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인민들은 말한다 - 새로운 ‘경제관리조치’는 북한 주민 기만극

이번에 만난 30대의 남자는 북-중을 오가며 밀수로 어렵게 삶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물론 국경경비대와 국가안전보위부를 비롯한 실력자들을 끼고 밀수를 한다지만 그들에게 바쳐야 할 뇌물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4월 9일 국경을 넘어 오자마자 걱정하는 것도 돌아가면서 바쳐야 할 뇌물 준비였다. 이 사람은 지난해 7월 1일‘경제관리조치'가 발표된 직후에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때 그는 경제관리조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와의 인터뷰는 Keys 2002년 10월호 (통권 28호) 『7월 1일 이후 북한, <무산>편』으로 소개된 바 있다. 당시 그의 가명대로 이번에도 이름은 변재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지난해 경제관리조치에 대해서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던 그는, 그러나 이번에는 경제관리조치가 기만극에 불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원래의 인터뷰 내용은 대단히 장문(長文)이었으나 중요한 부분만을 편집하여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

- 경제관리조치 이후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주고, 상점 물가를 올리고, 장마당을 없애고, 또 일한 만큼 성과급을 준다고 해서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한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 주민들은 경제관리조치의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때에도 말했다시피 경제관리조치가 발표되기 바로 직전에 주민들은 ‘화폐 교환을 한다’는 소문이 돌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화폐가 바뀌면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전부 휴지조각이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돈을 가지고 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물건을 잔뜩 사다 놓았습니다. 2002년 10월에 들어서자 새로운 화폐로 천 원짜리가 나왔는데, 그때서야 사람들은 전면적인 화폐 교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제관리세칙’이 나왔는데 노동자에게는 얼마, 간부에게는 얼마, 부양가족에게는 얼마 준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월급 내역이 공개되었습니다. 이것이 6, 7, 8, 9월까지는 잘됐습니다. 보통 노동자들이 노임을 천 오백 원씩 타고, 무산광산에서 잘 타는 사람은 4천 원까지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유통이 되어야 하겠는데 개인이 돈을 쥐고 있고 국가에 돈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일을 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재현되었습니다. 9, 10월까지는 그런대로 주더니 11월, 12월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올해에 들어서는 노임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인민폐, 달러 값도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정말 살기 바쁩니다. 노임을 높여 줬다고 쌀값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정가격으로 쌀이 25원이지만 국영상점에 쌀이 없으니 결국 장마당으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노임 1500원 받고 어떻게 장마당 쌀을 사먹습니까.

현재 사람들이 대단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쌀 원천이 없고, 풀을 뜯으려 해도 없고, 친척들한테 국수, 쌀, 강냉이 등을 동냥하러 다니게 됩니다. 한 개 농장에서 50%가 쌀이 없습니다."

- 금년 들어 노임을 한 푼도 타지 못했나요?

“물론 노임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특급 기업소만 조금 줍니다. 무산광산 김철연합(김책제철 연합기업소), 은덕화학공장(함경북도 은덕군 소재) 같은 기업소들까지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동력이 완전히 끊기기 때문에 거기는 한달 노임의 3분의 1을 줍니다. 그 노임가지고 살아가기 바쁩니다.

3월부터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정세가 복잡했습니다. 이라크 전쟁 때문에 민심이 소란했고, 모든 물가가 올라갔습니다. 3월까지는 그럭저럭 지냈는데, 4월에는 쌀값이 하루에 100원에서 한 시간 후에 20원, 또 한 시간 후에 30원 하는 식으로 쭉쭉 올라갔습니다. 현재 쌀값은 265원, 강냉이는 140∼150원입니다. 사람들은 쌀값이 앞으로 5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합니다."

- 넉 달 지나고 나서 경제관리 체제가 실패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건가요?

“우선 쌀을 풀어야 기업을 운영하고, 그래야 노임도 줄 수 있겠죠. 그런데 나부터도 어디 가서 일하려 해도 일단 먹어야 하지……. 지금은 봄이라 부대기(소토지)를 많이 경작합니다. 부대기 안 하면 살기 바쁠 처지입니다. 기업소 50%가 출근을 하지 않고 산에 올라가 호미로 땅을 일구고 있습니다."

- 작년에는 다 출근한다고 했잖아요?

“작년만 해도 민심이 좋았습니다. 갓 시작했을 때는 돼지고기 파는 것도 통제해서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고 식료상점에서 사도록 했고 배급소에도 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경제관리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한 킬로그램이 450원으로 올라갔습니다. 경제관리 이전에는 120원이었는데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10원씩 오르고 있습니다. 가격파동이 심하게 됐단 말입니다. 인민 생활 수준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장마당을 통제하니까 어딜 가도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장마당을 운영해야 장사꾼이 쌀을 팔고 물건을 팔아 이윤을 챙기는데 못하게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상부에서) 토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장마당 장사를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장마당 유지 관리하는 법도 나왔습니다. 장마당 나가면, 무산군 실태만 해도……, 무산 인구가 15만 명 정도 되는데 모든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쌀을 사먹지 어디 다른 데 가서 사먹을 곳이 없습니다."

- 장마당을 국가가 허용한 것입니까?

“허용했습니다. 약간 풀어놓은 것입니다. 물질이 유통이 돼야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에 풀어놓은 것입니다."

- 7월 1일 이후 장마당에서 쌀, 공업제품을 못 팔게 했었는데 지금은 다 팔 수 있습니까?

“다 팔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장마당의 쌀도 10∼20킬로그램밖에 없습니다. 비싼 것이 문제가 아니라 쌀 자체가 없습니다. 청진과 함흥에서의 쌀값이 더 비싸다고 합니다. 국경지대가 아니고 중간지역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올해 5, 6월에 대단한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살아왔는데 이제 쌀이 나올 데가 더 이상 없습니다."

- 그러면 경제관리조치는 실패라는 말인가요?

“사람들이 내놓고 말은 못해도 모두가 ‘이번 경제관리조치는 할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작성해서 장군님께 비준 받고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이 잘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 됐단 말입니다. 쌀이 있어야 먹고 견디고 살 수 있지, 앞으로 어떻게 견디겠는지……. 외국에서 쌀이 들어오면 좀 풀릴 수 있다지만…….

그리고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이라크를 먹고 단숨에 조선을 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군사명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내적으로 인민군대는 전투태세에 들어가고 보위부 기관들도 비상소집 명령이 내리면 곧장 전투태세에 들어가도록 갖췄습니다. 백성들은 ‘군대들이 그런 훈련을 하니까 물질적 지원이 그쪽으로 많이 들어간다’고 이야기합니다."

- 작년 7월 1일 이후 배급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때만 해도 큰 기업소는 줬는데 작은 기업소는 기실 배급을 주지 않았습니다. 기업소에 나가면 출근률에 따라 배급표를 줍니다. 가족의 경우 남자가 세대주니까 그쪽으로 배급표를 다 몰아 줍니다. 부양(아내)은 300그램이고 세대주는 700그램, 그리고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소학교나 중학생이냐) 학생마다 다 다릅니다. 그것으로 식량배급소에서 타먹습니다. 그런데 무산광산 같은 큰 기업소만 타고 소기업소는 타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동이 멈추면 안 되는 기업소는 배급을 3분의 1 정도, 한 달 30킬로그램을 탄다면 열흘 분 정도만 줍니다.

경제관리조치를 해서 달라졌다 하는 것은 초반에 (국영)상점에 물건이 다 들어가고 노임이 높아졌다는 것뿐입니다. 노임이 정상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는 주지 못합니다. 경제관리조치를 막 시작할 때는 일한 만큼 노임을 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일해도 노임을 주지 못할 정도로 됐습니다."

- 농장은 어떻습니까? 일한 만큼 주는 것이 아닙니까?

“국가에 바치기 위한 농사를 기피합니다. 자기가 농사했으면 일한 만큼 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농장원들도 시간만 나면 자기 소토지에 가서 일합니다. 소토지에서 자기 농사를 해서 자기 몫을 챙깁니다. 농장일 해도 주어지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한 개 농장에서 옛날에는 15톤을 생산했다면 지금은 5톤 정도도 안됩니다. 농장원들이 농장에서 분배받는 1년 식량으로는 일년 동안 먹기 바쁩니다. 농장에서 떼어가고 군대에서 떼어가고 그러는데, 150킬로그램 분배를 받아야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50킬로그램, 그저 3분의 1 정도를 탑니다."

- 소토지를 하면 땅세를 받지 않나요?

“작년에 경제관리조치를 하면서 땅세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이 누가 돈을 주겠습니까. ‘돈 없다’하면 됩니다. 경제관리조치 세칙에 집세, 땅세, 물세(수도세), 전기세, 가격이 다 나왔습니다. 땅세는 개인 농사를 할 경우 한 평당 얼마 정도 돈을 내라고 했습니다. 물론 안냅니다."

“차라리 전쟁하는 것이 낫겠다”

- 배급은 어떻게 나옵니까?

“입쌀 40%, 강냉이 60% 정도 되는데, 강냉이가 있으면 강냉이만 주고, 쌀은 외국쌀입니다. 강냉이도 외국에서 사료로 받은 걸 인민들에게 풉니다. 한번은 빨간 수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먹어 봤습니다. 껍데기 벗겨 먹자면 한심합니다. 밥하게 되면 뻘겋게 됩니다. 처음 먹어봤습니다. 작년부터 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입쌀 값이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올랐습니다. 그래서 고생입니다. 돈 있는 사람은 무더기로 사들여가지, 장마당에서 파는 사람도 쌀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 어디서 나온 쌀인가요?

“대한민국에서 보내온 쌀도 있고 국내 쌀도 있고……. 국내 쌀은 비쌉니다. 2월에만 해도 쌀값이 135∼138원이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260원, 지금은 300원까지 올랐습니다."

- 한국에서 온 쌀이란 걸 어떻게 압니까?

“포대에 ‘대한민국’이라고 써져 있습니다. 옛날에는 대한민국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지금 뭐 관계가 있나, 대한민국 쌀포대도 사람들이 끌고 다니고 합니다. 먼저 군대 주고, 나머지는 배급을 꼭 줘야 하는 특급기업소인 무산광산, 김철연합, 황해제철, 순천비날론 그런 곳에 줍니다. 그런 곳까지 멈춰 서게 되면 조선은 망하니까."

- 대기업소 말고 소기업소 다니는 사람은?

“장마당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임은 이젠 없지……, 앞으로 어떻게 대책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 군대는 먹고 있습니까?

“한끼 국수야 일없고 죽 한 그릇씩 먹는다고 합니다. 군대는 항상 조국을 지키고 있으니까 백성들은 못 줘도 군대는 줘야지, 군대까지 못 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정세가 복잡하니까 사람들이 ‘전쟁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나 같은 경우도 이렇게 중국을 오가며 살아도 잘 살지 못하니 싸움하는 것이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하면 좋겠는데 텔레비전에서 보니 세계에서 전쟁을 바라지 않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 연료 사정도 어려운가요?

“자동차 휘발유가 450원, 디젤유 가격이 350원이 돼서 자동차를 뛸(가동시킬) 형편도 안 됩니다. 승용차도 무산에 서 있는 것이 많습니다. 휘발유가 없으니까. 휘발유 10킬로그램을 사려면 4500원을 줘야 하는데 그 대단한 돈을 어디서 구합니까.

휘발유나 디젤유는 공장 기업소에 공급되는 것이 없습니다. 무산광산 같은 큰 단위에 디젤유를 공급해주고 소기업소에는 디젤유를 안 줍니다. 자체로 뒷거래가격으로 사서 뜁니다. 높은 군관들도 자기에게 차가 있지만 휘발유 없으니 뛰지 못합니다. 차를 뛰려면 운전수에게 ‘어디 가서 휘발유 넣어 오라’고 명령하면 운전수가 장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진 나가서 사람들 태워 주고 돈 받아 휘발유 넣고 또 뛰고……."

- 기차 사정은?

“잘 다니기는 합니다. 전기는 약간 잘 옵니다. 그 전에는 가다 서고 했는데 지금은 경제관리하면서 차비가 높아져서인지 좀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기차를 타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일반기차는 아무 사람이나 표를 떼어 주는데 급행열차는 우선 차비가 높습니다. 무산에서 청진까지 가자면 380원이 듭니다. 게다가 급행차는 좌석표를 받지 못하면 표를 떼어주지도 않습니다. 좌석번호제가 나왔으니까 돈이 없으면 다니지 못할 정도입니다. 철도원에게 돈을 고여야(뇌물을 줘야) 좌석번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담배를 고이려면 고양이담배 세 막대기(보루) 줘야 합니다. 그게 1만원인데 그 정도를 줘야 좌석번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통행증 단속은 국경이 대단히 심합니다. 무산, 회령, 온성의 승무안전원(열차 안전원)들의 권한이 대단합니다. 통행증 없으면 국경 주변에 들어오기 바쁩니다. 그래서 육로로 들어옵니다. 여행증 떼는 것도 힘들고, 다니는 것이 힘듭니다. 여기(중국)처럼 길가에서 손 흔들면 택시가 서고 그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빈부차이가 극심해지고 있다”

- 꽃제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없어질 수 없습니다. 집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옷을 입혀주고 밥을 먹여주며 키우는 곳이 생겼습니다. 미공급 시기에 부모 형제가 다 죽은 아이들이 늘어나 그런 곳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다 달아납니다. 아이들이 가만히 있기 싫어하니까 도둑질하거나 빌어먹거나 어디 가서 죽든 말든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지 막막합니다. 이 정도로 나갔다가는…… (너무도 답답한 표정) 쌀값이 이렇게 올라 어떻게 하겠는지, 내가 장마당에서 쌀을 250원에 샀는데 어제 가니 270원으로 올랐습니다.

기업에서도 단위책임자가 할 말이 없습니다. 왜 출근을 안 하느냐고 따지러 찾아가면 ‘밥 못 먹어 출근 못하겠다’고 하면서 싸움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등급이(위아래가) 없어지게 됐습니다. 단위책임자가 기업관리 하기 어렵게 됐단 말입니다. 인간적으로 자기 아래의 노동자들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으면 먹여야 하겠는데, 무작정 일 시키자니 되지 않을 소리고……."

- 지금 중국돈 100원이 조선돈으로 얼마인가요?

“12,000∼13,000원입니다. 2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번에 10,000원까지 오르니까 더 올라가지 않겠다 싶어 (조선돈으로)바꿨는데 다음날 아침 또 올랐습니다. 괜히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올라가 12,000까지 올라가더군요."

-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역으로 부자도 많이 생긴 것 같은데요?

“차이가 있다면 ‘빈곤의 차이’가 있습니다. 잘 사는 사람은 더 불어날 것이고 못사는 사람은……. 큰놈(부자)들은 돈을 몇 만 달러씩 가지고 있죠. 그걸로 디젤유 장사, 공업품장사, 자동차 장사……, 권력자들을 끼고 크게 장사를 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은 발전하기 힘듭니다. 차이가 심합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집에 가도 일본 사람 못지 않게 삽니다. 못사는 집에 가면 장판도 못 깔고 사는 한심하게 사는 집이 많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결과는 보도하지 않았다”

- 작년 9월 17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는데, 들었죠?

“텔레비전으로, 만났다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장군님하고 관계가 좋게 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 북조선에서 1970년대 말기 일본 사람을 납치한 것을 김정일이 인정했는데?

“고이즈미가 종군위안부 문제에 보상해주겠다 답변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 북조선 공작원들이 70년대 말기에 일본까지 배를 타고와 일본 사람들을 몰래 납치해갔습니다. 갑자기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많아 일본에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북조선 범인 둘이 체포됐습니다. 북조선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이번에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일이 직접 사과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못 들었나요?

“우리에게 그런 게 알려지면 장군님의 위신이 내려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이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우리 뉴스 보도에는 그런 것 없었습니다."

- 외국 수상을 만났는데도 뉴스에 나오지 않습니까?

“공식적인 것은 나오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안 내보냅니다. 고이즈미가 우리나라 방문하여, 장군님을 접견했고 어디 돌아봤고 만경대를 돌아보고 출발……,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 미국이 북조선에서 핵을 몰래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습니다. 북조선에서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지금 북조선에서는 어떻습니까?

“정세가 팽팽합니다. 원래 정세가 복잡하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합니다. ‘모든 전투 단위는 전투태세를 갖추라’는 명령 공문 몇 호가 공개적으로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만 군대 내적으로 명령을 내린 것 같습니다. 전투태세 갖추라고 말입니다. 사회는 그렇게 심하지 않고 군대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상함 만들고, 쌀 다 넣어두고……. 사회 백성들은 그저 그러려니 합니다."

- 이라크 전쟁은 보도를 했나요?

“나도 이라크 전쟁의 자세한 내막은 여기(중국) 와서 알았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1950년대 전쟁처럼 미국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보이는 것마다 쏴 죽이는 줄 알았는데 여기 와 보니까 전쟁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더군요. 우리나라 신문이나 보도에는 ‘이라크가 강하다’는 얘기만 나왔는데 실제 미국에게 거의 먹혔습니다. 이라크의 잠재력이 강하다는 것, 덤비려면 덤벼라, 이렇게 우리에게 듣기 좋게 보도됐는데 앞으로 전쟁이 어떻게 언제 끝나겠는지……."(이 인터뷰는 이라크 전쟁 종료 이전에 있었다.)

- 그런 보도를 들으면서 일반 백성들이 전쟁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 누가 이기든 지든 한번 해보자, 그런 말을 합니까?

“합니다. 당에서 전쟁을 하자던가 우리가 먼저 불을 지르던가 하는 각오는 있습니다. 우리가 무력이 세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실제 무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나라의 비밀이니까 알 수는 없지만 세긴 한 것 같습니다."

- 작년에만 한국으로 간 탈북자가 1천명이 넘었습니다. 북경, 심양에 있는 외국 대사관에 들어가 한국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사건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돌고 있는 말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이 한국에 갔다 하면, 북조선에서는 한국에 간 그 사람이 북조선에 있는 가족과 연계를 맺을까봐 없앱니다(다른 도시로 추방시킨다는 말). 그래서 한국에 갔다 할 때는 그 소리조차 못합니다. 만약 내 동생이 거기 갔다 해도 중국에 있다고 하지 한국에 갔다는 말은 못합니다. 북조선에서는 한국 가는 것을 ‘중국에서 살겠지’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에서 체포되어 북조선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은 어떻습니까?

“중국에서 한 번에 30∼40명씩 송환되어 오면 우선 보위부에서 예심을 합니다. 무엇 때문에 갔는가, 무슨 일을 했는가, 돈을 얼마 벌고 무슨 밥을 먹었는지 세세하게 다 말하도록 합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없을 때는 보안서에 이관시킵니다. 보안서에서는 3, 4번 잡힌 사람은 엄중하게 처리합니다. 처음인 경우에는 강제노동단련대로 데려가 농사일을 시킵니다."

- 국경경비가 심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떨 것 같습니까?

“더 심해 질것 같습니다. 금년, 작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이 늘어난다고 하니까 국경경비를 많이 늘렸습니다. 위에서 급 있는 사람들이 내려와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얼음이 얼면 순식간에 넘어가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돌며 사람들이 다 있는가 확인해 봅니다."

- 요새 공개총살 같은 것이 있었나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나라에 총소리가 많이 나니까 (상부에서)논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교화소에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최고로 15년까지 있고, 그 형기 이상은 없습니다. 지금 교화소 가는 것을 보면 중국 다니는 사람들이 성격(정치적인 성격)이 다르거나, 중국을 여러 번 갔다 온 사람들입니다."

-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노무현 씨가 새로운 대통령이 된 것을 알고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간부용 신문이 따로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있고 간부용 신문이 있습니다. 간부용 신문에 자세하게 나오는데 일반 노동자들 용은 대충 나옵니다. 노동 신문도 볼 것이 없습니다. 정세를 못 보던 사람들이 중국에 갔다 오면 머리 상태가 달라지고 눈이 떠집니다. 우리는 황색 바람을 막는다고 (공식적으로)외국에 보내는 것도 젊은 사람들은 안 보냅니다. 서른, 마흔 넘어야 보냅니다. 외국 가서 좋은 걸 느끼면 조선에서 다 도망가기 때문이죠. 중국에 한 번도 못 가본 앞쪽(북한 남부) 사람들은 조선이 살기 좋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저도 여기(중국) 오니까 정세를 좀 알게 되고, 저기서는 웬만하면 모릅니다. 정세 강연회도 두루뭉실하게 간단히 나옵니다."

- 만약 북조선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심단결 해서 싸울까요, 아니면 도망칠까요?

“장군님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한다는 배짱은 좋습니다. 그러나 군대나 백성들이나 어떻게 움직일지는 앞으로 봐야 압니다. ‘미국이 들어오면 싸움해야지 어디로 뛰겠나’ 하는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 전 북한 인구 중에서 김정일 장군에게 진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장군님 신임 받은 사람들인데……, 장군님 이름으로 간부를 시킨 사람, 항일 투사들, 대원수님(김일성)하고 빨치산 투쟁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정말 당을 받들죠."

- 김정일 장군에 대한 충성심도 많이 떨어졌을 텐데?

“앞에 내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원수님 있을 때는 일 없었는데 (김정일이 김정일의) 위신을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비슷하게는 말하지만 앞에서 얘기하지는 못합니다. 지금 세월이 어떤 세월인가, 나 아니면 믿지 못하는 세월인데. 앞에서는 충신인데 뒤에서는 모두 간신입니다. 내가 보위부 지도원이라면 뒤에서 돈벌이하고 잘 살고 있으면서 앞에서는 일하는 것처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