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2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을 선출했던 역사적인 날이었다.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택하고, 남북통일의 민족사적 책임을 가진 국정 최고통치권자를 선출하는 그야말로 중대한 사건 그 자체였다. 이런 중대한 선거의 결과로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노무현 씨를 선택하였으며, 본격적인 정권 인수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대통령선거가 있기 이틀 전 필자는, 납북자 가족들과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공개질의서를 전달하려 민주당사를 방문한 바 있다. 북한정권에 의해 강제 납치된 납북자들의 송환과 관련하여 대통령 후보의 입장을 정확히 청취하기 위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답이 없다. 물론, 방문 당시의 썰렁했던 면담 분위기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부터 당선통지서를 받은 당선자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통일한국의 방향과 미래상에 대한 나름의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어떠한 방향으로 실천에 옮길지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북한 핵위기와 관련하여 김정일 정권의 핵무기 제조에 뒷돈 대준 꼴이 되어버린 대북 비밀지원자금 4900억원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노 당선자는 자신의 케치프레이즈를 ‘국민후보’라 하였는데, 이 엄청난 음모와 부정 속에 국민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으며, 아니 철저히 배신, 사기 당하고 있었던 것에 다시 한번 분노하며, 국민의 심부름꾼들이 주인의 돈을 횡령한 것에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진상규명에 나서길 바란다.
국민의 혈세를 살짝 빼돌려 뒷꽁무니로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전임자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으며, 회담의 목적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공개하고 국민적 공의에 힘입어 이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 쇼로 전락시키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실속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이루는 전제조건은 바로 북한당국에 의해 강제 납치된 피해자의 진상이 공개되고 원상 회복되어, 이와 같은 국가적 테러범죄에 대하여 민족 앞에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부터 시작됨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자기 나라를 등지고, 타국에서 자유와 생명의 아무런 보장 없이 하루하루를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북한동포들이 구원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제 나라 국민을 굶겨 죽이고 때려죽이고 타국으로 내몰며 독재통치를 지속시키고 있는 사악한 정권이 우리 한반도에 명백히 존재하고 있음을 추호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가 지금껏 자부하고 있듯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여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철학과 비전을 토대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책임행정을 펼치며,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민족의 통일을 가슴으로 안아올 수 있게끔 국민을 구경꾼이 아닌 주인으로 받들 것을 진정으로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