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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선 - 100언짜리는 '잔돈이다'

지난 호 Keys를 통해 북한의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전했다. 이번 달에는 구체적으로 현재 장마당 물가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았다. 조사는 이제 막 조-중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여러 명의 탈북자들을 면담하였으나 자신이 직접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여 물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들은 대부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다. 가능한 함경도 이외의 평안도, 강원도, 황해도 지방의 물가도 파악하려 했으나, 두만강에 비해 압록강의 수심이 깊고 강폭이 넓어 이 지역 출신의 탈북자들은 찾기가 어렵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빠른 시일 내에 이 지역의 정보를 전해드릴 것을 약속한다.

함경남도 단천시 (4월 20일경) / 50대 여자

함경남도 단천시 (4월 20일경)

입쌀 : 180원 (킬로그램) / 통강냉이 : 110원 (킬로그램) / 강냉이쌀 : 150원 (킬로그램) / 명태 : 300∼500원 (한마리) / 돼지고기 : 350∼380원 (킬로그램) / 사과 : 50∼120 (한알) / 귤 : 20∼80원 (한알) / 달걀 : 20∼25원 (한알) / 비누 : 12∼25원 (북한산) / 감기약 : 2∼3원, 10원, 20원 / 옷 : 바지 500∼1500원 (중국산), / 웃옷 1000∼3000원 (중국산) / 기차 : 단천-청진간 요금 700원

△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은 함경남도 단천 출신의 50대 아주머니는 입쌀 한 킬로그램의 가격을 180원이라고 했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사먹은 쌀 가격이었다. 국경을 넘기 위해 청진을 거쳐왔는데, 그곳 장마당 가격은 250원이라고 했다. “아마 단천도 지금쯤 그 정도는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그는 재작년에는 입쌀 가격이 제일 비쌀 때가 60원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작년 7월 1일에 경제관리조치라는 것이 실시되더니 연말에 쌀값이 120원까지 오르고, 올해 들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 여기서 통강냉이는 껍질을 벗기지 않는 강냉이를 말하고, 강냉이쌀은 껍질을 벗겨낸 알맹이만을 말한다. 따라서 통강냉이 가격보다도 강냉이쌀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 감기약은 포장된 캅셀을 가위로 잘라서 낱개로 판다고 하는데, 효능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고 대개 중국산이나 독일산이라고 한다.

△ 기차는 지난 1월부터 ‘좌석번호제’라는 것이 실시되면서 타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예전에 북한 기차는 올라타서 먼저 자리를 잡는 사람이 임자였는데, 이제 통행증을 제시하여 좌석번호를 받아야만 기차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탄생하면 늘 그에 맞는 새로운 편법이 생기는 법. 통행증을 음성적으로 사고 팔게 된 것이다. 승인번호가 붙인 지역의 통행증은 600원에, 일반 지역의 통행증은 300원에 암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증언자는 “지금은 물가가 올라 승인번호 지역의 통행증은 1,200원 주고도 사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북한의 통행증 및 승인번호 지역에 대해서는 Keys 2002년 6월호 ‘탈북자들의 탈출과정과 송환 후의 운명’을 참고바람).

△ 이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장마당 장사만 했으므로 근로자들의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했다. 지난해 경제관리조치 이후 대개 1,500원∼4,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5,000원을 넘게 받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생산단위는 성과에 따라 월급을 차등지급 하는데, 비생산단위(의사, 교원, 공공기관)는 정액을 받는다 한다. 하지만 그 월급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채 물가만 올라 “뜯어고치지 않았을 때보다(경제관리조치 이전보다) 살기가 더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 북한에 1000, 5000원권 지폐가 나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처음 이 지폐가 소개되었을 때 한국의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평양이나 라선 등 일부 지역에서만 유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은 “파란 돈이 대단히 많이 돌아다닌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예전의 최고액권이었던 100원짜리는 빨간색이었는데, 이번에 발행된 1000원, 5000원권은 파란색이다. 따라서 ‘파란 돈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말은 고액권의 유통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말이다. 웬만한 장사를 하는 사람은 다 파란 돈만 갖고 다닌다고 한다. 그는 “이제 100원짜리는 잔돈”이라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원이 노동자 한 달 월급과 맞먹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북한의 인플레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중국 인민폐 100원이 북한 돈 9,500원과 같다. 이것은 지난 3월 10일경 상황이다. 지금은 13,000원 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곧 있으면 15,000원 정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물가폭등을 이야기하면서 ‘살인적(殺人的)'이라는 수식어를 곧잘 쓰는데, 이런 경우에 딱 적합할 것 같다.

함경북도 청진시 (4월 20일경) / 40세 남자

함경북도 청진시 (4월 20일경)

입쌀 : 250원 (킬로그램) / 통강냉이 : 150원 (킬로그램) / 사과 : 200원 (킬로그램) / 귤물(오렌지쥬스) : 150원 (병, 중국산) / 명태 : 200원 (한마리) / 돼지고기 : 300원 (킬로그램) / 기름 : 500원 (한병, 500그램, 콩기름) / 비누 : 100원(세수비누), 70원 (빨래비누) / 약 : 10원에 5알 (열 내리는 약) / 옷 : 질이 좋은 잠바 3,000원, 바지 2,000원 학습장 : 15원 (24장정도, 북한산) / 연필 : 10원 (한자루) / 교복 : 1000원 (상하) / 가방 : 500원 / 텔레비전 : 컬러 3만원∼8만원(중국산, 20인치 정도), 흑색 1만 5천원 / 녹화기(VTR) : 4만원 정도 (중국산) / 냉동기 : 2년 전에 3만원, 지금은 6만원 정도 / 월급 : 2,000원∼4,000원 (비생산직 연구원) / 담배 : 고양이담배 250원 (한갑) / 자동차 : 샛별∼청진 1,000원, 샛별∼회령 700원 (4월) / 휘발유 : 한 병에 400원 (400∼500그램) / 술 : 150원 (킬로그램), 한 병에 70∼80원

△ 14살 난 딸을 데리고 탈출한 이 아저씨는 학용품 가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중국에 친척들이 많아 돈을 자주 부쳐주어 그는 북한에서 살 때도 집에 VTR과 냉장고가 있었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는 지금의 북한 사회를 “빈부격차가 너무도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부자라고 해봤자 이 사람의 생활 정도이다. 매일 세끼 쌀밥을 배불리 먹고, VTR이 있어 연변을 통해 들어오는 한국 비디오도 몰래보고(그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도 꽤나 많이 봤다), 술도 마음껏 사 마시는 정도. “그보다 더 부자는 어느 정도로 사느냐”고 물으니 “집이 여러 채 있고, 텔레비전이 여러 대 있고, 창고 가득 쌀을 쌓아 두고 있다”는 정도로 대답했다. 그리고 “가전 제품이 일제이냐 중국제이냐에 따라 부유한 정도를 나눠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결국 그 정도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 계속 살 수도 있지만 보다 자유로운 땅을 찾아가고 싶다”고 탈출의 이유를 밝혔다. 사연인즉 한국에 가서 딸애를 보다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이다.

△ 그는 자신이 중국으로 탈출할 때 중국 인민폐 100원이 북한 돈 13,000원에 거래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쯤 15,000원 정도 할 것이라고 했다.

△ 여기에서 ‘고양이 담배’는 북한에서 담배 가격을 논할 때 흔히 등장하는 담배이다. 그렇다고 흔한 담배가 아니라 대단히 비싼 고급 담배로, 주로 뇌물로 통용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다보면 “고양이 세 막대기(보루)를 고이고(뇌물로 바치고) 풀려났다”는 말이 등장하기도 한다. 가격에서 보듯이 고양이 담배 한 갑이 쌀 1킬로그램보다 비싸다. 따라서 북한에서 돈 꽤나 있는 사람들, 행세하는 사람들, 직위로 따지자면 군당책임비서 이상쯤 되어야 고양이 담배를 피운다.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주요 소비처는 북한이다. 포장지에 흑색, 적색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 ‘고양이 담배’라고 부른다.

△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술은 모두 개인집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함경북도 어랑군 (5월 10일경) / 34세 여자

함경북도 어랑군 (5월 10일경)

입쌀 : 220∼230원 (킬로그램) / 강냉이쌀 : 170∼180원 (킬로그램) / 통강냉이 : 130∼140원 (킬로그램) / 명태 : 100원 (한마리) / 사과 : 250∼300원 (킬로그램) / 달걀 : 30원 (한알) / 조미료 : 중국산 마늘 150∼160원 (킬로그램), 북한산 마늘 200원 (킬로그램), 북한산 고춧가루 500∼530원 (킬로그램) / 사탕과자 : 북한산 450원∼중국산 600원 (킬로그램) / 담배 : 고양이 담배 300원 (한갑) / 술 : 140∼150원 (킬로그램, 알콜농도 25%정도) / 기름 : 600-655원 (킬로그램) / 비누 : 양잿물 100원(킬로그램) / 자동차 : 함경북도 신포시∼청진시 800원 (4월) 전기세 : 20원 정도.

△ 30대 초반의 아가씨가 전해준 가격이다. 그는 ‘물건을 갖고 달리는’ 일을 했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함흥이나 청진항에 물자가 들어오면 장사꾼(주로 당 간부나 이들을 끼고 있는 대형 장사꾼)에게서 이것을 받아 중소도시 등에 있는 장사꾼에게 배달해주고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일이다.

△ 그가 살았던 곳은 바닷가 마을이라 물가가 다른 곳에 비해서 비쌌다고 한다. 대신 명태 등 수산물의 가격은 비교적 쌌다. 북한은 모든 운송수단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하다 보니 이렇듯 지역별로 상품의 종류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난다.

△ 북한산 사탕과자는 집에서 만드는데, 설탕가루를 사서 물에 풀고 달이면서 어느 정도 걸죽해지면 식초를 넣어 굳힌다고 한다.

△ 모든 물가를 보면 ‘킬로그램’ 단위를 볼 수 있다. 낱개가 아니라 보통 “한 킬로에 얼마”하는 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북한 장마당에 나가보면 온갖 종류의 저울이 다 있다고 한다. 보통 대저울이나 용수철 저울로 재는데, 저울 눈속임도 많아 50∼100그램 정도 사기 당하는 건 으레 있는 일 정도로 여긴다고 한다.

△ 파란색 돈 - 즉 500원, 1,000원권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모양은 100원짜리와 같이 김일성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데 다만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곧 1만원권이 나온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거래하려면 100원짜리를 몇 뭉치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아예 세는 것을 포기하고 대강 눈짐작으로 파악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디나르화의 가치가 폭락하여 세는 것을 포기하고 돈의 무게를 재서 달러와 맞바꾸는 전후(戰後) 이라크의 시장 풍경이 떠올랐다.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여행용 가방에 돈을 넣어 들고 갔다는 중남미의 어느 나라 이야기도 뇌리를 스쳐갔다.

△ 전기세는 보통 20원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물세(수도세)를 물어보았더니 “우물물을 길어 먹기 때문에 물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빨래도 개울가에 가서 한다. 빨래비누는 쓰지 않고 양잿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양잿물 한 킬로그램에 100원 정도 하는데, 양잿물을 통에 넣고 여기에 강냉이 눈 빻은 것을 넣어 섞어 쓴다고 한다. 보통 양잿물 500그램에 강냉이 눈 2킬로 정도의 비율로 섞는다.

△ 여기에서 말하는 자동차 요금은 트럭 뒤 칸에 올라타는 비용을 말한다.

△ 그는 지난호 Keys에서 다른 탈북자들이 한 증언과 같이, 지금의 북한 상황을 “미(未)공급이 시작될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대량아사가 발생했던 1995∼97년의 바로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바쁘게 산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럼 1995년처럼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냐”고 물으니, 그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의 빈곤은 ‘절대적 빈곤’이라기보다는 ‘상대적 빈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탈북자들은 “미공급 때처럼 풀을 뜯어먹지는 않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누구든지 밥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간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바쁘면 풀이라도 뜯어먹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자존심이 많이 높아져 식량난도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했다. 제2의 대량아사 사태가 벌어진다면 “비명 속에 사람들이 서서히 죽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식량이 바닥나면서 한꺼번에 죽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말도 들린다.

△ 기차에 좌석번호제가 생기고 요금이 엄청나게 올라가면서 한동안 열차칸이 조용했다는 보도는 이미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기차 타기가 바빠졌다”고 한다. 이번에 탈북한 어느 아주머니의 경우, 청진에서 회령간 기차를 탔는데 “오르기가 영 힘이 들더라”고 기차 사정을 전했다. ‘“오르기 힘들다’는 게 어느 정도냐”고 물으니 “조선에서는 기차 승강대에 발을 올릴 수 있을 정도면 ‘힘들다’는 말을 안 한다”고 대답했다. 한참 기차 사정이 심각했을 때 지붕 위에까지 사람들이 올라타고 가다 떨어져 죽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지금 지붕 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객실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함경북도 무산군 (5월 15일경) / 38세 남자

함경북도 무산군 (5월 15일경)

입쌀 : 220원 (킬로그램) / 통강냉이 : 140원 (킬로그램) / 강냉이쌀 : 180원 (킬로그램) / 돼지고기 : 230원 (킬로그램) / 명태 : 350원 (한마리) / 국산 페니실린 : 200원(200만 단위), 중국산 180원 (180만 단위) / 중국 정통편(진통제) : 5원 (한알) / 신발(아동화, 5세∼12살) : 500원 (중국산) / 텔레비전 : 흑백 평균 1만원, 컬러 8만원(중고)∼10만원(새것, 중국산 長弘) / 냉동기 : 5만원 정도 (중고, 일본산 HITACHI) / 자전거 : 통카바 3-4만원, 쪽카바 1만5천∼2만원 (중고, 일본산) / 기름 : 600원 (킬로그램), 300원 (한병) / 맛내기(미원) : 650원∼700원 / 비누 : 빨래비누 80∼100원 (중국산 前進), 세수비누 50원 (북한산 봄향기, 신의주화장품) / 담배 : 고양이담배 400원 (한갑) / 술 : 80원 (한병) / 두부 : 50원 (한모) / 달걀 : 25원 (한알) / 사과 : 250∼300원 (킬로그램) / 두부콩 : 230원 (킬로그램) / 옷 : 남자 바지 1000원, 잠바 4000원 (중국산) / 연필 : 10원 (한자루, 중국산) / 학습장 10-15원(25매, 북한산)

△ 병원에 가도 약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장마당에서 개인이 파는 걸 사서 먹어야 한다. 이 탈북자의 경우 부인이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 페니실린과 진통제 가격의 변동 추이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

△ 자전거의 가격 중 통카바와 쪽카바는 체인부위에 카바(cover)를 씌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말한다. 여전히 자전거를 갖고 있는 집은 부잣집이라고 한다.

△ 무산에서 텔레비전은 “다섯 집에 한 집 정도는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보급률이 좋은 편이고, 산골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의 경우에는 “열 집에 한 집 정도”라고 대답한다. 증언자는 “(북한에서)텔레비전이 있는 스무 집 가운데 한 집이 채색(컬러)텔레비전”이라고 했다. 곧, 전체 100가구 중 다섯 가구가 컬러텔레비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기에 사람들이 덧붙이는 말은 이런 것이다. “텔레비전이 있어서 뭐해, 전기가 안 나오는데." “텔레비전이 있어서 뭐해, 볼 것이 없는데."

△ 무산탄광 노동자인 증언자는 2002년 7, 8월 두 달 월급 받고 그 뒤로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첫 달에는 3,000원에 약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았고, 두 번째는 여기에서 석탄값 250원을 제하고 받았다고 한다. 자신은 그 뒤로 장사를 하면서 출근을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동료들을 보니 드문드문 월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7.1 경제관리조치가 취해지면서 노력성과에 따라 월급을 차등지급했는데, 탄광 지배인이 교양시간에 하는 말이 “최고로 많이 받은 사람은 1만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말 그 정도 받은 사람이 있는지, 노동의욕을 부추기기 위해 지어낸 말인지는 알 수 없다.

△ 그 역시 작년 이맘때 입쌀이 55∼60원, 강냉이가 25원 이하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일년 사이에 물가가 4배 정도 오른 것이다.

△ 무산탄광의 출근율은 보통 60%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탄광은 출근율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여타 공장은 대부분 출근하지 않고 ‘8.3과제’로 돈을 집어넣고 장사를 한다. 8.3과제란 자기 공장의 작업 이외에 장갑, 빗자루 등 간단한 경공업품을 만들어 바치는 제도로, 식량난 이후 사람들은 현물(現物)로 바치지 않고 그 액수만큼의 돈을 공장에 내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 “요새는 사회보장 받는 게 추세”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즉 일자리도 없을뿐더러 일하기도 싫으니 공짜로 국가 돈을 타 먹으며 사는 방법이 ‘사회보장’이다. 북한에서는 정년 퇴임을 하거나 병으로 직장을 그만두면 국가에서 일정액의 돈을 매달 지급해준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것이니 누구든 사회보장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사회보장을 받으려면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발급받기 위해 의사에게 뇌물을 준다. 모든 의사가 다 이런 진단서를 떼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에서 특정한 몇 명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너도나도 사회보장을 받으려는 풍조 때문에 요새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문에 조-중 국경지역의 경비도 심해졌다. 북한 쪽에서도 그렇지만 중국 쪽에서는 더욱 심하다. 중국 변방부대가 도로 곳곳에 차단물을 설치하고 사람과 자동차를 검열하고 있다. 이러한 사스 검역 과정에서 애매하게도 탈북자들이 다수 체포되어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 국경지역의 보위부, 예를 들어 무산이나 회령시 보위부에는 지금 갑작스레 밀려든 송환된 탈북자들로 인해 감방이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보위부로 끌고 가기 전에 병원으로 가 건강검진을 시킨다는 것이다. 혹여 SARS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보이는데, 언제부터 탈북자들의 건강문제를 이토록 신경을 썼단 말인가!

△ 북한에서 일가족이 사는데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 될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강냉이쌀을 먹고 산다면 3인 가족이 한달 동안 60∼70킬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물가대로라면 먹는 것에만 약 1만원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각종 부식과 조미료, 기름 등을 사자면 5천원 정도가 추가된다. 따라서 1만 5천원이면 북한 3인 가족이 한 달 동안 배 골지 않고 살 수 있다. 북한돈 1만 5천원은 현재 중국 인민폐로 100원에 해당하고, 이것은 다시 한국돈 1만 5천원과 같다. 당신이 맥주 5병을 마시지 않는다면 북한의 한 가족을 먹여 살릴 수도 있다.

△ 물론 풍족하게 살자면 한 달에 3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한 달에 3만원 정도면 “식의주(食衣住)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장사꾼들은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7.1 경제관리조치 이전에는) 하루에 100원 벌이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았는데 요새는 하루에 200원 벌이를 해도 굶주린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중국 인민폐 1,000원, 즉 한국돈으로 15만원 정도면 북한에서 최상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