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周逸의 북한이야기
뇌물 공화국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뉴스를 접할 때 상당히 의아스럽게 느끼는 것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경제인과 정치인들을 보는 것이다. 솔직히 뇌물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법적 제재를 받는 많은 정치인들, 경제인들에 관한 뉴스는 탈북자들에게 매우 낯설다. 북한에서는 고위공직자가 뇌물이나 비리혐의로 처벌 받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전직 대통령까지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 사회는 과연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남한 주민들은 늘 뉴스거리가 되는 사건들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나 탈북자들의 느낌은 다르다.

알다시피 뇌물이란 직권(職權)을 이용하여 특별한 편의를 보아 달라는 뜻으로 주는 부정한 금품이다. 따라서 권력이 형성된 사회라면 뇌물이라는 부정행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한국사회도 아직 부정부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한국에서는 ‘부패방지위원회’와 ‘내부자 고발제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정치자금이나 선거관련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또 국제 사회에서도 뇌물방지를 위한 협약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 뇌물방지 협약(1999년 2월 15일)”을 맺고 매년 부패지수를 산술적 지표로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뇌물행위에 대한 법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부정부패가 자행되면 이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 사회에서는 뇌물 수수혐의에 따른 범법자들을 처벌하고 사건이 파헤쳐 지는 모습들이 늘 뉴스에 비쳐진다. 위와 같은 뉴스 속에 살다 보면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뇌물행위와 같은 부정 부패가 판을 치는 분위기 속에 산다는 느낌을 가질 만도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탈북자들은 위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폐쇄성을 깨닫게 된다. 부정행위는 반드시 척결하는 사회와 부정이 만연해도 처벌할 수 없는 사회의 차이점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남한 사회와는 달리 북한 사회에서는 뇌물행위와 같은 부정행위를 척결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뇌물행위는 부정의 의미를 떠나 사회 안에 일상적인 문화처럼 자리 잡혀 있다. 따라서 뇌물행위 때문에 법적 처벌을 받는 자도 없다. 더욱이 최고 권력자가 뇌물 수수혐의로 법적 제재를 받는 사건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북한에서 뇌물행위가 하나의 합법적, 비합법적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되기까지는 주민들의 궁핍한 경제생활에도 요인이 있지만 근본 원인은 김정일이 뇌물행위를 합법적인 정치활동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 사회에서 뇌물행위가 사회적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된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뇌물행위가 문화로 자리잡게 된 기본요인
북한에서 뇌물행위가 사회적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된 것은 북한 주민들을 핵심군중, 기본군중, 복잡군중 등 3개 계층으로 분류하고 해당되는 계층에 따라 인간의 생존권과 발전 능력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피라미드식 성분별 계급제도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어디까지나 생존과 발전의 욕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북한 사회 주민들도 가능한 보다 나은 편리한 생활을 갈망한다. 우리가 흔히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는 말을 하듯이 북한 주민들도 생활수준의 발전을 강하게 원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민들을 인위적으로 분리시켜 놓은 성분별 분류와 거기에 따른 사회적 차별 때문에 자신이 꿈꾸는 삶을 이룰 수가 없다. 따라서 보다 나은 계층에 끼여 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핵심군중에 속해있는 주민은 보다 편리한 생존을 추구하기 위해 김정일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충성심을 표현 해야 하고 기본군중에 속해 있는 주민이 핵심군중들처럼 편리한 생존권을 부여 받자면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 군중들에게 아부를 해야 한다. 역시 사회적 고립대상인 복잡군중에 속한 주민이 그 속에서 벗어나 기본군중의 계열에 들어가자면 큰 권력을 쥔 핵심군중들에게는 물론, 쥐꼬리만한 권력을 쥔 기본군중들에게까지 복종해야 한다는 말이다. 뇌물이 올라가는 구도를 기호로 나타내 본다면 “복잡군중〈기본군중〈핵심군중〈김정일” 이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사회는 양반, 상인, 노비로 구분된 봉건사회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바로 자기 위 계층에 뇌물을 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사회로 보면 된다. 봉건사회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 정도에 따라 본인에게 붙여진 계층에서 벗어나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제작한 “홍길동”이라는 영화에는 홍길동이 “검은 군단”이라는 외적들을 잡아내어 나라에 큰 공을 세우지만 서첩의 자식이라는 신분 때문에 양반이 되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게 된다. 봉건사회의 신분제도는 왕도 어쩔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실례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즉흥적인 지시에 따라 복잡계층의 주민이 어느 날 핵심계층에 들어 갈 수도 있다. 봉건사회도 봉건적 질서에 따라 운영되지만 북한에서는 헌법도 필요 없고 김정일이라는 절대군주의 지시가 곧 법과 제도가 된다. 그 즉흥적인 지시 형태가 “광폭정치”로 표현된다. 광폭정치는 한마디로 김정일에게 충성하기만 하면 지난날 본인 또는 선대가 과오를 범해 복잡군중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충실성이 인정만 되면 기본군중으로, 핵심군중으로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위“정치적 생명”을 안겨 준다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 정치적 생명은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충실성의 가치”에 따라 규정된다. 그 가치의 가장 확실한 표현은 김정일에게 물질을 내놓는 것이다. 사상의 표현은 곧 행동의 표현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김정일에게 정신을 바치고 각종 우상화 모임에 열성적 이여도 본인들만 피곤할 뿐 도저히 “충실성” 이라는 가치를 표현 할 길이 없다. 북한 주민들은 산삼을 캐거나 물개를 잡는 것과 같이 희귀품을 얻게 되면 먼저 ‘김정일 장군님에게 선물하겠다’고 난리 법석을 떤다. 그래서 자신의 충성심을 외부에 과시하고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만 북한이라는 특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고 편의 적인 삶을 살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군중 계열의 간부들은 김정일에게 충성의 선물을 바치려고 주민들을 닦달하고 나아가서는 외국인들에게까지 선물을 바치라고 꼬드긴다.

김정일에게 인정 받고 편한 삶을 살고 싶은 갈망은 핵심군중이나, 기본군중이나, 복잡 군중이나 다 같이 심리적으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서 제일 어려운 사람들은 복잡군중에 끼여있는 주민들이다. 또 일부 핵심계층의 주민들은 김정일에게 직접 바칠만한 가치 있는 선물을 마련할 수단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들을 핍박하는 가까운 계층(상급 계층)에 뇌물행위를 해서 특혜를 받거나 기타 구속이나 처벌을 면하려 한다.

실례를 들어 김정일 우상화 교육을 위한 강연회에 불참했다면 당간부들은 사상투쟁을 한다, 조직적 비판을 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자면 당 간부에게 술, 담배, 금품 등 뇌물을 바쳐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마시킬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간부들만 살기 좋은 사회다” 고 말하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간부 자리에 들어 앉는가에 따라 뇌물의 량이 결정되고 상급 기관에 아첨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그마한 권력이 쥐어지면 밑으로는 악착같이 뇌물을 챙기고 위로는 뇌물을 고이는(바치는)수단들을 활용한다. 한편 그 어떤 뇌물도 걷어들일 권력이 없는 일반주민들은 몸으로 뛰어서라도 수입을 얻어야 하고 그 얻어진 수입을 권력자들에게 바쳐야 한다. 이러한 인간 처세술도 모르고 덤덤해 있다가는 “살 줄 모르는 인간”으로 지목되고 본인은 본인대로 괴로움만 당한다. 따라서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합법적인 뇌물이 오르고, 직권을 남용한 비합법형태의 뇌물이 북한정치를 일궈 나간다. 그러면 합법적 뇌물과 비합법적 뇌물은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김정일에게 바치는 선물은 합법적인 뇌물
앞서 이야기했듯이 뇌물이란 직권(職權)을 이용하여 특별한 편의를 보아 달라는 뜻으로 주는 부정한 금품이다. 북한 일반 주민들이 김정일에게 선물을 하며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 사람이 살만하게 편의를 보아 달라는 것이다. 또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간부들은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출세를 시켜 달라는 뜻이다. 따라서 선물이라고 표현했을 뿐 뇌물에 불과하다. 북한주민들도 선물운동이 뇌물운동과 흡사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을 기만하기 위해 하는 말이 있다. “조국은 김정일, 김정일은 곧 조국”이라는 것이다. 원래 우리민족은 본질적으로 조국애가 강한 민족이다. 그 본질을 이용하여 김정일의 개인이기주의에 조국이라는 명사를 삽입하여 북한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인민들은 굶어 죽는데…”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지난해 연말경 북한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포도주 2만ℓ(750㎖들이 12병짜리 2,300상자 분량)를 긴급 수입해 갔다고 한다. 북한이 하도 많은 양을 주문해 걱정이 된 주류업자가 빈 주재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문의' 해 옴으로써 밝혀진 사실이다.

 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평양 순안 비행장에 도착하는 북한 고려항공 비행기에서는 상어 지느러미, 훈제 연어, 프랑스 코냑, 체코 흑맥주, 러시아 보드카 등 최고급 식품재료나 기호품들이 줄줄이 하역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김부자 생일잔칫상에 놓일 물품들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3년 상을 이른바 `유훈통치'라는 절묘한 보호막 속에 숨어 겉으로는 애도와 효성을 과시하면서도 그 한편으로는 자신과 일가의 우상숭배 사업에 무려 3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 돈 가운데 두 부자의 생일잔치에 들인 돈만 무려 7,00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3년 상을 벗은 홀가분함(?) 탓이었던지 지난해는 97년 김정일 생일잔치에만도 그 전 3년 간 쓴 돈보다도 훨씬 많은 9,041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한다.
여기서 3억 달러라는 돈의 가치를 어림잡아 계산해 보자. 이 돈은 국제시세로 톤당 400달러 수준인 태국산 쌀 75만톤 값이고, 그 쌀이면 150만 명에게 500㎏씩 나누어 줄 수 있는 양이다. 또 그 500㎏의 쌀은 한 사람이 3년 동안 굶어 죽지 않게 할만한 식량이 될 수도 있다 고 한다.

외국에까지 김정일의 향연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당국이 국내에서 손을 놓고 있을 리 만무하다. 국내에서는 주민들을 상대로 “충성의 선물마련 운동”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을 진행하여 김정일에게 온갖 희귀 물품을 진상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1990년 초 함경북도당에서 3대혁명 소조원으로 3년을 지냈다. 당시 함경북도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이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함경북도 시찰)를 할 때마다 선물을 마련해서 바쳐야 했다. 그 선물은 주로 기장쌀과 멧돼지를 비롯한 산짐승 이었다. 1980 대 말 김일성은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하면서 “함경북도 기장밥이 참 맛있습니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가 핵심계층의 아첨분자들에게는 이색적 이었다. 기장 쌀을 뇌물 품목으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그 기장쌀은 새별군 룡계협동농장에서 거둬 들였는데 룡계리에서는 노인들이 해마다 기장 농사를 지어 알알이 골라 선물로 올려 보냈다. 또 멧돼지를 비롯한 산짐승을 선물 품목으로 규정하였는데 매해 김정일의 생일 2월 16일과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마다 산짐승을 사냥하여 선물로 바쳤다. 산짐승은 도 안전국(도 보안국)성원들의 지휘하에 주민들이 산 속을 누비며 산채로 잡는 것이 원칙이었다. 산짐승을 산채로 잡아야 할 이유는 김정일이 사냥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사냥터에 놓아준다는 것이다.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역시 “김정일의 당자금 마련”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동원된다. 충성의 외화벌이 실태와 관련한 자료는 keys(2003·5) 제34호 “북한주민들의 외화벌이 실태”에서 밝힌 바 있다. 외화벌이운동이 초기 북한주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출발한 것이 반강제적, 강제적 한계를 넘어 강압적인 전문화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민주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에서 전 군중적인 운동으로 벌이는 “충성의 선물운동”과 같은 김정일에게 바치는 선물마련운동을 무엇이라 표현하면 적합할 것인가? 필자의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뇌물마련 운동”이라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아마 남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외화벌이에 내보내야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들은 분노로 들끓을 것이며 법은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낼 것이다.

주민들이 주고받는 금품은 비합법적인 뇌물
유행이 문화로 자리잡고 그 문화로 인한 장점과 단점이 발견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주민들 속에 일어난 선물운동이 하나의 뇌물문화로 자리 잡고 이후에는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진행하는 거대한 사회문제로 변질되어 갔다. 1970년대 김일성, 김정일의 선물마련을 빙자한 합법적인 뇌물행위가 성행하고 1970년대 말,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뇌물행위가 유행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완전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 일반주민들은 뇌물행위가 없이는 집안에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달하였다. 1990년대 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뇌물이라는 부정의 뜻이 강도에 가까운 행위로 변했다. 사회적인 문제로 돌변하였다는 말이다. 여행을 하자고 해도 뇌물을 바쳐야만 가능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려 해도 뇌물을 바쳐야 하며 △ 적성에 맞는 직장에 취업을 하자 해도 뇌물 △노동당에 입당하자고 해도 뇌물 △먹고 살기 위한 장사를 하자고 해도 뇌물 △외국에 있는 친척과 상봉하자 해도 뇌물 △군 기피를 하려 해도 뇌물을 바쳐야 한다. 심지어 중국으로 탈출할 때도 뇌물을 바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보자.
북한 주민이 타 지역으로 여행을 하자면 “출장 및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여행 증명서는 시, 군 보안부 2부에서 발급 받게 되는데, 발급매수는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권력이 없는 일반 주민이 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자면 2부에 종사하는 보안원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한다. 북한에서 증명서 발급이 가장 어려운 지역은 평양과 강원도, 황해남도, 개성을 비롯한 38선 지역과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의 국경연선 이다. 이 지역으로 가는 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자면 최소한 2천, 3천 원의 현금을 고여야(바쳐야)한다. 돈이 없어 여행증명서를 발급 할 수 없다면 고급담배(필터 담배), 술 등 얼마간의 현금을 뇌물로 바쳐야만 지나가는 화물자동차라도 탈 수 있다.

대학과 같은 상급학교에 추천을 받고 입학하려 해도 뇌물은 필수적이다. 일반주민의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추천 받으려면 대학생 모집기관인 시, 군 행정위원회 “대학생 모집 및 배치과” 에 요구하는 뇌물을 바쳐야 가능하다. 그 뇌물의 가치는 규정하기 어려우나 대략 1만원 정도 이상의 금품이 필요하다. 필자도 역시 대학생 모집기관에 뇌물을 바치지 않았더라면 대학공부는 고사하고 인민군대에 나가 10여 년 동안 죽는 연습만 했을 것이다. 입학시험 문제도 뇌물만 주면 사전에 얼마든지 빼낼 수 있다. 시험장에서 기출문제를 한날 한시에 개봉한다 해도 권력이 있는 자녀들은 이미 시험문제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남한에서처럼 진상조사를 하고 검찰에 의뢰, 형사처벌 수준까지 들썩거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출문제 관련자들은 지인 을 통하여 뇌물을 받고 기출문제를 알려준다.

취업 역시, 요령껏 뇌물만 바치면 적성에 맞는 직장에 배치 받을 수 있다. 북한에서 취직은 주로 “무리배치(집단배치)” 를 한다. 배치대상은 고등중학교 졸업생들과 제대군인들이다. 북한 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리배치다. 무리배치라는 의미 자체가 그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제일 어렵고 힘든 탄광, 광산, 농촌 등에 보내진다는 말이다. 특히 제대군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제대군인들이 원하는 것은 부모,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니 몸부림 칠 수밖에 없다. 남한에서는 거주 이동의 자유가 있어 모든 거주관련 서류들이 사람을 따라 다니지만 북한에서는 사람이 서류(문건)를 따라 다녀야 한다. 북한의 거주관련 문건에는 조직 이동증( 당원인 경우 노동당 이동증, 청년동맹인 경우 청년동맹 이동증, 직맹원은 직맹 이동증 등), 배치장, 식량정지 증명서, 군사 이동증, 거주 및 퇴거, 통행증 등을 구비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서류들이 없이는 북한의 그 어디에도 거주하거나 취직을 할 수 없을뿐더러 구속되어 강제노동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개인 문건들을 구비하자면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각 기관마다 견제적인 보류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당 이동증을 떼자면 사유에 따라 소속단위 초급당 비서의 비준을 받아 시, 군당위원회 조직비서, 책임비서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또 군사 이동증은 노동당 이동증을 뗀 조건 하에서 시, 군 군사 동원부에서 뗄 수 있고, 식량정지 증명서는 노동당 이동증과 군사이동을 뗀 조건 하에서, 거주 및 퇴거는 위의 모든 서류들이 있는 조건 하에서 취급한다. 이러한 과정에 각 관련기관들에서는 뇌물을 요구한다. 특히 무리배치 대상이 됐을 때 당비서가 조직 이동증을 떼어 준다는 것은 과오를 범하는 행위다. 따라서 엄청난 뇌물이 들어가야 조직 이동증을 손에 쥘 수 있다.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무상으로 지원한 식량까지도 뇌물이 없으면 공급 받을 수 없다. 남포나 원산항에 지원식량이 들어오면 식량취급을 하는 기관을 통하여 공장, 기업소에 배분된다. 공장, 기업소에 배분된다고 하여 북한의 모든 공장, 기업소에 배분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군수공장을 비롯하여 공장의 가동을 멈추면 안될 탄광, 광산 등 특종 기업들에만 배분한다. 그 배분 받은 식량을 실어오자면 뇌물이 필수적이다. 식량을 취급하는 관계자들은 금품을 내놓지 않으면 이 구실, 저 구실을 붙여 식량을 주지 않거나 적게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통돼지를 사고, TV사서 고이는 등 뇌물행위를 한다.

사회적으로 뇌물행위가 심화될수록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말은 “여기서(북한에서) 코밑치레(뇌물을 받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물을 받는 권력자들 역시“받을 것도 받지 않는 사람은 바보 중의 바보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 일꾼은 당당하게,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안전원(보안원)은 안전하게 뇌물을 먹고산다”고 …따라서 북한사회에서는 법적 통제라는 것이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서로 똑같이 뇌물을 먹고살기 때문에 서로 눈감아주는 것이 하나의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

이상과 같이 뇌물행위와 같은 부정문화가 판을 치는 북한사회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가져본다. 뇌물 공화국 북한의 현실은 “수령 절대주의 우상화”와 “만민 천국”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뇌물공화국은 수령독재공화국에서 파생된 말이다. 수령독재가 붕괴되지 않고는 뇌물을 받치고 부정부패가 판치는 북한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들 수 없다. 인민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자면 사회의 주인행세를 하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