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네트워크

NKnet이 만난 사람

북한인권운동의 한길을 가는 아름다운 행동주의자 도희윤

진정한 좌파는 북한인권을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과 헌신’의 초심(初心)으로 북한인권운동의 한길을 가는
아름다운 행동주의자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

최봉일, 석재현, 김희태, 최영훈, 이광일, 이희보, 정기붕, 김광일, 오영필……. 이 이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 이름은 현재 중국의 차디찬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체포, 구속되었다. 이들과 똑같은 일을 하다 체포되었던 일본인들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모두 석방되었지만 이들은 1년이 넘도록 감옥 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은 벌써 첫 눈이 내렸다고 한다. 살을 에는 북방의 추위를 견디며 그들은 또 한번의 겨울을 넘겨야만 하는걸까?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기억해주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가슴에 담고, 오늘도 이들의 석방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장, 외교통상부 앞 항의시위, 중국대사관 앞 1인 시위, 외교부 담당자 면담 등 실천의 현장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사람.

마이크를 들고 집회를 이끄는 모습만을 본 사람들은 그를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오해다. 북한인권문제와 납치자 송환, 구속자 석방을 요구할 때는 냉철한 용기를 보여주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늘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아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푸근하게 만들어 주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행동주의자’라고 평한다. 아름다운 행동주의자 -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을 만나보았다.

피랍탈북연대가 결성된 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창립초기부터 사무총장을 맡아 이끌어오고 계신데, 언제부터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한반도의 아들 딸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학교를 다닐 때부터 통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원 졸업논문도 “통일이후 북한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주체로 연구를 했으니까요. 저는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 출신입니다. 아시다시피 흥사단은 1913년 나라를 잃은 설움을 극복하고 독립된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지도자 양성에 목적을 두고 창립한 단체이지요. 이러한 흥사단 사상을 기반으로, 반세기동안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는데 헌신해야겠다는 각오를 자연스레 키워왔습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권으로, 구속된 경력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통해서 더욱 관심의 강도는 높아졌고요. 특히 광주항쟁, 권력형 비리 문제 등에 공부는 제쳐두고 분노하기도 하고 사회개혁을 위해 뭔가 할 일을 찾곤 하였지요.
청소년 때부터 키워왔던 이런 생각들을 대학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이 무언가 하겠다고 펄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선배들이 놀랠 정도였지요. (웃음) 대학 2학년 때에는 40여개 써클(동아리)을 조직, 연합회를 결성하여 그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때가 1987년도였는데 그 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발족되었습니다. 학교대표로 제가 참여하게 되었고 공개 수배된 상태에서 반독재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의 내부에 상당한 분파가 있었는데, 저는 소수파인 제헌의회(CA) 그룹 학생조직인 ‘민족민주학생연맹’ 중부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구속되어 2년여 동안 옥고를 치른 바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생겨나 많은 사람들의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는데, 도 총장님도 여기에 해당되시겠군요.

“저는 민주화운동보상을 신청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보상받을 일을 했다고는 보지 않거든요. 당시 우리는 상당히 과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공기물을 파손하기도 했고 같은 또래인 전경들도 많이 다치게 했죠. 민주화 운동이라고 해서 이러한 모든 행동이 옳았던 것만은 아니지요. 사회를 위한 희생, 사람에 대한 헌신이 저의 목적이었고, 무슨 보상을 받고자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회와 사람을 위해 해야 할 과제가 더 많죠.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성되었습니까?

“흥사단에서 오래 근무하였는데 흥사단 민족통일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을 당시, 탈북자 유태준 씨가 북한으로 끌려가 공개처형 당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통일문제, 북한인권문제, 납북자 문제에 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오고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의 보도는 더 이상 학술적인 활동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고, 즉각 신문에 연대활동의 필요성을 알리는 기고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기고문을 보고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초 안타깝게 작고하신 이서 목사님도 그분들 중에 한 분이셨는데 상당히 구체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저를 빨리 만나기를 원하셨어요. 당시 이 목사님은 김동식 목사 납치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뵙고 나니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코드’가 맞더군요.

일단 ‘유태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연대’를 조직하고 국내외 인권단체와 협력하여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에 의한 강제납치 문제, 탈북자 인권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조직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관련단체들과 느슨한 형태의 연대조직을 2001년 3월 30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탈북자 유태준 씨가 중국 여행 중 사라진 때는 2000년 6월.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생각은 않고 그 해 9월 정착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10월에 가족들에게 유태준 씨가 북한에 있다고 통보하면서 임대아파트를 회수하고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등 행정적인 절차만 밟아갔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과 북한인권단체 활동가들 사이에는 “유태준이 중국 연길시에서 북한 특무에 납치되어 끌려가 공개처형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저 조용한 소문으로만 묻힐 수 있었던 이 사건은 2001년 3월 16일 조선일보 섹션 ‘NK리포트’에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동식 목사 구명운동을 펼치던 이서 목사와, 당시 흥사단 민족통일본부 사무처장이던 도희윤 씨가 ‘유태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시켰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태준 씨 문제가 거론되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이 유태준 실종사실을 크게 보도하여 국제적인 관심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교포들이 ‘유태준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렇게 되자 2001년 6월 7일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유태준이 공화국의 품으로 귀환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유태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유태준 씨를 공개처형 의혹을 제기하면서 생사를 확인해 줄 것을 촉구하였고, 6월 12일 북한은 이번에는 평양방송에 유태준 씨를 등장시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육성으로만 보도된 이 방송을 듣고 유태준 씨의 어머니 안정숙 씨가 ‘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하자 시민연대는 다시 TV를 통해 생사확인을 해주고 유태준 씨를 면담할 수 있도록 하라고 북한 측에 요구했다. 마침내 2001년 9월 MBC 방송 통해 살아있는 유태준 씨의 모습이 담긴 테이프가 전달되었다.

국제사회의 관심사항이 된 유태준 씨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된 북한 정권은 그를 양정사업소에 배치하였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한 유태준 씨는 다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 한국 대사관에 구명(救命)을 요청했다. 유태준 씨는 2001년 11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죽었다고 소문난 사람, 자칫 소리없이 죽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시민연대의 끈질긴 투쟁에 의해 ‘되살아난’ 것이다. 유 씨가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기적적인 일이 벌어지기까지는 피랍탈북인권연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태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연대’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데 이견이 없다.

피랍탈북인권연대의 주요한 목표와 활동 내용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저희 연대의 활동목표는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북한에 의해 강제 납치되어 아직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납북자의 조속한 귀환과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은 강제로 납치된 납북자들의 조속한 귀환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화해와 협력을 바란다면 분단의 희생양인 이들을 되돌려 보내는 것이 일차적 과제입니다. 저희 연대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납북자가족협의회,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의 조직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힘을 보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탈북자의 인권문제입니다. 제3국을 떠돌며 구원의 손길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탈북난민들이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되어 생명과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과,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안정, 청소년 교육 등 삶의 질 향상을 후원하는 활동에 매진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가 하루속히 해결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은, 북한 체제의 변화, 즉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체제로의 변혁입니다. 이를 위한 활동 또한 인권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도희윤 총장은 폭넓은 활동과 강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납북자 가족들의 해상시위에 함께 하고, 납북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활동에서 앞장서고 있으며,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 설립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그만큼 가정에 소홀할 수도 있지만, 또 소문난 애처가다.

NGO 활동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요. 특히 재정적인 문제라든지……

“분명한 사실은 NGO라는 곳은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항상 5분 대기해야 한다고나 할까요. 노력을 투하하는 정도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성과가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체의 어려움이라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의 기부문화가 발전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그런 부분에 힘을 소진시키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어렵더라도 원칙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진다고 할까요. 솔직히 그런 유혹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NGO는 국가기관과의 적절한 긴장과 협력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이 기본으로 깔리지 않으면 그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단법인 등 법인관련 등록기준을 완화하고, 후원하는 국민이 다같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법제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연대 활동을 해오면서 정식 급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뜻에 공감하는 많은 동료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요. 그분들의 고귀한 후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제 앞에 주어진 모든 과제를 흔쾌히 끌어안고 달려갈 것입니다.”

얼마 전 피랍탈북인권연대는 대북지원식량이 장마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도 일본의 인권단체와 함께 이런 사실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이렇게 지원식량이 전용되는 것에 대한 사무총장님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요. 저희들이 영상을 전달받은 시기가 8월 하순이었습니다. 처음 그 영상을 보면서 북한 내부의 장마당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고무적이었는데, 그 내부에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북한주민의 고통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릇된 체제의 부패구조를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저희와 연대하고 있는 몇 개의 단체들이 곧바로 공개질의서를 작성하여 통일부장관에게 제출하였습니다. 실무자들과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구요. 정부 조사단의 실사내용 공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대북지원 물품들이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 되게 하기 위해서 지원 경로의 투명성, 분배의 투명성, 조사의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영상의 공개로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에 있어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북한정권의 사악함이 이제 국제사회 앞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북한을 민주화하는 길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가 생각하는 북한민주화운동론이랄까, 그런 것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민주주의는 모든 역사와 사회를 관통하는 진리의 영역입니다. 북한도 이것을 결코 거부할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모든 국가기관을 김정일 자신을 위해 맞춰 놓은 악랄하기 그지없는 북한사회가 스스로 개혁개방, 자유인권의 옹호를 추구해 나가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북한의 민주화운동에는 여러 가지 내용과 경로가 있겠지만 저는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제사회의 역량을 북한의 민주화에 집중시켜야 할 것입니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처참한 북한 인권실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주민을 탄압하는 폭압기구의 해체를 위해 다양하고도 강력한 국제대오를 형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남한내의 북한민주화 역량을 제고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남한에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헌신적인 운동역량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열심히 이 길만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기초체력과 내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마츄어리즘에 머물고 있는 단체들의 섣부른 행동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을 수 있는데,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서의 조직 특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충분한 역량제고와 결집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북한내부의 민주역량을 조직하고 국제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감내하고 있는 단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지요.”

도 총장은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식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말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질문을 하면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가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답변을 이야기하듯 잠깐 만에 체계적으로 답변을 한다. 북한민주화운동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곧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 나서는 뭔가 답변이 부족했다고 생각됐는지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게 생각해서도 안됩니다”라며 “우리가 부지런히 뛰어 일할 때 북한민주화의 날이 빨리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남(南南)갈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한국 내 이념 갈등도 심각한데요, 이에 대한 사무총장님의 견해는?

“한국 내의 갈등구조…, 저자신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세간의 친북좌파들, 저는 그들을 ‘수구반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한심하지요. 그들은 스스로를 진보라 하는데 김정일 정권에 협력하는 것은 수구 중에서도 수구이고 반동 중 반동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건전한 좌파는 북한인권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부패한 권력에 대하여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요, 다양한 의견을 결코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북한을 공산주의,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패한 권력과 제국주의에 대항했던 혁명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모독하는 표현입니다. 현재 북한 정권은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세습독재체제일 뿐입니다. 이들을 옹호하는 자들이 어찌 역사의 진보세력입니까? 자국민을 굶겨죽이고 때려죽이고 가둬죽이는 파쇼집단을 옹호하거나 방관하거나 회피하는 세력이야말로 역사의 수구반동들이지요.

물론 이들은 극히 소수이지만,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염려하시는 만큼 비관적인 상황이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능력과 민주주의적 저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을 대안으로 보십니까? 나아가 도 총장님은 보수주의자입니까?

“보수세력을 자칭하는 세력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부패한 기득권자들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들도 좌파내의 친북세력과 마찬가지로 보수세력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보수’하면 기득권, 부패, 이기주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요새 ‘건전한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이 열심히 해서 제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제거하여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미지의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보수내부의 그 ‘보수성’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보수도 역동적이어야 합니다. 깨끗해야 합니다.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 명확히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평가해주는 것이 되어야겠죠. 그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하나의 궤적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현실에 충실할 뿐입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는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가치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와 도 총장님의 개인적인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연대는 지속적으로 납북자 송환, 탈북자 인권, 북한민주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각 단체의 역량과 특성을 제대로 연결하고 협력하여 개별단체의 발전과 한국내 북한인권역량의 제고를 위해 쉼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계획이란, 이 일을 위해 계속 열심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주변 환경은 참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날로 그 역량을 더해가고, 일본은 강력한 리더쉽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주도권을 행사해 온 미국까지.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한반도의 미래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향후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북한 문제’입니다. 북한 문제를 잘 푸느냐 못 푸느냐에 한반도의 명운이 달려있습니다. 저는 통일된 한국이 세계에서 아름답고,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소중한 나라가 되기를 진정으로 원합니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저 역시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존경하는 사람과 생활신조에 대해 물었다. 흥사단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력답게 주저없이 ‘도산 안창호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꼽았다. 생활신조도 도산 선생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우리에게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북한인권운동을 이끌어갈 활동가가 부족하다고 아쉬워 할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열성적인 활동가가 되어 노력하다보면 자연히 대열이 늘어날 것이라는 충고의 말로 들렸다. 늘 앞장서 나아가는 사람, 그 자신이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 - 아름다운 행동주의자 도희윤 사무총장에게서 북한인권운동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