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주로 범죄자나 북한사회에 불만을 품고 도망쳐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거의 없었던 90년대 초반까지는 탈북자들 가운데 더러 범죄자나 북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주로 식량난과 경제난을 해결하려고 넘어온 탈북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탈북동기나 유형, 연령과 직업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군인이나 유학생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의사, 교수, 과학자, 설계사, 농민, 무용수, 운동선수, 노동자, 기관원, 당원, 학생, 정치범 수용소 출신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정치적 독재 실태에 대한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90년대 중반 이후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다는 것, 그리고 가혹한 독재정치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과 반대되는 증언을 하는 탈북자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입국 탈북자 가운데는 한국 정부의 강압 때문에 북한의 현실을 일부러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탈북자들 가운데 자신의 경험을 부풀려 돈을 벌여보려는 의도로 간혹 자기 경험이 아닌 이야기를 마치 자기 경험인 양 말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북한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가급적 축소하여 이야기하거나 탈북자들의 증언과 활동을 자제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햇볕정책을 구사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 사회의 실정을 이해하는 데 탈북자들의 증언을 능가하는 자료나 근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해버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고 나서 신빙성 없는 내용은 걸러내고 신빙성이 있는 내용을 추리고 종합해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태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