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금 인민이 바라는 것은 김정일 1인을 위한 선군(先軍)이 아니라 2천만의 생존을 위한 선민(先民)이며 7천만의 안전을 위한 평화(平和)다

- 2003년「로동신문」,「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신년공동사설에 대한 우리의 입장

북한은 어제(1월 1일) 2003년을 맞으며 당보(로동신문), 군보(조선인민군), 청년보(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을 발표하였다. 주지하다시피 김일성 사망 후 북한은 이 공동사설을 신년사(新年辭)로 대체하고 있다. 올해 공동사설은 <위대한 선군 기치 따라 공화국의 위력을 높이 떨치자>라는 제목 아래 분량은 200자 원고지 50여 페이지 정도로 예년과 비슷하다.

김일성 생존시에도 신년사는 특별히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지난해에 대한 총괄적 평가와 함께 새해의 주요 노선 및 경제-문화-국방-외교 등 분야별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때는 나름대로 틀이 있었고 인민생활과 결부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후 공동사설은 차츰 내용이 빈약해 지더니 이번 공동사설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말잔치판이 되어버렸다.

이번 공동사설은 일종의 전시(戰時)포고문을 보는 듯하다. 반복되는 문장은 결국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미국과 사생결단으로 싸우겠다”는 것과 “남한도 이에 호응하여 함께 싸우자”.

특별히 대꾸할 가치도 없는 공동사설이지만 “세상에는 우리 공화국과 같이 오랜 기간 사회주의 기치를 변함 없이 고수하며 일대 륭성과 번영의 전성기를 펼치고 자기의 창건 55돌을 긍지 높이 경축하는 위대한 나라는 없다”라는 대목은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3백만명을 굶어 죽이고, 20만명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둬두고 있으며, 2천만명이 여전히 굶주림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데 어찌 ‘일대 륭성과 번영기’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을 읽으면서 분노와 허탈감을 마음 속으로만 삭여야 할 북한 주민들의 표정이 떠올라 우리의 가슴은 아프다.

나아가 공동사설은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튼튼히 수호하자면 우리 혁명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며 그 전투적 위력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튼튼히 수호하자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김정일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인민에게 자유와 먹을 것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 지금 인민이 바라는 것은 김정일 1인을 위한 선군(先軍)이 아니라 2천만의 생존을 위한 선민(先民)이다.

공동사설은 또한 “우리 인민 군대은 제국주의자들이 힘의 정책에 환장이 되어 분별 없이 덤벼든다면 예측할 수 없는 타격으로 침략자들을 쓸어버리고 원쑤들의 아성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섬뜩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타격’이란 결국 테러를 하겠다는 말이며 ‘원쑤들의 아성’은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이라 해석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이런 허장성세가 인민을 먹여 살리는 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번 공동사설 뿐 아니라 최근 핵 개발을 둘러싼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정일은 지금 상당한 오판을 하고 있다. 지금은 원자력 발전을 핑계로 댔던 1993~1994년의 핵 위기와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지금 북한의 핵은 핵폭탄으로 직결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핵을 개발하여 그것을 흥정거리로 삼으려는 독재국가와는 대화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정일은 중유공급 중단을 핑계로 미국 탓 전력 탓을 하면서 벼랑끝 전술을 재현하려 하지만 북한이 이미 오래 전부터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제네바합의를 무시해왔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며, 광활한 대륙을 가진 우방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 전력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지도자가 무슨 ‘위대한 령도자’인가.

공동사설은 “조선반도에서 대결구도는 북과 남의 조선민족 대 미국”이라고 쓰고 있지만 “조선반도에서 대결구도는 독재자 김정일 대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핵무기 개발을 통한 독재 연장 야욕에 호응하면서 ‘공조’할 사람은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없으니 김정일은 오판 말라. 김정일이 ‘민족 공조’라는 허울 좋은 말로 선군 나팔 들고 거짓 평화를 외칠 때, 진정한 평화는 反김정일 민주주의 세력의 굳센 단결로 지켜질 것이다.

독재는 타도되고 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미래의 역사는 2003년을 김정일 독재정권이 패퇴하고 김일성 광장에 민주주의의 깃발을 꽂은 해로 기록할 것이다.

2003년 1월 2일

(사) 북한민주화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