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던 ‘예술가의 바다’는 어떻게 됐는가
-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 -

조영복 지음 돌베게 2002년

빵모자에 바바리코트, 옷깃을 세우고 입에는 파이프 담배 물고…. ‘예술가’가 하면 왠지 이러한 모습이 떠오른다. 낭만, 열정, 순수, 창조, 개성…, 이런 추상적인 낱말도 떠오른다.
월북(越北). 북으로 갔다. 아니, 단순히 ‘가다’가 아니라 ‘넘었다’. 무엇을 넘었나. 남들이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금기(禁忌)의 선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분단의 선을 넘어 갔다. 납북(拉北)과 달리 월북에는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월북’과 ‘예술가’라는 낱말이 하나로 겹쳐진다. 월북 예술가! 대학교수나 언론인, 공무원이 북으로 갔다고 하면 냉큼 이데올로기적인 냄새부터 맡아보려 하지만, 예술가가 북으로 갔다고 하면 별다른 느낌이 든다. 혹시 그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현실사회주의의 폐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던 그때, 사회주의자들이 달콤하게 그려 보여주는 만민평등이상사회의 모습은 순진한 예술가들의 심장을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시를 쓰는 사람은 격동치는 문장으로 사회주의 건설을 노래하고 싶었을 테고, 노래 짓는 사람은 웅장한 선율로 노농(勞農) 대중의 맥박을 뛰게 하고 싶었을 것이며, 그림 그리는 이는 낫과 해머를 움켜쥐고 해방투쟁에 나서는 젖가슴 드러낸 전사(戰士)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돌베개). 표지에는 12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북으로 간 예술가 12명의 삶을 조명해 보고 있다. 임화(林和), 한설야(韓雪野), 백석(白石), 정현웅(鄭玄雄), 이쾌대(李快大), 김순남(金順男), 임선규(林宣奎), 문예봉(文藝峰), 황철(黃澈), 김용준(金瑢俊),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저자는 이들을 ‘오래 잊혀진 그들’이라고 부르면서 책을 11개 장(章)으로 나누어 각자 한 부분 씩을 할애해 인생 역정을 소개하고 있다. 부부였던 임선규와 문예봉은 함께 다루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한 인간의 지상에서의 삶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그가 직선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굴절되고 굴곡진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듯, 이들은 모두가 굴절되고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모든 인간의 삶이 각기 다르듯, 이들의 인생경로도 열 두개의 스펙트럼으로 다 다르다.

소개된 12인 중에는 시인·소설가였던 임화, 한설야, 백석, 이태준, 박태원이 있고, 화가인 정현웅, 이쾌대, 김용준이 있으며 작곡가 김순남, 극작가였던 임선규, 배우 문예봉과 황철이 있다. 저자는 이들을 편의상 ‘월북 예술가’라고 불렀지만 이들 중엔 투철한 사상적 신념에 넘쳐 삼팔선을 넘었던 임화나 이태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 내일 이북 간다”고 마치 옆 동네 놀러 가듯 친구들에게 말하고 홀연히 떠난 김순남, 월북을 만류하는 가족들에게 “저 삼팔선이 무슨 국경이라도 되는 줄 아시오?”라고 단신(單身)으로 떠난 황철 같은 사람도 있고, 고향인 평안도 정주 땅을 떠날 수 없어 그 자리에 머물렀던, 저자가 ‘재북(在北)’의 범주에 넣는 백석 같은 사람도 있다. 또한 후퇴하는 인민군을 따라 월북했던 정현웅, 부산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포로송환시 남쪽의 가족을 두고 북을 선택한 이쾌대가 있으며, 임선규와 문예봉은 “북한에 가면 자유로운 창작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소문에 극단 배우들과 함께 유람공연 하듯 북으로 넘어갔다.

북에서 이들의 행적과 최후도 다 다르다. 일제시대에 카프(KAPF) 서기장을 역임하고 해방이후 좌익 문학단체인 조선문학건설본부 건설에 앞장섰다가 남로당 숙청시 ‘미제(美帝)의 고용스파이’였음을 자백하고 사형장의 이슬로 스러져진 임화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일제시대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원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에서 홍도 오빠 철수 역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 요즘 장동건이나 배용준에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다 월북하여 1955년 북한 최초로 인민배우 칭호를 받고 1957년에는 내각 문화성 부장, 국립연극극장 총장을 역임하는 듯 영예를 누리다가 1961년 사망하여 평양시 형제산 구역 애국 열사릉에 안장된 황철 같은 사람도 있다.

한설야처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 숙청되어 자강도의 협동농장으로 추방되어 그곳에서 죽은 사람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에 얽히지 않으려고 아동문학 창작과 번역 작업으로 펜을 옮겼다가 당성(黨性)이 약하다는 이유로 양강도 산골의 협동농장으로 추방되어 그곳에서 서투른 농장원으로 일하다 죽은 백석의 안타까운 말년 모습도 보인다.

그뿐인가. 성혜랑이 수기 〈등나무집〉(지식나라)에서 “북조선 50년에 보고 죽으려 해도 다시없을 것 같은 세련과 품위를 지닌 신사”라고 존경의 마음 가득 담아 회고했던 화가이자 평론가이며 수필가였던 김용준은 노동신문에 실린 김일성의 사진을 오려내지 않고 폐품으로 내놓았다는 이유로 비판무대에 오르게 되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김일성 종합대학 학생들 사이에 “러시아에는 체호프, 프랑스에는 모파상, 미국에는 오 헨리, 조선에는 이태준이 있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던, 김용준의 동갑내기 친구 이태준은 황해도 해주로 추방되어 대남 심리전 소설을 쓰는 비밀작가로 일하다 재추방, 결국은 강원도 탄광에서 뇌혈전(腦血栓)으로 쓰러진 아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병 수발하다 아내의 뒤를 이어 쓸쓸히 죽는다.

현재 광운대학교 국문과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조영복 교수의 부드럽고 화려한 문체로 되살아난 이들 12인의 삶이 이 책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에 담겨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책을 쓰게된 개인적인 동기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대학 입학 후 일제시대 카프 문학을 공부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 표기의 복자(伏字)나 통째로 삭제된 문장은 나를 아연케 했다. 아예 작가의 이름 위에 까맣게 잉크가 칠해진 경우도 많았다. 임×, 이×영, 한×야, ×××혁명, ××투쟁 등의 복자는 하나의 미로 였다. 당시 평론이나 논설이나 작가의 이름에서 이런 복자의 원형을 추정한다는 것은 복잡한 퍼즐게임을 푸는 과정과도 같았다. 삭제된 문자투성이의 구문서들은 문자 주인공들의 존재와 그들의 운명에 대한 내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책 6쪽)

그러나 “그들을 학문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철저하게 금지되었고, 이것을 어길 경우 감옥에 가는 것을 각오해야 했던 시절”이 저자의 호기심을 내리눌렀고, 그러한 시절이 지나가고 나서 저자는 오늘 이 ‘××’들 위에 본래의 이름을 써넣어 우리 앞에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잊혀진 그들’은 이제 ‘되살아난 그들’로 되었다. 물론 북에서 이들의 행적을 아직 완벽하게 추적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남한에서 ‘되살아난 그들’이 된 12명 중에는 정작 북에서는 ‘아직도 잊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완숙한 금자탑적 작품”이라는 칭송을 받던 임화의 작품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염전사상(厭戰思想 ; 전쟁에 대한 혐오를 가지는 사상)을 전파시키는 가증스러운 작품”으로 바뀌어 북한 문학사에서 사라졌다. 한설야의 작품도 숙청 전에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다가 숙청되면서 북한문학사에서 사라지거나 혹평되었다가 최근에는 복권(復權)되어 그의 시신이 애국 열사릉으로 옮겨지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고 있다.

정지용과 더불어 고향의 정취를 누구보다 정감있는 우리말로 잘 표현하여 “흙 냄새나고 오줌 냄새나고 살 냄새나고 혼향이 풍긴다”고 평가받던, 그래서 그의 연구자로부터 “세계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백석의 작품은 북한에서 창작한 작품 〈집게네 네형제〉(시와사회)조차 남한에서 온전하게 출발되고 ‘백석문학상’까지 제정되었으나 정작 그가 뼈를 묻은 북한 땅에서는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한국전쟁시기 인민군과 빨치산이 즐겨 불렀다는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로 시작되는 당대 최고의 인기가요 〈인민항쟁가〉(임화 작사, 김순남 작곡)는 “베토벤처럼 6도이상의 비약을 쓰고 있어서 부르주아적 방법”이며 “조선음악을 멸시한 것이고, 인민의 무지를 선전한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비판을 받으며 북한 사람들의 노래 목록에서 제외됐다. 김소월의 시에 선율을 단 〈산수화〉〈진달래꽃〉 등 주옥같은 노래는 이제 남한에서 다시 불리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이상과 낭만을 안고 북으로 달려갔던 그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의 거대한 물결은 다 어디로 갔나” 하는 것이다. 성혜랑이 표현에 따르면 “서울에서 온 작가, 예술가들로 넘쳐나는 평양을 보며 예술가들은 다 빨갱이였던가 생각될 정도”였던 그 많은 사람들은, 평양방송을 통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과 수령에게 무한히 충직하였으며 우리 당의 문예정책 관철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였다”는 부고(訃告)가 방송된 사람이 있는 반면 대개는 숙청과 추방, 사형과 자살, 쓸쓸한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열사릉에 묻히고 ‘당과 수령을 위한 충신’으로 추앙받는 예술가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 답을 우리는 대하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쓴 소설가 박태원의 삶에서 엿볼 수 있다. 남한에서도 출판된 〈갑오농민전쟁〉은 (도서출판 ‘깊은샘’에서 1993년 펴냄) 북한에서 역시 극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그 창작과정이 놀랍다. 박태원은 일생 말년에 이르러 〈갑오농민전쟁〉집필에 들어갔는데 집필도중 쓰러져 완전실명, 전신불수의 몸으로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구술(口述)로 창작을 계속했다. 그가 불러주고 아내가 받아 썼는데, 소설 3부를 마무리할 무렵 말하는 기능까지 잃어버린다. 결국 3부는 아내가 쓰고 박태원에게 읽어주어 감수토록 해 완성시켰다. 북한은 박태원을 “서울에서 창작 생활을 하다가 공화국 북반부로 들어와 우리 당의 문예사상을 받들고 소설 문학을 발전시키는데 자기의 정열과 재능을 다 바쳤다”고 추모하고 있다.

그러나 남쪽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에서 박태원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박태원은 “역사를 위조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죄로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되기도 했고, 시골 소학교 교장으로 좌천당해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1954년 북한에서 ‘자백사업’이 한창일 때는 1930년대 이효석·정지용·조벽암 등과 함께 했던 구인회(九人會) 활동이 문제시되었다고 하는데 이때 박태원은 “21년 전의 일을 들추자는 당의 의도를 생각하면 월북한 것이 슬프다”면서 “이렇게 사람을 믿지 못해서야 어떻게 살겠는가”하고 체념하듯 말했다 한다. 숙청 당했던 박태원은 협동농장에서 일하다 1960년에 작가로 복귀하고 그 이후로는 역사소설을 쓰면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완전히 펜을 꺾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삶으로 우리는 백석을 들 수 있다. 백석은 1963년 사망한 것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의 한 문인이 추모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추모시가 낭송될 당시 백석은 죽지 않고 협동농장에서 도리깨질 연습을 하고 있었다. 평생동안 글만 썼을 백석이 삽자루나 한번 제대로 잡아보았겠는가. 농촌으로 추방된 백석은 동네 사람들의 놀림을 받았고 달밤에 김매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말년은 백석의 뒤를 쫓아온 한 연구가의 집념에 의해 되살아났다. 작가 송준은 10년 동안 중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백석의 행적을 추적해온 끝에 1994년 백석의 생존소식을 알게되었으며 1999년에는 그의 유가족들로부터 사진과 편지까지 받아 공개하였다. 백석과 재혼한 부인 리윤희 씨는 보내온 편지에서 “글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던 백석은 삼수군으로 내려와 농장원으로 일했지만 농사일을 제대로 못해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면서 “도리깨질을 못해 처녀애들에게 배웠을 정도였으며, 너무 창피해서 달밤에 혼자 김매기를 연습했다”는 눈물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편지에는 “백석은 하루에 한 사람을 열 번 만나도 매번 가슴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곤 할 정도로 성품이 겸손해 삼수군 사람들 중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석은 1995년 1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다.

‘南 정지용 北 백석’으로 불리던 이 천재시인은 당성이 약한 문인들을 생산현장으로 쫓아냈던 ‘붉은 편지 사건’의 여파에 1959년 농촌으로 밀려가 그로부터 30여년 동안 단 한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한 채 절명했다. 젊은 시절 장안의 명기(名技)들을 몸달게 하는 조선의 3대 미남(美男)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던 백석이 압록강 인근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에서 농장원 생활을 하던 시절의 사진이 이 책에 실려있다.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너무도 선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눈길을 뗄 수 없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이 1938년에 쓴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중에서)

소설가 복거일씨는 계간 〈철학과 현실〉 2002년 봄호에 실린 ‘친일 문제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라는 글에서 친일파(親日派)중에 문인(文人)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고대 생물학자들은 화석을 바탕으로 생물계를 재구성할 때 뼈 있는 생물들이 없는 생물들보다 화석들을 훨씬 많이 남긴다는 것을 고려한다. 이와 마찬가지다. 녹음이나 녹화가 보급되지 않았던 당시, 기록은 문헌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글을 남긴 사람들이 친일파로 많이 지목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체제가 변혁될 때마다 지식인이나 예술가들은 고달프다.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동원되고 이용되는 게 그들이고 가장 먼저 찍히고 밟히는 게 그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순수 예술’이라는 것은 이러한 시대의 채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명분 좋은 도피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사회가 있으니 바로 프롤레타리라 독재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사회였다.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제 ‘새세상’에서 그들의 나팔수가 되느냐, 펜과 붓을 꺾느냐, 아니면 저항하면서 계속 자신의 길을 고집하느냐. 이 책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은 그런 사람들과 그런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지식인과 예술가가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펼쳐 보일 수 있는 나라가 ‘살기 좋은’ 사회이다. 지식인과 예술가가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펼쳐 보일 수 없는 나라가 ‘살지 못할’ 나라이다. 자식인과 예술가의 ‘자유’가 사회의 행복도(幸福度)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다.

책을 덮으며,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작업에 참여할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수많은 북녘 지식인, 예술가들의 삶과 재능 앞에 묵념을 드린다. 참된 지식인,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벗들에게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1959년에 국립연극극장 총장을 지냈던 극작가 신고송과 국립예술극장 총장을 지낸 극작가 이서향은 복고주의 종파분자로 숙청 당한다. 1961년에 만담연구소 소장을 지낸 만담가 신불출은 1967년 반당 종파분자로 숙청 당하며, 심영은 국립연극극장 부총장과 영화인동맹 위원장, 평양연극영화대학 교수를 지냈지만 역시 1967년 반당 종파분자로 숙청 당한다. 연출가 안영일은 1949년 국립고전예술극장 부총장, 1957년 국립연극극장 총장, 1964년 연극인동맹 위원장을 지냈지만, 1967년 복고주의 종파분자로 숙청된다. 연극배우 배용 또한 예술영화촬영소 배우극장 총장을 지낸 이력에도 불구하고 1968년 복고주의 종파분자로 숙청 당하고, 극작가 추민은 국립영화촬영소 부장, 예술영화촬영소 총장을 지냈지만 1970년 역시 복고주의 종파분자로 숙청 당한다.” (책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