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부터 3월 13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북한인권포럼’이 열띤 강의와 토론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중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증언한 제 2강 “정치범 수용소엔 사람이 없다”를 지상 강좌로 싣습니다. 강연을 해 주신 강철환 씨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인 함경남도 요덕 15호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출소 후 북한을 탈출, 1992년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강철환 씨는 1968년 평양 출생으로, 그의 가족은 원래 일본에서 살다가 조총련의 북송사업 당시 북한으로 이주하였습니다.

강의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강철환 씨의 가족은 1977년 영문도 모른 채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10여 년간 인간 생지옥을 경험하였습니다. 본 지상강좌는 강철환 씨의 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약간의 문장을 가감(加減)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북한인권포럼의 전체 강의는 곧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인터넷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강의 내용은 상업적인 용도로 발췌 또는 복사할 수 없으며, 사용시 본 단체의 동의를 구하여야 합니다.

본 강좌의 내용은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열성 공산주의자이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저를 초대해 주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북한을 탈출할 당시 ‘꼭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겠다’는 목표를 마음속에 담고 왔습니다. 따라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증언하는 이런 자리에는 언제든지 나설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일방적인 ‘발표’를 하기보다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설명해주고 참석자 여러분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평양에서 출생했습니다. 그러나 제 가족들은 원래 북한이 아니라 남한 땅이 고향이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제주도가 고향이시고, 저의 어머니 쪽은 대구가 고향입니다. 저의 조부모님은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거기서 저의 할머니는 1920년대에 일본 공산당원이 되어 공산주의 활동을 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활동했습니다.

1963년도에 할머님의 간곡한 설득에 의해 저의 가족은 모두 북송선(北送船)을 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속되게 말하자면 ‘골수 빨갱이’이셨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에도 항상 김일성 저작선집을 읽으셨고 일본에 있을 때에 이미 김일성에게서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할머님은 조총련의 간부였기 때문에 엄청난 대우를 받았고,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빠찡꼬를 운영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북한으로 건너 갈 때 북한정부에 많은 돈을 헌납해서 그것 때문에 우리는 북한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초창기에는 평양시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를 배정 받고 할머님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15년 동안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에서 부위원장 사업을 했습니다. 할아버님은 평양시 상업관리소의 부소장직을 맡았습니다. 평양에서 제 어린 시절은 대단히 행복했습니다. 당시 평양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경제적으로 풍족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부터 김일성의 혁명 역사를 배웠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자랐습니다. 당연히 “김일성 원수님 만세”를 외치고 “어버이 수령님” 노래를 부르며 자랐습니다.

영화에서나 봤던 수용소가 북한에 있을 줄이야

그런데 1977년도에 저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그때 할머님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달 후에 국가안전 보위부에서 요원들이 집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조국과 민족 앞에 죽을 죄를 졌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된다. 사실 죽을죄인데 당에서 용서를 해서 이주(移住)를 하게 됐다.”라고 말하면서 우리 집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가족을 한데 모아서 트럭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1960~70년대에 상당수의 재일 교포들이 북한에 와서 정치범으로 행방불명되곤 했습니다. 그러한 사례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가족 같은 경우 할아버님과 할머님은 평생 김일성, 김정일에게 충성한 것뿐인데 도대체 왜 끌려가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정치범에 대해서는 재판이 없거든요.

그때 당시 저는 만 9살이었고 저의 동생은 7살이었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외할아버지가 북한에서 ‘혁명열사’로 기록되어 있는 분이라서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에 강제 이혼시켜 안 가게 됐습니다.

수용소에 처음 도착해서 보니까 일제시대 감옥이 떠올랐습니다. 북한에서 영화를 보면 일제시대 때의 감옥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북한에 그런 감옥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애로운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을 부르며 자랐기 때문에 김일성이 있는 나라에 이런 수용소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았습니다. 정문은 철조망으로 되어있고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자동 보총을 들고 경비를 서고….

그때부터 수용소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어렸기 때문에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을 끌어 모아 일을 시키더군요. 저는 첫날 강제노동에서 통나무를 메고 왔다 갔다 했는데, 그것도 계속 뛰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뛰다가 쓰러져서 못 일어났습니다. 눈을 떠보니까 같은 또래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빨리 일어나라고 발길질을 하더라고요. “빨리 일어나라, 네가 빠지면 다른 애들이 네 몫까지 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저의 수용소 생활 첫 경험이었습니다.

요덕수용소는 그나마 ‘혁명화구역’이라도 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라는 것을 남한 사람들은 감옥처럼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정치범 ‘교화소’가 있고 정치범 ‘수용소’가 있습니다. 정치범 교화소라는 것은 죄진 장본인들을 특별히 가두는 감옥형태의 수감시설이고, 수용소는 그 가족들이 가는 마을형태의 수용 시설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당시에는 수용소가 12군데 있었는데 현재는 5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되면서 외부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되고, 전쟁 등 유사시에 정치범들이 들고일어나면 제 2전선이 형성되어 북한이 위험해 진다고 북-중 국경지대의 수용소 일부를 폐쇄하여 내륙지역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요덕 수용소는 1959년도에 당시 인민무력부장(민족보위상)을 하던 최용건이 김일성의 지시에 의하여 만들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요덕군 용평리 일부에 지주, 자본가 계급, 종교인들을 모아놓고 격리 수용을 시키다가 체계가 잡히면서 정식 수용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덕군의 경우 5개 리를 통틀어 수용소를 만들었고 지형자체가 험해서 도망가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대한 분지 모양의 산을 이용해서 수용소를 만들고 둘레에는 철조망을 쳤습니다. 철조망에는 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함정을 파놓고 함정 밑바닥에는 참나무 같은 굳은 나무로 말뚝을 꽂아 놓았습니다. 가다가 빠지면 날카로운 말뚝에 찔려 죽게 되는 것입니다.

요덕 수용소에는 2개의 구역이 있는데 ‘혁명화 구역’과 ‘완전통제 구역’입니다. ‘완전통제 구역’은 한번 들어가면 평생 못나오는 곳이고, 저 같은 경우에는 나올 수 있는 희망이 있는 ‘혁명화 구역’에 있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가운데 이러한 혁명화 구역이 있는 곳은 요덕에만 있습니다. 즉 다른 정치범 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혁명화구역에 있었기 때문에 정치범치고는 가벼운 죄에 속합니다. 완전통제구역에 들어간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합니다. 1950~60년대에 권력투쟁이 벌어지면서 박헌영, 김두봉, 최창익과 같은 쟁쟁한 남노당 출신들, 연안파 등이 다 축출이 됐는데, 그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10촌까지 끌고 갔습니다.

얼마 전에 1959년도에 부수상을 했던 최창익의 가족 중에 11촌이 됐던 사람이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그분이 저를 찾아와 울면서 이야기하는데 최창익 가문 중에 살아 남은 사람은 10촌이 되는 조카 한 사람뿐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당시 어머니 뱃속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강제 이혼되면서 살아 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자꾸 찾아와서 “요놈도 최창익의 씨인데 그때 없애버렸어야 했는데 살아 남았다.”고 계속 그랬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정적을 압살하는 정책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3대까지 멸족시킨다고 합니다.

쥐는 고급음식

“북한에서는 왜 반란이나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참 난감합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제가 느낀 바로는 북쪽사람들이 기질이 강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북방에서 충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북방의 피를 이어받은 북한 주민들을 한번의 반항도 없이 50년간 통치하고 더구나 세습까지 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권탄압이 없고서는 체제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철저한 폐쇄사회이다 보니 외부에서 듣지 못했을 뿐이지 그 사회 안에서는 엄청난 살육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살육행위의 시체더미 위에 북한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약 2십만의 정치범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들이 전부 북한체제를 반대하다가 잡혀간 사람들과 그 가족들입니다.

제가 수용소에서 가서 3개월 째 됐을 때 영양실조로 펠라그라(pellagra)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펠라그라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일종의 영양실조입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근원지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한 전역에 다 퍼져있습니다.

3개월 째 돼서 그 병에 걸리니 눈 주위가 다 벗겨지고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이 뒤집어졌습니다. 그 때가 영양실조 1단계라고 합니다. 이 때 닥치는 대로 주어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가령 수용소에 나도는 바퀴벌레, 지렁이, 뱀, 쥐 등을 주어먹고 살아남는 아이들은 병에서 극복된 것이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다 죽게됩니다. 2단계는 몸이 붓기 시작하고, 3단계에서는 그 붓기가 빠지면서 죽습니다. 3단계에서는 항문이 열리면서 음식을 먹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펠라그라 초기 증세 때 밭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쥐 굴을 파더라구요. 사선(斜線)으로 뚫려있는 쥐 굴에는 쥐가 없습니다. 수직으로 된 쥐 굴에는 반드시 쥐가 있습니다.

쥐 굴에도 방이 많은데 쥐들이 옥수수를 몇 킬로그램씩 저장해 놓고 화장실도 있고…. 그 쥐 일가족을 잡아 가지고 쥐고기 파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쥐 다리를 뜯어서 줬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미친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특히 저는 평양에서 잘 먹고 잘 살았기에 ‘어떻게 저런 걸 먹겠냐’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주는 걸 먹어보니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아무리 맛있는 고기를 먹어 봤어도 그때 그 쥐고기만 못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 그 고기 맛을 본 것이 수용소 생활의 첫 적응 과정이었습니다. 쥐는 아주 고급음식이고 도롱뇽 같은 것도 먹습니다. 도마뱀처럼 생긴 파충류인데 깨끗한 샘물에서 삽니다. 도롱뇽도 먹고 지렁이도 먹고 정말 타잔처럼 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 같은 경우 1차 영양실조에서 벗어났고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점차 나이에 비해 키가 작아지면서 원숭이처럼 됩니다. 또 일만 하니까 팔만 길어집니다. 수용소에 아무리 덩치가 떡대 같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와도 꼬맹이들을 당하지 못합니다. 새로 들어 온 친구들은 한 달 후에 영양실조로 쓰러지게 되는데 그때 되면 적응된 꼬마들이 패권을 쥡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공개처형의 참상

수용소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짐승화’된 사람들입니다. 저도 영양실조에 걸리고 나서야 사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제가 수용소에서 받은 또 하나의 충격은 ‘공개처형’이었습니다.

한번은 탈출하다가 잡힌 사람을 공개 처형했습니다. 그 사람을 끌어다 놓고 총으로 쏘려고 하는데, 그 사람 입을 틀어막고 있던 무언가를 뱉으니까 그 때부터 김정일에 대한 욕을 마구 해댔습니다. 그러니까 옆에 있던 보위부원이 나가더니 돌로 입을 내리치는 것입니다. 이빨이 모두 부셔지고 입을 돌로 틀어막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밧줄로 눈, 가슴, 다리를 묶어 놓고 AK소총으로 세 발씩 갈깁니다. 그런데 AK소총 총알이 큽니다. 그 총으로 멧돼지를 쏜 것을 봤는데 탄알이 들어간 자리는 작은데 뒤에 뚫고 나온 자리는 대단히 큽니다. 그런 것으로 세 발씩 쏘았으니 머리가 땅에 떨어지고 온 몸이 산산조각 납니다. 시체는 그 자리에 매장해 버립니다. 이것이 내가 처음 보게된 공개처형 장면입니다.

한국에서 영화를 보니까 사형수를 사형집행 할 때 죽는 날은 배불리 먹이고 기도도 시키고 그러던데, 어찌보면 참 인간적인(?) 사형입니다. 북한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순간까지 고문을 해 가지고 뼈만 남게 해서 죽이거든요. 살아있는 미라(mirra)죠. 그러니까 사람을 사형하는 장면보다 사형장으로 끌려나오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기겁을 하게 됩니다. 팔 다리를 강제로 꺾어버리고, 턱을 빼서 돌을 집어넣고, 이빨은 하나도 없고…. 그런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감히 반항하려는 마음이 없게 됩니다. 저도 수용소에 있을 때 내가 사형장에 나가는 꿈을 종종 꿨습니다. 그때는 소리치며 깨어나게 됩니다.

한번은 교수형 하는 것을 봤습니다. 군인 두 명이 수용소에 끌려왔는데 38선 민경부대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38선에서 근무하다보니 남한 방송을 매일 듣고, 또 그러다 보니 남한노래를 부르고 했나 봅니다. 그런 잘못 때문에 수용소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수용소를 탈출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들은 특수부대 출신들이기 때문에 천리(千里)행군 훈련을 자주 했습니다. 당연히 산을 굉장히 잘 타고, 낭림산맥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까지 바로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까지 가기는 했는데 한 명은 중국 단동(丹東)에서 잡혔고 다른 한 사람도 잡혀 왔습니다. 그 사람들을 사형시킨다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제발 그들이 도망에 성공해서 수용소의 실태를 세상에 폭로해 줄 것을 바랬습니다. 그래서 한 달째 잡히지 않기에 ‘이 사람들이 성공했나보다’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는 좋아했는데 끝내 잡혀서 끌려 왔습니다. 그 때 교수형을 처음 봤습니다.

교수대에다가 세워 놓고 재판 같은 것을 하는데 무슨 죄가 그렇게 많은지 한 20분 동안 말하더군요. 그리고나서 “교수형에 처한다”고 합니다. 교수대에 목을 매달아 죽였습니다. 사형이 끝난 다음 맨 앞줄에 앉은 사람부터 사형자의 앞을 통과시킵니다. 지나가면서 “민족 반역자를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돌을 던지게 합니다. 사형은 항상 강가에서 하기 때문에 돌이 많습니다. 그 수천 명의 수용소 수인(囚人)들이 하나씩 돌을 던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시체의 살이 다 벗겨져서 흰 뼈가 보입니다. 옷은 너덜너덜하게 되고….

재일 교포 출신 처녀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막 까무러쳤습니다. 그때 저도 돌을 집어 던졌습니다. 안 던질 수가 없습니다. 보위부원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안 던진 사람들은 찍힙니다. 찍히게 되면 다시 불러내서 던지게 합니다. 한 친구는 안 던지고 지나갔는데 다시 불러내서 총 개머리판으로 까고 때리고 했습니다. 또 지켜보는 보위원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억지로 큰 돌을 뽑아 던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체 밑에는 돌이 쌓여 돌무지가 생겨납니다. 이러한 시체를 다음날 아침까지 매달아 놓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감히 탈출을 기도할 수 있으며 반항할 수 있겠습니까. 애당초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공개처형을 그렇게 계속 보게되니까 이제는 누가 죽이면 ‘죽는가보다’ 고 생각할 뿐이죠.

전쟁나면 정치범 수용소의 수인들부터 죽이고 시작할 것

저랑 가깝게 지내던 친구의 누나가 영양실조에 걸려서 죽었는데, 겨울에 죽었습니다. 그래서 관을 짜 가지고 가서 땅을 파는 데 땅이 얼어 파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대로 겨우 땅을 파 가지고 묻었는데 봄이 되면서 흙이 녹아내려 관이 땅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누이의 관뿐만 아니라 겨울에 묻은 시체들이 다 드러났습니다. 한번은 수용소 안의 산등성이를 개간한다고 불도저로 민 적이 있습니다.

수용소에는 무덤의 임자가 누군지 알아 볼 수 없게 평토(平土)해버리는데 그때 불도저가 훑고 지나가자 땅속에 묻혀 있던 썩지 않은 시체가 드러나면서 완전히 ‘시체동산’이 되었습니다. 다시 땅을 파고 시체들을 매장했습니다. 그 자리를 옥수수 밭으로 만들었는데 비료를 주지 않고도 매해 만 풍년이었죠. 밭에서 일을 하면 때때로 사람 뼈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죽인다 해도 이렇게 죽일 수는 없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에 유학생들을 비롯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끌려 왔습니다. 수용소에 들어오게 되면 그들은 모두 반체제 인사로 됩니다. 그 끔찍한 참극을 보면 겉으로 반항은 못해도 머릿속은 그 체제에 몸서리를 치겠지요. 그래서 수용소는 교화시키기보다는 거꾸로 적을 만들게 됩니다. 저도 수용소에 있을 당시에는 미군이나 남조선 부대가 무기만 떨궈준다면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마 수용소 사람들은 다 그런 심정일 것입니다.

북한에는 전쟁연습 할 때 반(反)항공훈련을 한다며 밤에 불을 다 끄게 합니다. 그런데 국가안전보위부원들이 뭐라고 하냐 하면 “수용소는 불을 끄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전쟁 발발 즉시 정치범 수용소의 죄인들은 몽땅 몰살시킨다”고 합니다. 이것을 당연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제일 불안한 게 정치범 수용소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전쟁을 제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만약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국제 사회에 이슈화되어 드러날 경우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죄악을 감추기 위해서 정치범들을 전부 다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게 가장 우려 되는 사항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인공위성이 다른 것을 찍지 말고 정치범 수용소를 집중적으로 감시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도처에 깔려 있는 보위부 스파이

제가 수용소에서 풀려나게 된 것은 1989년입니다. 당시 일본과 북한이 첫 수교 교섭을 하면서 일본에 있는 재일 교포들이 북한 정부에 항의를 많이 했습니다. 친척을 만나러 갔는데 행방불명되어 없으니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을 했고 “보여달라” 요구를 했죠. 그것 때문에 김정일이 내부적으로 지시를 내려 일본에 친척이 있는 재일 교포들을 석방시키라고 한 것 같습니다. 87년부터 89년 사이에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재일 교포들, 그 중에서 일본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거의 다 석방됐습니다. 저도 일본에 고모님이 계셔서 풀려나게 됐습니다.

수용소를 나온 뒤에도, 요덕 수용소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 형제처럼 대하고 친한 친구로 지냈습니다. 만나서 술 마실 때도 우리는 어떻게 마시냐 하면, 김정일 초상화가 앞에 있으면 계란 같은 것을 집어 던지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반동들이었죠. 또 김일성, 김정일을 매일 욕하고, 남한 방송을 매일 들어서 정세를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남한노래가 하도 재미있어서 그 당시 ‘돌아와요 부산항’등 많은 남한노래를 배웠습니다. 배워 가지고 친구들하고 많이 부르다가 친구들 중에 스파이가 있어서 보위부에 끌려갔는데, 보위부 지도원이 저에게 “남한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가” 하고 묻기에 없다고 잡아떼니까 증거를 대더라고요. 언제 몇 날 몇 시에 불렀다. 또 “김정일 동지를 비난했나” 하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니까 몇 날 몇 시에 이런 말했지 않았나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스파이들이 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시간대별로 매일 보고했던 것입니다.

그때 저를 조사했던 보위 지도원이 저와 성이 같은 강(姜)씨였는데 그것 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친해지면서 뇌물도 주고 하니까 나중에는 저의 모든 죄를 덮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고자질하는 친구들이 누구인지 알려줬습니다. 그자들을 찾아가 거꾸로 보복을 하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던 어느날 보위 지도원이 저를 찾아와 “혹시 네가 잡히게 되면 나를 불지 말라”고 하더군요. 직감적으로 ‘내가 끌려갈 날이 다시 다가온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다시 끌려가면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용소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 안혁씨와 같이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1990년도에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저는 재일 교포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보내준 돈이 좀 있었습니다. 1천 달러 정도 가지고 탈출을 시도했는데, 북한에서는 돈의 힘이 굉장히 셉니다. 돈만 주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제가 탈출할 당시보다 더하다고 합니다. 국경경비대를 매수하고 강을 건너서 중국에 숨어 있다가 조선족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는 한국의 대학생들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은 ‘내가 혹시 북한에 오지 않았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을 보면 주체사상을 배우려고 정신이 없더군요. 운동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저보다 주체사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사파는 여기에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북한 사람들은 그런 게 없거든요. 형식적으로는 주체사상 교육을 하긴 하지만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그런데 관심이 없습니다.

주체사상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다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남한의 젊은 친구들이 북한의 현실을 백분의 일만 알고 있다면 이렇게 안나올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한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좋은 것만 알려고 하고, 또 그것만을 전부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분노가 일어, 처음에는 운동권 학생들만 보면 진절머리나도록 열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은 내가 안기부에서 시켜서 북한에 대해 악랄하게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4년 동안 같이 생활하고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얘기를 계속 하다보니 나중에는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표현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인식은 하지만 심각성은 깨닫지 못하더군요. 그 처참한 실정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북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왔다갔다하며 꾸준히 북한의 내부실정에 대해 듣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1992년도와 지금의 북한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중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너는) 북한에서 왔다는데 왜 그것도 모르냐’고 말합니다. 정말 굉장히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거의 시장경제가 된 것 같습니다. 1994년부터 식량난이 시작됐는데, 원래 북한 주민들은 배급과 월급을 정상적으로 받는다면 배는 고프지만 굶지는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식량공급을 중단해 버렸는데 6개월씩, 몇 년씩 밀리다 보니까 정말 ‘당만 믿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다 죽은 것입니다.

저는 처음, 1994년 이후에 탈북한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니 “굶어 죽는다”고 하기에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굶어 죽는다’는 것은 수용소에서나 있는 일이지 어떻게 북한 일반 사회에서 굶어 죽을 수 있냐? 내가 이해가 안되더군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특히 함흥 같은 곳에는 1996~97년도에 사람이 매일 굶어 죽어서 딸랑이 차가 지나가면서 시체를 치웠다고 합니다. 죽어 가는 사람, 금방 죽을 사람 나눠서 실어 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시체였다고 합니다. 황장엽 선생이 남한에 와서 “1997년을 시점으로 2백만이 죽었다”고 말했는데, 북한 주민들은 “그것보다 더 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1989년도에 수용소에서 나올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북한의 일반사회가 수용소처럼 된 것입니다. 일반 사회가 그 정도라면 정치범 수용소는 더 말할 수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6?25전쟁 때 죽은 사람이 4백만~5백만이라고 하는데 전쟁도 아닌 평화시기에 3백만이 죽었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90년대 중반에 전쟁을 한번 치렀다고 봐야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겪으면서 반항할 힘도 없게 됐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변해서 ‘당만 믿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무리 통제를 해도 일반 주민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국경지대에 가서 옥수수 밭을 봤는데 밭에 옥수수가 아예 없더군요. 옥수수가 알이 여물기만 하면 주민들이 도둑떼로 변해 떼어 가는 것입니다.
헛돈 퍼주고 북한 인민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1998년도에 북한 실정을 보면, 평양 창광거리에 아파트가 많은데 중앙당 고위간부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 아파트가 정전이 돼서 불이 끊기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또 강건군관학교에 있는 생도들이 먹지 못해서 철봉운동을 제대로 못한다고 했습니다. 사태가 그 정도면, 1998년 정도의 시점에 북한은 완전히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지만 그 대가로 ‘자유’가 생겼습니다. 기차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의 이동이 생겨났고 장사가 크게 번창했습니다. 북한은 대혼란을 겪으면서 시스템이 마비됐고 김정일은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체면도 다 버리고 국제사회에 쌀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이 구걸을 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시점에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햇볕정책을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대통령께서 탈북자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대거 초청을 하셨습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이 가봤자 뭐하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탈북자들을 30여명인가 불렀는데 열 명 정도 왔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나름대로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부탁했습니다. 북한의 수용소문제를 해결해달라, 당신도 남한사회에서 탄압 받고 인권 유린도 당해 봤는데 누구보다도 북한 정치범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그때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 당시 햇볕정책의 취지에 대해 ‘그동안의 노골적인 적대정책을 벗어나서 고도의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습니다. 즉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알았지 이렇게 무원칙하게 퍼주는 정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가졌는데 점점 갈수록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거론한 적이 없습니다.

1998년도에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몰려오면서 그들이 중국 공안에 노예처럼 끌려 다녔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탈북 여성이 인신매매로 팔려 갔는데 화물선에 팔려갔다고 합니다. 화물선의 선원 7명이 집단으로 강간하고 밥시키고 이런 식으로 노리갯감으로 데리고 있다가 여자가 병들고 굶어 죽게 되니까 바다에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것이 탈북 여성들의 실상입니다. 한 나라가 붕괴되기 시작하면 제일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이들이고 여자들입니다. 중국에 꽃제비 아이들이 가득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여자들은 팔려 다니고…. 일제시대에 종군위안부가 있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쟁시기고, 평화시기에 우리의 누이동생, 딸들이 중국에 팔려가서 아버지와 아들에게 차례로 강간당하면서 처참하게 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한번도 “탈북자 잡아가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는 비판 한마디 없이 퍼주기만 하고….

지금 김정일 정권의 실정을 보면 다 죽었던 정권이 살아나 다시 과거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장사 못하게 통제하면서 막 때려잡고 남한방송 듣는 사람들도 다 잡아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통제가 다시 실시되고 있습니다. 돈 받았겠다, 쌀 받았겠다, 다 받았으니까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헛돈을 퍼주고 북한인민들을 더 못살게 한 것에 불과합니다.

햇볕정책 때문이 아니라 3백만의 죽음 때문에 변한 것이다

지금 일부 사람들이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변했다”고 하는데 북한의 변화는 햇볕에 의해서가 아니라 3백만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으면서 생긴 것입니다. 북한체제는 닫혀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교류?협력 정책을 펼쳐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 숱하게 많은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간다고 하지만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하나도 없습니다. 남한의 일부 주민들이 북한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지만 그들은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만 접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울타리를 쳐 놓고 돈만 빨아먹겠다는 속셈이지 우리가 기대하듯이 교류를 통하여 그 어떤 변화를 가져보겠다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부가 그것을 계승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죄악입니다. 통일된 이후에 북한인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요즘 북한 주민들을 만나보면 “도대체 (남한은 북한을) 왜 도와주나” 하고 묻습니다. 북한에 아무리 원조를 해도 일반 주민들에게는 식량배급이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 살아남은 북한 주민들은 장사하고 개인 뙈기밭을 일궈서라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북한 주민들 스스로의 입으로 하는 말처럼 이미 죽을 사람은 다 죽었고, 물론 지금도 식량이 없어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이제는 대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다 터득했습니다. 김정일은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조 받은 식량은 군대하고 보위부, 당 일군들에게만 공급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민을 억압하는 체제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러한 체제를 계속 유지시켜야 주어야 되겠습니까?

북한에서 고사리, 송이버섯 등 다 뜯고 인민들의 고혈을 쥐어 짜 1년간 버는 외화가 1억 5천만 불입니다. 그런데 만약 북한에 10억 불이 갔다고 하면, 한국의 경제규모로서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큰돈입니다. 이렇게 큰돈을 공돈처럼 줘버리면, 북한 내적으로는 스스로 경제를 일으키려는 의지를 없애버리고 결국 김정일 정권을 유지?보장해 주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 결과 북한인민들은 계속 비참한 인권현실을 견뎌내야 할텐데, 남한의 새 정부가 지난 (김대중) 정권이 저질렀던 이러한 과오를 이어나간다면 후대들에게 엄청난 후과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인민을 위해 촛불을 들자

얼마 전에 주한미군 장갑차에 두 여학생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여중생들의 죽음을 슬퍼하였고 저 역시 함께 그 슬픔에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이 수용소에 끌려가 죽어가고 있고 우리 형제들 수십만이 중국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는 한마디의 외침도, 하나의 촛불도 없습니다. 이건 뭔가 순서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북한 주민들에게는 너무나도 무관심합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식량을 조금 지원해 주면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북 식량지원은 필요합니다. 군대와 폭압기구만 살찌운다는 사실을 잊고서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현금을 쥐어주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독재자가 그 현금을 주민을 위해 쓰겠습니까? 남한의 전 정권과 현대(現代)그룹이 줬다는 2억불이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다 해결되겠는데 지금도 굶어죽고 있습니다. 그 돈 가져다가 술 파티나 하고 미그전투기나 사오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돈을 준 것은 민족적 차원의 결단이 아니라 바로 ‘범죄행위’ 입니다.

제가 연락을 취하고 있는 북한의 친구들은 “왜 미국이 우리를 치지 않는냐”하고 묻습니다.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수년간 북한 주민들이 입버릇처럼 해온 말입니다. 김정일 정권이 너무도 지겨워 어떻게든 빨리 끝내자는 것입니다.

지금 남한은 완전히 무장해제 된 듯 합니다. 지난 기간에 남한의 사회교육방송(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송출하는 남한의 라디오 방송)은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교육방송을 다시 들어보니 들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정일 비판하는 소리는 하나도 없고 ‘김정일’이름 석자 끝에 꼭 ‘국방위원장’이라고 친절하게 토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김정일 우상화에 오히려 남한 방송이 기여하는 듯합니다. 요새는 남한 방송보다도 미국의 RFA(Radio Free Asia) 방송이 김정일을 잘 비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요새 북한 주민들은 이 방송을 몰래 듣고 있다고 합니다.

남한의 새 정부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식량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입니다.

저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성원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제일 기쁘고 힘이 납니다. 저도 앞으로 북한의 민주화와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질의&답변

○ 질문 : 북한에도 엄연히 헌법과 형법 등이 있는데 이것은 어떠한 의미를 갖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해왔는데 이것이 북한의 민주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을까요?

○ 답변 : 저는 북한 법을 공부해본 적이 없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북한에는 법 위에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김일성 우상화 원칙을 나열한 것입니다. 이 10대 원칙이 모든 법에 우선합니다. 그러니 북한의 법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합니다.

재판을 할 때는 법을 내세우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예컨대 김일성 초상화에 빗물이 스며들어 훼손 됐다면 이는 북한의 형법이 아닌 10대 원칙에 따른 범죄자로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일반 주민들은 법이라는 개념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범인 경우에는 형식적인 재판절차를 걸칩니다.

이산가족은 만날수록 북한 민주화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자세는 하루 빨리 시정이 되어야 합니다. 재일 교포들의 경험을 보면 1985년부터 수만 명의 재일 교포들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재일 교포들이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러 갔는데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따라 다녔습니다. 심지어 어머니와 아들사이의 가운데 잠자리에서 잤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이 일본에 돌아가서 조총련에 거세게 항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어떤 교포들은 북한에 가서 친척을 찾았는데 없다고 하자, 가지고 갔던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김정일을 욕하면서 거센 항의를 들이댔습니다. 재일 교포들은 북한에 갈 때 자유롭게 행동합니다.

이것은 싸움으로 달성한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결국은 저처럼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까지 나오게 됐지 않습니까. 그러나 남한에서는 금강산관광을 가도 규제가 얼마나 많은지…. 북한에서 요구하는 대로 이것도 하지 못하고 저것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만나봐야 심정의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항의를 해야, 그것이 곧 북한의 인권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 질문 : 강의를 들어보니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정말로 끔찍한 곳이라는 것은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악한 수용소 조건에서 어떻게 10년을 살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답변 : 물론 수용소가 완전히 감옥 형태라면 살기 힘들 것입니다. 감옥처럼 콘크리트 바닥이었고 철창 속에 계속 갇혀 지내는 곳이라면 3년을 버티기 힘들겠죠. 수용소 안에도 벌을 주는 감옥이 따로 있긴합니다. 여기는 딱 3개월 코스인데, 3개월 갔다오면 허리도 못쓰고 엉덩이가 썩습니다.

계속 앉아 있게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옥형태라면 다 죽었을 것입니다. 수용소는 기본적으로 마을 형태입니다. 개울도 있고 산도 있습니다. 따라서 산에서 풀도 뜯어먹으며 거의 야생처럼 사는 것입니다. 겨울에 먹을 것이 없으면 소똥에 박힌 옥수수도 주워 먹습니다. 이런 생활에 적응이 안되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린애들은 적응을 빨리 해서 고기가 먹고 싶으면 쥐를 잡아먹습니다.

겨울에도 집에는 쥐가 있습니다. 수용소 사람들이 살아 남게된 가장 고마운 동물이 쥐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에 두엄무지를 파면 지렁이가 나오는데 그걸 먹기도 합니다. 또 가을에는 옥수수를 훔쳐 먹습니다. 들키면 감방에 갑니다. 그래도 옥수수 밭에서 훔쳐서 땅에 묻어 놓습니다. 살다보면 보위부 요원들의 감시를 피해 가는 요령이 생깁니다. 저와 같이 5년 이상이 된 사람들은 보위원이 오면 일하는 척하다가 돌아서면 쉬기도 하는 등 여유가 생깁니다.

북한 주민들은 장기수 이인모씨가 남한의 감옥에서 몇 십 년 동안 살았다는 말을 듣고 의아해 합니다. 북한 감옥에서는 3개월도 넘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에 송환된 장기수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같이 북한을 모르고 간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것입니다.

○ 질문 : 정치범으로 걸리면 친척들을 다 수용소에 보냈다고 하는데 남성과 여성 중에 여성 쪽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 답변 : 여자들의 남편이 정치범으로 걸리면 여자에게 “(수용소에) 가겠는가 안 가겠는가?”하고 물어봅니다. 일반적인 경우 그렇습니다. 이때 여자가 안 가겠다면 안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간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저의 친구가 수용소에 끌려갔다 나왔는데 다시 끌려갔습니다. 그때 아내에게 따라 가겠는가 하고 물어보더랍니다. 사실 수용소를 한번 경험한 사람들은 죽으면 죽었지 다시 안 가겠다고 하는데 가겠다고 해서 같이 끌려 들어갔습니다. 우리 어머니와 같이 여자 쪽이 혁명열사 가족인 경우가 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일본에 계실 때 김일성과 관계가 되어 경시청에 끌려가서 거기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김일성한테 선물을 받았었습니다. 그런 가족은 강제 이혼시켜서 보내지 않습니다. 본인(정치범)의 씨를 받은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다 끌려갑니다. 그러나 시집간 여자들은 다치지 않습니다. 시집간 여자들은 남의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끌려가면 남녀 구별 없이 똑 같이 일하고 취급됩니다. 여자라고 특별히 봐주는 것은 없습니다. 여자 본인이 정치범 일 경우 여자만 끌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사례는, 고려호텔에서 안내원을 하던 여자였는데 외국 남자와 눈이 맞아서 어떻게 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걸려 끌려 왔는데 가족은 오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남자를 위주로 해서 가족을 끌어옵니다.

○ 질문 : 얼마 전에 인공위성이 촬영한 정치범 수용소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것을 보면 단순한 마을 형태여서 일반 사람들이 과연 그것이 정치범 수용소인지 구별을 할 수 없습니다. 정치범 수용소가 외형적으로 두드러진 것이 있습니까?

○ 답변 : 겉으로 보기에는 마을형태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보위원들의 사택, 둘레의 철조망, 함정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수용소 출신인 우리들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질문 : 수용소 실태에 관해 내외신 기자들과 많은 인터뷰를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혹시 한국 기자와 외국 기자들간에 질문에 차이점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 답변 :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외국의 기자들은 북한에 수용소가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자세히 설명해주면 어이없어 하고 분노를 하는데 한국기자들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좀 시큰둥합니다.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선진국이 될수록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인권문제에 관련해서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몇 명되지도 않는 납치자 문제를 가지고 온 국민이 떠들고 지금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전반에 대하여 떠들고 있다. 그 반대로 한국은 북한의 인권 문제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인권 선진국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저는 여기서 확실한 차이점을 발견합니다. 외국 기자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또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마치 외국 기자들이 한국 기자 같고, 한국 기자들이 외국 기자 같습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 바로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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