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호(2002년 10월호)에 이어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변화한 북한의 모습에 대한 연쇄 인터뷰를 싣습니다. 지난 호(29호)가 <북한 200문 200답> 특별호로 발행된 관계로 이미 연말에 접어든 지금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모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약간 시간적인 거리감이 있지만 북한 주민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담는다는 차원에서 예정대로 연재합니다. 본 인터뷰는 8월 14일에 이루어졌으며, 인터뷰 대상의 거주지는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최근 북한내부 소식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핵심 부분 중 하나였던 '장마당 폐쇄'를 12월부터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장마당 폐쇄로 인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러,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김정일은 6개월이 못 지나 두 손을 들었습니다. 결국 럭비공처럼 이러저리 뛰면서 좌충우돌하는 김정일식 정치의 사례 하나를 더 목격한 것이며, 김정일이 아무리 허장성세 해봤자 인민의 분노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셈입니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김정일의 '제 무덤 파기'밖에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편집자 註

청진출신의 50대 장사꾼. 세대차이일까? 지난번에 인터뷰했던 무산의 30대 장사꾼이 경제관리조치에 대해 상당히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이 사람은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봤자 별 볼일 없다는 식이다.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계속 반복되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약간 지루할 수 있지만 가능한 답변 그대로를 싣기로 하겠다. 무산 청년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다 들은 터라 주로 의문이 가는 부분과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장사꾼의 이름을 편의상 조형섭(가명)이라 부르자.

- 이번 경제관리조치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임금의 대폭 인상'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상 가동 되지 않는 공장이 절반 이상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생산을 하지 못하면서 노임을 30배로 올리면 그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들도 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인상된 월급을 줬지만)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 될 때까지 국가가 계속 돈을 대주지는 못할 것이다. 국가에 무슨 돈이 엄청 많다고 그러겠는가. 아무 것도 생산 못하면서 밑 빠진 독에다 돈을 자꾸 밀어 넣겠는가 ? 빠른 시일 내에 기업소를 추켜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실지 타당성이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타당성이 없다. 평민들이 모여 않아 얘기하는 게 국가가 지금 뭘 노리고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백성들이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좌우간 심하게 말하면 이렇게 까지 말한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로 인해) 쌀을 국가배급소에서 사 먹으라는데 돈을 준다해도 (배급소에) 쌀이 없다. 국가에서는 쌀은 47원에 사먹으라고 했지만 장마당에는 47원짜리가 없다. 다 90원～100원 이상인데. 어째든 기업이 돌아가서 생산을 해서 그 생산물을 가지고 돈이 전환 되야 노동자들의 생활도 올라가고 생산도 정상화되고 노임도 주겠는데 담보가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 정책은 강짜(억지)다."

- 기업소에서 출근한 만큼 돈을 주고,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더 주는 방향으로 개선된 것으로 안다. 일한 만큼 능력에 따라 배분하겠다는 말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직 그런 말은. 예전에도 그런 것은 있었다. 내가 정상출근을 했을 때에도, 그러니까 실력경제를 하기 전에도 다른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면 상금이라는 것도 나왔다. 나는 광산에 오래 있었는데, 예컨대 내가 이번 달에 계획이 굴진(掘進)계획이 10m인데 5m를 더했다 하면 (원래 월급에) 한배 더 해서 200원이란 값을 준다. 그 돈은 상금으로 나온다. 실력경제를 하기 전에도 그런 것은 있었다."

조형섭씨는 '실력경제'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경제관리조치를 주민들에게 교육하면서 북한 당국은 '실력경제'라는 표현을 쓰는가 보다. 아마도 실력(능력)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새로운 경제운영방식을 일컫는 표현일 것이다. 조씨는 능력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으나 그러한 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 '이제부터는 공장, 기업소에서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라, 필요 없는 인원은 줄이라' 하는 지시가 있었는가?
"그 말은 있었다. 예를 들어 깔개를 만드는 노동자가 4명이라면, 예전에는 그 위에 경리, 창고장, 지도원, 비서, 그밖에 무슨 무슨 간부 쓸데없이 붙어있는 곁다리들이 많았다. (일은 안하면서) 붙어먹는 사람들이 실지 만드는 사람보다 더 많았다.
이런걸 다 없애 버리라는 것이다. 밑에서 노동자들 자체가 그걸 요구했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규정을 내려는 보냈다. 불필요한 건 다 없애라, 다 겸임 하라, 이전에 비서가 한가지 일만 하던걸 창고장도 하고 창고관리도 하고 하다 못해 할 일 없으면 청소라도 하라. 이렇게 하라고 지금 위에서 요구한다"

조형섭씨는 '위에서는 그렇게 요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실제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식의 말투였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물어보아도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불필요한 행정인력을 잘라낸다 한들 그들이 할 일이 없는데 오히려 실업자만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이야기한다. 한 20여년 전에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는 말이다.

- 지금 세금은 어떤가?
'이번에 실력경제를 하면서 전기세고 뭐고 다 올라갔다. 물세(수도세), 집세 등도 다 올라갔다. 나는 아직 집세에 대해서는 겪어보지 못했는데 전기세하고 물세 올라가는 것은 직접 봤다. 전기세라는게 전기가 와야 전기세를 내지...."

- 듣기에는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한 대 당 얼마씩 값을 붙였다고 하던데?
"맞다. 그건 이전부터 규정이 있었다. 전기밥가마라고 하면, 예컨대 소비전력이 300와트다 하면 돈이 얼마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7월 1일 실력경제를 하면서 모두 올라갔다. 지금 값이 얼마라고 딱히 규정한 것은 모르겠는데, 내가 실력경제를 하기 시작해서 한달 좀 더 있다 들어왔는데(탈출했는데)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 주민들이 이번 변화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사람이 살라고 하는 개혁인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째든 환영보다도 불평이 더 많다."

- 반신반의하는가?
"그렇다. 국가가 뭘 의도하는지 모른다. 간부들도 잘 모른다. 이번에 7월 1일에 국가적으로 실력경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군당(郡黨) 책임비서들 앞으로 비행기로 상자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걸 6월 31일 밤 12시 이전에 그 누구도 헤쳐 볼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퍼진 소문이 그렇다. 그 상자를 밤 12시에 열어보니, 거기에 어떻게 하라는 것이 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7월 1일 실력경제를 실시한다는 소문이 나서 벌써 6월부터 사람들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화폐 교환을 한다, 개혁 개방을 한다, 별 말이 다 돌았다. 돈이 좀 많은 사람들은 돈을 트렁크나 배낭에 넣어서 은행에 저금시키겠다고 막 뛰어갔다. 은행에다 저금 안 시키면 화폐 교환할 때 다 무효로 해버린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 몇 년도에 그랬나?
"89년도에 그랬다. 그 때 (구 화폐를 새 화폐로 바꿔주면서) 개인에게 천 원이 있든 만 원이 있든 관계없이 일인당 399원만 바꿔줬다."

- 나머지 돈은 안 된다는 말인가?
"그 나머지는 무효라고 했다. 그때 사람들이 몽땅 넋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돈이 조금 많은 사람들은 화폐교환 한다니까 모두 바빠서 은행에다 저금시켰다. 은행에다 저금 안 시키면 그 돈이 다 무효돼 버리니까. (89년에) 나도 장사질 하느라고 청진에서 무산에 와 있었는데, 한 4000원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 4000원이면 꽤 많은 돈이다. 그때 나도 399원밖에 못 바꾸고 나머진 몽땅 물 만들고(무효되고) 말았다. 길바닥에 조선 돈이 막 나뒹굴었다. 정말 어느 집에서 내버렸는가만 알게되면 목이 뚝뚝 떨어져 나갈 판이지만, 수령님영상이 나뒹굴 정도였다. (100원 짜리 지폐에 김일성 초상이 그려진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100원짜리 지폐를 함부로 다루면 정치적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에도 역시 같다. 화폐 교환한다고 하니 몽땅 은행에다 저금했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기네(은행들)가 사람들한테 선전사업을 많이 해 가지고 사람들한테서 저금을 어느 정도 받는다는 목표량이 있다. 그런데 몇 십 년 걸릴 목표량을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해버렸다. 이번에 사람들을 그렇게 혼돈을 갖게 만들었다."

- 지금도 사람들은 혼란 속에 있는가?
"아직도 혼란 속에 있다. 도대체 의도가 뭔지 모른다. 밤 12시에 군당 책임비서들이 자기 앞으로 온 상자를 뜯어보니까 무슨 특별한 것이 없단 말이다. 이튿날(7월 1일) 아침에 공장 기업소 초급당비서, 지배인들이 군당에 가서 회의를 하고 책임비서한테 그것을 받아왔다. 펼쳐보니 장마당에 쌀값이 얼마, 무엇이 얼마 하는 것만 잔뜩 나왔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하라고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백성들이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판인가 하고 생각한다."

- 이 조치에 대하여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나?
"환영인 것이 아니라 의심이. 장사질도 못하게 하고, 그렇다고 공장에 출근하면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답답해했다."

- 그래도 월급을 준다니까 사람들이 출근을 했을 것은 아닌가?
"어쨌든 행여나해서 거길(직장에) 간다. 그러나 가서도 일거리가 없고, 일거리가 있다해도 내가 안하면 네가 하겠지 하면서 굿이나 보고 퇴근시간만 되면 들어온다. 누구나 이전처럼 일하지 않는다."

- 배급소에는 쌀이 없고 장마당을 모두 폐쇄했다는데 부족한 쌀은 어떻게 사나?
"쌀이나 공업품은 장마당에서 못 팔게 하니 합법적으로는 장사를 못하고 쌀파는 장사군들이 그저 사람만 매대(賣臺)에 와서 서 있는다. 아무래도 이전에 장마당이 있었으니까 장마당을 아는 사람들은 행여나 해서 물건을 사러 온다. 그렇게 찾아오면 손님 뭘 찾습니까? 하고 묻는다. 뭘 찾는다고 하면 장사꾼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데리고 가는 것도 (보안원을) 피해서 데리고 간다. 피해가지 않으면 몽땅 무상몰수다."

- 그러면 이번 경제관리조치는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글쎄 그래서 우리같은 순수한 백성들이 앉아서 말하는 게 '이게 어째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가진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려면 능력껏 장사질을 해서 어떻게 하든, 여기 것을 저쪽에 옮겨놓든 저쪽 걸 이쪽에 옮겨놓든, '자기 능력껏 살아라' 하면 일없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한다. 예전에 배급표를 공급해 주다가 고난의 행군시기 배급을 안주니까 다 걷어치웠는데, 이번에 그게 다시 나왔다. 결국은 직장에 출근하라는 얘기다. 출근 안하는 사람들은 배급표를 안주니까 말이다."

- 월급은 줬는가?
"줬다."

- 배급도 안주고 월급도 안 주던 때와 비하면 사람들은 좋지 않은가?
"물론 조금 낫다. 하지만 나아졌다는 게 7월부터 8월 달까지 두 달 정도이지 (앞으로는) 역시 같다고 본다. 지금처럼 계속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계속 출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출근해봤자 일을 해야지. 생산을 해서 그 생산물을 내다 팔아야 그 돈이 다시 돌아와서 노임이란 것이 차례지지. 그런데 공장에 나가봤자 일거리가 없다. 우선 전기가 없고, 둘째로 자재가 없고, 셋째 설비가 없다. 이게 다 정상화되자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외국에서 어느 만큼 많이 (자본을) 들여와서 바짝 추겨 세운다면 모르겠는데..."

조형섭씨는 고개를 저으면 '가망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하러 나가도 왜 일할 것이 없는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주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지면 관계상 짧게 줄여 옮기겠다.

"전기라는 건 오지 않지, 공장이라는 것은 다 섰지, 공장에 출근은 했는데 집에 들어 갈 때는 노임도 못타고 배급도 못타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면 6～7 식구가 세대주 손만 쳐다보고 있는데 방법 없지 않은가. 전동기라도 뜯어서 안에 있는 권선(捲線 ; 코일)을 팔아먹는다. 나라가 허리 펴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먹고살기 바쁘니까 그랬던 거다. 전동기 권선은 권선대로 팔고, 겉에 쇳대는 쇳대대로 팔아 버리고 하니 이제는 공장에 설비가 하나도 없다.
또 예를 들어 도시건설대를 보자. 여기서 집을 짓자면 자체로 시멘트나 벽돌, 블록 등을 생산하지 못하니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가져다 줘야 되겠는데, 벽돌공장 돌아가지 않지, 시멘트공장 역시 못 돌아가지, 그러니까 도시건설대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것이 없다. 지금 말이 실력경제지, 실력경제라면 내가 일한 것만큼 먹어라 이건데, 일한 것만큼 먹자해도 일할게 없다."

이어서 그는 최근의 상거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은 그러니까 여자들까지도, 집에서 노는 여자들까지도 장마당에 나가지 말라 한다. 40세 이상 되는 사람만 장마당에 앉을 수 있다. 그것도 뭐만 할 수 있냐면 가축하고 남새(채소)만 가능하다. 돼지, 닭 같은 것은 내다 팔 수 있지만 그 외에 옷, 쌀, 물고기 이런 건 몽땅 안된다. '물고기는 물고기상점에 내다 팔아라', '옷은 공업품 상점에다 팔아라' '남새는 남새상점에다 팔아라' 이렇게 다 지정이 되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사진관에서도 빵을 팔고 물고기 상점에서도 빵을 팔았다.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오지 않으니까 (사진관 주인은) 먹고살기 위해 중국밀가루를 사서 빵을 만들어 판다. 또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잡아들여 오는 것이 없으니까 물고기 상점에서도 방법 없이 빵을 만들어 판다. 그래서 물고기 상점인지 빵 상점인지 모를 정도로 이때까지 운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없이 물고기는 물고기 상점에서 팔아라 뭐는 어디서 팔아라고 지정했다. 가격도 상품별로 일일이 지정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이번에 제정된 국정가격이 오이 1kg에 20원이다. 이것이 장마당에서 파는 것은 얼마씩 받냐면, 개인들이 심어서 파는 게 1kg에 잘 받으면 6원이고 좀 늙고 못생긴 것은 3원씩 판다. 그러니까 국정가격 20원 짜리를 누가 사먹겠는가. 20원 국정가격에 파는 오이는 절대 팔릴 수 없다. 이런 건 어떤 사람이 먹는가 하면, '국가 돈'을 쓰는 사람들, 즉 안전부, 군대, 이런 사람들이 현금이 아니라 무현금행표로 사서 쓴다."

- 무현금행표는 종전에도 있었지 않은가?
"있었다. 현금을 쓰지 않고 만약 오이가 20원이다 하면 종이장(은행에서 발행한 행표;기관, 기업소, 군부대로 지급된다)에다 글을 써서 준다. 그러면 (국영상점) 남새반에서 은행에 가져다가 국가에서 돈을 받는 형태다. 이렇게 해서 오이를 구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가 하면, 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니까 20원이든 200원이든 무더기로 사다가 자기네 가족들에게 나누어준다. 자기네(안전원, 군인)들은 장마당에 못나가고 누이나 친척들에게 시켜서 장마당에 내다 팔아라 한다. 그러면 이런 사람들은 거저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이제처럼 2원, 3원씩 마구 판다. 현재 새로운 실력경제 조치라는 게 이렇다."

- 상점에서 옷 같은 것은 어떻게 파는가?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중국에서 장사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자기네가 하나씩 직접 팔 수 없으니까 수매재생상점에 통째로 넘겼다. 상점에서는 수매 받아 가지고 자기네가 시장 값보다 조금 늦게(낮게) 팔았다. 국가에서는 이전부터 야매(장마당) 장사를 하지 말라 했지만, 수매상점은 국가가 승인한 야매 장사꾼들인 셈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공업품을 팔았다. 그런데 지금은 일체 공업품 상점에서만 물건을 팔 수 있다."

- 그럼 공업품 상점에 물건은 많이 있는가?
"현재 상점엔 없다. 지금까지 장마당에 있던 게 이제부터 상점에 들어갈 것이다. 수매재생상점에 가면 없는 게 없이, 고양이뿔 내놓고는 다 있다. 중국에 친척이 있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중국친척들이 갖고 온 물건을 수매재생상점에 훌쩍 넘겨주고 통돈을 뽑고, 수매상점에서는 거기다가 돈을 조금 부쳐 자기네 이윤을 먹고. 이런 식으로 물건이 들어와 이때까지 수매상점에는 없는 게 없었다. 공업품 상점들은 텅텅 비여 있었다. 그런던 것을 이제는 공업품 상점에서 다 수매 받아 국가가 제정한 가격대로 내다판다."

- 파는 건 개인인가?
"국가에서 그렇게 한다. 개인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 경제조치 이후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가?
"일단 노임을 주니까 조금 좋아졌다. 아무 것도 없던 사람들에게 돈을 줬으니까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돈을 주었다는 게 다 다른데, 한집에 2000～3000원 정도씩은 줬다. 아마 노력자들이 2명 또는 3명 정도 있는 집은 한 5000～6000씩 받았을 것이다."

- 그건 국가가 준 것인가?
"국가가 이렇게 해라하니까. 국가가 중앙은행에 지령을 떨궜다. 예컨대 도시건설대에 종업원이 몇 명인데 월급이 총 얼마라고 하면 거기에 한해서 그 돈을 타다가 분배했다."

- 그러면 지금 자력갱생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에서 돈을 주는 것 아닌가?
"기업소마다 자기네가 운영하는 건 있다. 어떤 식으로 하냐면 가령 차(車)사업소 같은데서, 공장에서 전기가 드문드문 올 때마다 조금씩 소비품(생활용품)을 만들어서 장마당에 내다가 야매가격으로 팔아 버린다. 이 돈을 기업소 관리에서 밑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또 휘발유를 야매가격으로 산다. 그래서 손님들을 태우는데 원래 손님 한사람을 태우는데 뻐스표가 10원이라면 한사람당 100원에 야매가격으로 태운다. 장사꾼들은 물건을 지고 다닐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다니려고 한다. 차사업소에서는 여기서 떨어지는 돈으로 다시 기름을 사고, 기업관리를 하고, 가능하면 명절 때 하다못해 남새반에가서 부식물이라도 국정가격에 사다가 종업원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것도 차사업소 같은데서나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