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북한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상은 잘 모른다. 북한의 경제사정을 알고 싶다.

A : 북한의 경제사정을 전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 Gross National Income)을 살펴보면, 2001년 현재 20조2천8백7십억 원으로 남한의 543조8천7백4십억 원의 약 27분의 1에 머물고 있으며, 1인당 GNI도 2001년 현재 91만 원으로 남한의 1,148만 원의 약 13분의 1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남한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로 환산할 경우 2001년 북한의 1인당 GNI는 약 706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물론 지난 97년 6월 북한당국이 UN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힌 1인당 GNP(95년 현재) 239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한 것이다.

13배라는 남북한 사이의 경제격차는 남북한 주민의 극심한 생활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우리 돈 3만원이면 북한, 특히 함경도 지역의 일가족 2∼3개월 생활비에 해당한다.

경제적 생산능력을 좌우하는 에너지 분야를 보면, 현재 북한의 정유능력은 승리화학 200만 톤, 봉화화학 150만 톤 등 총 350만 톤에 불과하다. 또한 원유 도입량은 1999년 기준으로 31.7만 톤에 그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유공장의 가동률도 9%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정유능력 1억 2,140만 톤(1999년)과 가동률 98.1%와 비교할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매우 낮은 북한의 정유정제능력은 화학원료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소비재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또 북한의 전력난은 △발전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가동률 저하, △화력발전용 석탄공급 부족과 함께 △송배전시설 노후 및 에너지 관리 기술 낙후로 인한 전력손실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의 전력난은 에너지 확보와 함께 낙후 시설에 대한 전면 교체와 노후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어 TV시청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경제와 식량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반 공장 가동률이 20%대에 머물렀을 정도로 어려웠던 것도 에너지와 전력의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북한의 경제난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이어진 식량난과 그로 인한 대량 아사자 발생사태다. 북한 당국은 식량난이 시작된 95년 이후 7년 동안 식량난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 공식발표를 미루어 오다가 지난 2001년 5월에 와서야 유엔아동기금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식량난과 관련된 통계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95년부터 98년까지 22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 조사와 북한식량지원을 하고 있는 세계식량구호 단체, 또 한국정부와 북한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다음은 세계기구를 비롯한 단체와 연구기관들이 추정한 사망자 수다.

▲ 조사기관에 따른 식량난 시기(1990년대 중반) 북한의 기아 사망자 숫자

북한의 경제가 이처럼 낙후된 것은 수령독재사회가 빚어낸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전체 산업 중 농림어업의 비중이 30%대이며, 서비스업 비중이 30%를 조금 넘는 후진국형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 때 1천만 명을 넘던 농민의 수가 현재 약 5분의 1로 감소한 데 반해, 북한은 70%가 증가했다. 농업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성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또 30%를 조금 넘는 서비스업 비중 자체도 크게 낮은 것이지만 그나마 중앙집권계획경제체제에 따른 정부부문의 비중이 대부분이다.

또 군사?경제 병진 노선에 따른 군수산업의 기형적 비대화로 경공업과 서비스 부문이 취약한 산업간 구조적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특히 오랜 기간의 수령절대주의 통치로 인해 주민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이 매우 약화된 것도 낙후된 경제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Q : 북한은 현재 90년대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경제위기도 점차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북한의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심각한 수준인가?

A : 90년대 중반의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 위기를 거친 이후에 북한의 경제가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곡물생산량과 공업생산량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북한경제는 90년 이후 98년까지 거듭해왔던 연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하여 99년 이후 플러스 성장(99년 6.2%, 00년 1.3%, 01년 3.7%)을 이어가고 있다. 대외 무역 규모도 99년 14억8천 달러, 00년 19억7천 달러, 01년 22억7천 달러, 02년 22억3천 달러 등으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는 약 186만 톤, 2002년에는 약 110만 톤 정도의 식량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대 중반 굶어죽는 사람들이 대량 발생했을 당시의 부족분이 약 200만 톤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크게 개선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FAO관계자들은 “현재 공공 배급제가 유명무실화돼 도시 근로자의 경우 수입의 75∼85%를 식량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량아사자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식량문제가 점차 호전되고 있는 이유는 국제사회가 식량 부족분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보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산하기구가 년 2억만 달러 이상, 개별국가들이 연 1억5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운근 북한농업연구센터장은 “국제기구의 지원 등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은 아직 50만 톤 가량의 곡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을 만큼 북한의 식량난은 상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든다면 북한의 식량난은 다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에너지 문제는 중국이 코크스탄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KEDO의 중유(重油) 지원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현재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지원규모는 대략 6억5천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공식 통계 수치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지원까지 포함한다면 그 보다 훨씬 큰 규모로 추정되는데, 98년도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액이 5억6천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적지 않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지원은 북한의 경제적 파국을 일시적으로 막아주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 1999년 현재 국제사회의 지원 내역과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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