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탈북자 최주혁 씨가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내부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쓴 글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knet.org) 「탈북인과의 대화」게시판에서 원문을 볼 수 있다.
1994년 7월 8일 낮 12시 조선중앙방송에서는 “민족의 태양이시고, 전설적 영웅이시며,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급성심장질환으로 서거하셨다”는 보도를 온 나라에 장엄하게 알렸다.
모든 북한사람들, 아니 북한전체가 침묵상태에 들어갔다. 긴장감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정말 김일성이 사망하였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지?’ 하는 생각을 하며 서로가 얼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국에 비밀리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군의
쿠데타를 막기 위한 호위국과 방어사령부의 비밀전투행동이 시작되었다. 평양시내는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요충지들이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에 둘러 쌓였다. 과연 쿠데타가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앞으로 우리 북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가 걱정이었다.
‘지시를 기다리라’는 당의 지시가 내려왔다. 하루가 지나자 김일성의 장례를 국상으로 하며 집안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처럼
행사를 조직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내려왔다.
“울지 않는 자는 양심이 없다, 아버지가 죽었다면 울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무조건 울어라!"
장군님의 방침이었다.
“울지 않는 자는 딴마음을 품고 있다, 엄격히 처벌하라!"
하루가 지나자 백성들은 울기 시작했다. 과거에 북한 사람들은 체제에 불만이 있어도 울거나 서러워하지 못했다. 그러나 굶주리고
못사는 설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설음과 걱정 때문에 그동안 울고싶어도 울지 못하던 설움을 이때라 생각하고 마음놓고 울기
시작했다. 울지 않으면 보위부가 색안경을 쓰고 보는데 차라리 실컷 우는 것이 좋았다.
울지 않았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감투를 쓰고 잘못되었던가.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인공 김용린은
울지 않았다고 하루아침에 북창 석산리 관리소에 내려앉았고, 전력공업부장은 부임한지 하루만에 울지 않았다고 요덕수용소로
좌천당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얼마나 고생을 당했는지, 외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것이 1994년
7월의 눈물이었다.
반면에 이런 일도 있었다.
“수령님 정말 가시옵니까? 수령님이 가시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우는 한 노인이 있었다. 이 통곡소리를 김정일이 듣게 됐다.
“뭐야? 방금 그 말 누가 했어! 수령님이 없으면 내가 있잖아. 저 ×이 그래서(김일성이 없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면서)
저렇게 통곡하며 울고 있구나. 너무 우는 ×도 속이 검은 ×들이니 특별히 알아서 처리해!"
이것은 항일열사가족인 어느 간부 노인의 일화다. 울지 않아도, 그렇다고 너무 울어도 죄였던 것이다. 1994년 7월의
눈물은 과연 어떤 눈물인지, 모두들 알아서 판단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