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이트(http://www.nknet.org)가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새롭게 신설된 메뉴로 ‘탈북인과의 대화’가 있습니다. 메인화면 좌측 메뉴바에 보시면 있습니다. 이 공간은 북한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하는 열린 마당입니다. 현재 답변은 본지 이주일 편집위원께서 주로 해주고 계십니다. “아는 것이 힘”입니다. 북한에 대해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면 무엇이든 질문하여 주십시오. 또한 탈북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답변 참여 부탁드립니다. ‘탈북인과의 대화’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을 골라 소개합니다.

■ 질문 :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일반 감옥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종종 '남한의 감옥을 구경해보니 남한 감옥이 차라리 북한보다 났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심지어 언젠가 한 탈북자가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일제시대때 감옥을 보니 '일제시대 때 사정도 차라리 지금의 북한보다는 났다'고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정치범수용소나 보위부 감옥 같은 특별한 곳 말고 북한의 일반 감옥의 실태는 도대체 어떻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 답변 : 양강도 혜산시 감옥에 대한 추억 / 김은철 (32' 탈북인, 인터넷 쇼핑몰 근무)

언제인가 남한 교도소에서 모범수에게 반나절의 자유시간을 주어 바깥 세상을 구경하게 하는 장면을 접하고 마음속으로 많이 놀랐다.

나도 부끄럽지만 북한 혜산시 안전부 구류장에서 4일동안 있어본 경험이 있다. 대학 5학년 졸업반 시절 백두산 답사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참고로 북한 대학생들은 대학과정기간 의무적으로 백두산 혁명전적지 아니면 왕재산 혁명전적지 답사를 마쳐야 한다. 전적지라 함은 김일성이가 그쪽을 왔다갔다하면서 항일 투쟁을 했다고 만들어놓은 거대한 노천 사적지를 말한다.

20일간의 답사를 마치고 신의주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답사 숙영소에서 마지막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리며 짐을 다 정리한 상태였다. 그 당시 나는 소대장이었기 때문에 숙영소 측과 비용 계산을 끝내고 식사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식당으로 가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때 한 친구가 달려와 '7층에 올라가 보니 어느 방에 사과가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때 5층에 방을 잡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 여자친구와 7층에서 연애하다가 우연히 냄새를 맡고 발견하였던 것이다. 소대 친구들이 기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좋은 간식거리가 생겼다며 몇 배낭 하자(훔치자)고 말하여 몇 명을 선택해 가져오도록 하고 식당으로 나갔다.

그런데 얼마 후 소대 여대생이 달려와 '지금 숙영소가 난리났다'고 급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알아본즉 그들은 사과를 가지고 내려오다가 운이 나쁘게도 숙영소 보위원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옥상으로 올라가 사과를 그대로 쏟아버리고 각자 숨어버렸다.

온 숙영소 직원들과 바로 옆에 있던 분주소(파출소) 사람들도 동원되어 결국은 모두 잡혔다. 물론 집단 구타에 들어갔고. '주모자가 누군가 대라'고 하며 때렸지만 원래 우리 신의주 사람들의 특성상 그것을 누설할 리가 없으니 참으로 처참하게 맞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소대장인 내가 나서서 시켰다고 고백했고 나는 7명의 소대친구들과 분주소로 압송되었다.

그 사람들 하는 말이 김정일이 대학생들에 주는 선물사과인데 '거기에 손을 댄 것은 반동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어마어마한 죄를 들이대며 때리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독방에서 두 명으로부터 맞았는데 손을 책상 밑에 족쇄로 묵어놓고 발로 얼굴, 배 등을 사정없이 차는데 정말로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이때 또 문제가 생겼다. 다른 소대친구들이 우리를 구출하겠다고 분주소 담을 넘다가 경비원에 발각되어 쫓고 쫓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분주소 경찰들로부터 '신의주 놈들의 기를 죽인다'고 더 맞았고 끝내 나와 창고 문 열쇠를 뜯은 친구는 시안전부로 호송되었고 나머지 6명은 분주소 감방에 갇히게 되었다.

혜산 시안전부는 구류장이 반지하로 되어있는데 우리가 지하로 내려가니 대기실에 요원 네 명이 우리보고 당장 옷을 다 발가벗으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옷을 다 벗자 네 명이 달려들어 이유도 한마디 들어보지 않고 차고 때리는데 그때 상황과 심정을 무슨 말로도 다 표현 못할 것이다.

실컷 때리고 난 후 그들은 옷에 붙어있는 단추와 쇠붙이를 사정없이 다 떼어냈다. 그때 나는 포스톤(일제 방수잠바)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은 거기에 붙어있는 맞단추가 안떨어지자 칼로 찢어내 내 포스톤을 다시는 못 입을 쓰레기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간단한 조사를 받고 드디어 감방 열쇠를 열었다. 조그마한 철문으로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니 긴 복도를 따라 창살로 막아 그대로 감방 안이 오픈되어 있는 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1호방에는 다 머리를 빡빡 밀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닌가? 제발 저 방에는 안 들어갔으면 했는데 나를 거기에 들여놓는 것이었다. 나는 1호방, 친구는 5호방으로 집어넣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은 철창문으로 발로 차 밀어 넣는 바람에 나는 자고 있는 그들의 머리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들이 좋아 할 리 없었다. 눈알을 굴리면서 '이 개새끼야 무릎 꿇고 선생님한테 인사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번도 전과 기록이 없는 나로서는 그 말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방장이란 작자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데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 말은 감방간수(안전부요원)에게 돌아서서 인사하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나의 감방생활이 시작되었다.

북한의 감방,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치가 떨린다. 바닥은 나무 마루로 되어있고 한쪽을 창살로 막아놓았는데 바깥세상이 조그만 창으로 들어온다. 화장실은 방구석에 변기통 하나 놓여있는데 사람이 볼일을 보면 거시기가 나오는 것도 그대로 생방송이다. 냄새같은 건 익숙해 참을 수 있지만 그 변기통의 구멍을 걸레로 막고 물을 고여 방청소도 하고 세면도 하고.... 더 황당한 것은 화장지를 주지 않아 스스로 알아서 변도 처리해야 하는데 그때 나는 내 속옷하나를 갈기갈기 찢어 가지고 있다가 볼일을 보고 하나씩 사용하곤 하였다. 변도 마음대로 볼수가 없이 간수에게 승인을 받아야 할수있다.

하루 두 번의 짧은 운동시간 이외에는 복도 쪽에 등을 돌리고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정좌로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때 나는 여기서 며칠 있으면 무릎 병신이 되겠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그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차라리 매 맞는 것이 더 편하였다. 밥은 콩밥을 주는데 나는 대부분을 그 강도 선배들에게 다 빼앗기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였다. 나의 방에 있던 죄수들은 살인, 강도, 강간 등으로 10년형을 받고 재판을 기다리는 중범죄자들이라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지 지금도 치가 떨린다. 이가 얼마나 우글우글 한지 간지러워 머리를 굵으면 바로 손톱에 한 두 놈씩 걸려나왔다.

언젠가 우리 친구가 제주도 교도소에 안보 강연을 갔다 와서 '남한 감옥은 무슨 휴양지 같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죄는 법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는 이의가 없지만 최소한 사람의 인권과 감옥의 시설을 어느 정도 개선시켜놓고 심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하고 북한에 호소하고 싶다. 다행히 우리 친구들 중에 혜산검찰소 부소장 하는 친척이 있어 우리는 4일 뒤 한 많은 혜산경찰서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