이제 값이 올랐구나 하고 쌀을 팔려고 한다. 화폐교환은 92년도에 7월에 했는데 그 경험으로 (올해도) 7월에 한다고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7월이 지나면서 화폐교환을 하지 않으니까 쌀값이 약간 떨어졌다. 달러도 조금 떨어졌는데 100불에 30,000원이다. 인민폐(중국돈)는 조선돈 100원에 4,000원까지 올랐는데 조금 떨어졌다. 현재 보니까 인민폐는 100원당 3,900원 이다. 인민들 속에서는 7월 달까지 노임을 풀었는데(주었는데) 국가에 얼마나 돈이 있어서 계속 풀겠는가 하고 의심한다.”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정책 때문에 인민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고 불안해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환율을 정리하자면 2002년 8월 중순 함경북도 무산에서 1달러는 북한돈 300원에, 중국 인민폐 1원은 북한돈 4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달러 : 북한 원화 = 1:300, 중국 인민폐 : 북한 원화 = 1:40]

- 공장에 출근한다 해도 생산을 할 수가 없는데 노임을 계속 줄 수 있겠나?
“일례로 기업소 중에 시멘트 공장이 있는데 식량이 공급되지 않을 때 사람들이 기계를 다 뜯어가고 마사지고(못쓰게 되었고) 했다. 제대로 기계를 돌리려면 기업소에 자금이 있어야 한다. 전동기 하나를 사자고 해도 그렇다. 자금이 있어서 공장이 운영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중의 여론에 의하면 러시아에서 천과 공업품을 빵통(기차 화물 한칸)으로 배정한다고 한다. 러시아하고 관계가 좋다 보니 전기를 뽑자고 했는데 그러자면 러시아는 전기선이 굵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기선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기선을 다 없애야 한다는 소문이 돈다. 이렇게 전기도 끌어오고 물건도 거기에서 다 댄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북한에 전기도 공급하고 각종 설비도 지원해 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실제 이러한 결정이 있었다는 보도는 없지만 북한 내에는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는 듯하다.

- 사람들은 매일 식사를 어디서 해결하는가?
“장마당에서 해결한다. 쌀을 파는 사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장마당에 직접 쌀을 가져가지 않고 빈몸으로 가서 쌀 살 사람을 집에다 끌어다가 판매한다. 그래서 지금 장사하는 것을 뜨내기장사라고 한다. 그러다가 한번 튀우면(단속되면) 쌀을 다 회수(몰수)당한다.”

단속이 심할 때 나타나는 새로운 장사방법이다. 앞서 들었듯 7·1조치 이후 모든 북한정부는 장마당을 폐쇄하면서 남새(채소) 같은 것만 팔도록 하고 정작 중요한 식량인 쌀과 생필품 판매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팔려는 사람이 있고 사려는 사람이 있으니 장사가 이루어진다. 장사꾼은 물건을 내놓지 않고 집에 둔 채 빈 몸으로 장마당에 나와 기다리다가 물건을 사려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접선(?)을 시도한다. 둘 사이에 흥정이 이루어지고, 물건은 장사꾼으로 집으로와 건네 받는다. 아무리 단속을 한다 해도 인민들은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갈 방도를 찾아낸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생활사정에 대해 들어보자.

- 예를 들어서 신발이나 옷 같은 것은 어디서 해결하는가?
“나도 상점에서 샀다. 국정가격이 야매(장마당)가격으로 됐다.”
- 질적 차이에 따라서 가격에 차이가 나지 않느냐?
“지금 상점에 가면은 국산 신발과 나진(나진시)에서 나오는 바닥이 파란 신발이 있는데 그 값은 다 같다.”
- 병원에서 약은 어떠한가?
“학교 학생들은 무료로 하고 치료도 무상인데 약이 없을 때에는 본인이 장마당에 나가서 사다가 주사를 맞는다. 국가에서 나오는 약이 있는데 이것은 유엔에서 주었다고 한다. 새파란 약 같은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국가에서 병원에 공급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생활이 힘드니까 이것을 장마당에 내다 판다. 그러니까 정작 치료를 받자면 응급환자 이상만 가능하다. 감기라든지 미미한 병에 쓸 약은 병원에 없다. 응급환자를 수술할 때는 국가창고에 있는 약을 사용한다.
- 물세(수도세), 집세 등 세금은 어떠한가?
“색텔레비(컬러텔레비전) 한 대는 크던 작던 상관없이 한 달에 70원 세금을 내고, 세탁기는 120원 낸다. 기업소에는 전기세를 전문으로 받는 사람이 있다. 옛날에는 큰집을 쓰던 작은집을 쓰던 돈을 똑같이 냈다. 지금은 큰 집에서 사는 가정은 평방미터당 60전이다. 무산 같은 곳은 집이 별로 크지 않지만 평양시 같은 곳은 큰 집이 많은데 평당 12원 한다. 평양시 일부는 난방이 전기화 되고 곤로로 밥을 해먹는 곳이 있다고 한다. 집평수를 다 재서 크게 쓰는 집은 돈을 더 내고 작게 쓰는 집은 적게 내고 있다. 그 담에… 가정용품에는 텔레비전, 녹음기 세탁기 흡진기(진공청소기)등이 있다. 냉동기가 120원내고 흡진기가 100원이다.

북한에서는 전기세를 남한과 달리 전기사용량에 따라 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가전제품의 수에 따라 낸다. 앞서 본대로 컬러 텔레비전이 있는 집은 한달 내내 보든 안보든 월 70원의 세금을 낸다. 변재철씨가 세탁기와 진동청소기 이야기를 했지만 이것을 갖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만약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가 있는 집은 한 달에 전기세만 410원을 낸다는 말이 된다.

- 세탁기는 별로 없지 않는가?
“일본 귀국자들이 세탁기를 가지고 있고 냉동기는 일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 있다.”
- 자전거에는 세금이 있는가?
“없다. 기타 물세(수도세)는 식구 3명부터 세금을 내는데 가격은 정확히 모르겠다. 규정을 보면은 ‘두 명은 얼마 세 명은 얼마’ 하는 식으로 식구 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사용 시간 수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인원수에 따라서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하루에 물을 보냈든(썼든) 안보냈든 상관이 없다. 평균 20원을 넘지는 않는다.”
- 세금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는데 원래 우리는 세금 없는 나라라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말이 없고 밥 먹고 살아야 할 문제 즉 노임문제와 쌀 문제에 대한 말이 많다.”
- 전기세, 물세 등 세금을 받으러 오면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지 않는가?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세금징수원이 찾아와서) ‘세금을 안내려면 텔레비를 팔아라’ 하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다. 땅세는 평당 30원이고 일년에 농사를 한번 짓는데 해당된다. 이것은 국토관리소(국토관리소는 인민보안성 소속기관)가 한다.”
- 협동농장 땅은 어떻게 하는가?
“협동농장도 값을 다 낸다. 한 정보당 30,000원 이다.”
※ 1정보는 가로, 세로 약 100m로, 남북한의 町步 개념이 약간 다르다.
- 쌀을 생산해서 농민들이 맘대로 팔 수 있나?
“농민들은 분배를 받은 후에 자기에게 돈이 없으면, 자기 몫을 내다 팔 수 있다. 그것을 야매가격으로 몰래 팔아야 한다. 예전의 뙈기밭을 회수해서 산림경영소(내각 임업부 산하)에서 묘목지로 지정해서 나무를 심게 하고 그 나무를 관리하는 조건으로 나무 한 그루 주변으로 50센티미터를 벗어난 지역에는 곡식(예 : 콩, 기장, 팥, 보리 등)을 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는 땅세를 낸다. 생산량은 자기가 먹고 국가에 바치는 것이 없다. 그런데 땅값이 너무 비싸서 농사가 웬만큼 되어 가지고는 개인 몫이 적다. 땅값은 양곡으로 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물어야 한다. 쌀을 팔아서 물든 노임을 타서 물든 상관없이 물어야 한다. 농장에서는 돈으로 무는 것이 아니고 양곡을 수매하는 형식으로 문다.”
- 그렇다면 농장의 경우는 이번에 수확을 해 봐야 알지 않는가?
“금년도를 지내봐야 알 수 있다.”
- 농장원들은 지금 열심히 일을 하는가?
“옛날하고 같다. 소(小)기업소는 안전기관에서 “너네 국가토지를 얼마를 가지고 농사져서 먹어라” 하는데 땅세가 너무 비싸고 농사가 잘 되어야 만이 본전을 뽑고 남은 것을 먹게 된다. 또 기업소마다 농사를 짓자면 비료도 돈주고 사야 한다. 기업소에는 비료를 공급하지 않고 농장에만 공급한다. 그러니까 기업소에서는 비료를 농촌에 가서 사업해 오든 (구해오든) 사오든 농사를 짓는다. 그 전에는 기업소 단위로 농사를 많이 했다. 왜냐면은 농사를 해서 수확물은 자신들이 먹을 수 있으니까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계산해도 땅세를 내자니까 타산(수지)이 맞지 않아서 안 한다.”
- 국가에 돈이 없으면 돈을 많이 찍어내면 되지 않는가?
“그런데 돈이라는 것도 (찍어내는데) 원가가 대단히 많이 든다. 돈을 많이 찍어서 뭐 하는가,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는데…. 이제 외국돈은 못쓰게 한다. 평양에 외화상점(각 도에 하나씩 존재 혹은 일부 큰 시·군에도 존재)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는 달러하고 외화바꾼돈만 취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없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달러하고 엔화하고 인민폐로 다 바꿔서 보관하고 있고 못쓰지는 않는다. 국경지대에서 중국사람들과 교환할 수도 있고 또 일본 재일동포들이 오면 조선돈과 바꾸어 쓰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
- 바꿈돈(외화바꾼돈)이 없어졌는가?
“바꿈돈(외화바꾼돈)이 없어졌다.”

북한에서는 1979년부터 “외화와바꾼돈표”라는 특수한 화폐를 만들어 유통시켜왔다. 내·외국인이 북한 내에서 외화(外貨)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외화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화와바꾼돈표로 바꾸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들의 많은 원성을 사는 정책이었다. 환율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공식 환율 고시에 따르면 1달러는 외화와바꾼돈표로 2원 정도이고, 중국돈 1위안은 약 0.2원 정도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실지로 1달러는 300원, 1위안은 40원 정도에 암암리에 거래된다. 그러니 누가 큰 손해를 보면서 공식적인 화폐인 외화와바꾼돈표를 사용하려 할 것인가. 결국 이 정책을 실시한지 20여년 만에, 이번 경제조치 과정에서 외화와바꾼돈표를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공시 환율도 1달러당 200원 정도로 현실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번 경제조치가 인민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고 보는가?
“편리해 졌다고 본다. 식량 공급이 되지 않을 때는 전혀 식량과 임금을 주지 않았다. 그때는 단돈 100원만 줘도 상당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일한 것만큼 주니까 안주는 것보다는 낫다.”
- 기차 사정은 어떤가?
“기차는 무산에서 청진까지 가는데 300원이고 원래는 34원이었다. 침대차 값은 평양까지 2,000원이고 일반은 1,500원이다. 기차 외에 다른 화물자동차를 탈 경우에는 100리 당 50원이었는데 지금은 100원이다. 지금 현재 기업관리경영일꾼은 국가에 이득을 주면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업을 하라고 한다. 우리 기업소 같은 경우에도 계획을 완수해도 돈을 벌지 못하면 노임을 주지 않는다. 계획도 수행하고 그 외에 장사라도 해서 아무데서 쌀을 가져와서라도 먹이라는 것이다. 대단히 복잡해져서 나도 노동자지만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

기차 요금은 변재철씨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에 의하면 무산-청진간 열차는 예전에 10원 미만이었다고 한다. 원래 34원이었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탈출한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함흥에서 평양까지는 원래 50원이었는데 경제조치이후 500원으로 올랐다 한다. 예전에는 기차 지붕에까지 올라가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 기차가 움직였는데, 이렇게 요금이 오르자 이제는 기차를 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올해 9월 어느 날 무산-청진 사이를 달린 기차는 7량의 열차 칸을 달고 있었는데 한 칸에 4-5명씩밖에 타고 있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 지금 공장은 좀 돌아가나?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 기업소 같은 경우에도 운영을 하자니까 기계를 수리한다 하면서 용접할 것은 용접하고 있다. 이때가 제일 힘들다. 이런 과도기 단계를 넘어서야 생산단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기업이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기업소에서 생산한 생산물에 대한 판매권을 기업소가 가질 수 있는가?
“맘대로 팔아서 그 돈은 기업소가 가지게 됐다. 국가에다 바치는 것은 없다. 국가계획을 초과 달성을 했을 때에는 기업소가 먹는다. 그러나 국가에서 기계를 대주지 않는다. 국가에 돈이 있나 자재가 있나? 돈 있으면은 기업소 자체적으로 기업소를 살려서 해먹으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지금은 너무나 힘들다.”
- 2,000원 3,000원 정도의 노임을 앞으로도 계속 줄 수 있겠는가?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사람들이 의심이 많다. ‘아 이거 다음달에 주겠나?’ 하는 의심을 가지고 출근을 하는데 월 마지막날에 주니까 어쨌든 일을 해봐야 주는지 안주는지를 알 수 있다. 어쨌든 노임을 안주기만 하면 파밭(개판)이 된다. 노임을 안주면은 쌀을 못사먹기 때문에 어떻게 출근을 하는가? 배급이 없을 때에는 쌀도 안주고 노임도 안 줬기 때문에 출근을 안 해도 간부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임을 주고 있기 때문에 큰 소리를 땅땅 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강요는 하지 않는다. ‘너희들 출근 안하면 그 만큼 노임을 안주면 된다. 또 출근하면 너네가 일한 만큼 몫이 차려진다.’ 라고 한다. 앞으로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이번 경제조치의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가 ‘임금인상’이고 거기에 담겨있는 의미를 “사경제 제거로 인한 국가통제력 회복”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눈에 띄는 다른 하나는 ‘알아서 살라’인데 위에서 보듯 “회사에 나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 대신 일하지 않으면 월급도 없다”는 식이다. 사실 김정일은 이미 지난 10년간 인민들이 죽든 살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둔 채 세계를 향한 자신의 게임에만 열중해 왔다. 그래서 ‘알아서 살라’는 경제운영방도가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며, 이번 경제관리조치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통치력 마비 현상을 공식화(?) 한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전자과 후자가 상충(相沖)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가통제력을 회복하고 싶어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알아서 벌고 알아서 쓰라며 내버려두고…. 이것이 북한 통치자 김정일의 정확한 심정을 표현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통치형식은 과거로 되돌리고 싶지만, 내용은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딜레마이다.

- 개인이 자영업을 할 수 있는가?
“그건 개인이 못하고 편의봉사망에 망라되어 할 수 있다.”
- 개인이 돈이 있다면 사영기업을 차릴 수 있는가 ?
“개인이 할 수 없다. (다른 탈북자는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협동관리 형태로 진행하면서 국가에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에도 자동차로 가다가 돈을 내주면 기름을 넣어주는 곳이 생겼다.”
- 탈북자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한번 잡혀서 나가는 경우는 관대정책에 의해서 용서해 주나 재탈북해서 잡히는 경우에는 교화소에 가는 경우도 있고, 사람을 팔아먹었다 혹은 무슨 물건을 팔아먹었다 해서 잡히면 제일 형이 긴 15년형에 처한다.”
- 2-3년 혹은 4년 동안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잡혀가면 어떻게 되는가?
“회령이나 무산, 혜산, 신의주나 잡혀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다 쏴 죽이면 세계에서 가만 두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 용서하는데 어떤 사람은 다시 중국으로 간다. 부모가 없고 먹고 살 것이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중국으로) 간다. 국가에서 그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풀어주어야 한다. 집 없는 사람은 집을 주고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은 먹을 것을 주고 살수 있게끔 해주어야 안 간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토대(출신성분)를 많이 본다. 지금도 한국에 친척이 있거나 일본에 친척이 있는 경우에는 철저하게 본다. 그러나 지금 중국으로 탈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까지 보지는 않는다. 지금 중국에 간 사람들은 미해명(행방불명)이라고 처리한다.”
- 지금 북조선의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세계에서 떠들고 있다는 것 아는가?
“모른다.”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이제 국경지역에서의 공개총살은 금지되고, 처형을 하려면 도 소재지로 데리고 가 하라고 했다 한다. 국경지역에서 공개총살을 하면 북한에 장사하기 위해 드나드는 중국인들의 눈에 띌 수 있고, 촬영되어 외부에 알려질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여론의 지적과 규탄이 김정일로서도 부담스럽고 두려운 요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 만약 앞으로 다시 노임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 국가기관들에서 논의가 많았다고 한다. 기업소에서 월급을 줘야하는데 기업소도 상점에 물건을 주면 바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판매되는 것에 따라서 돈을 받기 때문에 노임을 못 줄수도 있다. 그러니 월급을 보름에 한번 줄 때가 있고 돈이 없을 때는 들어오는 대로 주겠다고 한다. 그래도 노임만 가지고는 못산다. 일정한 부업을 해야 하는데 돼지를 키우던가 해야 한다. 지금 돼지는 여섯 달 키우면 50-60킬로가 되는데 그걸 상점에 넘기면 상점에서 현금으로 지불한다. 식구가 많은 집은 주로 군대도 못 갔고 대학에도 못간 자식들이 3-4명이 되는 집인데, 이런 집에서는 다 같이 뛰면 (벌이를 하면) 한집에 월 10,000원은 벌 수 있다.
- 깡패조직이 있는가?
“그런 것은 아예 없어졌다. 무산에 송도패가 있었는데 다 잡혀가고 지금은 없다. 그전에만 해도 사람들이 패싸움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꾀 달아서 안 한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돈만 많으면 내가 너를 이긴다라는 경쟁의식이 지배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기술자에게는 노임을 더 주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보면 북한의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는 현재로서는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조치’로 보인다. 임금이 20배 이상 뛰어올라 생활이 풀리고 품목에 따라 장마당 가격이 국정가격보다 더 낮아지는 초유(初有)의 현상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다. 임금이 뛰는 만큼 장마당 가격도 뛰고, 국영상점에서 모든 것을 취급한다고 장마당이 사라질 가능성도 없다. 기업소 자체로 벌어서 성과에 따라 분배하는 조치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번 경제관리조치를 통해 비록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인민 생활의 무게가 잠시나마 가벼워질 수 있었으니 반가워할 일이다. 이런저런 정책을 다 경험해 보는 것도 인민들의 의식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러한 정책이 또다시 별다른 성과나 변화 없이 실패로 돌아갈 때 인민들이 느낄 배신감과 허탈감, 희생은 얼마나 클 것인가.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97년 이후 줄어들었든 아사자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 오는데, 임금 올려준다는 방침에 현혹되어 장사도 포기하고 일하러 나갔다가 결국은 임금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것은 아닌지….

인터뷰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확실히 보았을 것이듯, “공급이 풀려야 모든 것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인데, 김정일은 이러한 조건도 갖추지 않고 또다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식으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요즘 김정일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죽어버린 시체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가슴팍을 눌러보고 인공호흡을 해대는 겁에 질린 사람의 표정을 읽곤 한다.
전면적 개혁 개방만이 죽어버린 북한 땅을 되살리는 길이다. 김정일도 이것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는 한이 있어도’ 이렇게 할 수 없는 김정일이니 애매한 인민들만 오늘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